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이병창
이승의 가장 낮은 자리를
찾아
나는 늘 가고 있다
불먹은 가슴이어서 일까
아니면 하늘이 심어준
역마살 때문일까
흐르고 흐르다가 온몸이 부서져도
돌 박힌 시냇물이 아니라면
무슨 재미로 살 수 있을까
이곳에서
숨만 쉬고서야 살 수 없지
황금의 밥그릇 속에 머물수야 없지
산다는 건
내 몸이 부서져서 터져나오는
노래를 만나는 일
그 음악 속의 하늘을 만나는 일이지
몸살의 가슴을 앓는 일몰의 바다에서
바다보다 낮은 하늘을 찾아
마침내 떠나는 일이지
1월 1일 진천 이월면 중앙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시누이들은 서울로 향하고 나는 시부모님과 함께 진천 농다리를 찾았다.
그간 내린 눈은 전혀 녹지 않고 처음 만나는 농다리의 첫인상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친근하기 까지 하다........
전혀 가공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런 모양과 다양한 크기의 돌들이 꼭 알맞은 위치에 놓여져 꽤 길다란 다리가 되었다.
이 돌다리는 신기하게도 홍수 때 석축이 무너지더라도 떠내려 가지않고 그자리에 있어서 물살이 진정되면 다시 그 돌들을 모아 다시 다리를 이을 수 있다고 한다. 중부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하는 나는 늘 찾아오고 싶었었었...........다.
시어머님은 다리와 허리가 아프셔서 차안에서 기다리시고...... 역시 우리와 같이 초행이신 시아버님께서는 지팡이에 의지하며 다리를 건너시며, 정말 대단한 다리라고 감탄을 하신다. 민둥산이 눈에 거슬리지만, 초록으로 덮였을 때 다시 오고 싶어졌다. 짜릿하다. 아마도 싸하게 상쾌한 공기가 깊은 폐부의 가느다란 혈관까지 전해졌나 보다. 나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시가 있었다...... 살얼음에 반사되는 나무와 하늘...... 멀리 작게 보이는 九旬의 시아버님의 형상과 천년동안 울퉁불퉁하게 쌓여진 돌들과 그 위에 어지럽게 쌓여있는 며칠 안된 하얀 눈......
거창하게 '여행'은 아니지만 몇시간의 나들이가 나의 숨통을 겨우 틔워주었다
나는 물이 되고 싶다......
그래서 천년동안 그자리에 있는 돌을 휘감아 보기도 하고.......
하늘보다 낮게 흘러
붉어지기도 하고 검어지기도 하고
잔잔하기도 하고 거칠어지기도 하는
변덕쟁이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그 바다로 가고 싶다......
첫댓글 진천 농다리 사진 잘 봤어요~깨달음을 전수하여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