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따닥, 둥, 둥, 둥...' 화려한 조명 속에서 중국집 철가방과 페트병, 생수통과 후라이팬이 후련하게 난타 당한다. 객석의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까르르 웃으며 흥을 돋운다.
오는 9월 브로드웨이 진출 전초전을 앞둔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연출 최철기, PMC프로덕션) 공연은 사물놀이를 중심으로 한 농악과 서양식 공연양식이 융화된 퓨전 스타일 이다. 재미있는 공연이었다. 한 마디로 돈 벌게 되어있는 공연이다. 공연에 이어 사인회가 이어졌다. 프로그램을 사 기다란 줄 뒤에 서며 이들의 상술에 기분 좋은 웃음이 났다.
기무치와 김치가 접전을 벌이고, 일본인이 고추장을 좋아한다는 뉴스에 어서 빨리 한국이 고추장의 종주국임을 만방에 알려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는 국제 마케팅 시대. 왜 국제 무대에선 중국의 사자춤만 넘쳐나고 한국의 탈춤은 자리를 찾지 못할까? 맨해튼에는 '스시 중독'(sushiholic)임을 자처하며 하루가 멀다하고 일식집을 찾는 뉴요커들이 늘고 있는데, '이 맛있는 한국 음식은 왜? 왜?' 하며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던 적이 많았다.
세계 각 나라에는 그 나라의 환경과 정서에 맞는 타악기 문화가 형성돼 왔다. 아프리카 열대우림 지역에 길고 속이 빈 나무통에 곡식을 넣어 만든 악기가 있다. 악기를 아래위로 천천히 움직이면 시원한 물소리, 숲소리가 난다. 하와이에서는 폴리네시안들의 열정적 북소리에 전세계 관광객이 몰려들고 뉴욕에는 오프오프 브로드웨이의 '블루맨 쇼(Blueman Show)' 가 수년째 독특한 유머와 끼를 한껏 발산하며 관객을 매료하고 있다.
세계로 진출하는 난타의 국제 마케팅전략과 대표 송승환
한국에는 사물놀이가 있다. 한국의 난타가 2년여 일정으로 북미 공연에 나서게 됐다. 국내 공연물 가운데 최고인 4백만 달러를 받고 나선다.
이제까지 공연 회수 1천6백여회, 관람객수 78만여명, 공연국가만도 13개국 이다. 이 공연을 고안한 송승환 대표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라는 말에 반기를 든다.
그는 '한국적인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사물놀이에 보편적 엔터테인먼트의 요소를 융합했으며, 국내는 물론 일본 현지 여행사에 커미션을 주고 난타공연을 한국관광 패키지에 넣는 마케팅 수완을 발휘했다.
(이코노미스트 7월31일자)
한국인의 숨소리, 맥박 소리를 담아내는 농악을 기발한 시공간적 틀 속에서 극화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난타.
사물놀이를 말랑말랑한 문화상품으로 변모시키는 송 대표에겐 세계를 향해 먼저 손을 내미는 패기가 있다. 지난해 7월 국내 첫 전용 극장을 열며 한국의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한 난타가 더욱 가다듬어진 모습으로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길 기대한다.
난타와 같이 '당차고 세련된' 한국의 문화상품이 많이 생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