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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전국사제단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 미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 28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사제 40여 명이 공동 집전하고, 유가족과 평신도, 수도자 4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유가족을 위로하고,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한 신앙인들의 연대를 요청했다.
주례는 김인국 신부(사제단 50주년 준비위원장), 강론은 최재철 신부(수원교구)가 맡았다. 영성체 뒤에는 유가족 대표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이상은 씨의 아버지 이성환 씨가 발언했다.
미사 시작 전에 참석자들은 참사 당시 첫 신고가 있었던 오후 6시 34분부터 묵주기도를 바쳤다.
강론하고 있는 최재철 신부. ©경동현 기자
최재철 신부는 “참사가 일어난 지 2년 가까운 지난 9월에야 특별조사위원회가 가동됐고, 이번 달 2일 유가족들이 특조위에 1호 진상조사 신청서를 제출해 9가지 항목의 진상규명 과제를 담았다”고 전했다. 그는 9가지 과제는 물론, “사고 후 대처도 도저히 국정을 수행하는 한 국가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볼 수 없는 일들뿐”이라고 일갈했다.
또 “대통령 부부는 영정도 위패도 없는 합동 분향소 꽃무더기에 여러 차례 와서 머리를 숙였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라는 글씨만 써 놓고 희생자들을 이름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고, 언론에서 이름을 부르지 못하도록 사자 명예 훼손이니 뭐니 하며 언론사를 압수수색하였다. 미쳐도 한참 미친 짓들이 버젓이 일어나는데 이제 보니 이해가 된다”며 “주술에 빠지고 정치 브로커와 손잡고 놀아난 부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고 말했다.
최 신부는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 준칙에 따르면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피해자 이름 공개를 금지하거나 사전 공개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며, 지난해 “추모 미사에서 희생자의 이름을 부른 신부는 경찰에 출두해 조사받으라는 명령서를 받았다”고 했다.
또 “법무부 장관만이 아니라 경찰서장, 구청장, 행안부 장관, 총리, 대통령 등 책임을 지는 이들 중 어느 하나 지난 2년 동안 희생자 가족 앞에 나와 머리 숙여 사죄하거나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며 손을 잡아 주는 이가 없었다”면서, “유족과 같은 자리에 1분도 같이 앉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잘못을 인정할 줄도 모르고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는 것”이라며, “독재 정권하에서는 늘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피해는 은폐, 축소, 왜곡하고 피해자와 유족을 모욕하고 회유하고 겁박해서 피해자가 자신을 드러낼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탄했다.
최 신부는 “오늘 루카 복음에 나오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하는 일은 예수님의 자기 선언이었고, 당신의 신원이 어떻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이었다. 그러니 이제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8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봉헌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 미사. ©경동현 기자
이날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대표해 이성환 씨가 발언했다. ©경동현 기자
유가족 이성환 씨는 “딸 상은이가 결혼을 앞두고 세례 받기 위해 명동 성당에서 교리 수업을 받다가 하늘의 별이 되어 하느님 곁으로 갔다”고 하면서, “저희 부부는 내년 3월에 같이 세례 받고 명동 성당에서 비록 상은이는 없지만, 상은이 소망대로 엄마 아빠가 대신 결혼식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듣던 이들은 여기저기서 흐느꼈다.
이 씨는 딸과 같은 25살 아들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낸 소설가 박완서 씨가 "한 말씀만 하소서"에서 적은 표현이 그때의 심정이라고 했다. “하필이면 내 자식을,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에게 이런 고통을 겪게 하는지 하느님 한 말씀만 하소서. 하늘나라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데려간다는 쓰잘데기 없는 헛소리는 집어치우십시오.” 그는 “부활도 구원도 영원한 삶이라고 하는 하느님 말씀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악마의 심장에 죽창을 꽂고자 하는 분노가, 악마를 심판하지 않는 원망이 더 크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성환 씨는 “사람은 누구나 한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가 있다고 한다. 십자가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면 고통이지만 가슴에 안고 가면 사랑이라고 한다”며,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아 있는 시간,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조금은 더 나은 세상,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선한 영향력으로 살아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고 말했다.
미사를 마무리하면서 김인국 신부는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참사 이후에 지옥을 경험했다는 유가족들에게 “지옥은 하느님이 사람들을 버리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하느님을 버린 곳”이라고 말하고, “이 세상이 지옥이 되지 않도록 빛이 되어 주시는 여러분과 많은 분의 수고 덕분에 우리는 희망을 안고 돌아간다”고 위로와 연대의 말을 전했다.
다큐 연극 '사난살주' 공연 뒤에. ©경동현 기자
한편 이날 미사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사난살주' 연극 공연이 있었다. ‘사난살주’는 ‘살아 있으니 살아간다’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제주 4·3 항쟁, 5·18 민주화운동,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등 시공간을 달리해서 벌어진 민족의 아픔이자, 사회적 재난 참사를 소재로 연출가 방은미 씨가 기획한 1인극 4개를 모은 다큐멘터리 연극이다.
4·3은 배우 현애란 씨가, 5·18은 배우 김호준 씨가 연기했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는 유족이 직접 나와 당시 상황을 증언한 뒤 관객과의 대담으로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유족으로 단원고 문지성 양의 아버지 문종택 씨가, 이태원 참사 유족인 이기자 씨를 대신해서 성가소비녀회 조진선 수녀가 출연했다.
이기자 씨는 지난 3월 제주 초연에서 직접 출연했지만 두 달 뒤 5월 광주 공연에서는 남편이 대신 나섰다. 공연이 끝나면 너무 고통스러워 이번 2주기에서는 모두 서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 고통의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유족의 편지를 대독한 조진선 수녀도 눈물로 편지를 제대로 읽어 나가기 어려웠다.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객석 곳곳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고,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다루는 후반부에 가면서 슬픔의 깊이는 더해 갔다.
방은미 씨는 11월 9일 대전교구 새얼센터에서도 무료 공연이 열릴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이든 공연장이든 대관할 수 있고, 보려는 의지가 있는 분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든 공연할 수 있다”며, “특히 신학교를 비롯해 젊은 청년들이 연극을 보고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s://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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