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이 지난 세밑, 기름값을 기습적으로 인상했다. 이들 정유사들은 기름값을 인상하게 된 이유로 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을 들고 있다. 하지만 국제원유가가 곤두박질 칠 때는 소비자가격인하에 인색했던 정유사들이 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을 이유로 연말에 약속이나 한 듯이 거의 동시에 기습적으로 기름값을 올린 것은 너무 지나친 상혼(商魂)이라 아니할 수 없다. 원유가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세계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속적인 내림세를 보이다 지난 99년7월 이후 최저치인 배럴당 17달러선까지 떨어졌다. 당시 국내 정유사들은 이같은 국제 원유가의 큰 폭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격은 ℓ당 고작 20원 정도 내리는데 그쳤다. 이는 세금을 제외한 원가(ℓ당 345원)를 기준으로 한다고 해도 원유값 하락의 5분의 1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기름값 인하에 인색했던 정유사들이 최근 석유수출기구(OPEC)의 감산 결정으로 배럴당 20달러 수준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재빨리 기름값을 인상했다. LG칼텍스 정유, S-오일, 현대정유등 3사가 구랍 28일과 29일 이틀간에 걸쳐 휘발유 값을 ℓ당 15원씩 올린데 이어 SK(주)가 하루 뒤인 30일 휘발유를 비롯 보일러와 실내 등유가격을 ℓ당 15원, 경유를 ℓ당 10원을 기습 인상한 것이다. 가격 자율화가 실시되고 있고, 국제 원유가도 OPEC의 감산 결정에도 불구, 하고 큰 폭의 상승이 아닌 소폭 오름 세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도 국내 유명 정유회사들이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3일 간격으로 휘발유값을 ℓ당 15원씩 올린 것은 담합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들의 유류값 인상이 소비자들의 가계부담을 고려치 않은 데다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까닭에서다. 우리는 이번 유류값 인상이 합리적인 금액인지 또 담합은 없었는지 공정거래위의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기름값의 기습인상은 올해 수돗물값과 우편요금 인상이 확정되고 철도와 시외^고속버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한 상태에서 서민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휘발유 등에 붙고 있는 교통세 등 세금부과체계가 잘못돼 소비자 가격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