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Mr. shadow로 정해지기 전에 릴레이소설 후보 중 하나였던 트래져 헌터라는 소설이야~~
그냥 그랬구나~라고 생각하면 될것같다^^
근데 이거 무지 길어^^;;
트래져 헌터-(유적 탐사대…라 자칭하는 용병 겸 모험가
<프롤로그>
-파삭
"…야, 이 오거가 친구하자고 할 무식한 자식아!"
"뭐? 그럼 딴 방법이 있었단 말야?!"
우르르-
큰 목소리 덕인지 두 청년의 입씨름에 홀이 진동하더니 불길한 사운드를 냈다. 일행들은 우왕좌왕하다 처음 손잡이로 보이는 물체를 부순 청년에게 눈길이 모아졌다.
"에라 모르겠다. 뛸 준비 해!"
콰앙-
청년이 벽을 있는 힘껏 발로 차자 신비한 문양이 그려진 벽면 반쪽이 날아갔다. 일행들은 놀라는 기색도 없이 빠져나가기 바빴다.
때마침 저쪽 복도 끝부터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을 목격한 일행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는 방 구경을…하기 전에, 그들은 포니테일의 붉은색 머리칼을 가진 조그마한 소녀를 발견하고 할 말을 잃었다. 딱 봐도 고대의 고풍스런 복장이다. 그리고 보니 다른 방에 비해 화려 찬란하다. 이번엔 모두 블루블랙의 긴 생머리를 땅에 끌리도록 기른 소년…이라기엔 성숙해 보이는 미청년을 원망스레 쳐다봤다.
"아마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지,"
"……." (무언의 긍정)
"그때 무지 힘들었지."
"……." (역시 긍정)
"여기 드래곤 레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간?"
"……." (없다.)
"젠장! 이래서야 어디 돈을 벌 수 있겠냐 말이다! 너 이 자식!"
-아렌 세이버 윈스티아스의 이야기-
난 도둑 길드에서 키워졌다. 뭐, 도둑이라기 보단 용병 길드에 가까웠다지만 어쨌건 그건 내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천성적으로 도벽은 전혀 없었지만 사기꾼 기질이 좀 있었던 것 같다 흠, 어쨌든 내 성격이 어떠냐고? 좀 뻔뻔하고 대담하고 돈 밝히는… 어찌 보면 굉장한 비호감인 성격이다. 뭐, 자랑은 아니지만 면상은 꽤 잘생겼다고 해서 저런 성격도 얼마든 커버가 되는지 여자들에게 인기는 많지만 말이다. 짙은 고동색 머리카락에 코가 좀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이유는 모르겠다. 피부도 너무 하얘서 유약해 보이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난 갈색 빛이 도는 피부가 너무너무 부럽다. 도둑질을 하거나 힘든 일을 하기 위해 근력 운동도 꽤 하고 웬만한 용병 한둘쯤은 끄떡없지만 근육이 울퉁불퉁하지는 않아 도둑으로선 최적의 몸매다. 계속 삼천포로 빠지는 주제는 그만 접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내 돈 밝히는 성격 덕에 난 도둑질을 그만두고 트래져 헌터가 되었다. 사실 도둑질 해 봐야 얼마나 벌겠는가, 더 많은 돈! 보석! 모든 힘은 금력에서 나오는 법이다. 생각해 보라, 왕이 돈이 없으면 그게 왕인가? 기껏해야 허수아비 왕이겠지, 그만큼 돈이란 건 중요한 거다. 그럼 이렇게 반문할 사람이 있을 거다. 상인이 되면 세상의 돈을 주무를 수 있지 않겠냐고, 그래, 뭐, 맞는 말이지만 상인이란 건 상상할 수도 없는 돈을 벌었다 까먹었다 하는 직업이다. 따라서 돈을 종이쪼가리로 치부해야 될 수 있는 것이 상인이란 말이다. 내가 그럴 수 있을 것 같은가? 절대! 네버! 말했잖은가. 난 도둑 길드에서 자랐다고, 도둑들은 돈을 냉철하게 볼 수 없다. 그건 용병도 마찬가지. 환경이 그러니 나도 그럴 수밖에, 이건 현명함과는 별개의 문제다. 어쨌든!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겠다.
-아카테스 쥬렌 윌 실버스피어의 이야기
난 고대 유물을 연구하기 위해 트래져 헌터가 되었다. 본디 트래져 헌터의 주요 목적은 보물을 찾는 것, 그러나 많은 보물들은 인위적으로 모으지 않는 한은 발견할 수 없다. 결국 유적 같은 곳을 찾아야 한다는 소리다. 보통은 빈 드래곤 레어나 잊혀진 제국의 왕궁, 또는 왕 또는 왕비와 같이 신성하다고 생각되었던 자들의 무덤일 경우가 많다. 여자인 내가 트래져 헌터가 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유적들은 굉장히 복잡한 암호나 미로로 꼬여 있고, 내가 그걸 꽤 잘 푸는 편이기 때문이다. 보통은 그런 사람은 마법사인 경우가 많지만 아쉽게도 난 마나가 높지 않은 편이다. 마법이란 건 정해진 흐름이 마나를 의지대로 움직여 흐름을 깨서 발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마나가 적으면 제대로 마법을 할 수 없다.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고, 그럼 꽤 실력자인 남자들과 다니는 건 여러모로 위험하다고 생각될지 모르나, 내가 아무 생각 없는 줄 아는가? 다 각오란 게 있기 때문이다. 우후후(나보다 이쁜 여자들이 줄줄이 따라다녀서라는 말은 죽어도 못해! 라는 테스)내 성격은 진지한 편이지만 가~끔 이성을 잃으면 좀 심하게 망가지기도 한다. 더 뭔가를 알고 싶다면 그냥 평범한 외모에 평범한 성격을 가진 20대 초반의 여자를 생각하면 된다. 에 구체적으로 웨이브 진 짙은 금발에 좀 큰 갈색 눈에 피부는 보통이고…험험, 이성을 잃었었다고 생각해 주시길, 요즘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다 보니 성격이 약간 바뀐 거 같다. 뭐, 앞으론 정상적인 모습들만 보게 될 테니 이번 한 번 망가지는 것 정도는 상관없을 거라 믿는다.
-하노이 윌킨스 미카버의 이야기
난, 미리 말해두지만 절대 무식한 놈이 아니다. 아렌 그 자식이 자꾸 떠들어대도 개의치 말길 바란다. 내가 무식한 건 힘밖에 없는데, 쳇, 난 좀 소심해서 그런 식으로 놀리면 상처받는단 말이다. 가뜩이나 요즘 주운 이상한 아티펙트 때문에 힘 조절도 안 되는데. 그럴 땐 울고 싶다. 전에 쓰던-정말 아꼈던- 바스타드 소드가 그거 때문에 가루가…윽, 생각할 때마다 아까워 죽을 것 같아. 난 원래 용병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트래져 헌터가 되어 버린 희한한 케이스다. 대장 때문에 따라다녔는데, 검은 못 쓰고, 뭐 하나 제대로 만질 수도 없고, 그나마 뭐 부술 땐 꽤나 유용하긴 하지만, 하여간 별 특이한 경험이란 경험은 몽땅 해보게 되는 것 같다. 일행들도 너무 개성적이라 적응하기 힘들어,(솔직히 말해, 너도 개성적이야.) 특히 아렌 녀석은 나랑은 상극이다. 성격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악감정은 없는 것 같은데, 너무 뚱뚱하다질 않나-지가 너무 호리호리한 거다, 난 딱 보기 좋은 몸매란 말이야-나리가 많다질 않나-난 스물 넷이란 말이야. 대체 어디가 늙었다는 거야? 나보다 두 살 적은 주제에-분명히 말해두지만, 난 아렌 못지않은 동안이다. 피부가 좀 많이 까맣지만 절대 못생기지 않았다. 성격도 모난 데 없는 편이다. 좀 소심해서 문제지만. 그리고 중요한 건, 난 절대 머리가 나쁘지 않다. 뭐, 그다지 좋은 편이라고 하긴 그렇지만…말해 놓고 보니 좀 쪽팔리네, 내가 너무 열변을 토했나? 뭐, 내 소개보다는 아렌 녀석 이야기를 더 해 버렸네, 뭐, 앞으로 질리도록 보게 될 테니 많은 소개를 필요 없으리라고 믿는다. 한 가지만 당부하자면, 내 이름만 안 까먹어주면 고맙겠다.
첫만남-(아렌)
-Kyriel rota erCCin Elysia-
딸랑-
“무슨 일이지?”
“트래져 헌터 길드를 찾아왔습니다.”
아직 소년 티가 나는 청년은 진지한 표정으로 문패의 주인을 쳐다봤다. 백옥 같은 뽀얀 피부인데다 짙은 고동색의 머리칼이라 굉장히 어려 보였는지 그는 청년을 보곤 피식 웃었다. (게다가 키도 작은 편이었다.) 비웃음처럼 보이는데 비웃음으론 전혀 느껴지지 않는 희한한 웃음을 지은 키리엘, 아니, 이제 신이라고 부르자. 신은 유쾌한-그는 약간 선이 굵은 편이라 굉장히 괴리감이 느껴졌다.- 어조로 아렌에게 물었다.
“왜?”
간단한 물음, 그러나 긴 대답을 바라는 함축적(?)인 의미를 지닌 말이지만 아렌은 가뿐히 무시했다.
“돈 벌려구요.”
“그렇군.”
간단한 대답에 간단한 반응.
“좋아, 내 이름은 알겠고, 신이라고 부르면 돼.”
아…근엄한 얼굴에 가벼운 말투는 상당히…음…어쨌든 아렌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전 아렌 세이버 윈스티아스라고 해요.”
아렌은 그러곤 다시 한 번 꼼꼼히 신을 관찰했다. 굉장한 미남이었다. 뭐, 그라 입을 다물고 무표정일 때나 그렇지만, 어쨌든 저 이상한 성격만 아니면 여자 꽤나 울렸을 법 한데, 몸매도 꽤나 단련한 티가 완연했다. 완벽한 미모가 아닌가! 내심 놀라는 아렌을 향해 신은 생긋 미소를 지어 주었다-정말로 ‘생긋’ 웃었다. 그냥 보면 웃어본 적 한 번도 없는 듯한 냉미남인데!-
“저…길드원은 설마…….”
저 하나인가요? 밖에서 볼 때완 달리 사람 하나 누울 크기의 사무실이고, 사람의 흔적도 없었다. 흠…내가 잘못 찾아왔나…?
“응, 너 하나야. 좋지?”
“에?”
“돈 벌려고 왔다며? 보물 찾아다닐 땐 인원이 적어야 많이 가질 수 있잖아. 아! 그리고”
뭔가를 말하려던 신은 아렌을 잔뜩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는 입을 다물었다. 대체 그 심보는 뭔지, 아렌은 뭔가 말하려다가 조심스러운 인기척에 홱 돌아다봤다. 하기사, 조심스럽다고 해봤자 문 주제에 낼 소리는 다 냈지만.
딸랑-
“…….”
구불거리는 금발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자 분위기가 싸해졌다. ‘나 배운 인간이오’ 하고 광고하듯 손에 든 고서와 지적인 분위기로 봐서 길드원이 되려는 건 아닌 것 같았고, 세금 걷으러 나온 관리인 것 같았는데, 그런 아렌의 추측은 빗나갔다.
“트래져 헌터를 구한다면서요?”
…그 여인, 아니 테스의 딱딱한 사무적이 태도 덕분에 분위기는 녹을 줄을 몰랐다. 뭐, 신이 그런 분위기에 휩쓸릴 위인은 아니라지만.
“순식간에 두 명이 돼버렸네.”
농담식으로 말하는 신에게 동조하기엔 신의 농담은…유치하지 않은가! 음, 어쨌든 신은 친절하게도 ‘두 명이 되었으니 차를 대접해야지’라며 -그럼 아렌에겐 차를 내줄 생각이 없었단 건가?- 서랍을 뒤적이더니 찻주전자를 꺼내 차를 따라주었다. 테스와 아렌은 서랍에서 나오는 찻주전자를 황당하다는 눈길로 쳐다봤다. 거기다가 차에서 김까지 나오는 걸 보곤 서랍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이후로, 아렌과 테스는 신이 나간 것을 확인하곤 서랍을 뒤져댔다.)
“안 마셔?”
아렌은 수상쩍은 그 차를 노려보다 비장한 표정으로 원샷했다.
"에? 독극물이라 부글거렸던 게 아니었어!“
자기도 모르게 입 밖에 낸 말에 아렌은 얼굴이 빨개졌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풀렸다. 뭐, 자기가 내준 차를 그렇게 생각했단 걸 마음에 담을 만큼 신은 쪼잔한 위인이 아니라 아렌이 눈치 볼 필요는 없었지만.
“궁금한 거 없어?”
“없-”
“있어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의 신과 심각한 표정의 테스를 보며 아렌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뭘?
“왜 내 이름은 안 물어보죠?”
아아…그제서야 아렌은 저 여자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아, 이름이 뭐야?”
“…아카테스 쥬렌 윌 실버스피어.”
이거, 뭐 엎드려 절 받기도 아니고, 테스가 떨떠름하게 이름을 밝히자 신도 (형식적으로)이름을 밝혔다. 뭐…더 이상은 바라지 말자.
“신이라고 불러줘.”
“나는 아렌 세이버 윈스티아스, 잘 부탁해.”
순간 좀 복잡미묘한 눈빛을 받은 아렌은 생긋 웃어줬다. 그런 눈빛으로 보면 어쩔건데? 둘의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을 보고 하늘이 도왔는지, 문에 달린 방울이 울렸다.
딸랑-
“신~나, 레인한테 사과 받았다? 어? 이 사람들은 누구?”
갑자기 사무실이 시끄러워진 건 착각이 아니었다. 붉은 빛깔의 블론드에 푸른 눈이 돋보이는 어린 소년은 역시 생긴 것 답게 발랄(?)했다.
“나, 루아라고 불러줘.”
루아? 그건 달 이름이잖아. 아렌은 루아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달 이름은 사람의 이름으론 잘 쓰지 않는다. 그냥 미신처럼 그렇게 정해져 있는 거다. 이참에 달 이야기를 하자면, 달은 모두 다섯 개. 황금색 달인 루아, 붉은색인 베르윈, 푸른색은 시네트, 은색은 카디셀, 초록색은 노아르. 이 달들의 이름은 어느 나라 말도 아니며 함부로 사용해서도 안 된다고 어렸을 때부터 배운다. 쓸데 없는 얘기는 이쯤 해두고,
“루아, 이쪽은 아렌이고 이쪽은 아카테서.”
“응…아렌이랑 테스구나, 길드원도 생겼으니까 이제 노는 거야?”
노는…거? 왠지 불안해지는 아렌과 테스였다.
첫만남-(테스)
-Kyriel rota erCCin Elysia-
골목 한 귀퉁이에 쓰여진 문채를 슬쩍 쳐다보고는 문손잡이에 손을 얹은 테스는 특이한 문패를 보고는 멈칫했다. 문패의 대소문자가 딱 봐도 문제가 있지 않은가.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테스는 근처에 쪼그리고 앉아 항상 들고 다니는 종이와 펜까지 꺼내 들고 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뭐 보통 사람들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간단하게 생각하면 답이 보인다. 간단히 들어가서 물어보면 되지 않는가,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들이 있는 것 같다. 테스야 이게 트래져 헌터의 테스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긴 하지만.
어쨌든 풀릴 리가 없는 문제로 잠시 시간을 낭비했던 테스는 포기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사무실 문 주제에 가게에서나 들릴 법한 청명한 방울 소리가 울렸다.
딸랑-
조심스럽게 들어가자 2% 부족한 신의 사무실이 나타나며 신과 아렌의 모습이 테스의 눈에 들어왔다. 뭐, 믿고 싶지는 않겠지만 신은 굉장한 미남이 아닌가. 잠시 할 말을 잃은 테스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
“트래져 헌터를 구한다면서요?”
자신도 모르게 경직된 말투를 쓴 테스는 조용한 침묵에 싸였다.
“순식간에 두 명이 돼버렸네.”
테스는 침묵을 깨 준 신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아무리 그게 썰렁한 농담이고 외모완 전혀 안 어울릴지라도 말이다. 잠깐, 두 명이라니? 이거…원래 트래져 헌터란 게 되고 싶다고 찾아오면 무조건 오케이였던가? 테스는 궁금한 걸 넘겨버리곤 넘어가려 했는데 생각해 보니 통성명도 안 했……
“두 명이 되었으니 차를 대접해야지.”
테스는 이어서 서랍에서 나오는 찻주전자에 물어볼 말을 까먹었다.
찻주전자가 왜 나무 서랍에서 나오는 거지? 테스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이 아렌은 신이 따라준 차를 진지하게 노려보다가 결심한 듯 원샷했다.
“에? 독극물이라 부글거렸던 게 아니었어!”
아렌의 솔직함에 웃음이 새어나올 뻔한 테스는 입을 가렸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어쨌든 차 덕분인지는 몰라도 테스는 여유를 찾았다.
“궁금한 거 없어?”
…그리고 보니 물어볼 게 있었는데?
“없-”
“있어요.”
…뭐더라? 아! 이름 안 알려 줬는데!
“왜 내 이름은 안 물어보죠?”
“좋아, 이름이 뭐야?”
“아카테스 쥬렌 윌 실버스피어.”
무슨…이름은 사실 신이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데, 민망해진 테스는 고개를 숙였고 아렌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신이라고 불러줘.”
“나는 아렌 세이버 윈스티아스, 잘 부탁해.”
반말? 10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아렌을 보며 테스는 약간 기분이 나빠졌다. 원래 초면엔 경어를 써야 뭐 신은 경어가 안 어울려서 넘어간다지만.
어쨌든 테스의 눈빛이 바뀐 것을 알아차렸는지 아렌은 얼음도 녹일 듯한 화사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이런, 저런 성격은 다루기가 까다롭다. 자존심이 강하고 머리가 좋은 스타일이라서, 내가 끌려 다니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은데.
딸랑-
“신~ 나 레인한테 사과 받았다? 어? 이 사람들은 누구?”
붉은 빛이 도는 금발이 특이한 머리색을 가진 소년이-10살 정도?- 뛰어들어오며 사과를 신에게 내밀었다.
“나 루아라고 불러줘.”
특이한 이름이다. 그 이름은 저주받을 거라고 해서 쓰지 않는다. 다섯 개의 달은 달 이외에 그런 이름을 쓰는 사람은 일찍 죽는다던가?
“루아. 이쪽은 아렌이고 이쪽은 아카테스.”
“웅…아렌이랑 테스구나, 길드원도 생겼으니까 이제 노는 거야?”
노는 거라니? 그럼 저 애도 같이? 궁금증은 뒤로 하고, 신과 루아는 아렌과 테스를 남겨 두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대체 대장이란 사람이 왜 그렇게 무책임한 거야? …그리고 보니 물어볼 게 많았는데! 크흑, 난 붕어 기억력이었던 건가? 이쯤 되니 신이 일부러 빠져나갔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사기꾼 아냐?
어쨌든 문만 쳐다보는 테스는 놔두고, 아렌은 아까 그 서랍을 뒤지고 있었다. 나…이상한 길드에 들어온 게 아닐까?
“테스라고 했지? 이것 좀 봐봐.”
“뭘?”
“내 직감에 의하면 여긴 분명 뭔가가 있다고.”
아렌은 그러면서 서랍을 톡톡 두드렸다. 하긴, 이상한 서랍이긴 하지, 고개를 끄덕이며 서랍 문을 쳐다본 테스는 희한한 서랍이란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신은 왜 이딴 서랍을 만들어 놓은 거냐! 하지만 인간이란 저런 이상한 걸 보면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법, 내친김에 서랍 구석의 글귀를 읽었다. 괜히 이런 서랍을 갖다 놓지는 않았을 테니…괜히 갖다 놓은 게 아니라고? 순간 테스와 아렌의 머리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덜컹덜컹
“이 인간이! 사람을 가둬 놓으면 어쩌란 거야!”×2
사무실의 닫힌 문을 붙잡고 황당해하는 둘이었다.
트래져 헌터가 되는 길
괜히 문 붙잡고 있어 봐야 시간 낭비라는 걸 아는 테스와 아렌은 다시 서랍으로 돌아갔다. 어차피 이 둘이 서랍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도 꼭 뒤져보게 만든 신의 고단수의 술수였던 거다. 들어올 땐 넘어갔었던 남자의 초상화가 꼭 비웃는 것 같기도 했다.
“자유는 여러 방향에서 온다. 그렇지만 구속의 길은 한 가지.”
테스가 중얼거리자 아렌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결국 이 방에서 나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지 모르지만 트래져 헌터가 되려면 신이 만든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거군, 어때? 풀 거야?”
“당연하지 않아?”
“하긴, 그냥 부수고 나가기엔 기분 나빠.”
아렌은 테스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안 열리는 서랍이 열쇠로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하곤 그대로 주먹으로 내리…쳤을 리가 없잖은가, 손 아프게. 대신 주머니를 뒤져 연장을 꺼내기 시작했다-잡동사니에 가까웠지만-
“남의 집 문 따는 데는 핀이 좋은데, 핀 없어?”
“없는데.”
“음…이 서랍 말고 다른 서랍은 열릴 것 같기도 하고,”
아렌의 말에 테스는 다른 서랍을 열어 보고는 안에 꽉 들어찬 서류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핀이 이런 데 있을 리가 없으니까,
“잠깐, 지금 왜 고개를 저은 거야?”
“아무것도 쓸만한 건 없-”
“서류 꺼내 봐.”
아렌의 박력에 서류를 꺼낸 테스는 갸우둥했다. 이게 뭐? 서류가 클립으로 정리되어 있을 뿐이잖아. 테스의 생각과는 달리 아렌은 클립을 뽑아서는 일자로 구부려 열쇠 구멍으로 꽂았다.
“…대단한데?”
“그럴 것 까진 없어. 만약 남의 집에 들어가서 이런 식으로 잠겨 있으면 흔히 하는 방법이니까.”
드르륵-
어쨌든 힘들게 연 서랍엔 달랑 종이 한 장만 들어 있었다. 뭐 열 기대는 안 했다지만 막상 썰렁한 서랍을 보니 기운이 빠졌다. 종이는 대충 접혀져 있었고, 펴 보니 휘갈겨 쓴 글귀가 있었다. 누가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한 악필이었다.
<그는 물에 녹는다>
“아 그렇군, 어쩌란 말이지?”
“그는 물에 녹는다. 일단은 그를 찾아야겠지.”
당연한 소리를 하면 맞을 인간이다. 특히나 이런 상황에선. 그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 사람이라곤 테스와 아렌뿐인데, 서로 물을 끼얹으며 녹는다? 그게 말이나 되냔 말이다.
“녹는다라, 물감은 녹지?”
“유성 물감은 안 녹지.”
“수성 물감은 녹을 것 아냐?”
아렌은 벌떡 일어나서 신이 꺼내놓은-식어가고 있는- 차를 들고 아까부터 기분 나빴던 초상화에게 끼얹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물감이 녹아내렸다. 유성 물감으로 그려진 초상화에 덧씌워졌었던 수성 물감이 녹으며 벽을 물들였는데, 초상화 밑에 뭔가가 쓰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테스! 아예 주전자째 갖고 와봐!”
초상화는 태어난(?) 이래 없었던 목욕에 심히 볼썽사나워졌고 아렌과 테스는 손이 더러워지든 말든 열심히 씻겨 주었다. 수성 물감이 다 씻겨 나가자 아까의 그 글씨체로 ‘고양이의 담장’이라고 쓰여 있었다.
“좋아! 이제 나가자.”
어리둥절해진 테스는 멍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고양이의 담장이 뭔데 좋다는 거지?
“고양이의 담장이 뭔데?”
“은어야. 뭐, 이 근방에선 데이즈란 술집으로 통하지만 원래 뜻은 도둑 소굴이라는 뜻이지.”
“…대체 넌 뭐 하던 녀석이야?”
“도둑질, 솔직히 난 그 쪽이 더 궁금해. 특히 그 옷”
아렌이 테스를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테스의 옷은 흔히 볼 수는 없는 짧은 스커트에 제복처럼 생긴 옷이었다. 왼쪽 가슴엔 애머랜스 꽃(이 나라의 상징)이 그려진 마크가 있어 아렌은 관에서 나온 사람인 줄로 착각했었다.
“아카데미 교복?”
아카데미란 예술이나 학문을 가르쳐 현자(학자)와 예술가를 배출하는 나라에 하나뿐인 곳이다. 총 정원이 100명 정도니, 귀한 인재일뿐더러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들인 거다. 그런 사람이 왜 트래져 헌터가 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헤에, 땡땡이?”
“그럴 리가 없잖아, 몇 년 휴학한 것 뿐이야.”
“몇 년? 잘린 게 아니라?”
“잘리다니! 누가?”
발끈하는 테스를 보며 아렌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알다시피 난 도둑 출신이니까 소지품 관리 잘 하라구.”
아렌은 농담처럼 한 마디 하고는 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쾅!
“이거 한번 꼭 해보고 싶었단 말이지.”
그리곤 브이를 그리는 아렌. 테스는 생각지도 못한 아렌의 괴력에 아연해졌다. 오랜만(?)에 보는 햇빛에 (사무실엔 창문도 없었다.) 시분이 좋아진 둘은 여유롭게 사무실에서 나와 골목을 돌아 대로로 나올 수 있었다.
뭐, 수도가 아니라서 한적하긴 했지만 대로는 대로니까. 세안은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도둑이란 직업은 바다나 산에서 작업(?)할 게 아니라면 시골은 피해야 하는 직업이다. 아렌이 하필 세안에서 살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가장 큰 도둑 길드에서 자랐으니까, 뭐, 이젠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예로부터 수도에는 암살자 길드, 두 번째로 큰 도시는 도둑 길드. 해안에는 상단, 숲 근처 잘 사는 도시에는 용병 길드, 구석진 곳엔 마법사 길드가 있더랬지, 트래져 헌터 길드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해.”
“하긴, 트래져 헌터를 뽑을 때가 가장 까다롭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아닌 걸로 봐서 의외로 평범할지도 모르지.”
어느새 친해져서 수다를 떠는 두 사람, 역시 사람은 같이 역경을 헤쳐 나갈수록 친해지는 건가 보다.
“앗!”
“잘 보고 다녀.”
“아, 네”
아렌이 테스와 이야기하며 걷다가 어떤 남자와 부딪혔다. 키가 아렌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는데 갈색 톤의 피부를 가진 보기 드문 미남이었다. 신처럼 탄성이 나올 정도는 물론 아니었지만. 아렌은 웃으며 사과하곤 테스와 함께 자리를 떴다.
그렇게 대로변을 한참 걷고 있다가 Days라는 간판을 발견한 아렌은 주저 없이 안으로 들어갔고 테스는 망설이다 따라 들어갔다.
시끌벅적한 게 꽤나 인기 있는 술집인 것 같았는데, 대낮부터 웬 술이래? 이해할 수 없는 주정뱅이들은 건너뛰고, 아렌은 바(bar)로 가선 웨이터에게 물었다.
“여기, 긴 블론드를 땋아서 늘어뜨린 남자랑 붉은빛 블론드를 가진 남자애 왔었나요?”
“아~ 신이랑 루아 말인가? 그래, 암호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말문이 잠시 막힌 아렌, 암호라니 뭐 도둑 길드도 암호가 있긴 하지만 도저히 찍을 수 없도록 문장으로 만들어 놓는다. 여기도 그건 마찬가지…문장이라고?
“자유는 여러 방향에서 온다. 그렇지만 구속의 길은 한 가지.”
“오, 머리가 좋은걸? 꼬마, 저 아가씨도 같이 온 것 같군, 잘 외워 둬, 그게 트래져 헌터의 선서니까.”
“그런데 왜 여기가 고양이의 담장이죠?”
컵을 닦고 있던 웨이터는 겁을 내려놓고 슥 하니 손을 앞치마에 문질렀다.
“훗, 그거야 우리 집이 잘 되는 게 배 아픈 놈들이 그렇게 불러서 된 거라구.”
“……”
아저씨 생긴 게 소도둑 같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지만 테스는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게 외모 갖고 뭐라 하는 것이 아닌가.
“뭐, 그건 넘어가고, 트래져 헌터의 지부를 소개하지, 따라와.”
꼭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는 웨이터 아저씨의 화술에 더 할 말이 없어진 아렌과 테스는 잔뜩 긴장한 채 바 뒤쪽의 문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여기는?
“주방이잖아?”
뭔가 근사한 비밀장소를 떠올리며 기해하는 마음이 없니 않아 있었던 아렌과 테스는 좀 깔끔한 거 외엔 특이할 것 없는 주방을 보곤 현실도피를 하고 싶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주방 한 켠에 쪼그려 앉아서 주방 음식을 까먹고 있는 신과 루아를 발견했던 거다. 아니, 정확하게는 신이 먹고 있었지만.-다시 강조하는데, 저언혀! 어울리지 않았다.
“어 너희들 왔어?”
“아렌, 테스? 여기가 트래져 헌터 지부야. 길드원이 된 것을 환영한다~!”
입에 뭐 물고 말하지 말했으면 좋겠는데요 신.
백수는 한순간이다-(하노이)
다 큰 남자가 멀쩡하게 생겨서는 구석에 쪼그리고 우울한 오라를 풍기고 있었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본 동료들은 고개를 저었다.
“저 녀석, 또 왜 저래?”
“지갑 도둑맞았대.”
“돈 없잖아.”
“놔 둬, 하노이 저 녀석은 이런 도시에 오면서 소매치기 생각도 안 하냐, 순진하다니까.”
그랬다. 그 남자는 하노이 윌킨스 미카버, 이래봬도 용병단 단장이다. 높은 직위(?)치고는 상당히 젊은 하노이에게 한 가지 흠은…소심한 성격이란 거. 이 소설을 잘 읽은 분들이라면 하노이의 지갑을 누가 훔쳐갔는지 금방 나올 테지만 뭐, 하노이야 그런 걸 알 턱이 없잖은가, 그러니 혼자 속을 썩일 수밖에, 용병치곤 너무 순진한 게 죄랄까.
“…돈 벌러 가자. 이번에 어디서 의뢰 안 들어왔어?”
목소리 톤이 한 옥타브는 내려간 듯한 하노이의 말투에 동료들은 군말 없이 일어났다.
“상단에서 저 숲 너머까지 부탁한다던데?”
“일주일은 걸릴 텐데, 좋아 하자.”
저 녀석 좋은 거 맞아? 에이, 뭐 어차피 하노이의 기분은 금방 풀어지지…않는데, 꽁한 녀석이라 아마 두고두고 곱씹으며 우울해할 거다. 저것도 참 힘든 성격이 아닐까. 어쨌든 대장이 시키는데 안 할 수는 없지. 동료들은 할 수 없다는 듯 일어나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었다. 뭐, 그게 하노이 심기를 더 긁어 놓기는 했지만.
--------------------------------------------------------
(여기서 용병단은 하노이를 제외하고 전멸당하고 망연자실한 하노이를 신이 주워오는 게 뒷이야기였어^^;;)
첫댓글 빨리 보물찾으러가자~ㅋㅋ
중간에 오타있던데
수정이 안돼서ㅜ
<출 거야?> 랑 <테서!>
원래는 풀거야?랑 테스 같은데ㅋㅋ
아앗 그런 오타가!
오타찾기 포기ㅠㅠ 너무 길어
사무길에 갇히고나서
잘 읽어봐 ㅋㅋㅋ
미션 컴플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