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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홍보 주일 담화 주제로 세미나 열어
프란치스코 교종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인간이 AI를 통해 보다 폭넓은 소통 기회를 가질 수 있는데도, 기술 발전과 오남용으로 인해 인간성 훼손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보았다. 교종은 이에 관한 입장을 지난 홍보 주일에 담화문으로 발표해 주목 받았다.
지난 25일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은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프란치스코 교종이 낸 담화 '인공지능과 마음의 지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첫 번째 발제를 한 김도현 신부(대구가톨릭대)는 “AI 시대의 가장 큰 신앙적 도전은 AI라는 기술 뒤에 숨어 하느님의 자리에 앉고자 하는 욕망”이라며, “지금 시대는 이전의 다른 시대보다 도덕과 윤리가 강조되고 피조물로서의 인간 위치에 대한 각성이 요구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나아가 강한 인공지능(strong AI) 등장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인류에게는 두 갈래 길, 바로 “우리가 알고리즘의 먹잇감이 될 것인지, 아니면 지혜를 기르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자유로 우리 마음에 자양분을 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하면서, “AI가 온전한 인간 커뮤니케이션에 봉사하도록 이끌 것”을 요청했다.
지난 25일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이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연 '인공지능과 마음의 지혜' 세미나 발제자들. (왼쪽부터) 원용진 교수, 박승일 소장, 김도현 신부. ©김지환 기자
두 번째 발제에서 박성희 교수(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는 AI가 저널리즘에 가져온 새로운 변화를 소개했다.
그는 언론계가 책임 있는 뉴스 보도를 위해 AI 기술에 대한 이해와 감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언론사와 기자가 AI를 활용해 독자와의 소통 방식을 개선할 가능성도 제시하고, “저널리스트는 기술의 도구화에 그치지 않고 AI 시대에 적합한 저널리즘의 본질을 지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를 위해 AI 기술이 윤리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강력한 법 규제와 기술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발제는 원용진 교수(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명예교수)가 'AI 시대의 미디어 윤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AI 발전으로 미디어가 극도로 편향되고 차별된 정보를 생산하는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알고리즘이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은밀하게 조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원 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혹은 플랫폼에 요청되는 윤리는 기술과 인간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AI의 부작용에서 인간 존엄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비판적 리터러시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박승일 소장(캣츠랩소장, 기술문화연구자)이 발제했다.
문해력을 의미하는 리터러시는 문자로 된 기록을 읽고, 거기 담긴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박 소장은 AI가 제공하는 정보가 여과된(필터링) 기억이나 편향된 자료일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를 통해 AI가 우리의 인식과 기억을 왜곡할 잠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AI가 우리 일상과 사고방식을 조종할 수 있기 때문에 비판적 리터러시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수 신부(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장)이 인사말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발제 뒤 종합 토론 시간에 김도현 신부는 AI 쟁점과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종은 공식 문헌 두 편(2024년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과 홍보 주일 담화문)을 발표할 정도로 관심이 높지만, 한국 천주교회의 고민은 깊지 않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신부는 교종에게 AI 문제는 인간 사회가 AI로 대단히 나쁜 방향으로 영향 받게 될 것을 걱정한 데서 비롯됐고, 담화문에 가장 핵심적인 사안을 이야기했다고 말하면서, "그런데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아무런 어떤 반응이 없다. 주교회의 산하 위원회 중 하나로 과학기술 관련 위원회를 하나 두고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토론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장 김민수 신부(상봉동 성당 주임)는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세미나를 밑거름 삼아 사목 활동이나 선교를 하는 데 있어서 AI가 어떤 식으로 작용을 하면 좋을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찾아보고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좀 더 후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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