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이 모처럼 63빌딩에서 양식을 먹었습니다.
그동안 대충 알던 식사 예법을 정확히 알고 싶어 찾아 보았습니다.
양식 식사 예절
1. 자리에 앉아서...
아주 공식적인 자리라면 여자는 종업원이나 자기 왼쪽의 남자가 의자를 끌어내주면 그 때서야 자리로 가서 앉는 겁니다. (그러니까 남자는 적어도 자기의 오른쪽에 앉게 될 여자의 착석을 도와주어야 하는 거지요. 단체가 아닌 경우엔 왼쪽 오른쪽 없이 무조건 도와야 하고...)
공식적이라고 말씀드린 건 요즘엔 많이들 그냥 알아서 앉기 때문입니다. 종업원이 친절하게 도와주면 몰라도...또 남자는 어떤 경우 건 대개 그냥 혼자 앉습니다.
또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할 때는 남자가 자신의 오른쪽 여성(서양예법에서는 남녀가 하나씩 번갈아 가며 앉습니다)과 대화를 이어가는 게 자연스럽고 좋습니다. 두리번거리거나 멀리 있는 사람을 부르는 건 실례입니다.
자신의 자리에 앉으면 가운데 중앙에 보통 큰 접시가 놓여 있거나 냅킨이 있습니다. 냅킨은 다 펼치지 마시고 반접은 상태로 무릎에 놓습니다. 아기들이나 마피아만 목에다 겁니다.
아침의 경우엔 식기류가 단출합니다만, 점심이나 저녁엔 좀 많아지기도 합니다. 간단한 훼밀리레스토랑에서는 식기류를 냅킨에 돌돌 말아 그냥 두기도 하는데...좀 더 예법을 차린 곳이라면 좌우에 나뉘어서 놓여 있을 겁니다. 포크는 자신의 왼쪽, 나이프랑 스푼은 오른쪽에 있는 걸 사용하십시오. 물 컵이나 포도주 잔은 오른쪽에 있는 것이, 그리고 빵 접시나 버터나이프는 왼쪽에 있는 것이 자신의 것입니다.
포크 등이 여러 개 있는 경우라면....식기류는 보통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먹는 순서에 따라 놓여있습니다. 요리 순서에 따라 하나씩 사용하시면 됩니다. 만약 식당이 덜 친절한 곳(?)이라서 식기들을 크기 순서대로 배열했다면...가장 큰 포크와 나이프가 고기용이고, 생선용이 따로 있는 곳이라면 고기용과 모양은 비슷한데 약간 작은 게 그거고, 디저트용은 대개 모양에 약간 변화를 주며 가장 작습니다. 슾용 스푼은 처음에 없는 경우도 있는데 만약 자리에 있는 스푼이 좀 작다 싶으면 대개 디저트용으로만 나와 있고 나중에 슾이나 파스타 등을 시켰을 때 따로 갖다 주기도 하니까, 너무 용감하게 작은 스푼 사용하지 마십시오.
만약 정 모르겠으면 종업원에게 문의하시는 게 제일 좋고, 실수하신 거 같으면 '어떻게'하지 마시고 그냥 당당히 계속 식사를 이어가세요.
서양예법은 꼭 어른들이 드시길 기다릴 필요는 없지만, 식탁에 앉은 사람들이 다 자기 음식을 받았을 때 먹기 시작하세요. 음식은 입이 불룩해 지지 않는 정도 분량이 한입거리로 맞습니다. 또 일단 포크로 찍은 음식은 반드시 한입에 들어가야지 포크에 찍은 상태로 베어 물면 안 됩니다. 나이프틑 자기 가슴 높이 이상 들어 올리면 안 됩니다.
2. 아침식사
유럽식은 좀 간단해서 빵에 우유나 주스, 커피나 차를 먹거나 시리얼만 먹고 말기도 합니다. (전문점이라면 또 다르지만...) 미국식으로는 계란 요리, 베이컨이나 햄 같은 거, 빵도 여러 종류고, 시리얼에 딸기나 바나나 넣고, 팬케이크랑 과일과 크림, ...하여간 양도 많고 다양합니다.
삶은 계란은 계란받침에 올려 있는 상태에서 스푼으로 톡톡 쳐서 껍질을 깝니다. 먹는 것도 전용으로 나오는 작은 스푼으로 떠먹습니다. 오믈렛은 스푼을 보조 삼아 포크로 먹고, 후라이도 마찬가지이고... 작게 자를 때 계란 요리는 반드시 포크로만 잘라야 합니다. 나이프 안 씁니다.
베이컨은 나이프로 자르는데 튀기 쉬우니까 햄 같은 걸로 시키시는 게 무방합니다.
과일의 경우 크기가 크다면 손으로 집어 먹거나 자신의 나이프로 잘라 먹습니다.
빵은 한입 크기에 맞게 손으로 잘라 버터나 잼을 발라 먹는데, 버터랑 잼이 일인용으로 안 나와 있으면, 먼저 자기 빵 접시에 얼마간 덜어놓고 먹어야 합니다.
3. 점심이나 저녁 (디너 위주로..)
처음 애피타이저로 나온 음식들은 대개 크기가 작으니까 굳이 나이프 안 쓰셔도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휭거 푸드가 나오는데 이 경우엔 포크를 쓰는 게 오히려 촌스럽습니다. 손으로 음식을 먹을 때는 집게와 엄지만 사용하시고, 손가락은 입안에 들어가면 안되며, 포크랑 달리 음식을 여러 번 나누어서 베어 물어도 상관없습니다.
샐러드 드실 때 드레싱을 잘 묻힌다고 마구 휘저어 주면 안 됩니다. 위에 담긴 것부터 먹고 드레싱이 안 묻었으면 드레싱이 많이 담긴 쪽에다가 살짝 찍듯이 해서 드시면 됩니다. 상추류 처럼 넙적하고 큰 것은 나이프로 잘라 먹어도 되지만, 대개는 스푼의 보조를 받아 처음에 포크로 가능한 부피가 작아지도록 찍어서 드시는 게 맞습니다. 어쩌면 서양식단에서 제일 틀리기 쉬운 게 샐러드 먹는 법일 겁니다.
포크로 음식을 찍을 때는 끝부분에 살짝 찍어야지 쑤욱 들어가게 하시면 안 됩니다.
슾의 경우 점심엔 주로 오목한 그릇에 담아 나와 편한데, 저녁엔 접시에 많이 나옵니다. 스푼은 잡을 때 엄지가 손잡이 윗면에 올라가게 비스듬히 옆으로 놓고 잡습니다. 슾을 뜰 때는 자신의 몸 쪽에서부터 멀어지는 방향으로 스푼을 움직이며 떠 올립니다. 이 동작을 좀 천천히 하면서 슾을 좀 식혀 드세요. 후-불면서 드시면 안 됩니다. 나중에 너무 조금 남아 떠먹기가 나쁘면 왼손으로 자신의 몸 쪽의 접시 한 끝을 조금 잡고 올려서 떠드세요. 점심에 그릇크기가 좀 작고 손잡이가 붙어 나온 경우라면 그릇을 들고 마셔도 된다지만..권장사항 같지는 않습니다.
생선 코스는 메인코스 대용이 될 수도 있고, 메인코스 이전에 나올 수도 있습니다. 왼손으로 들 때는 포크의 뾰족한 부분이 아래를 향하게 하세요. 생선용 나이프는 고기용과 달리 가볍게 쥐어야 합니다. 마치 손가락을 어느 정도 피고 연필을 쥐듯이...(모양만..힘을 좀 주어 잡아야 안 떨어집니다.) 포크로 먹을 부분을 가볍게 누르고 나이프로 살만 발라가며 포크로 먹습니다. 뼈가 없는 경우엔 포크로만 드셔도 됩니다. 포크만 사용하실 때 왼손잡이가 아니시라면 반드시 오른손으로 포크를 이용하세요. 둘 다 사용하실 때 음식을 먹기 위해 포크를 올리실 때는 나이프는 식탁 위가 아니라 접시 위에 놓습니다.
입을 닦고 싶다거나 물을 마시려면 포크와 나이프 둘 다 내려놓으십시오. 식사 도중에 포크랑 나이프를 내려놓으시려면 왼쪽에 포크, 오른쪽에 나이프를 놓는 데, 접시 위에다가 한자로 8자 모양이 되게 놓으시면 됩니다. 가장자리에 살짝 걸치는 건 괜히 쳐서 떨어뜨리기만 좋으니까 피하세요. 혹 떨어뜨리시면 스스로 줍지 마시고 종업원에게 새 걸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세요.
말씀에 열중하신다던가 할 때도 포크랑 나이프를 내려놓는 게 좋습니다. 포크랑 나이프는 좋은 흉기이기 때문에 절대로 휘둘러대면 안됩니다.
식사가 끝나서 종업원에게 치워주길 원한다는 사인을 보내고 싶으시면 포크와 나이프가 손잡이가 다 오른쪽을 향하게 해서 접시 위에 비스듬히 놓으시면 됩니다. 이걸 눈치 못 챈다면 그 종업원이 교육이 안 돼 있어서 그런 거지 자신의 잘못은 아닙니다.
메인코스...나이프를 잡으실 때 검지를 펴서 손잡이와 칼등의 경계부근 정도에 올려놓으세요. 힘을 조절하기도 더 쉽습니다. 미국식이라면서 고기를 몽땅 썰어놓고 드시는 분도 있는데..정확한 예법은 아닙니다. 주로 아이들이나 하죠. 한 입 먹을 만큼만 썰고 먹고 또 썰고 먹고 하는 게 낫고(왼손의 포크로), 감자같이 곁들여 나온 야채의 경우 흘리지 않는 거라면 조금씩 고기랑 같이 먹어도 됩니다. 고기 썰 때는 몸에서 먼 쪽에서 가까운 쪽 방향으로 나이프를 움직이시고 이 방향으로 움직일 때만 힘을 주세요. 왔다 갔다 할 때마다 힘을 주면 몸동작도 커지고 접시에 소리가 납니다. 두 손 다 써서 힘이 드셔도 팔꿈치가 식탁에 올라가는 건 금물입니다.
볶은 야채 등은 왼손으로만 먹으면 서투를 때 흘리기 쉬우니까 포크를 오른손으로 바꾸어도 되는데 이 때 나이프를 접시의 오른쪽 상단 위에 올려놓으시고 식탁에 내려놓지 마세요. 너무 자주 포크가 양손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건 안 좋습니다. 음식을 포크의 움푹한 쪽에 담고 싶다면 포크를 오른손으로 들라고 하는데, 요즘엔 아주 까다로운 곳에서만 아니면 왼손으로 들었을 때 그렇게 해도 큰 결례는 아니라도 들었습니다.
드실 때는 몸은 접시 쪽으로 좀 기울이면 혹 흘려도 옷이 안 묻게 되겠지만, 고개를 푹 숙이는 건 안 됩니다.
점심의 경우 샐러드가 메인코스와 같이 나올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엔 굳이 메인코스용 포크로 샐러드가지 드시면 됩니다.
4. 후식..드디어...
후식 전에는 후식용에 해당하는 것 외에는 식기 등을 다 치웁니다. 물잔 까지도 치우니까 남기고 싶으시면 미리 종업원에게 말씀하시거나 새로 한잔 달라고 하세요.
보통 후식용으로는 스푼과 포크를 사용합니다.
아이스크림이나 푸딩 등은 스푼으로만 먹고, 포크는 그릇 왼편 식탁에 놔둡니다.
케이크 등은 포크로 먹고 스푼은 오른편에 둡니다.
작은 과일 등은 왼손으로 포크를 들고, 오른손에 스푼을 든 다음, 스푼으로 담아 먹습니다. 포크는 보조...
큰 과일이 나올 경우에...휭거보울이 나온다면, 손가락만 살짝 닦고 손으로 드시던가, 전용 나이프를 이용해서 자른 다음 포크로 드시면 됩니다.
커피가 커피 잔에 담아 나온다면 잔의 받침은 그냥 식탁에 두시고 잔만 들어 올리는데 손잡이를 엄지랑 검지(또는 중지의 보조)로 들어야지 방아쇠 당기듯 검지손가락을 손잡이에 집어넣지 마시길...
커피가 작은 찻잔이 아니라 무거운 머그컵에 나온 경우라면 손가락을 집어넣어야지 아니면 잔을 들어 올릴 수가 없습니다.
크림 등을 타 드실 때 스푼은 받침접시 위에 나두시고 잔속에 담가두지 마세요.
5. 기타
냅킨이 있는데 종이냅킨을 따로 청하는 건 좀 이상하게 보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끼리는 다들 그렇게 하니 뭐 별 문제는 없지만...
천으로 된 냅킨의 경우 여자 분들은 화장품을 묻히지 않게 주의하셔야 합니다. 남자들도 입을 닦는다고 문지르면 안 되고 살짝 살짝 두들기듯 하면서 닦습니다. 아이들의 경우엔 좀 문질러도 큰 결례가 되진 않습니다만 습관 붙으니까 조심...
서양예법으로는 자신의 영역 밖으로 나가는 동작은 큰 실례입니다. 자신의 영역이라 하면, 똑바로 앉아서 나이프랑 포크를 움직이기 편한 정도의 넓이 정도...그러니 소금과 후추등은 반드시 전달해 달라고 청하셔야 합니다. 상대가 웃어른이라도...
어떤 분은 서양예법으로는 식탁에서 코 풀어도 되지 않냐고 하시는데..그렇다고 소리 내서 풀라는 게 아닙니다. 콧물이 흐르면 냅킨은 절대 안 되고 자신의 휴지나 손수건으로 살짝 닦으라는 정도를 말합니다. 위급상황이면 양해를 구한 다음 화장실로 가서 수습하셔야 합니다.
트림 등은 실례가 되지만 소리가 안 나게 살짝 하신 경우라면 괜히 미안하다고 말하거나 손으로 가슴 쓸어내리면서 왜 이러지..뭐 이런 행동 하지 마시고 조용히 넘어가시는 게 예의입니다.
서양예법에서도 식탁에서 일어나려거든 초대해주신 분이나 가장 연장자가 일어나실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전에 일어날 일이 생기면 양해를 구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