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지..금.
지금 이거 무슨 시츄에이션?
내 목에서 느껴지는 이 서늘한 것의 실체가
.....진짜로 나이프?
".............."
"...하지 말라고 했잖아."
여전히 자습시간이라 조용한 교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이 하는 행동은
아무에게도 안 들릴 정도로 조심스럽고, 빨랐다.
녀석이 한 손으론 내 입을 막고 있어서 말도 못하고
손으로 나이프를 쳐내고싶었지만
당황함과 두려움으로,
내 손은 아무런 속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자세도 취할 수가 없었다.
내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자기쪽으로 가져다가
쉬잇-
하는 제스쳐를 만들고는
조용히 하라는 오로라를 내뿜는 녀석.
....... 너 정체가 뭐야.
"욕. 하지마. 알겠지."
니가.
니가 나한테 뭐가 된다고 아까부터 자꾸 이지랄이야.
내 목에 대고있던 나이프는 아직 치우지 않았다만
녀석이 내 입술에서 손을 땐 순간 당황함이라던가 두려움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씨발. 꺼...흐읏!"
내 입에서 또 욕이 나오자,
녀석의 미간이 또 찌푸려지며
나이프로 살짝 목을 건드는 개새끼.
씨발.
베인듯 한 느낌.
"아. 미안. 벨 생각은 없었는데."
하.
지금 멀쩡한 사람 목을 베놓고
그딴말이 나옴?
니가 뭐라고 내가 욕한거에 반응하는데?
재수가없으려니.
"미안하면 다야? 아오. 칼 치워.
이런거가지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으니까..
칼 좀 치우라고!"
혹시라도 다른 애들이 들을까봐
눈에 핏대를 세우고 그 개자식을 노려보면서
소곤소곤 악을 질렀다.
에?
개새끼야.
지금 넌 남의 목을 베놓고선 웃음이 나와?
당황함이 완전히 가시고
녀석이 내 목에 대고있던 나이프를 탁-하고 쳐내자
아까 실수인지 고의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간에 생긴 상처가 살짝 더 건들여지며
나이프에 비어 조금더 깊게 패였다.
"아읏...... 아. 씨발 피나오잖아!"
내 입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욕으로인해
녀석의 미간은 정말 돌이킬수 없을만큼 찌푸려졌지만
그딴건 추호도 관심히 없었기에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양호실로 가기 위해 교실을 나왔다.
나 상처나는거 겁나 싫어한다고.
게다가 자의도 아니고 타의로 상처가나다니....
저새끼랑 엮인 뒤로는 좋은일이 일어난적이 없어!
조금 심하게 패인건지
손으로 상처를 잡고 있는데 뭔가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이 느껴진다.
아.
피잖아.
아오 열받아.
기껏 3층에서 1층에 있는 보건실로 내려왔다만
내 노고가 무색하게 망할 보건실은 '출장중'이라는 푯말과 함께
굳게 잠겨있었다.
권진린지 권지랄인지
그새끼 설마 뭐 마왕이라던가 그딴거 아녀?
악을 몰고다니는 뭐 그딴거.
그렇게 말도안되는 상상을하며
학교에서 별로 멀지 않은 약국에 가서
후시딘과 데일밴드를 사고
차마 교실엔 다시 들어가고 싶지가 않아
잠겨있을지도 모르지만 혹시모르는 마음에 옥상으로 올라갔다.
딸깍-.
꺄올.
문고리가 스무스하게 돌아감과 동시에
경쾌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고
덕분에 나는 지옥같은 교실이 아닌
그 개자식이 없는 곳에서 편안히 데일밴드를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아오. 권진리 지랄하시네. 하도 상기시켜준 덕택에 이름은 외웠건만
내가 니놈을 이름으로 불러줄성싶으냐? 지랄. 권지랄이라고 불러주마.
열받아!!"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중얼중얼되며 조그마한 주황색 박스에 들어있는 후시딘을 꺼네 데일밴드에 바르고는
핸드폰을 거울삼아 붙이려고 보는데.
..... 상처가 너무 깊잖아.
생각외로 깊은 상처는 무색하게도 데일밴드보다 훨씬 길었다.
약국에서 붙여달라고할 걸.
"개새끼 상처를 내도 꼭 이딴식으로 내지. 짜증나아아아악!!"
"...데일밴드 붙이는거 도와줄까?"
"히끅!"
뭐, 뭐야! 누구야!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와,
앉아있는 나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쪼그려 앉은 남자.
...넌 또 뭐냐.
갑작스런 등장은 권진리, 그 개자식만으로도 족해..
"3학년 7반 반 석."
"아..."
선배.. 였군.
호아. 방금 욕할뻔 했는데 안하길 잘했네.
그나저나 이름이 반석? 성은?
"헷갈릴까봐 말해주는데 성이 반, 이름이 석."
....그 석이 돌 석(石)은 아니길 바래.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라.
"언제.. 부터 계셨어요?"
"너 오기 훨씬 전부터."
하.. 그래서 문이 열려있었던거군.
그럼 내 정신나간듯한 쫑알거림도 다 들은거 아냐?!
"권진리라는 애가 그렇게 싫어?"
...다 들었네.
그 새끼가 악을 부르는게 아니라 내가 악을 몰고다니는걸지도.
"못..들은걸로 해주셨으면 해요. 아니, 없었던 일. 오케이?"
난 진심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말했건만
어이없게도 반석인지 돌석인지하는 형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띄워져 있었고,
난 당황 할 수 밖에 없었다.
"입막음 비용 뭐 그런거 없어?"
"크..크헙."
뭐야, 뭘 원하는건데!
"아. 우선 너 데일밴드부터 붙여줘야겠다. 피 계속 나."
피?.. 피?!
아 맞다! 그 개새끼 때문에 상처났었지!
어쩐지 목이 계속 따갑더라.
이 형이 나타나는 바람에 깜짝놀라서 잊고 있었어...
"와이셔츠 다 버렸네."
자기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으로 내 목에 흐르던 피를 지혈하면서 하는 말...
하아. 결국 묻은건가.
피는 옷에 묻으면 씻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하필이면 와이셔츠가 하얀색.
... 세탁비 청구할테다.
석이라는 형은 빠른 속도로 지혈을 마치고 자기손에 후시딘을 쭈욱 짜서
내 목에 바르기 시작했다.
아으.
곱게 생겨서 하는 짓은 겁나 과격.
상처를 그렇게 눌러대면 어떻게 해!
"아앗..!"
"아, 미안. 많이 아퍼?"
"아니..요."
사내새끼가 되서 차마 아프다고는 말 못하겠고.
아오 쫌 살살해주면 어디가 덧나?
..뭔가 아까보다 눌러대는 강도가 더 쎄졌다.
참다참다 안되겠어서 내가 하겠다고 말하려고 입을 여는데
"으흐읏!!"
하늘같으신 선배님께서 내 상처를 아주 대놓고 꾸욱- 누르시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엄청 크게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근데..
이 사람 왜 얼굴이 빨게진건데.
"형 제가 할게요. 약 발라주신것만해도 감사합니다."
"응? 아, 아니. 미안. 데일밴드 마저 붙여줄게."
.... 내가 붙이는게 날것 같다고.
그렇게 데일밴드를 가지고 꼼지락꼼지락하던 형은
내가 후시딘을 발라놓고 바로 붙이려고 하던 데일밴드는 저리 집어던지고
새로 데일밴드를 꺼네 내 목에 붙여주었다.
근데 꼭 남은 데일밴드를 전부 붙여야 했어?....
"감사...합니다."
"아니, 뭘."
생긋 웃으며 말하는 석이 형.
이름이 쉬워서그런지 엄청 잘 외워진다.
누구와는 다르게.
그나저나 이 형 웃는거 진짜 예쁘네...
시계를 쳐다보니 이제 곧 수업끝날 시간.
그래도 수업끝나기전엔 들어가봐야겠어서
자리를 뜨려고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석이형이 나를 부른다.
요즘 내 이름 꽤나 자주 불리는것 같다.
"자익아."
".......?"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았지? 라는 표정으로 있자
형이 너 명찰. 이라는 말과 함께 또 웃음.
그런데 왜요?
"아까 그 입막음 비용말인데."
진짜 받아먹을생각이었어?!
쪼잔하잖아!
"그거 지금 받아도 될까?"
말을 하며 내게로 점점 다가오는 형.
별로 위압적인 무언가는 아니었기에 가만히 서있었더니
생각외로 너무 가까우리만치 다가오는 형이었다.
"뭐, 원하시는데요. 밥이라면 요즘은 시험기간이라 무리고요, 다음주에 시험끝나고 사드릴게요."
이봐, 들.
이래뵈도 나 시험공부하는 녀석이라고.
아무리 자습시간에 땡땡이를 친다고 하지만
수업시간에 땡땡이를 치진 않아.
내 말에 석이형의 미간이 조금 안스럽게 휘어졌다.
"밥은... 괜찮고."
응? 밥 아니면 뭘원하는거야, 대체.
"너 입술 줘."
ㅇ루ㅜ루ㅜ주루루수ㅜ더두수수수덛섣
석아.....
난 너만 믿는다.
선배라는권위아래
자익이를 막 다뤄 줘................
으키키ㅑ캬컄컁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사현-]그렇쳐 그런거져 ㅋㅋㅋㅋㅋㅋ제 비루한 머리는 반 석이라는 이름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거져 ㅋㅋㅋㅋㅋㅋㅋ 댓글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석이 잘한다!!
[바다.☆]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_+!! ㅋㅋㅋㅋ 댓글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너무좋아 작가님우리집에서 맨날 이 소설만 써주시면 안댈깝숑?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홍홍홍호옿ㅇ
[식탐]헉... 식탐님처럼 굉장한 작가분에게 이런 소리 들으니까... 저... 굉장히 황송한거 아시져... 우에엥 ㅠㅠ 감동이에요 ㅠㅠㅠ 댓글감사합니다^^
석이오빠 자익이한테 반햇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클라이]그러쳐그러쳐 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거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감사합니다^^
꺄햐! 분위기 좋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