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복회
1월, 제철(산란기)이 아니라 자연산을 접할 수는 없었으나 운 좋게도 황복 맛을 볼 수있는 기회 뿐 아니라 복어와 장어요리를 잘한다는 임진각 근처의 한 식당을 찾아갈 수 있었으니 만사 제쳐두고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지요.
임진각을 향하는 자유로에서 문산IC로 들어가자마자 좌회전으로 들어가 주욱 길을 따라가 2분여를 지나면 개성나루터가 나옵니다. 특이하게도 건물은 ㄷ자 형태로 되어 있는데 방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여 작은 모임들을 하기에 좋을 듯 보입니다.
물론 탁 트여진 실내도 있지만 아무래도 방을 선호하신다 합니다.
전망이 좋은 작은 방으로 안내되어 집니다. 6~8명 정도의 인원이 들어가기 좋겠습니다.
이번 나들이에선 장어와 복어 모두를 맛보려 합니다. 양념 장어구이 2마리와 소금구이 1마리, 그리고 황복회를 주문합니다. 자연산 장어구이는 싯가. 양식산은 1kg에 45,000원입니다. 그리고 자연산 황복회는 싯가. 양식은 황복회는 1kg에 130,000원, 참복회는 1kg에 100,000원입니다. 우선 장어부터 나오기 전 여러가지 반찬들이 등장합니다.
풀샷으로 찍은 장면에 인상에 남는 반찬들을 몇장 더 남겨봅니다.
참게장. 게장만 먹으러 와도 괜찮을 듯 합니다.
갓김치
동치미국. 시원했다면 더 좋았을 듯 합니다.
달래무침. 벌써 봄내음이 느껴지나요? 달래 향이 유난히 싱그럽네요.
반찬들 맛 모두 깔끔하고 정갈하며 입맛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나오는 죽도 꽤 먹을만 하답니다.
급하지 않게 음식들이 등장합니다. 이곳까지 들러 급하게 드시려는 분들은 안 계시겠지요? 장어의 등장.
아예 조리를 마친 상태로 잘라주어 불판위로 옮겨줍니다.
아주 약한 불로 온기와 수분을 잡아주어 느긋하게 즐기기만 하면 되겠습니다.
자연산은 아니라지만 갓 잡은 장어를 조리해 단단한 육질의 쫀득함으로 서툰 잣가락질에도 그 형태가 뭉그러지지 않지요. 가끔씩 죽어있는 장어를 요리하는 집에서 조리된 장어의 푸석함을 느낄때면 기대가 실망으로 큰 좌절(?)을 느끼기도 하지요.
이 집의 특이한 점은 장어의 머리가 통째로 구워낸다는 점.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장어의 진수는 꼬리입죠.
야채나 다른 양념들과 드셔도 좋구요.
누가 뭐라든 장어는 간장을 찍어 생강과 함께 드시는 것이 느끼함도 적고 궁합에도 맞고요.
싱싱한 야채에 달래와 함께 드셔도 아주 만족스러운 맛을 내지요.
장어를 다 드시기 전 기별을 넣어줍니다. 황복회를 준비해 달라고요. 약간의 기다림이 있은 후 황복회가 등장합니다.
풀과 나비와 새가 황복회 위를 수 놓고 있습니다.
복어살의 쫄깃한 살을 즐기려면 회가 최고입니다. 가능한한 얇게 썰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복어가 비싸 그러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육질이 단단한 어류는 얇게 썰어야만 씹을 때 느껴지는 치감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근육 중 콜라겐 함량이 많은 복어, 넙치, 돔, 전복등이 이에 속하며, 참치, 방어등은 육질이 연한 어류에 속한다고 합니다. 사실 몇 kg이나 나가는 복어는 그 껍질이 단단하여 칼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하니 보통 작은 복어 조차도 숙성을 거쳐야만 연해진 살을 씹을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양식산의 경우 독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지만 굳이 자연산을 찾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맛 때문이겠지요. 껍질, 피, 눈과 내장을 제거하여 독을 제거 한 후 숙성과정을 거칩니다.
기름장에 찍어 먹는 맛도 좋습니다.
초고추장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습니다만...
아주 약한 간장에 식초를 타 찍어 먹는 것이 먹을 줄 아닌 이들에게 선호되는 방법이라 하나 저는 그 유난히 쫄깃한 육질을 탐하는 것 만으로도 감탄의 탄성을 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곳에서 제 철의 자연산을 즐기려면 3~5월달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이때가 황복이 임진강으로 올라오는 산란기인 때문이지요. 물론 독이 기장 독한 시기이기도 하고, 그 맛이 가장 최고에 오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임진강만이 민물복인 황복이 올라오는 곳이라고 하니, 이 곳 임진강 주변에 복어나 장어 식당들이 많은 것도 그 이유겠습니다. 양식산은 예산에서 올라온다는 군요.
황복회를 즐기고 나면 그 나머지로 황복매운탕을 끓여 주십니다.
남은 황복과 갖은 야채가 칼칼한 고추가루와 함께 끓기 시작하니 냄새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전 날의 심한 숙취가 아직도 가시지 않았던지 이런 만찬에도 많은 젓가락질이 있지 않았지만 칼칼하고 깊은 맛의 매운탕 국물에 다시 입맛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황복회와 같이 나온 껍질을 빼 놓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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