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절정의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 여자 주인공의 남동생, 별로 크지도 않은 역에 나오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 배우.
TV 거의 보지 못하는 나로서는 영화배우로 더 친숙한 봉태규를 만났다.
그날 촬영 대본이 그날 새벽에 나오는 미니 시리즈의 특성상 전날까지 드라마 세트가 있는 의정부로 갈 예정이었으나 새벽 1시에 매니저에게 온 전화는 '내일, 아니 오늘 녹화 없음.'이었다.
앗싸, 제대로 만날 수 있겠구나.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나타난 그들.
나에겐 <눈물> 창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 봉태규가 착한 양아치 같은 얼굴로 싱글거리며 나타났다.
우와~ 얼굴 쪼끄만게 되게 귀엽당.....
거의 2시간이나 되는 시간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눴다.
현장이 아니고 스튜디오인 관계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으면서.
연예인을 만나면서 이렇게 인터뷰 하기가 어디 쉬운가.
요즘은 늘어난 매체(잡지, 신문, 방송, 케이블 등등에 인터넷 방송까지) 덕분에 조금만 떴다하면 신인들도 좀 길게 앉아서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
연신 시계를 내려다보는 매니저 눈치보기가 바쁘다.
게다가 물론 그리 길게 나눌 얘기도 없다.
이제 막 시작한 사람들의 '열심히 하겠습니다.' 얘기 듣자고 인터뷰 하는 것도 아니고,
대화의 기술도 없고,
갖고 있는 인생의 경험도 없고,
게다가 자신에 대한 고민이 없는 사람들은
솔직히 달랑 30분 인터뷰 하기도 고역이다.
네, 그렇죠, 열심히 하려구요,,,,, 등의 대답 이외엔 노가리 까는 것이 전부니.
그런데 의외로 봉태규의 대화는 즐거웠다.
유쾌하면서도 대화가 즐겁고, 수다 떠는 것 같으면서도 그의 대답에는 고민의 내용이 있었고, 가끔 양아치 같은 대책없는 무대뽀를 보이는 것도 그의 입을 거치니 젊은 패기처럼 느껴지고, 진지할 때는 마냥 자기 혼자 저기 가 있고 그랬다.
스물 세 살의 연기자라,,,, 좀 우습게 봤다가 헉~ 속으로 좀 놀랐다.
그래봤자, 네가 들려줄 얘기가 뭐가 있겠냐, 싶었는데, 그건 나이의 문제가 아니었구나.
사람을 만나고 또 한 번 반성하고.
그가 해주는 김자옥 공주의 얘기를 들으며 뒤집어 지고,
상대방의 끝대사만 외워 애드립을 치는 그에게 끝까지 넘을 수 없는 벽은 그녀, 자옥 공주라고.
그의 애드립이 나가면 눈을 내리깔고 다음 대사를 하지 않는 그녀 덕분에 그녀와의 씬에는 나름 대본을 열심히 본다는 그.
될 대로 되라는 자신감이 부럽고,
상처 받고도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씩씩함이 부럽고.
그게 스물 셋이라는 나인 때문일까?
그러고보니 나와 12년 차이.
띠동갑일세. 띠동갑 동생에서 이렇게 자극을 받다니...
어이, 더불어밥, 그 동안 너무 생각없이 산 거 아냐?
10년 후를 물었더니 그가 막 꿈을 꾼다.
'살아 있다면'이라는 전제를 붙이면 불확실성을 내비치기도 하고,
연기에 대한 욕심도 슬쩍 비치고,
아주 쌩양아치처럼(물론 혼자 가우 잡지만 남에게 전혀 피해는 주지 않는) 건들거리는 자신을 열망하기도 하고....
꿈꾸고 있는 그를 보며 난 부러워 했다.
나는 뭘 부러워하는 거지?
그의 나이?
아니다. 나는 그의 젊은 마음과 생각이 부러웠던 거다.
미쳐 놀다 죽어도 이 세상, 하나도 미련없다는 것처럼 말하는 저 잘난 척이!
아, 나도 지금 죽어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게,
흔적없이, 구차함없이, 미련없이, 감정 질질 흘리지 말며, 건조하게, 쿨하게, 남김없이, 소진하며,,,,,
그렇게 살자꾸나.
여기까지가 오랜만에 젊은 예술가를 만나 한껏 자극받은 구라쟁이의 한탄!!!!! 이었음.
여튼 그 남자, 봉태규가 어떤 모습으로 서른을 넘을지가 난 궁금해졌다.
(봉태규가 아직 그렇게 유명하진 않은가? 사진 기자가 그를 찍은 사진을 내게 보내오며 봉투 겉 봉에 뭐라고 썼게? 김봉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