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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태연한 하진의 모습에 승혁은 그가 맡고 있는 ‘우림’이란 모델의 정보가 알고 싶어졌고, 곧 그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모델 ‘우림’에 대해 알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한적한 산책로 벤치에 앉아 바람을 쐰 수인은 우림의 안내를 받으며 병실 안으로 들어왔고, 손에 쥐고 있던 케인을 접어 침대 옆에 있던 간이 테이블 한쪽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저기…”
“뭐 필요한 거 있어요?”
“필요한 거라기보다 전화통화를 좀 하고 싶어서요.”
수인의 말에 우림은 조금 떨어진 곳에 놓여있던 전화기를 수인의 앞에 놓아주었고, 수인이 한 손을 뻗어 앞에 놓인 전화기를 가볍게 쓸어보더니 이내 수화기를 손에 쥐고 익숙한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다이얼 소리가 지나가고 나서 통화음이 몇 번 울리더니 곧 수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 보세요… 저에요 차수인.”
“……”
수인의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병실에 울리자 우림은 잠시 동안이라도 그가 편히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 조용히 병실 밖으로 나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인이 없어졌다는 사실과 함께 하진에게 굴욕적인 말을 들어선지 텅 빈 집안에 들어온 뒤 불도 켜지 않은 방안에서 덩그러니 앉아있던 승혁은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빠르게 수화기를 들어 귓가에 가져갔고…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인의 목소리였다.
혹시라도 화를 낼까 머뭇머뭇하며 말을 잇는 수인의 목소리에 안도감과 함께 노기가 서렸는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거기 어디에요… 금방 갈게요.”
자신의 물음에 대해 답한 수인의 목소릴 들은 승혁이 그대로 수화기를 내려놓더니 곧바로 자동차 키를 한손에 쥐곤 빠른 걸음으로 현관을 열고 나왔다.
병실 밖으로 나온 우림은 병실 안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수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병실 문을 몇 번 두드리곤 안으로 들어왔고, 수인은 인기척이 느껴지는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통화는 잘 했어요?”
“…… 신경써주신 덕분에요… 그런데 오늘은 여기 계실 거에요?”
“자는 거 보고 갈게요.”
부드러운 로우 톤의 목소리와 은은하게 풍기는 위스키 향이 혼자 오랫동안 아파했던 우림의 모습과 닮아 그가 안쓰럽게 느껴지는 수인이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이 탑 모댈 우림이 아닌 자신이 알고 있던 밝고 순수한 아이 같던 우주라고 말해준다면… 그래준다면 보고 싶었다고 말해 줄 텐데… 가깝고도 먼 사이라는 게 이런 걸까… 우림은 수인이 편안하게 자는 모습을 볼 때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말없이 작은 창문에서 보이는 어두운 하늘만 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하늘을 보던 우림의 시선이 수인에게 갔고,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엔 수인이 편안히 잠들어 있는 것이 보였고, 우림은 조심스레 그의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속삭이기 시작했다.
“… 네가 날 모르는 척 했으면 했었어… 송 우주가 아닌 송 우림의 이름을 빌려 하루하루를 버티는 날 지금은 잠시 없어진 바보 송 우주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모델 우림으로 봐 주었으면 했었어… 왜냐하면… 지금 이 모습은 수인이 네가 아는 모습이 아니니까…”
“……”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것과 같은 우림의 목소리에 수인은 차마 눈을 뜨지 못하고 물기 어린 그의 목소리에 숨을 죽이고 귓가에 낮게 울리는 소리에 집중 할 수밖에 없었다.
“너한테 만큼은… 난 바보 송 우주니까… 바보 송 우주의 모습으로… 죽을 때까지 네 옆에 있어주고 싶었어… 그런데… 어느 누가 그러더라… 그런 모습의 나는 네게 민폐만 끼칠 뿐이어서… 결국엔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 될 거래… 그리고… 나한테 소중한 네가 내 바보 같은 모습 때문에… 많이 힘들어질 거래… 있지… 수인아… 난……나…ㄴ.”
순간이었다.
비록 자는 척을 한 것이었지만… 우림의 진실어린 말을 들을 수 있었던 수인이 우림이 있는 쪽으로 돌아눕더니 마치 우연처럼 그의 손을 꼭 잡아주더니… 희미하게 눈을 뜨고 말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냥… 옆에만 있어주면 돼… 그거면 돼… 단지 그거면… 그거면 된 거야… 내가 너한테 소중한 사람이듯이… 너도 나한텐 소중한 사람이니까.”
“수… 인아…”
자는 줄만 알았던 수인이 자지 않고 자신의 말을 들었다는 사실에 두 눈이 커지며 눈물방울들이 맺힌 우림이었다.
“기다릴게… 네가 다시 네 모습을 찾을 때까지… 늘 기다리고 있을게… 그러니까… 늦지 않게 돌아와… 난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있을 테니까.”
그동안 송 우주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지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과 수인의 곁을 스스로 떠나게 된 지 정확히 1년 6개월 만에 그를 다시 만났지만 차마 그가 알던 송 우주가 바로 자신이라고 말하지 못했던 설움이 밀려와서인 걸까?
우림의 고개가 숙여지더니 이윽고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수인의 손이 있는 쪽으로 얼굴을 묻었다.
우림이 얼굴을 묻고 소리 없이 눈물을 삼기는 동안… 수인의 손에서는 그의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그의 손을 적시고 있었다.
“나 때문에 힘들게 해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수인아.”
“괜찮아… 왜냐하면… 넌 내 하나뿐인 특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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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나온 승혁이 곧 자신의 차에 올라탔고, 시동을 걸려고 하는 동시에 그의 휴대전화의 불빛이 들어왔다.
휴대전화의 벨소리가 계속해서 요란하게 울리자… 그의 입에선 낮은 욕지거리와 함께 거칠게 전화기를 열곤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 유 승혁 입니다.”
- “말씀하신 일 끝났습니다.”
수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도로를 고정하던 승혁의 시선이 자신의 휴대전화로 향했다.
“계속 말씀하시죠.”
- “이번에 ‘아도니스 라인’의 전속 모델을 맞게 된 모델 우림은 약 1년 전에 사진 계에서도 알아주는 작가 서 하진씨에 의해 발탁된 인물입니다만… 서 하진씨의 마케팅 방침에 따라 우림의 신상정보는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상한 점이 있다는 말에 무표정이었던 승혁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지며 이유를 물어보았고, 그와 동화하는 상대방은 평소 승혁의 목소리보다 담담하면서도 광기어린 느낌이 드는지 긴장한 건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얼마 전 차 수인씨께서 갔었던 친구 분의 장례식장에 서 하진씨와 동행을 했었는데… 죽은 친구 분의 부모님이 모델 우림의 모습을 보며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왔다며 장례식을 취소시키려던 일이 있었습니다.”
“… 다른 면은 없습니까?”
- “개인적인 평판으론 매너가 좋아 패션 업계나 연예 업계 쪽에서 한번쯤 같이 일해보고 싶을 만큼 인기 있는 모델이기도 하고…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번개를 무서워하는 여배우를 감싸 안은 것이 큰 이슈였습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우림의 신상정보를 들은 승혁의 입 꼬리가 올라가면서 “이번 촬영 콘티를 바꿔야겠군…” 이라는 말과 함께 그가 타고 있는 자동차의 속력이 계속 빨라지고 있었다.
“갈게… 새벽에 비 온다고 했는데… 괜찮겠어?”
“괜찮아… 네가 말한 것처럼… 아무대도 나가지 않고… 여기 있을게.”
우림이 병실 밖을 나가기 전 침대에 앉아있던 수인을 품에 꼭 안아주었고 수인도 우림의 품이 편안하게만 느껴졌다.
“아… 가기 싫다.”
“안 돼… 가서 일해야지.”
“… 하진이도 네 옆에 있다가 가라고 했는데.”
실로 오랜만에 자신의 앞에서 아이같이 투정을 부리는 우림의 모습에 수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도 잠시… 자신의 현재 보호자인 하진의 말을 듣는 게 싫다는 우림의 말에 그를 품에 안았던 팔을 힘껏 밀어내며 수인이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진이 말 듣겠다는 거야?”
“뭐… 그렇다고 해야 하나? 나이래 뵈도 업계에선 악명 높은 악덕 사장하고 일하는 사람답게 매니저들 애타게 만드는데 뭐 있거든.”
“그게 자랑이냐? 안 봐도 비디오다… 네가 얼마나 고집스럽게 행동했으면 하진이한테 그런 닉네임이 따라 다니냐?”
“이크… 그런가?”
“당연하지… 너 나한테도 잘해야 하지만… 하진이한테도 잘해야 돼… 그거 알지?”
“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하진이… 나 때문에 그 좋아하는 사진까지 포기하고… 내가 여기까지 올수 있게 도와준 유일한 지원군이니까… 잘해야 한다는 거… 알아.”
“그러니까… 이제부터 나 혼자 있어도 되니… 넌 집에 가서 쉬도록… 내일 촬영이라며.”
“휴… 도련님을 이제까지 돌봐준 유모께서 말하는데… 힘없는 도련님이 말 들어야지…”
넉살 좋은 목소리로 말하는 우림의 모습에 수인도 안심이 된다는 듯 자신은 걱정하지 말라 말하며 비록 병원 로비까지는 못 나가지만 잘 가라고 배웅을 해주었다.
수인과 헤어진 체 병원 로비로 나온 우림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병원 근처를 걷기 시작해서 어느 정도 사람들이 빠진 건지 와글와글 거렸던 시내의 모습이 한적하게 변해갈 무렵이었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별다른 악세서리를 하지 않아도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림은 병원에서 집이 가깝기도 하니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랜만의 산책에 즐거워하고 있었고… 그가 걷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네온사인이 빛나고 있던 거리에서 띄엄띄엄 떨어진 가로등이 서있는 공터로 발길이 옮겨질 무렵이었다.
‘끼익’ 하는 요란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우림의 앞에 검은색 중형차가 앞에 서게 되었고, 우림은 개의치 않고 가 던 길을 계속 가려고 하자 중형차에서 덩치가 좋은 사내 몇몇이 내려 우림의 앞에 서 있었고, 그중 서열이 높아 보이는 덩치가 우림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게 누구신가… 유명한 모델 우림 아니신가…”
“… 그 쪽 분들께서 제가 볼일이 있으신지 계속 제 뒤를 쫓아 오시길래… 넓은 공터로 안내 했는데 잘됐네요… 제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 거 아닌가요?”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우림의 목소리에 덩치들의 우두머리가 별달리 말을 잇지 못하자 주위에 있던 사내들이 듣기만 해도 기분나쁠만한 욕지거리와 함께 하나둘씩 정장 소매를 걷더니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몸에 그려진 문신과 함께 중형차에서 하나둘 씩 공사장에서나 볼 법한 장비들을 꺼내 우림의 주위를 싸고돌았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차안에 그런 공구들을 가지고 다니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게… 유명인이라고 해서 오냐오냐해줬더니… 누굴 바보로 알아? 지금 상황을 보면 모르겠어?”
“…… 제가 모르는 걸로 보입니까?”
자신에게 위험이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웃고 있는 우림의 모습에 덩치들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급기야 한 사내가 손에 공구를 쥔 체 우림의 앞으로 달려가더니 이윽고 손에 쥐고 있던 공구를 휘두르려던 찰라 였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손에 쥐고 있던 공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고, 우림은 제 자리에서 우슈의 방어 자세를 취했을 뿐 사내의 육중한 몸도 바닥에 떨어진 공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우림의 기를 죽이기 위해 앞 장 섰던 사내가 예상과는 달리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버리자 흥분한 사내들이 저마다의 공구를 들고 우림에게 달려들었고, 우림은 한숨을 푹 내쉬곤 사내들이 자신에게 달려오며 저마다 공구를 휘두르거나 주먹을 날렸다.
사내들이 자신의 주먹을 우림에게 날리는 수만큼 도리어 우림에게 주먹을 날린 수와 같은 그의 주먹을 맞았고, 우림을 만만하게 봤던 사내들이 하나둘 씩 그의 주먹에 쓰러지기 시작해서… 1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우림을 공격하려던 사내 전부가 바닥에 누워 몸 여기저기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일어나기를 꺼려하는 상황이었다.
우림은 자신보다 덩치가 큰 사내들이 공터 이곳저곳에 누워 있는 것을 바라보다 자신과 제일 가까이에 누워있는 사내의 앞으로 가 별 뜻 없이 주저앉았고, 사내는 우림이 자신의 앞에 가까이 앉아있자 겁이 난건지 몸 군데군데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컸음에도 우림이 있다는 사실에 무서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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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입니다~ (160버전으로 읽어주세요~)
아.. 드디어 상병 아저씨가 갔습니다..
저도 참 웃긴게 상병아저씨가 집에서 멀어지는 것을 보고...
해방이라고 소리쳤다죠..;
그나저나.. 우림이가 드디어 수인이에게 진심을 표현했데요..
그리고.. 덕분에 승혁이는.. 막말로 똥줄타게 생겼데요.;;
첫댓글 잘됬다 ~~~ 우주랑수인이!! 승혁이는 똥줄 좀 더타야된다능~?? ㅋㅋㅋㅋㅋ^^
아하하하하하.. 승혁이 너무 미워하는거 아니에요? ;;
와우, 멋있어요!!!! 잘됫음,!!!!! 그동안 늦게 나온이유가,,, 아저씨 덕이엿음?!!! 엄청 고맙네 엄청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비록 지나서 봤지만 승혁이는 지금부터 열심히 혼내주세요 수인이랑 우주는 좀더 가까이 !!!
네.. 아저씨 때문이었어요.. ;ㅁ; 수인이랑 우주는 좀 더 가까이..
그거.. 어떻게 해야 가까이 붙게 될지..;; 저도 고민이에요..
아아...역시 우림이가 우주였군요...
ㅎㅎㅎ 하녀기님은 눈치가 너무 빨라.. 숨기기 너무 힘들었어요..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