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과 문학의 봉평마을…..
2004.08.28.
여름휴가하면 누구나 산과 계곡 그리고 바다를 연상하지만 나의 여름휴가는
올해도 친구들(4인 부부)과 강원도(영월,평창,정선)지방의 문화를 느껴보는 여행으로 결정되었다.
해마다 광복절을 전후로 여름휴가를 갔었는데 올해는 휴가의 끝 자락인 8월말에야 갈 수 있었다.
아침 6시에 울산을 출발한 우리 일행은 대구와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남안동 IC로 빠져 도산서원을 지나고 봉화군 경계에 이르러 출발 4시간만에 청량산을
만났다.
올 여름 휴가는 등산이 포함된 이벤트성 문화 기행이다.
생각보다 날씨가 더워 모두들 힘들어하는 내색이었지만 정상(자소봉 : 840m)에 올라 시원한 바람 한줄기에 땀을 훔치고 동동주 한잔을 곁들어 정상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이 수려하여 모두들 만족하는 빛이 역력하다.
경사가 매우 급한 하산 길에는 발길에 부딪힌 돌멩이가 굴러 앞선 사람을 위협하고, 가끔은 등산객이 던져준 과일을 먹는 다람쥐도 만난다.
청량사에 들러 부처님께
“이번 여행도 아무 사고가 없도록”
큰절 3번하고 주차장으로 내려와
계곡에서 흐르는 맑고 찬 물에 발을
담그니 신선이 따로 있겠는가….
우리 일행은 모두가 불교도라
우리나라 最古의 목조 건물인
무량수전이 있는 김천 직지사를
지나칠 수 없어 들렀는데
부처님의 영험이 있은 탓인지
마침 스님께서 북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밤 9시가 되어서야 영월에 도착한 일행은 몇 곳의 민박집을 기웃거리다 동강의 주변의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다.
부지런한 한 친구의 깨우는 소리에 잠을 깨어 창문을 열어보니 “아 이것이 동강의 아침 정경이구나”할 만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2일차 여정인 조선 6대왕인
단종의 한이 서린 청령포로 향하였다.
청령포는 3면이 강줄기로 둘러 싸여 있고 뒤로는 험한 산줄기와 절벽으로 경치가 빼어난 곳이지만 12세에 왕위에 올랐으나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17세의 꽃다운 나이에 죽임을 당한 천혜의 유배지로 단종의 비참한 유배생활을 보고 오열하는 소리를 들어서 관음송이라 불리는 소나무와 왕비 송씨를 생각하며 쌓았다는 망향탑, 시름을 달래던 노산대가 여행객의 가슴을
쓰리게 한다.
이어서, 단종이 사약을 받고 승하하였으나 후환이 두려워 시신을 거두는 이가 없자 영월 호장 엄홍도가 한 밤중에 몰래 시신을 묻어 200여년이 지난 숙종 때 단종으로 복위되어 장릉으로 명명된 곳으로 주변의 붉은 소나무가 일제히 능에 절을 하듯 기울어져 있어 장릉을 찾은 우리 일행을 숙연하게 하였다.
가는 길에 소나기재(영월 → 평창방면 2.8Km)를 오르다 보면 갑자기 눈앞에 2개의 70m 높이가 되는 기암괴석 사이로 푸른 물과 층암 절벽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비경이 펼쳐지고…
오늘날 우리 주변의 자연환경은
문명의 발달로 점점 파괴되어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것들이
하나씩 자취를 감추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자연
사랑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어른들에게는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인식시켜주기 위해 일생을 바쳐
수집하고 연구한 곤충을 가까이서
직접 만나 볼 수 있도록 전시한 곳이
바로 영월 곤충박물관으로
자녀들과 함께 가 볼만한 한 곳이라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영월의 동강에서도 천혜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어라이언 계곡으로 양쪽 낭떠러지의 절벽과 강 가운데 솟아 있는 바위들이 신비함을 느끼게 하며 그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노송들이 운치를 더해주는 곳으로 래프팅에 참가하여야만 비경을 볼 수 있다니 래프팅을 포기한 우리는 아쉽게도 발걸음을 평창으로 돌려야만 하였다.
평창에서도 한시간 남짓 달려서 메밀과 문학의 마을 봉평에 도착하였다.
마을 입구부터 온통 이효석 문화제(6회, 9/10-19)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리고 무대를 꾸미느라 매우 분주해 보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전통 메밀국수 식당은 아직도 많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고 10분을 기다려 겨우 자리를 차지한 우리는 너무나 맛있게 점녁(점심 + 저녁)을 먹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평창이 낳은 한국 현대문학의
대가 가산 이효석선생의
“메밀꽃 필 무렵”의 한 귀절이다.
아무레도 봉평은 메밀을 빼 놓을 수
없으며 메밀하면 이효석 선생을 떠
올리게 된다.
이효석 선생이 태어난 생가
주변에는 온통 메밀꽃으로
하얗게 뒤 덮여 있었고 소설속에
나오는 허생원과 성시방네 처녀가
사랑은 나누던 “물레방앗간”과
허생원과 장돌뱅이들이 지친
여정을 풀던 “충주집”은 다시금
학창시절에 읽었던 소설을 떠
올리게 하였다.
꿩대신 닭이라 했던가 2,7일장인
봉평 5일장 대신 대화 5일장
(소설에 나옴) 에 들러 먹는 순
국산 토종 메밀 부침개와 산딸기
술 한잔은 잊을 수 없는 고향의
맛 그대로였다.
밤 9시가 되어 도착한 마지막 여행지는 탄광산업에서 변신한 국내최대 규모의 카지노가 있는 정선의 사북이었다.
통나무 펜션에서 1박을 하고 일행 모두는 청운의 꿈(?)을 안고 강원랜드에 도착하였다.
월요일 오전(9:30)이었지만 우리와 같은 청운의 꿈을 가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지하게 많은 사람들이 벌써Game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혹시나 하고 시작한 Game은 역시나 모두들 All in(10,000/인)을 하고서야 허황된 꿈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강원랜드를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돌아오면서 10년째 계속된 우리의 여행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내년에도 여행 감상문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읽어 볼 기회를 만들 것이다.
첫댓글 사진이 안 나온것 같은데 태그연습 많이 하여 올려주기 바라며.... 그날 여행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눈에 선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