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12시 40분에 제주 공항에 도착했다.
이미 걸을 준비를 다 해 가지고 왔기 때문에
따로 준비할 것 없이 바로 제주도 땅을 걷기 시작했다.
공항 정문으로 나와서 직진해서 1km정도 가니 12번 국도가 나왔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 예정이었기 때문에 서쪽을 향해서 걸었다.
12번 국도는 제주도에 가장 바닷가 쪽으로 나 있는 국도다.
중간 중간에 연결된 해안도로가 있지만 그 외의 길은 12번 국도가 가장 해안에서 가깝다.
제주 공항에서부터 약 한 시간 정도를 걸으니 배가 고팠다.
마침 도로변에 서부관광휴게소라는 식당이 있어서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옥돔정식(8,000)이 보였다.
옥돔정식을 시키고는 갈증으로 말라있는 목을 시원한 물로 축였다.
옥돔정식은 조금 콜콜했지만(상한 것이 아니고 삭은 냄새),
그런 의미에서 제주산이 확실했고 맛도 좋았다.
에어컨도 시원하고 주인도 친절했다.
나오니 2시 50분이었다.
일년 중 가장 더운 날에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작열하는 태양 속을 뚫고 강행군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낮의 태양의 열기는 몸을 달아오르게 하여 정신까지 혼몽하게 하였다.
하지만 가끔씩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의외로 차가운 기운이 있어 더위를 식혀주었다.
이호 해수욕장에서 조금 헤매는 바람에 지치기는 했지만
두어 시간 후에는 하귀에서 애월로 가는 해안도로로 진입할 수 있었다.
길 진입 전에 갈증 때문에 물을 사려고 길가에 있는 큰 마트에 들렸더니
얼린 물이 없어서 일단 미지근한 물이라도 한통 사서 목을 축였다.
여름에 도보여행에서 물은 반드시 얼린 물을 사야 한다.
이상하게도 미지근한 물은 아무리 먹어도 갈증 해소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얼린 물통을 수건에 싸서 배낭 물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아무리 뜨거운 날씨에도 한 나절은 얼음이 녹지 않고 남아 있어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조금 가다보니 조그마한 동네 어귀에
(애월까지 가는 해안도로 변에 있는 해광슈퍼, 할머님께서 이빨이 빠졌다고
사진 찍으시면서 부끄러워 하시는 모습^^*)
슈퍼가 하나 있어 얼린 물을 살 수 있었다.
제주도 해안도로 쪽의 구멍가게에는 거의 다 얼린 물을
자전거 하이킹 족들에게 팔려고 준비해 두고 있었다.
마침 그늘진 곳에 탁자와 의자가 있어서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고 한참 동안을 쉴 수 있었다.
그 옆에 평상에서 노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어디서 왔냐며,
또 더운데 힘들게 무슨 고생을 사서 하냐며 염려해주셨다.
그런데 그 분들끼리 말씀하시는 것은 제주도 사투리가 너무 심하여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제주도 사투리가 심한 줄 알았지만 전혀 의사소통이 안 될 정도인 줄은 몰랐다.
동네를 나서니 발에 힘이 절로 솟았다.
걷기는 다른 운동하고는 달리 쉬고 나면 바로 힘이 솟는 것이 좋다.
(해안 도로에서 돌담밭 너머로 바라 보이는 바다가 시원하다.)
(해안도로 변에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 걷기에 안전하고 편안하다.)
해안도로의 경치는 놀라울 정도로 절경이었다.
용암이 흘러내리다 굳은 온갖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화산 폭발과 관련된 산 자료가 바닷가에 즐비했다.
한 마디로 자연사 박물관이었다.
저녁노을 또한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애월 가는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저녁노을, 놀빛 속에 조각배가 외롭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가 바다 수면에 가까워질 때에는 별천지를 이루었다.
마침 날씨도 좋아 바다의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은 행운이었다.
이호해수욕장에서 조금 헤매는 바람에 애월까지 못 가고 고내리에서 자기로 했다.
고내리 마을 가기 전에 해안도로변에 멋진 펜션들이 새로 지어져 있었다.
하지만 펜션들은 예약이 다 되어 있어 방이 없었고 가격도 8만원씩이나 했다.
하는 수 없이 피곤한 다리를 끌고 고내리 동네에까지 들어오니
들어오는 입구에 할머니 두 분이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할머님께 민박을 여쭈었더니 흔쾌히 아는 집으로 데려다 주셨다.
민박 주인아주머니는, 에어컨 있는 방은 5만원인데 4만원으로 흔쾌히 깎아 주셨고
참외도 대여섯 개나 가져다주셨다.
제주 공항에서 고내리까지는 약 15km 정도 되었으나,
이호해수욕장에서 헤매었기 때문에 거의 17km정도는 걸은 것 같았다.
이동 거리(17km) : 제주공항 --> 이호해수욕장 --> 하귀초교(해안도로 진입) -->고내리
첫댓글 왜 사진이 안 나오는 걸까요? 알려준 대로 메모리를 축소해서 올렸는데........, 누구 잘 아시는 분 지원 좀 부탁드려요.
사진은 안보이지만...대신 아쉬운대로 자료실에 올려 주시면 좋겠네여..글구 친절한 걷기 여행기 정말 감사 드립니다. 저두 언젠가 제주도 도보 여행을 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맘이 생깁니다. 늘 건강 하시고..행복 하세여..^^*
사진들이 정말 예뻐요...
지도까지 마련해주시구. 세심한 배려 감사드립니다.
훌륭하십니다 ^^
아공, 부러워라...올 여름에 제주여행을 도보로 하고 싶어요....
아~~~ 정말 부럽네요^^
어라...저희동네에서 주무셧다니..ㅎㅎ
더운데 무슨 고생을... 부러운 고생 첫날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