▲ 여류명인이자 여류기성 최정 4단(왼쪽)이 고비를 넘겼다. 여류명인전 지난 도전1국에서 대마를 잡히며 졌던 최정은 2국을 맞아 도전자 박지연 3단의 대마를 끈질기게 괴롭히며 승리, 승부를 최종국으로 가져갔다. |
여류명인 최정 4단이 반격에 성공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K-바둑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5기 STX배 여류명인전 도전3번기 제2국에서 최정이 박지연 3단에게 208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1-1 타이를 만들었다.
지난 1국에서 대마가 잡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던 최정은 거꾸로 박지연의 말을 무겁게 만들어 쫓았다. 그럼에도 바둑은 형세가 엎치락뒤치락했는데, 종반에 최정이 박지연이 들여다 본 수에 역습을 가하면서 승기를 쥐었다.
바로 지난 기(14) 여류명인전 도전승부에서도 주인공은 이 두 사람이었다. 당시 박지연은 1국에서 이기고도 2, 3국을 연달아 내주어 최정이 방어에 성공한 바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기 1국을 박지연이 가져가고 최정이 2국에서 반격하는 비슷한 흐름이 되고 있다. 과연 지난 도전기의 재현이 될까. 아니면 박지연이 생애 첫 여류명인에 등극할까.
◀ 최정은 초반 백세모로 붙인 걸 후회했다. 만약 화살표처럼 치중을 했더라면 흑을 곤경에 빠뜨리면서 쉽게 우세해질 수 있었다는 것.
루이나이웨이 9단이 중국으로 돌아간 이후 새 물결의 선두에 선 두 여자기사 최정과 박지연. 최정은 현 여류명인이자 여류기성이며 박지연은 여류국수를 지낸 적 있다. 두 사람의 타이틀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종국의 승자는 누구일지 주목된다. 최종국 제3국은 오는 2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1999년 창설된 여류명인전은 2007년 9기 대회부터 (주)STX가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개막한 제15기 STX배 여류명인전에는 38명의 여자기사들이 출전했으며, 전기 준우승자로서 시드를 받아 본선에 나선 박지연 3단은 최종 도전자결정전에서 오정아 2단을 이기고 2년 연속 도전자가 되었다.
매일신문사가 주최하고 ㈜STX가 후원하는 여류명인전은 국내 여류기전 중 유일한 도전기로 대회 총규모는 4,650만원이며 우승상금은 1,200만원(준우승 5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40초 초읽기 3회로 대국한다.
▲ 대국이 끝나고.
- 오늘 대국 내용은?
고전의 연속이었다. 초반에 타협하지 말고 강하게 밀어붙여야 했다.
- 최종국을 앞두고 각오는?
시간이 좀 있으니까 평소처럼 공부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하겠다. 지난해 9월부터는 그전처럼 충암바둑도장에 나가 연구하지 않고 집에서 연구하고 있다. 집에서 혼자 공부하다 보니 약간 나태해지는 감도 있었는데 며칠 전 위즈잉 5단이 남자기사를 꺾고 우승하는 걸 보고 자극을 좀 받았다.
- 라이벌로서의 자극인가?
나는 위즈잉 5단을 귀여운 동생으로 생각할 뿐 라이벌로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전적에선 나쁘다. 비공식대국까지 합치면 1승4패다. 위즈잉과는 2011 국제신예바둑대항전에서 처음 대국했다. 위즈잉은 나이가 어리고 무명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내가 졌다. 어쩌면 나이는 좀 신경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이후로 자꾸 진다. 나보다 어린 쪽은 승부가 부담스럽다. 언니들도 나와 승부하는 게 부담스러울 테지만.
한편으로 위즈잉이 우승한 것은 샘나는 일이 아니라, 고무적인 일인 것을 밝혀 두고 싶다. 중국이다 한국이다를 떠나 여자기사가 충분히 남자기사와 대등하게 겨루거나 앞설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여자 프로기사들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 대국 전. 언제나처럼 쿠션을 끌어 안고 대기실에서 졸고 있던 최정이 깨어났다. 최정은 대기실에서 자주 조는 이유에 대해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동하면서 무척 피곤을 탄다. 혹자는 이게 멀미라고 한다. 해서, 대기실에 도착하면 졸면서 쉬는 것이다.”고 한다.
▲ 헤헤헤, 피로회복 끝!
- 여자기사 위즈잉 5단이 남자기사 리친청 초단을 꺾고 신인왕전에서 우승해 화제다. 위즈잉 5단은 최정 4단과는 라이벌 아닌가. 위즈잉 5단의 우승 소식 듣고 어땠나?
“정말 놀랐다. 최종국은 리친청 초단이 무척 우세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무너졌다.”
- 농담이지만 리친청 초단이 위즈잉 5단을 이성으로 좋아해서 대국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하하. 재미있다. 그런데 내 주변에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
▲ 스마트폰도 잠깐 확인한다.
▲ 최정이 푹 자라고 자리를 피해 대국실로 온 박지연. 박지연은 여기서 묵상을 했다.
▲ 기록자가 피디의 지시를 듣기 위해 일명 ‘이어’를 착용하고 있다.
▲ 기록자는 연구생 출신 이유민 씨. 언니 유경 씨, 동생 시연 양과 함께 ‘추자도 바둑 삼자매’로 불리기도 한다.
▲ 최정이 K-바둑 스태프에게 시간을 물어보고 있다.
▲ 입회인은 서능욱 9단. 박지연(오른쪽)은 긴장을 풀려고 손으로 목을 감싸고 마사지를 하고 있다.
▲ 착점하는 박지연.
▲ 초반부터 박지연은 몹시 긴장했다.
▲ 최정이 힘차게 팔을 뻗어 착점을 하고 있다.
▲ 속눈썹이 길어 대국 중에 조는 듯 보이기도 하는 최정이지만, 이 대국에서 눈동자가 모두 보인다.
▲ 박지연의 표정이 진지하다.
▲ 여자기전 타이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기사.
▲ 스튜디오가 아닌 일반 가정집 같은 분위기. 하지만 이곳의 승부는 엄혹하다.
▲ 자세한 사항은 대회 페이지로! 클릭!
첫댓글 한국의 여류중에는 최정이 유일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