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이 그 나라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는 누구나 짐작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말과 글이 산업이 된다는 것은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설사 납득이 간다 하더라도 언어가 가지는 유형, 무형의 가치가 그렇게 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많은 사람들은 놀란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공용어를 들라면 영어를 들 수 있다. 그래서 한해 많은 수의 각국 유학생들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 종주국인 영국이나 미국을 찾는다. 그런데 영국이 한해 영어교육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는 얼마나 될까. 각종 연수 형태로 한해 영국을 찾는 각국의 교육생들은 줄잡아 70여만 명, 그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국에 쏟아 붙는 교육비는 18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올해 우리 예산의 10%가 훨씬 넘는 규모의 돈이다. 교육 연수생만을 대상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이 정도니 영어가 창출하는 유형, 무형의 가치를 통틀어 계산한다면 가히 그 가치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셈의 한계를 벗어날 듯싶다.
한류열풍이 안팎으로 뜨겁다. 일본, 중국 이제 유럽에까지 우리의 한류스타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한류 열기는 우리 언어에 대한 가치 또한 동반 상승하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 우리말과 우리글이 갖는 유형, 무형의 가치가 영어가 가지는 그 가치와 하나 다르지 않을 만큼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욘사마 열풍이 불고 있는 일본에서의 한류열풍은 이제 개인을 향한 열풍을 넘어 대한민국 자체에 대한 흠모로 바뀌어가고 있는 듯 하다. 우리말, 우리글을 배우기 위한 일본인들로 우리 말 학원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이 이러한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 또한 우리말과 우리글이 우리 문화의 매개자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우리 언어 산업의 주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언어가 단순히 의사소통만의 수단인 시대는 지났다. 언어가 그 나라 언어문화로만 국한되는 시대 또한 지나가고 있다. 언어는 그 나라 문화전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근원이면서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저력을 의미하는 시대로 점점 바뀌어가고 있다. 이 지구상 어디를 보아도 언어가 굳건하지 않고서 문화강국을 이루었다는 나라를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더구나 나라는 없어져도 언어는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말과 글이 그 저변에 갖고 있는 유형, 무형의 힘 때문인 것이다.
우리말과 우리글, 우리의 한글이 갖는 민족의 저력 또한 영어가 갖는 저력에 하등 뒤질 게 없다고 나는 자신한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한글 연수생들이 스스로 우리 것을 흠모하여 우리의 문화를 전파하고 우리의 한글산업을 부흥시키기까지 우리 자신부터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자기성찰이 필요할 때이지 싶다.
우리말, 우리글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의 어학 연수생들이 정작 외래어 투성이의 거리 간판을 보고 실망하는 일은 없어야 될 게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