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 보도 통합, 보도총국으로 새 출발
“그리스도의 평화라는 것은 자신을 바치고 희생함으로써 이룩되는 평화입니다. 힘을 가지고 남을 지배함으로써 얻어지는 그건 평화가 아닙니다.…우리가 추구하는 그리스도의 평화는 근본적으로 마음의 평화, 정신의 평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1988년 5월 15일 평화신문 창간을 맞아 특별대담에서 한 말이다. 그로부터 2년여 후인 1990년 4월 15일 낮 12시 평화방송 라디오에서는 평화방송의 개국을 알리는 첫 뉴스가 방송됐다. 그날 김수환 추기경은 “이제 우리는 무형의 성전인 평화방송을 통해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든지 하느님을 말씀을 듣고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했다
창간 이후 평화신문은 이번 호까지 모두 1346번 신문을 발행했고 개국 이후 평화방송은 전파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에 생생한 소식을 전해 왔다. 세상을 향해 외침을 시작한 지 28년째. 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2016년 병신년(丙申年)을 맞아 그동안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됐던 신문과 방송의 보도 부문을 합쳐 1월 1일 보도총국으로 새 출발하는 큰 결단을 했다.
알다시피 전 세계 미디어 영역은 급변하고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에 이어 이제는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모바일 영역에서 다양한 정보가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일찍이 바오로 6세 교황은 1963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 「놀라운 기술」을 반포하고 새로운 선교의 시대를 열었다. 교령에서는 매스미디어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한 바 있다.
“가톨릭 교회는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도록 주 그리스도께서 설립하셨으므로 복음화의 요구에 재촉을 받아, 구원의 소식을 사회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힘으로도 선포하고 또 사람들에게 그 매체의 올바른 사용에 대하여 가르치는 것이 자기 의무의 일부라고 여긴다”(3항).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도 모바일, 디지털 시대를 맞아 누구보다도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물론 트위터와 유튜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교황은 올해를 ‘자비의 해’로 정하고 희년 메시지를 통해 하느님의 복음인 ‘자비’ 의미를 나누고 이웃에 대한 포용을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병신년’ 새해는 이를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해이다.
한국 교회로서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서울 유치를 선언한 2019년 세계청년대회 개최지 결정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에서 2019년 개최지로 서울이 결정되면 한국 교회는 향후 수년간 대회를 준비하는 일정을 시작해야 한다. 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새해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가톨릭 신자는 물론 더 많은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려면 이제는 교회 미디어도 세상을 향해 교회 밖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소통수단이 아무리 바뀌어도 선교매체라는 평화방송ㆍ평화신문의 본질, 사회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 변하는 건 없다. 26년 전 김 추기경이 평화방송 개국 축사에서 하신 말씀은 오늘의 평화방송ㆍ평화신문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평화방송은 우리 사회의 청량제로서 그리고 진실하고 정직하며 책임 있는 대화의 장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모든 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소망을 주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교회력으로 새해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세상 사람들의 달력으로 새해를 맞고 있다. 올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피한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게 우리에게 던져진 것이다. 교회의 선교 사명을 수행하는 게 우리에게 내려진 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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