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불교

15872 | 진실에 기초한 참종교를 생각하다가.... 등급 토끼풀 다섯 필명/아이디 덕형선생 / yoondehy1970 조회수 10 추천수 0 감식초님의 펌글은 오랜만에 만나본 유익한 펌글이었다. 인간의 죽음을 다룬 책의 서평이다. 창비 영인본을 줄곧 읽으면서 길들여진 재미난 장르가 또한 서평인지라, 서평이라 하기만 하면 일단 눈이 솔깃해진다. 그것도 인간의 <사체>를 다룬 이야기가 아닌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나의 사체에 관한 생각들을 오래 전에 정리해 둔 바가 있다. 죽음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인간의 장례문화라고 하는 것이 결국은 살아있는 이들을 위한 <인간 품위를 고양시키는 절차> 정도로 이해하여 버렸다. 이십대가 채 되기 전의 생각이다. 그때, 나는 나의 사후 나의 몸뚱이가 어떤 지경에 놓이게 되더라도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단정하였다. 언젠가 새벽 신문을 배달할 적에, 동네 개천에서 얼굴을 살짝 담근 채 죽어있는 건장한 남자의 시체를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훗날 한 잔 술을 마실 때면, 그리고 죽음에 관한 화제가 술안주로 각광을 받을 때면 으레히 나는 한 술 더 떠서 나의 사체가 시궁창에 박혀서 오물을 뒤집어쓰거나 말거나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호기롭게 소리치던 것도 생각이 난다. 나는 죽음을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이기 때문에 <사후...> 운운하는 말들을 거의 무의미하게 받아들인다. 죽음이 죽음이 아닐 때, 비로소 우리들은 죽음 이후를 관심하며 죽음 이후를 주제로 삼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생이 일회적인 지극히 우연적인 사건에 불과함을 나는 온 몸과 정신으로 납득한다. 그렇게 생각해 버리면 너무 허망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고 그래서 죽음을 죽음으로 접수하기 싫어서 종교에 기대는 이들 또한 많다는 것도 나는 잘 알고 있지만, 훈련소 시절, 새벽 기상을 알리는 불침번 소리에 눈을 번쩍 뜨고서, 도저히 인정해 주고 싶지 아니한 내무반의 정경에, 벌떡 일어나야만 하는 나의 처지가 <아아,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여!> 하는 자탄을 절로 쏟게 하듯이, 우리네 인간들의 죽음이라는 것이, 누가 무어라 하든, 누가 무어라고 제 믿고 싶은 대로 날조를 해내든 말든, 문자 그대로 죽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고 그냥 믿어버리고 있다. 그래서 비록 유익한 서평, 펌글이었지만 그 글이 감식초님의 소감에 나오는 구절처럼 <진실에 기초한 참종교>를 찾는 쪽으로 우리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적에는 마음 한 켠에서 무언가 싸아한 섭섭함이 이는 것을 느끼지 아니할 수 없다. 진실에 기초한 참종교라! 나는 이 간단하고도 간략한 구절이 우리네 인간들이 가공하여 만들어 놓은 상상의 동물들을 의미하는 것 이상으로 <상상적>인 데에 적지않게 놀랐다. 해태, 용, 기린, 봉황.... 등등의 동물들은 인구에 회자되는 것으로 하자면, 하시라도 동물원에서 실물을 볼 수 있는 동물들보다도 어쩌면 더욱 친근하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들을 적어도 현실태에서는 영원히 마주할 수 없다. 나는 진실에 기초한 참종교에서 이런 것을 느낀다. 얼마든지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전혀 어색한 곳도 없고, 실제로는 평소에 내가 바라던 무엇에 대한 소망이 잘 다듬어진 문장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과연 <진실>에 기초한 <참>종교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인가? 우리는 상상의 동물들을 이야기하기 전에 언제든지 실물을 마주할 수 있는 동물들에 관해서 먼저 이야기해 두는 편이 상상의 동물이 왜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상대를 이해시키는 데 매우 편리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게 우리들은 참된 종교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참되지 아니한 종교가 어떤 것인지를 헤아려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불교가 참되지 아니한가? 기독교는? 기독교라고 해서 다아 기독교인가? 장경동씨의 침례도 있고, 조용기씨의 순복음도 있고, 장로도 있고, 루터도 있다. 다미선교회가 참되지 아니한가? 그렇다고 자신있게 소리치실 양반들이 꽤 있으리라 싶긴 하다. 그러나 휴거의 시한만을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차라리 다미선교회가 훨씬 순수한 종교였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썩 무리가 될 것도 없다. 퀘이커교도는 참되다 할 수 있는가? 단군을 모시는 신앙은 참되다 할 수 있는가? 대순진리도 있고, 힌두도 있고, 이슬람도 있고, 자이나도 있고, 관운장을 받든다, 이순신을 모신다, 아기동자를 받았다는 등의 무속도 있다. 우리들은 무엇을 일컬어 거짓된 종교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모든 종교가 어느 일면에서는 다들 <진실>에 기초하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소크선생이 저희 동네에서 이웃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게 될 적에, 언제나 이웃들의 장점에 대하여 먼저 크게 칭찬을 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은 약간의 과장이 있기도 하였지만, 소크선생의 칭찬은 대개 진심이었다는 것을 <프로타고라스>를 읽든, <메논>을 읽든, <변명>을 읽든 조금씩은 알 수가 있다. 문제는 칭찬을 접수한 이웃들의 태도다. 도자기공이든, 구두수선장이든, 교사든, 장사치든 간에 자신의 업에 관한 한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지만, 그 자부심이 지나쳐서 다른 여러 방면에서도 자신의 능력이 대단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 하고 소크선생은 이웃들의 단점에 관한 것마저도 아낌없이 지적을 하였던 것이다. 물론 그는 진실을 이야기했노라고 자부심을 가졌겠지만, 결과는 왕따였다. 그것도 공식적인 절차를 거친 왕따였다. 종교도 이와 비슷한 것처럼 느껴진다. 어느 한 면에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진실>을 기반으로 하여 가르침을 펼친다. 문제는 진실에서 벗어났다거나,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곤란한 것들을 다양하게 제기하므로써 진실의 영역에다가 강제편입시키려 하는 것에 있다. 만약 어느 종교든 진실이라는 측면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지 아니하였다고 하였을 때는 이미 우리가 종교의 일종으로서 기억할 수조차 없이 세력을 펼치지도 못하였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진실에 기초한 참종교! 그것은 결국 하나의 허상이라 부르지 아니할 수 없다. 우리들은 어떤 종교든지 그 종교의 핵심으로 접근하여 들어갔을 때, <진실확인>이라는 작업을 별로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아예 접어야 함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고야 말 뿐이다. 왜냐하면 모든 종교는 진실에 기초하였다기보다는 진실을 단지 뛰어난 요리에 사용된 감미료처럼 이용하고 있을 따름으로, 진실 그 자체를 우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만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명백한 도그마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사실이기만 하면, 어떤 허탈도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고정관념에 한 번 물들어 버리면 거의 모든 것은 나의 탓이 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기라도 하면, 그것은 내가 그의 감정을 나쁜 방향으로 자극했기 때문이다. 시험에 떨어지면, 나의 게으름 탓으로 정확하게 인지한다. 이런 류의 고정관념은 비록 딱딱하고 무미건조할 수밖에 없지만, 나로서는 현실의 준엄한 <자각독촉>에 대하여 서럽도록 절감을 거듭한 끝에 숙달케 된 습관이라고 하겠다. 운이란 없다. 그것은 단지 운이라 이름지어진 우연일 뿐이다. 우리들은 그저 우연이라고 불러도 될 것을 운이라 이름하므로써 은연중에 인간 이상의 어떤 힘의 기류에 대해서 긍정하고 싶어한다. 그 긍정을 향한 고상한 기대심리가 <현대종교> 를 받치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일정 부분일지라도 진실에 기초한 것만은 틀림이 없는 현대 종교! 그러나 우리들은 무엇을 참종교라 불러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나의 종교만이 참이라고 고집하지는 말자 하는 구호들은 사방에 난무한다. 물론 이것이 어디까지나 구호일 수밖에 없는 것이, 나의 신앙만이 참되다 믿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나의 신앙을 신앙하고 있을 리가 만무 아니겠는가! 2006-11-27 오전 12:2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