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2일 열렸던 EVER 스타리그 2008 결승전.
매치업은 도재욱 Vs. 박성준.
당시 도재욱은 엄청난 포스를 풍기며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중이었다.
그리고 박성준은 이미 전성기가 지나고 정말 오랜만에 결승 무대를 밟은 상황.
아무리 박성준이 '프로토스의 재앙'이고 5전제에서 프로토스에게 전승을 거뒀지만 이번만큼은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박성준은 1세트에서 대담한 5드론을 선보이며 우선 첫 승을 따낸다.
하지만 여전히 우승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이어지는 2번째 맵 트로이.
좁은 입구와 섬맵으로 전환이 가능한 맵이기에 프로토스에게 유리한 맵이었다.
게다가 박성준은 이 맵에서 전패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재욱의 승리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었다.
경기 시작. 박성준은 12 스포닝 가스를 건설하며 무난한 빌드를 밟는다.
그리고 빠른 시간에 가스를 올리며 테크트리를 올리려는 도재욱.
박성준은 한 번의 정찰만으로 도재욱의 진영을 확인하는 행운이 따르고
그리고 도재욱 또한 초반 프로브 정찰로 앞마당을 올리는 박성준을 확인한다.
박성준의 앞마당을 확인한 도재욱은 스타게이트를 건설한 후 비수류 토스를 준비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저프전의 양상이었다.
하지만 투신은 달랐다.
박성준은 정찰용으로 보낸 첫 오버로드를 뺄 타이밍을 놓쳐버린다.
드라군에 얻어맞던 오버로드는 기지 밖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박성준은 이미 오버로드가 살아 가기는 힘들다고 판단, 오버로드의 방향을 다시 도재욱의 본진 쪽으로 바꾼다.
그리고 이 작은 움직임 하나가 모든 것을 바꾸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성준의 발업 저글링과 더불어 드론들이 도재욱의 본진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엄재경 해설은 탄성한다.
"아까 오버로드가 왜 갔냐면 말이죠! 미네랄 찍으러 간거였어요 미네랄 찍으러!"
이미 그 찰나의 순간에 투신은 승부를 걸었다.
박성준의 드론이 코앞에 들이닥쳐서야 비로소 상황 판단을 한 도재욱.
명실상부 최강팀 SK 텔레콤 T1의 박용운 감독과 최연성 코치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수많은 우승자를 배출한 두 명의 베테랑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플레이에 당황했다.
작정하고 달려드는 투신을 막을 수는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도재욱. 프로브가 나와서 방어하지만 결국 입구는 뚫리고,
김태형 해설은 소리 지른다.
"정말 이 선수, 재앙입니다 재앙이에요!"
역사상 그 어느 프로토스보다도 저그전을 잘하는 김택용마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엄재경 : 천하의 김택용 선수가 입을 쩌~억 벌리고 있어요!
전용준 : 김택용이 놀랐어요, 김택용이 놀랐어요, 김택용이 절망하는 표정이에요!
후에 김택용이 직접 말하길, 이 표정은 연출된 것이 아니라 박성준의 플레이에 너무 충격 받아 자연스럽게 나온 표정이라고 한다.
김태형 : "정말... 입이 벌어지면서... 말이 안 나오는 선수입니다..."
진입하자마자 포지를 깬 박성준.
김태형 : "무슨 반전 드라마나 스릴러물을 보는 것도 아닌데, 이 선수의 플레이가 예측이 안 됩니다!"
정신 없이 농락 당하는 도재욱.
다시 포지를 지으려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
박성준은 드론을 동원했기 때문에 굉장히 가난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드론을 전혀 충원하지 않고 오직 저글링만 생산하며 승부를 본다.
김태형 해설은 도재욱이 이 공격만 어떻게든 막아내면 역전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엄재경 해설이 반박한다.
"여기서 드론을 충원하며 뒷 일을 도모할 박성준이 아닙니다. 무조건 저글링 찍어서 달리는 거에요!"
"저글링만 찍어서, 달려서 컨트롤 승부를 보는거에요, 투신! 왜냐하면, 투신이기 때문에!"
결국 계속 몰아붙히는 박성준의 저글링에 게이트웨이는 깨지고, 모든 질럿을 잃는다.
캐논이 소환될 틈을 주지 않는 투신.
엄재경 해설은 연신 감탄한다.
"아니, 예... 테란이나 프로토스는 전략적인 카드 승부가 그렇게 많지만 저그는 전략이 어딨습니까? 전략이..."
"그런데! 저그가 전략이 어딨습니까라는 말이 어딨습니까!!!"
"박성준이 지금 보여주고 있어요! 저그도 이렇게 전략이 많아요!"
당황하며 절망하는 박용욱 코치.
도재욱이 준비한 작전을 원초적인 측면에서부터 뒤집어 엎어버린 투신.
게임하는 선수, 선수의 동료들, 그리고 코칭스태프 중 그 어느 누구도 이런 플레이는 생각하지 못했다.
김태형 : "저그의 또 다른 모습으로 박성준이 돌아왔습니다!"
"투신의 모습이 더욱 더 위협적이고 더욱 더 공격적이며 더욱 공포스러운 저그로 투신이, 박성준이 돌아왔습니다!"
"이런 저그의 플레이는 본 적이 없습니다!!!"
결국 도재욱의 넥서스를 날려 버리는 박성준.
6분 40초만에 GG를 받아낸다.
전성기의 모습으로 돌아온 투신을 보며 그의 팬들은 환호한다.
절망하며 당혹스러워 하는 도재욱.
그리고 여유로운 투신.
김태형 : "전투력이 강한 박성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공격 밖에 모르는 박성준, 이미 알아요."
"하지만 이렇게 무서울 수 있습니까!!!"
후에 밝히길, 사실 박성준은 이 전략을 준비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전략을 준비했으나, 오버로드를 뺄 타이밍을 놓친 이후에 에라 모르겠다하고 질러본 거라고...
그야말로 프로토스의 재앙. 이 선수는 본능적으로 프로토스를 잡는 방법을 알고 있다.
아무튼, 박성준은 3경기 또한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역대 2번째로, 저그로는 최초로 골든 마우스를 손에 넣는다.
퇴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방출과 성적 부진의 수모를 겪던 박성준의 가장 화려한 부활.
경기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xIR29vuLbVk
첫댓글 저그빠로써 이경기는 진짜... 저그팬으로 느낄수있는 최고의 전율을 선사했음
전설의 드론밀치기
진짜 결승보면서 벙쪘음.. 박성준 토스전 잘하는건 알았지만 도재욱 진짜 아무것도 못하고 셧아웃당할줄은.. 결승에서도 손꼽히는 원사이드한 결승
박성준 전성기가 지났는데도 토스만 잡고 우승. 역시 토스전은 박성준 ㄷㄷ
저당시 도재욱 포스가 개쩔었단걸 감안했을때 이경기는 진짜 미친경기
이거 털리고 3경기때 멘탈나가서 도세어 나오면서 게임셋
한 열번은 봤는데 볼때마다 소름돋는 경기..
1경기도 꿀잼 ㅋㅋㅋ
저거 직관갔었늠뎋ㅎㅎㅎㅎ너무좋았음ㅎㅎㅎ
저도 직관갔는데 이때 원더걸스 왔던걸로 기억하고 결승전 너무 빨리끝나서 벙찐기억이....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헐 원걸ㅋㅋㅋㅋㅋㅋ중학교때 인데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여 한창 스타에 미쳐서
예상적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결승전만 한 10번은 본거같음
제일 좋아하는 선수고 제가 스타 직접할때도 박성준 경기를 많이 봐서그런지 공격형 저그스타일밖에 못하겠음 ㅋㅋㅋ
경험의차이ㄷㄷ
전문가들 박성준쪽 우세예상많이했었어요
글에 오류가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