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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관광산업
1. 여행을 출발하며
2004년 올해는 유난히도 더운 날씨다. 이제 방학도 한달이 체 남지 않았다. 8월 8일부터 11일까지 3박 4일간 일정으로 제주도 휴가를 떠났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 홀가분 하기도 하거니와 더위에 지쳐 심신을 달래고 잠시나마 멀리 철석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에서 였다. 특별한 여행계획은 아예 없었다. 골치 아플뿐만 아니라 그냥 발길가는데로 무작정 돌아다니고 싶어서였다. 미리 준비해둔 것은 비행기표, 서귀포 통나무집 민박, 랜트카를 인터넷으로 예약해 두었을 뿐이다.
2. 제주도 볼거리에서 기억나는 것들
대구에서 9시 50분 비행기를 타고 정확히 1시간 후에 제주 공항에 안착했다. 공항입구에서 렌트카를 타고 무작정 서부해안도로를 끝없이 달리다가 적당히 배가 고파 아무 곳에서나 점심식사를 하였다. 토종흑돼지고기와 해물 뚝배기였다. 사실 이들 음식은 제주도 특산식품으로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별로 선택에 어려움이 없었다. 시장이 반찬이라 가족 모두가 대체로 만족하는 눈치였다.
서귀포로 가는 서부해안도로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한림지역에 있는 협제해수욕장과 한림공원이다. 이 해수욕장은 바로 지척의 거리에 비양도를 두고 있고 바다 색깔이 에메랄드색을 발하고 있었다. 바로 지척의 거리에 있는 비양도는 초록색 풀과 바위가 너무나도 포근하여 그냥 달려가고 싶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주변에 있는 한림공원은 정말 한국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공원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흡사 미국 델라웨어 부근의 듀팡의 생가가 있는 롱우드가든을 연상시킬 정도로 정원이 잘 가꾸어 있었다. 이 곳을 방문한 사람중에는 중국의 장쩌민 주석, 북한 대표단 전금철 단장 등 한 동안 한국뉴스를 사로 잡았던 쟁쟁한 명사들의 방문록이 눈에 띄었다. 이 곳은 천여종의 식물과 쌍용굴, 협재굴, 다양한 수석과 분재, 이름모를 수많은 아열대성 식물들, 야자수길, 정말 이국적 풍물을 만끽하기에 충분하였다. 도대체 한국에서도 이런 공원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림공원 입구>
이렇게 첫날 여행은 그런대로 만족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민박집이었다. 20평의 통나무집이라 왠만한 아파트크기였다. 서귀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된 보목마을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칼호텔이나 파라다이스호텔과는 지척의 거리였다. 주위는 감귤나무로 뒤덮여 있고 이층에서는 서귀포 앞바다가 내려다 보였다. 콘도형이라 치솔만 가지고 오면 된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씀이 사실이다. 정리 정돈이 너무 잘 되어 있었고 조용하고 청결하고 아름다움이 통나무와 절묘하게 조화를 연출하고 있었다. 아침 저녁은 철저히 가족이 직접 요리를 하였으며 재래시장에서 싱싱한 반찬거리를 사 해물탕을 직접 만드는 재미도 여행 중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서귀포 통나무집>
다음날은 어제와는 반대로 제주도 동부해안도로를 따라 성산일출봉과 우도까지 달렸다. 구비 구비 감도는 해안도로는 정말 이국적 감흥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우도에서 유람선으로 우도와 성산일출봉을 한바퀴 돌았다. 우도는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이라 붙여진 이름이며 성산일출봉은 정상이 커다란 화산분화구로 주위는 99개의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왕관모양을 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바다 위에서 보아야 뚜렷한 형체를 감상할 수 있다. 오는 길로는 산굼부리와 성읍민속마을을 방문하였다. 산굼부리는 국내 유일의 용암분출 없이 화산폭발로만 이루어진 거대한 분화구다. 분화구가 거대하고 웅덩이의 높이에 따라 다양한 수목들이 울창하여 절묘한 경관을 형성하고 있었다. 특히 주변 잔디와 인도는 고무줄로 엮어 걸어가는 감촉이 특이한 느낌을 주어 제주도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성읍민속마을은 민속촌 박물관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안동 하회마을처럼 사람이 기거하고 주로 장사촌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장사 속이 너무 들여다보여 민속적 흥취는 온데 간데 없고 장사 속만이 남아 있어 무언가 이게 아닌데 하는 불평이 나왔다.
10일 여행 3일 째 날은 서귀포 일대 중문관광단지를 샅샅이 뒤졌다. 먼저 한라산 등산로 중 가장 가까운 영실암까지 차로 올라갔다. 영실기암은 1200m 높이 까지는 차로 진입할 수 있는 곳이다.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 오르는 등산코스 4개 중 가장 가까운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휴식년이라 이곳을 통해 백록담에 오르는 길은 통제되고 있다. 영실기암 자체는 기암괴석으로 기이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굼주린 가족중 일터로 나간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음식을 하다가 발을 헛디뎌 끓는 솥에 빠지자 허기를 채우기 위해 자식들이 허겁기겁 먹다가 뼈를 발견하고는 이 것이 바로 자신의 어머니 뼈임을 알고 대성통곡하여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영실기암까지는 올라가지 못했으나 바로 등산 휴게소 까지 올라가서 서귀포 해안을 바라보는 경치도 그만이었다.
< 여미지 식물원의 선인장>
역시 오늘 코스는 천재연폭포, 여미지 식물원, 주상절리, 그리고 잠수함 볼거리 등이 하일라이트였다. 천재연은 7선녀가 옥피리를 불고 내려와 목욕을 하고 노닐다가 올라갔다고 하여 하나님의 연못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내려오고 있고.
< 주상절리>
선임교 아래 깊은 계곡에는 3개의 폭포가 방문객들에게 한 여름의 더위를 말끔히 씻어주기에 충분하였다. 주상절리는 육각모형의 돌기둥이 수를 해아릴 수 없이 겹겹이 쌓여 성벽처럼 해안을 에워싸고 있다.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 해안에는 특히 파도가 치는 날이면 절벽과 파도가 부딪혀 포말을 이루는 광경은 천하의 일품으로 손색이 없단다. 여미지 식물원은 단일 온실로 동양최대의 규모이며 3천 8백평 규모의 온실에는 수생식물원, 생태원, 열대과수원, 다육식룰원, 중앙전망탑으로 구성되어 2천 여종의 식물이 뿜어내는 향기와 아름다움은 장관이었다. 또한 온실내부가 냉방시설을 잘 갖추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이 관람하기에 아주 편리하게 설계된 점도 매우 돋보인다.
저녁 6시 40분 세계최대의 맨드라미 산호군락지인 문섬으로 잠수함 여행을 떠났다. 잠수함은 67인승 지아호이며 해저 34m까지 수증으로 여행을 떠난다.
수중 10m에는 다양한 해조류가 20m에는 돔, 쥐치 등 다양한 물고기류가, 30m에는 해송, 해면, 부채산호, 돌산호 등 산호군락지를 발결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타는 잠수함이라 약간은 두려움과 쓰릴을 느낄 수 있었다. 잠수함 여행을 마치고 서귀포 항에서 생선회를 먹으며 항구의 야경의 정취에 한동안 흠뻑 젖어 보았다.
11일 마지막 날이다. 집을 나서며 인접해 있는 정방폭포를 들렀다.
<정방폭포>
서귀포 앞바다에 있는 것으로 수직절벽에서 바다로 거대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높이가 23m, 폭 8m, 깊이 5m로 특히 폭포주위의 수직절벽과 노송들이 어울어져 한폭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곳이다.
오후 1시 30분 비행기를 타야하므로 바로 5.16도로를 따라 성판악 휴게소에 잠간 쉬었다. 구름이 솜처럼 산허리를 감싸고 스처지나가고 간간히 소나기를 뿌린다. 추웠다 더웠다 변덕이 심한 고산의 날씨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처럼 실감난다. 제주대학을 자동차로 한바퀴 돌아 탐라 목석원으로 향하였다.
<탐라목석원>
제주도산 자연석과 고사목 뿌리로 꾸며진 돌과 나무, 그리고 전통가옥으로 어울러진 정원이다. 이곳에 진열된 다양한 모향의 형상석과 형상목들은 자연이 빚어낸 순수에술품으로 진귀한 것들이 많았다. 거의 제주 민속촌의 축소판 같아서 한번 권하고 싶은 곳이다.
3. 제주도 관관산업의 전망
이로써 2004년도 제주도 여름방학 체험은 끝났다. 여행을 마치며 아이들에게 몇점짜리 여행이냐고 물어 보았다. 최하가 90점이상이라니 대단히 성공한 여행이라 생각된다. 두 애들은 대학을 졸업한 나이에도 제주도 여행이 처음이란다.
나는 제주도 여행을 마치며 제주도 관광산업이 참으로 최근에 업그레이드 되었음을 체감하였다. 과거에도 2번이나 제주도를 다녀갔지만 학생들을 따라서 온 여행이라 제주도 이곳 저곳을 샅샅이 내마음대로 체험할 수 없었다. 그것도 이미 10여년이 지났으니 기억속에 가물거릴 뿐이다. 제주도 관광산업은 다음의 몇가지 점에서 정말 발전되었으나 아직까지 손대야 할 부분도 발견되었다.
첫째 할인 쿠폰제도가 일상회되었다. 아마 미국의 관광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처럼 생각된다. 할인쿠폰을 잘만 활용하면 상당한 여행경비를 세이브하여 알뜰 여행을 즐길수 있다. 앞으로 제주도 여행시에는 반드시 쿠폰을 챙기는 습관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섬 자체가 화산암으로 육지와는 판이하게 이국적 풍토를 나타내면서 다른 한편 공공건물의 디자인도 제주도 토속 건물들의 모양을 살린 점이 돋보인다. 서귀포에 있는 컨벤션센터, 제주은행, 그리고 공공건물 등이 전통가옥에 토대를 두고 디자인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셋째, 아열대성 식물들로 거리와 식물원을 장식하고 있어 남국에 온 느낌을 강렬하게 주고 있는 것도 육지 사람들로서는 매력적인 볼거리다. 강열한 태양, 어디를 보아도 검은 특유의 돌담, 사철 푸른 아열대성 식물, 제주도에서만 서식하는 각종의 식물들이 어울러 제주도의 자연미를 한단계 뛰어 넘는 매력적인 관광지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넷째, 아직도 필자가 보기에 제주도는 관광자원 개발의 여지가 무진장한 보고처럼 보였다. 섬전체를 바다로 둘러싸인 기암괴석의 절벽들, 1950m 높이 속에 서식하는 한라산의 이름모를 동식물들, 남태평양의 갖가지 수중생태계에 생물자원들, 그리고 무엇보다 귀중한 제주인들만이 가진 희귀한 풍속과 삶의 체험들, 이러한 천혜의 관광자원들을 여기서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제주도는 잘만 가꾸면 정말 세계적인 관광지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제주도 관광산업 이면에는 아직까지 고쳐야 할 점도 많이 발견된다. 동남아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물가, 아직까지 곳곳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바가지 요금들, 관광지 주민에게 요구되는 친절함 보다는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표정들, 교통사고를 유발하기 쉬운 신호 체계, 처음 운전하는 사람들이 판단하기 어렵게 되어 있는 도로표지판과 도로망체계 등, 관광인프라를 개선할 점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그러나 제주도민들이 진정으로 힘을 모아 세계 제일의 관광지로 만들려는 의지만 갖는다면, 제주도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할 가능성도 충분히 엿보음을 이번 체험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첫댓글 이 글은 3박 4일간의 여름 휴가를 다녀오면서 생각나는대로 정리해 본 것이다.
저도 제주도에 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