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 전문가 교육
들어가는 말
미국의 부통령이었던 <엘고어>는 그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상 <불편한 진실>에서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개구리를 이용해 설명한다. 끓는 물에 살아있는 개구리를 넣으면, 온도를 감지한 개구리가 깜짝 놀라 튀어 나와 살 수 있지만, 찬물에 살아 있는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가열을 하면, 조금씩 올라가는 온도를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튀어 나오지 못하고 그 속에서 삶아진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죽어가는 개구리를 일깨우고, 뜨거워지고 있는 물속에서 건져내야만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터넷 게임 속에 빠져드는 아이들, 그로 인해 고통당하는 부모들을 지켜보면 인터넷 게임의 중독 현상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음을 본다. 매우 서서히 조금씩 게임에 빠져들기 때문에 아이들 자신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부모들도 이를 감지하지 못한다. 공부를 일체 하지 않는다거나 학교에 결석을 하는 등의 일탈행동이 심각해 진 상태가 되어야 부모들은 자녀가 죽어가고 있음을 자각하고 구출노력을 시작하지만, 이미 늦은 경우가 허다하다. 미디어교육은 바로 죽어가는 개구리를 구하듯, 미디어에 빠져가는 아이들의 의식을 일깨우고 구해내는 과정이다.
필자는 학부모나 교사들을 대상으로 미디어교육을 하면서 이 예화를 언급할 때마다 강조하여 이야기한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냄비 속에서 죽어가는 개구리는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나 교사들 자신일지도 모른다고......
정보통신부에서 조사하여 발표하는 자료에 의하면 만 3세에서 5세 유아들의 인터넷 사용이 50%를 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할 수 있는 인터넷은 대부분 게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처음 인터넷을 시작하는 3세의 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모가 자녀들의 미디어를 사용하는 습관과 태도, 의식을 올바로 가져가도록 가정에서부터 교육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고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개최하는 학부모교육에 대부분의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하루 30분정도밖에 인터넷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 잘못된 진단을 하고서는 교육을 받기 위해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의 이러한 진단은 위험천만하다. 왜냐하면, 만 5세 아이가 매일 30분 인터넷 게임의 자극을 받기 시작하면 1~2년 뒤에는 30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 게임의 자극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가 될 가능성이 높고, 초등학교 3~4학년이 되면 하루 2시간 이상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야만 살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일정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받다보면 더 강한 자극, 더 많은 자극을 받아야 만족하는 것이 자극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6학년들의 인터넷게임 이용행태를 조사해보면, 총기류를 들고 일인칭 시점에서 로그인해 들어온 사람을 조준해서 머리를 떨어뜨리는 게임인 <서든어택>과 같은 매우 강한 폭력적인 게임에 거의 50%의 아이들이 접속하고 있다. 이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강한 자극적인 게임을 접한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쥬니버>나 <야후꾸러기>에 접속해서 <동물농장>이나 <파니룸> 같은 어른들이 소위 유아용 사이트라고 알고 있는 곳에서 막대기로 달팽이를 때려잡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점점 강한 자극적인 게임으로 옮겨가게 되었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가장 폭력적인 게임에 중독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 5세의 자녀가 매일 30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면, 그 아이는 장기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에 직면할 것이며, 부모로서 매우 주의 깊게 관심을 기울여야할 시점인 것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1. 인터넷 게임 속의 청소년
초등학생들과 8회기의 <인터넷중독예방교육>을 시행하면서 3회기 첫 번째 활동으로 인터넷 게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나 이미지, 경험, 생각 등을 한 컷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해보자는 과제를 제시한다. 아이들이 그려내는 그림을 보면,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있어 인터넷 게임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 기능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이 그려내는 그림을 유형별로 보면 일상생활의 상실, 가족관계의 왜곡, 인간성의 파괴 등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아이들이 그려내는 그림을 보면 컴퓨터에서 떠난 아이들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컴퓨터는 그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부모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많고, 공부하거나 학원가야 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지만, 잠자는 중에도, 수업 중에도, 과외 중에도, 심지어는 엄마에게 컴퓨터를 많이 한다고 야단맞는 중에도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현실은 잘 모르고 있다.
두 번째 그려내는 그림의 종류는 엄마가 늘 부정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잔소리가 ‘컴퓨터게임 좀 그만하라’는 말은 아이들의 그림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어떤 아이는 ‘컴퓨터는 엄마의 적’이라고 했고, 다른 아이는 ‘컴퓨터 그만하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고막이 터진다’고 한다. 심지어 컴퓨터 게임을 못하게 하는 엄마의 모습은 바퀴벌레로 그려지기도 하고, 잔인한 모습의 칼을 손에 쥔 조폭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사랑과 신뢰, 존경과 친밀감의 원천이 되어야할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컴퓨터 게임으로 인해 파괴되고 있다. 지난 해 추석에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과 엄마가 컴퓨터 게임으로 인한 갈등으로 인해 40대 중반의 아버지가 감전으로 목숨을 잃는 일까지 발생했다. 말을 듣지 않는 자녀 때문에 우울증으로 어머니가 자살한 사례도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부모들은 아이들과의 관계 맺기 문제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 중심에 인터넷 게임이 존재한다.
요즘 가정을 들여다보면, 집집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마우스 주도권 잡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녀를 집에 두고 외출하는 부모들은 마우스를 뽑아서 핸드백에 넣고 다니기까지 한다. 중고등학생을 둔 부모들은 또 다른 신경전을 벌인다. 누가 먼저 잠을 자는가의 문제를 가지고..... 자녀보다 부모가 먼저 잠이 들면, 그날 밤 아이는 밤을 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이런 구호를 외친다. ‘자는 아이도 다시보자!’
어떤 아이가 ‘컴퓨터 할 때, 이러시는 어머니 제일 무섭다’는 제목으로 그림을 그려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그는 말한다. 컴퓨터 하고 있는데, ‘공부해야지’ 소리 지르는 엄마는 별거 아니란다. ‘또 게임질이냐 언제 정신차릴래’ 잔소리하는 엄마도 무섭지 않다. 그렇다면 가장 무서운 어머니는... ‘그렇다. 그냥 방문만 열어보고 가시는 어머니...’ 방문만 열어보고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가는 어머니가 무서운 이유는 무엇인가? 아이의 입장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어머니가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컴퓨터를 더 해도 된다는 것인지, 그만 하라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 긴장이 되고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심정이다. 아이들에게 왜 집에 컴퓨터가 있음에도 PC방으로 몰려가는가라고 질문하면, 대다수의 아이들은 부모의 간섭이 싫어서라고 답한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부모들은 컴퓨터 게임의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하도록 늘 방해하는 방해꾼이고, 부모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들은 공부는 관심 없고 컴퓨터에만 빠져있어 부모를 우울하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소리만 질러서 해결될 문제가 아님에도 부모들은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도구를 갖지 못한 채 관계만 깨져가고 있다.
세 번째 아이들이 그려내는 그림들은 다소 충격적이다. ‘게임하면 총과 피가 생각나요’라고 그리거나 머리를 잘라내는 일명 <헤드샷>을 그린다. 아니면, 신체를 절단해 내는 끔찍한 그림들이 그려진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에서 교육을 하면서 조사해보면, 초등학교 6학년 교실 30명 중에 절반에 해당하는 15명 정도는 일명 FPS게임이라고 불리는 <서든어택>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생각하는 <서든어택>의 매력은 로그인한 상대방을 헤드샷하는 것이다. 잠실의 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OO잘하는 방법을 정해서 그림으로 표현해보라는 과제를 주었더니, 그들이 선택한 주제는 ‘사람 잘 죽이는 방법’이었고, 그 9가지 방법을 매우 사실적인 묘사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어떤 학생이 헤드샷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그 아이는 당장 정신감정을 받아야하고 치료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30%가 그런 그림을 그리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다. 최근 한 초등학생이 옆자리 친구를 압정으로 수개월동안 찌르면서 괴롭혔다는 보도는 이러한 그림을 그리는 현장을 목도하는 필자로서는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2. 놀이미디어(인터넷게임, 휴대폰) 폭력적이어서 재미있다!!
중독예방교육 2회기 두 번째 활동으로 인터넷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를 찾아보는데, 아이들이 말하는 재미있는 이유를 들어보면 시각적, 청각적 욕구(화려한 그래픽, 웅장한 사운드), 능동적 활동 욕구(자신의 의지와 행동에 정직하게 반응), 성취 욕구(즉각적인 보상), 호기심 욕구(단계별 진행, 예측할 수 없는 상황전개), 사회적 욕구(함께 집단을 형성하여 즐김), 상상력 욕구(현실에서 할 수 없는 어떤 것도 가능), 대리만족 욕구(다양한 성격의 캐릭터와 역할을 경험), 창의성 경험 욕구(복잡한 전략과 해결책을 직접 수행), 승부 욕구(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경제적 이익 실현 욕구(돈을 벌 수 있다) 등 아동 청소년 시기에 꼭 경험되어져야하고 매우 강열한 열 가지 욕구들을 한꺼번에 채워준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이렇게 아이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알라딘의 램프와 같은 놀잇감이 손바닥에 주어졌던 시대가 어디 있었는가?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만일 어느 어머니가 ‘우리 아이는 숙제 한다고 컴퓨터는 켜는데, 인터넷게임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 아이는 빨리 검사를 받아봐야 할 것이다. 아동 청소년시기에 본성인 열 가지 욕구 체계에 이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다면, ‘우리 아이는 정상이구나!’하고 안심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은 할 수 없고, 하기 싫은 것은 끊임없이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인터넷 게임은 쌓인 화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가장 자극적인 도구가 되었다. 아이들은 게임 속에서 주로 때리고, 찌르고 죽이는 방식으로 화풀이를 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가장 많이 하는 게임 상위 20개를 분석해보면, 주먹이나 칼(도검류), 그리고 총기류를 이용하여 상대방을 죽이는 게임이 80%에 이른다.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PC방에 갔다면 지금 아이들은 무엇인가를 죽이며 피를 보면서 쾌감과 스릴을 맛보면서 화풀이를 매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인과 게임중독자의 뇌사진을 찍어 비교해보면, 전두엽이 현격히 차이가 난다고 한다. 정상인의 전두엽은 활성화되어 있는 반면, 중독자의 전두엽은 기능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두엽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능과 충동적인 행동을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얼마 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을 일으킨 <조승희>씨도 <카운터스트라이크>라는 FPS총격 게임에 빠져있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교 5학년 쌍둥이 형제가 친구를 옥상으로 불러내어 흉기로 수십 번을 찌른 사건이 있었다. 흉기를 구입하여 가방에 며칠 동안 넣어가지고 다니면서도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전두엽은 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단돈 1천5백원짜리 아이템 때문에 화가 나서 친구를 찌를 때에도 전두엽은 기능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누가 칼을 손에 쥐어 주면서 수천만 원을 줄테니 다른 사람을 찔러보라고 하면 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하지 못하는 이유는 학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전두엽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인터넷 게임에 접속하여 매일 같이 자극적인 살상게임을 통해 반복적인 학습을 하기 때문에 전두엽이 파괴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중고등학생들도 험한 말을 너무나 쉽게 한다. 별 일도 아닌 것에도 친구에게 주먹이 나가고, 발이 나간다. 심지어는 사람의 목을 떨어뜨리는 잔혹하고 폭력적인 게임들을 아이들은 재미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라는 이유로 계속하고 있다. 자신의 전두엽이 망가지고 있는 중인 것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채로......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님의 주민번호를 이용해서 폭력적인 게임들에 접속한다. 오늘 날 대한민국의 부모들의 거의 절반은 자기 자녀들에게 주민번호를 빌려주고, 폭력적인 게임을 학습시키면서 살상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칼 세이건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인들은 이 우주 공간에서 자녀들에게 살상을 가르치고, 음란을 부추기는 유일한 종족이다” 우리 부모와 청소년지도자들이 새겨들어야할 지적이다.
3. 공짜 게임이 공짜가 아니다
아이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구조적 요인 중의 하나는 게임 회사들의 공짜게임, 캐시아이템 정책이다. 요즘 아이들이 부모들에게서 가장 받고 싶은 선물 또는 보상은 캐시충전, 도서상품권이다. 어른들은 도서상품권이 책을 구입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아이들에게 상품권은 오로지 게임캐시를 하기 위한 수단이다. 게임회사들이 상품권의 용도를 바꾸어 놓은 것이다.
2005년 이후에 100억 이상 투자하여 만든 게임이 10종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게임은 회원가입하고 접속하는데 비용이 들지 않는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인터넷게임은 클로즈베타(비공개시험판), 오픈베타(공개시험판) 등 무료게임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상용 서비스를 해도 접속료를 받지 않는다. 이렇게 아이들이 게임을 많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재매있는 게임이 공짜이기 때문이다.
게임회사들은 이용자들에게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이를 <부분유료화 정책>이라고 한다. 인터넷 게임 속에서 필요한 사냥도구나 무기 등 아이템은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들여서 얻거나 캐시충전이라는 방식으로 현금을 주고 구매해야한다. 그리고 게임회사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현금으로만 구매 가능한 아이템을 많이 만들어 놓는다. 상대방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 좋은 캐시아이템을 구매해야한다. 이를 게이머들은 <현질>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무료게임인 <겟앰프드>는 캐시충전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장비아이템을 판매하여 연간 6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메이플스토리 등 무료 게임을 서비스하는 넥슨은 유료게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캐시 아이템 판매 등으로 3,000억 원이라는 경이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게이머들이 게임 속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보다 값이 비싼 장비아이템을 갖추어야만 하고, 이를 위해서는 캐시충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캐시충전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도서상품권이나 집전화기 등은 가장 손쉬운 캐시충전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캐시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동원 가능한 충전방법은 19가지가 있다. 심지어는 교통카드도 캐시충전이나 PC방 이용료로 결제되고 있다.
2004년 소비자보호원이 조사하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청소년의 77%가 부모 동의 없이 게임비를 결제하고 있으며, 50%는 부모 동의조차 필요 없는 결제수단을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19가지 방법이나 가르쳐 주었는데, 부모를 조를 일이 없는 것이다. 게임은 공짜이고, 캐시가 필요하면 열아홉 가지 방법 중 손쉬운 수단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결제수단으로 신용카드만 사용된다고 한다. 캐시충전 수단을 전면 개선하지 않으면서 게임중독이나 몰입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하는 문광부나 정통부의 행태는 담배를 공짜로 나눠주면서 금연 캠페인을 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4. 인터넷 게임의 몰입구조
1) 대전형 인터넷 게임의 중독적 특성
초등학생까지 많이 이용하는 대전형 게임으로는 물 풍선을 던져 상대방을 가두는 ‘크레이지 아케이드’ 자동차를 운전하는 ‘카트라이더’ 농구게임인 ‘프리스타일’ 주먹이나 도검류를 이용하는 ‘겟앰프드’ ‘그랜드체이스’ 총기류 까지 이용하는 ‘던전앤파이터’ ‘건즈더듀얼’ 중화기로 무장하고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워록’ 등이다.
대전형 게임은 짧은 시간에 승패를 가리기 때문에 흥분을 가라앉히기 어렵고, 감정적으로 충동적이며,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캐시 아이템’을 구매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자극한다. ‘캐시 아이템’(아이들은 캐시템이라 부름)이란 게임을 진행하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류를 게임의 보상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현금을 충전해서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대전형 온라인게임은 회원가입을 하거나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돈을 받지 않는 공짜게임이다. 그러나 게임에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캐시템을 해야 한다.
초등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전형 액션게임인 ‘겟앰프드’는 이러한 캐시 아이템을 판매해서 연간 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초등학생과 중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갖고 싶은 생일선물은 ‘캐시충전’이 되었다. 요즘 아이들이 도서상품권이나 문화상품권을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게임회사들이 캐시템을 쉽게 하는 방법으로 이들 상품권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핸드폰이나 ARS전화를 이용할 경우 부모동의를 받아야하고, 부모 동의를 받지 않을 경우 돌려주어야하는 불편이 있기 때문에 상품권으로 결제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대부분의 게임회사들이 상품권 결제 시에 10%에서 20%를 더 충전해주고 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단순히 물 풍선을 던지면서 상대방을 가두는 그렇게 폭력적이지 않은 게임임에도 20대 청년이 7살 친척 동생과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하다가 감정적인 분노를 감당하지 못해 동생을 목 졸라 죽인 사건은 도검류, 총기류를 손에 들고 상대방을 살상하는 폭력성이 높은 대전형 온라인게임들이 얼마나 우리 아이들의 폭력성을 조장하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게임 상에서 매일 같이 두들겨 패는 친구를 교실에서 사소한 감정만으로도 주먹질하고, 발길질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대전형 온라인 게임의 또 다른 특징 중의 하나는 현실 모방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전형 게임들은 대부분 현실에 존재하는 경쟁이나 대결을 온라인 게임으로 만든 것이며,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과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현실과 크게 다르게 느끼지 않는 또 하나의 현실 공간으로 이해되는 것 같다. 카트라이더에 심취한 초등학교 3학년이 자동차를 훔쳐 타고 돌아다니다 사고를 낸 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 초등학생은 운전을 잘하는 아저씨와 게임 내에서 레이싱을 하는데, 늘 자신이 이기기 때문에 자동차가 만만하게 보일 것이고, 꼭 한번 자동차를 몰아보고 싶은 충동을 받는 것이다.
2) 캐릭터 육성형 인터넷게임의 중독적 특성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 육성형 온라인 게임은 1천4백만 명이 로그인한다는 국민게임 ‘메이플스토리’(횡스크롤 도검류 이용 사냥게임), ‘귀신’세계를 탐험하는 ‘귀혼’을 비롯하여, ‘마비노기’, ‘군주 온라인’ 등이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꾸며진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다. 중고등학생들은 도검류로 상대방 캐릭터를 살상할 수 있는(이른 바 PK시스템이 존재하는) ‘리니지’ ‘뮤’ ‘WOW’ 등의 게임을 선호한다.
취학 전 유아들이 좋아하는 주니어네이버의 ‘동물농장’,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는 ‘바람의 나라’ 중고등학생이 좋아하는 ‘리니지’ 등 등장하는 캐릭터와 사냥터 등 배경은 조금씩 다르지만, 캐릭터 육성형 온라인 게임에는 ‘접속하여 계속 하고 싶어 하는’ 중독적인 요소들이 공통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대전형온라인게임에도 부분적으로 존재하는 요소들이지만, 캐릭터 육성온라인게임에서 두드러진 특성을 나타내는 중독적인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MMORPG 세계는 ‘레벨 지상주의 사회’이다.
우리나라는 ‘학벌지상주의 사회’이다. 초등학교 교문 앞 상가마다 소위 ‘입시학원’이 현란한 구호를 붙여 놓고 학부모들을 유혹한다. 밤12시를 넘어 새벽 2시까지 학원버스가 돌아다니는 사회이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초등학교 5학년부터 입시생이 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사회의 가장 잔혹한 폭력은 학원폭력도 아니고, 조직폭력도 아니고 ‘입시폭력’이라고 말한다. 바로 학벌지상주의 사회의 전형이다.
그런데, 부모의 바램을 뒤로한 채, 청소년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또 다른 지상주의에 빠져들어 밤을 지새우고 있다. 이른바 ‘레벨 지상주의’이다. 현실 세계에서 다른 어떤 인격적인 가치나 능력보다도 학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밤낮없이 아이들을 다그치는 어른들처럼, 온라인 게임 세계 속에서 청소년들은 레벨이 높은 이른바 ‘고렙’ 하나만으로 영웅이 되고, 군주의 대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랩을 목표로 틈만 나면 접속을 하고, 접속하면 나오지 않으려하고, 밤을 새는 것이다. 캐릭터 육성게임들은 사냥을 하거나 대전을 할 때, 파티나 혈맹, 길드 등 팀을 구성해서 함께 해야 전리품을 상대적으로 많이 얻고, 경험치를 높이게 되는데, 팀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친구들과 레벨이 비슷해야한다. 레벨이 낮으면 레벨이 높은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어렵고, 친구들이 사냥하는 곳에 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틈만 나면 레벨을 높이기 위해 접속을 한다. 부모님을 따라 찜질방에 가도 찜질을 하지 않고 PC 앞으로 달려가고, 친척집에 가서도 PC방으로 도망간다. 단지 게임이 좋아서가 아니라 레벨을 올려야하는 필생의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MMORPG 세계는 장비아이템(일명 장비템) 만능주의 사회이다.
도검류나 총기류, 마법 등 캐릭터를 키워가면서 점점 더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장비’라는 아이템이다. 현실 세계에서 ‘돈’은 거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돈으로 사지 못할 것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고, ‘돈’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고 ‘살인’까지 범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의 목적은 부자가 되는 것, 이른바 돈을 버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책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넓게 보아 현실 세계는 ‘돈’ 또는 ‘돈벌이’에 중독된 사람들 천지인 것 같다.
온라인 게임 세계에서 돈처럼 귀중한 것이 바로 ‘장비템’이다. 레벨을 올리는데 유용한 장비를 얻기 위해 밤을 새고, 돈을 쓰고, 살상을 하고, 심지어는 실제로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최근에 전주에서 초등학생 쌍둥이 형제가 ‘장비 구입’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친구를 칼로 찔러 중상을 입히는 경악스런 사건이 있었다.
얼마 전에는 성남에서 6개월 동안 키워온 게임 캐릭터가 죽임을 당하고, 아이템을 빼앗긴 사람이 자신의 캐릭터를 죽인 사람을 찾아가 칼로 찔러 중태에 빠뜨리기도 했다. ‘장비템’으로 인해 현실에서 살인까지 벌어진다는 것을 볼 때, 게임 속에서 ‘장비템’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장비와 관련된 아이템을 거래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수백 개에 이르고, 거래 금액도 1조원에 달한다.
대표적인 아이템 거래 사이트인 ItemBay(http://www.itembay.com/)에서만 연간 5천억 정도의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작업장을 만들어 월 20만원에서 50만원을 주고 학생들을 고용하여 장비를 생산해서 판매하는 악덕 PC방 업주들이 적발되어 우리를 놀라게 하곤 한다.
청소년들은 MMORPG 세계 속에서 좋은 장비를 얻기 위해 틈만 나면 접속을 한다. 그리고 밤을 새워 일명 ‘노가다’를 한다. 사냥하는 것을 게이머들은 ‘노가다’한다고 부른다. 괴롭고 힘들지만, 그 ‘노가다’를 해야만 유용한 장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꺼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 세계에서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단지 ‘시간’이다. 현실 세계와 단절된 채 게임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수록 즉, 게임에 중독될수록 더욱 유능한 게이머가 되고, 현실 세계와는 점점 더 단절되는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다.
셋째, MMORPG 세계는 타자가 존재하지 않는 ‘익명 관계 중심의 사회’이다.
우리는 농경사회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문제들과 위험들을 도시산업사회의 익명 사회에서 경험하고 있다. 도시에서 살면서 매일 접촉하는 지하철의 그 많은 군중들이 누구인지 전혀 관심이 없이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고,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들과도 소통하지 않고 살아간다. 온라인 게임의 세계는 농경사회에서 도시사회의 변화보다도 훨씬 더한 익명성과 함께 비대면성의 특징을 갖기 때문에 훨씬 관계를 맺기가 수월하다. 현실 세계에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전인격적인 삶을 동원해야한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 속에서 관계를 맺는 데에는 닉네임 하나만으로도 충분한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고, 자신을 쉽게 위장할 수 있는 편리성도 있고, 책임 있게 행동하지 않아도 별로 불편하지 않는 관계가 가능하다면, 그 사회는 우리를 이끄는 매우 매력적인 유인책이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요즘 청소년들이 어른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불평하는데, 온라인 게임 속에서는 레벨 높은 청소년들이 어른들을 진두지휘 하면서 작전을 지시하고, 명령하고, 도와준다. 어른들과의 싸움도 쉽게 가능하고, 이길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어른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은 그리 거리끼는 행위가 아닐 수 있다.
심지어는 온라인 게임의 길드 구성원들이 현실 세계에서 만나서도 현실 세계의 나이와 관계 없이 온라인 게임의 서열을 중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초등학생이 길드의 짱이면 고등학생이라도 초등학생에게 깍듯이 짱 대접을 한다. 현실에서의 만남은 잠시이고, 게임 속에서 빨리 레벨을 올리기 위해 그 정도는 기꺼이 감수한다는 것이다. 현실과 가상을 우리와 반대로 생각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넷째, MMORPG 세계는 가상과 현실이 연결되어 있는 공간이다.
청소년들과 중독예방 교육을 하면서 온라인게임의 세계가 가상인가, 현실인가를 질문하면 80% 청소년들이 가상공간이라고 대답한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게임 세계를 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 많은 ‘비매너’ 행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는 것 같다. 온라인 게임 세계는 분명 현실 세계는 아니다. 그렇다고 가상의 공간만도 아니다. 온라인 게임 세계는 현실과 가상이 연결되어 있는 공간이다.
온라인 게임 세계가 가상과 현실이 연결되어 있는 공간이란 의미는 현실의 세계에서 온라인에 접속한 청소년들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메이플스토리’에는 사냥을 하기 위해 대륙과 대륙을 옮겨가기 위해 항구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게 되어 있는데, ‘하늘을 나는 배’가 출발하는 시간이 현실 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게이머들이 사냥을 하면서 항구에 도착하면 배가 출발하는 것이 아니고, 밤 10시, 11시 등 시간이 정해져 있어 그 시간에 맞추어 항구에 가야 배를 탈 수 있다. 만일 밤 9시 50분까지만 게임을 하고 컴퓨터를 끄도록 요구한다면, 아이는 아무리 게임을 해도 배를 한번 타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이 컴퓨터를 끄라고 요구해도 아이들이 바로 끄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아이들이 게임을 시작할 때 한 시간만 하겠다고 약속하고 시작하지만, 대부분은 한 시간이 지나도 게임을 중단하지 않는다. 그러면, 어머니는 컴퓨터를 그만 끄라고 요구한다. 아이는 보통 ‘엄마 지금은 끌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고, 어머니는 아이에게로 다가가서 파워버튼을 누르면서 ‘이렇게 하면 꺼지는 것을 왜 끌 수가 없다고 그래?’라고 반응한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그렇게 꺼지는 세계가 아니다. 자녀가 팀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꺼버리면 팀 구성원 숫자가 줄어들어 승리하기 어렵고, 그로 인해 동료들의 경험치와 아이템에 손실이 생기게 된다. 그 책임을 자녀가 모두 감당해야한다. 일대일로 대전을 하고 있을 때에도 갑자기 꺼버리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적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되기 때문에 매너 없이 나갔다고 불쾌하게 생각할 뿐 아니라 채팅창에 ‘비매너’ 게이머라고 올려놓는다. 그렇게 되면 자녀는 다른 게이머들과 대전을 하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현실에서 통제가 되지 않는 세상이 바로 온라인 게임 세상인 것이다.
‘메이플스토리’에는 30명이 한 팀이 되어야만 사냥할 수 있는 ‘자쿰 사냥터’가 있다. 그 곳에서 협력 플레이를 통해 ‘자쿰’이라는 괴물을 잡으면 고레벨들에게만 주어지는 매우 유용한 장비가 떨어지는데, 30명이 사냥을 해도 30개가 떨어지는 것이 아다. 따라서 30명은 각각 순번이 있고, 떨어지는 아이템을 아무나 얻는 것이 아니라 순번대로 얻는 것이다. 6번으로 아이템을 얻은 사람은 30번이 아이템을 얻을 때까지 계속 사냥터에 나가야한다. 만일 자신이 아이템을 얻었다고 더 이상 사냥터로 나가지 않으면, 신용을 잃게 된다. 곗돈을 탄 사람이 자기가 타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번이 탈 때까지 불입을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5.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교육의 실제
놀이미디어교육센터는 학교 현장과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 교육(백신)을 개발하여 보급해 오고 있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에서 개발 보급하고 있는 중독예방 백신은 세 가지 핵심 가치로 구성되어 있다. 이 핵심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스스로”이다.
첫째는 스스로 조절(통제)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둘째는 스스로 분별(선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셋째는 스스로 주도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1) 인터넷 게임 세상, 스스로 자기통제(조절) 능력 키우기(PKC)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배가 터져 죽을 정도로 먹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몸 어딘가에 포만감을 느끼고 전달하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욕망은 포만감을 느끼는 장치가 장착되어 있지 않다. 욕망을 채워서 만족하려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2005년에만 온라인 게임을 하던 사람이 10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빵집 아저씨는 우리가 모두 배부를 때까지만 돈을 벌 수 있다. 반면, 게임 회사들은 우리가 다 죽을 때까지는 돈을 벌 수 있다. 욕망에는 한계소비성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욕망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조절능력’을 훈련을 통해 키워야하는 것이다.
지난 2005년에 100억 투자하여 만든 게임이 무려 7개나 나왔고, 이 게임들은 인터넷 상에서 모두 공짜로 서비스되고 있다.
그 재미있는 게임에 빠져드는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거나, 책망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일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재미있는 게임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되어야한다.
자동차 면허를 획득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적절한 시점에서 브레이크를 정확하게 밟는 것이다. 엑셀을 밟는다고 면허를 주지는 않는다. 엑셀을 밟는 것은 연습이 필요치 않다. 우리에게 누가 멋진 고급 승용차를 선물하면서, 브레이크는 없는 자동차인데 타보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 자동차를 받을 수 없다.
재미를 추구하는, 욕망을 소비하는 놀이미디어의 첨단 발명품인 온라인 게임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중독으로 인해 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는 능력이 있어야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다. 부모나 어른들이 대신 밟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밟아야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조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또 ‘조절’하기는 하지만, 부모가 대신 해주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컴퓨터 좀 꺼라’, ‘이제 그만 해라’, ‘시간 되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대표적인 대신 브레이크를 밟는 행위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브레이크를 대신 밟아주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학생만 되어도 대신 밟는 것이 쉽지가 않다. 고등학생이 되어 대신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부모가 강제로 컴퓨터를 꺼버리면 자녀가 부모를 폭행하게 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신 브레이크를 밟아 왔기 때문에 그렇게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게임하는 시간을 정해 놓고, 시간이 되면 꺼야하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자신의 손가락을 동원하여 자신의 의지를 동원하여 손가락의 힘을 이용해서 컴퓨터를 끌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첫 번째 백신이다.
이를 위해 놀이미디어교육센터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PKC, 약속하고, 실천하고, 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Promise 약속하기(계획 세우기)
1) 게임을 하는 요일을 정하기 - 예) 매주 수요일, 토요일 등
2) 게임을 하는 시간을 정하기 - 예) 게임을 하기로 한 요일에 하루 2시간한다.
3) 할 수 있는 게임의 종류(장르) 정하기 - 나이에 맞는 게임을 선택하기
4) 게임을 하지 않는 시간에 대체활동 정하기 - 예) 친구들과 공차기, 독서하기 등
Keep 실천하기(보상과 댓가 정하기)
1) 내가 정한 약속은 가족 모두가 알도록 알려주고, 컴퓨터 앞에서 볼 수 있는 위치에 기록하여 부착해 놓는다.
2)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어떤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 정한다. - 예) 한 번에 한주 또는 한 달 동안 온라인 게임 안하기 등
3) 약속을 잘 지켰을 경우 적절한 보상에 대한 약속을 한다. - 예) 캐시 1천원 충전 등
Commitment 훈련하기(약속 점검 및 갱신)
1) 함께 약속을 이행할 친구들을 만든다.
2) 컴퓨터 사용 기록장을 만들어 기록하고, 매주 일회 점검 시간을 갖는다.
3) 약속 및 약속 이행을 평가하고, 정기적인 수정 계획을 세운다.
“둘째 주 수요일은 컴퓨터를 하지 않는 날이다. 나는 스타크래프트, 메이플스토리에 중독이 되어서 컴퓨터를 안 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조에서도 그렇고, 학교 선생님도 그랬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컴퓨터 게임을 안 했다.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다. 포기하고 컴퓨터를 할려고 하다가, 우리 조 조장의 무서운 얼굴이 생각나서 그냥 참았다. 빨리 시간아 지나가라. 국현아, 너도 힘들지? 나도야 엉엉”
위의 일기는 매주 수요일마다 컴퓨터 끄기 활동을 한 한 초등학교 학생이 쓴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이 매주 수요일마다 불편하고,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장벽에 부딪혀 보는 경험이 너무 너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욕망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다음은 놀이미디어교육센터의 PKC 예방교육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다짐의 일부이다.
- 많이 틀면 물이 많이 나오고 조금 틀면 조금 나오듯이 게임할 때도 수도꼭지처럼 잘 조절하겠다.
- 신용카드로 돈을 갚는다고 약속하듯이 나도 게임 시간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이다.
- 줄을 안 묶으면 계속 풀리는데, 묶으면 안 풀리는 것처럼 게임 시간을 조절할 것이다.
- 사탕은 달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이가 썩는다. 게임도 사탕을 절제하듯이 하겠다.
- 시간은 계속 흐르지만 그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처럼 게임도 적당히 하고 싶습니다.
가족이 일인분에 10만원하는 고급 호텔 뷔페식당에 회식을 하기 위해 갔다. 아이가 접시를 들고 음식 앞으로 가서 자신이 김밥을 좋아한다고 김밥만 한 접시 담아오면 부모는 어이가 없다. 그럴 때 하는 말이 ‘분별력’이라는 것이다.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주어진 시간 동안 무슨 일을 하는가 이다. 한 시간 하기는 하는데, 사람이나 죽이러 돌아다닌다면 그것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분별력을 키운다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 ‘벌레 먹은 사과’를 처리하는 것과 같다. 사과는 아이들이 살아가야할 미디어 환경이고, 벌레는 오염되고, 왜곡된 가치들, 폭력적인 내용과 중독적인 요소들이다. 벌레 먹은 사과는 먹지 않고 버리거나, 벌레만을 도려내고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위해적인 요소들 때문에 인터넷, 게임을 단절하여 버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벌레 채 사과를 먹듯이 인터넷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게임 공간에서, 그리고 정보문화컨텐츠 산업의 시장에서 청소년은 주역이 되었다. 산업화 시대에는 저소득 근로자들의 헌신이 밑거름이 되었고, 굴뚝 없는 산업인 디지털, 정보통신 문화 산업시대에는 10대 청소년들이 밑거름이 되고 있다. 청소년들은 100억씩 투자하는 인터넷 게임 기업들의 단순히 돈벌이의 대상이나, 동원된 용병들이 아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인터넷·게임 속에서 새로운 문화를 건강하게 창조해 가야할 주역들이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욕망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인터넷·게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해야한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의 게임중독 예방 교육은 청소년들이 중독의 위협으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당당하게 극복해가도록 힘을 길러주기 위해 자의식을 고취시키고, 자신들의 작은 행동을 통해 인터넷 게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도와주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의 놀이미디어인 인터넷 게임, 핸드폰 중독문제를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드려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이미 중독되면 치료가 쉽지 않은 질병이 된다는 것 때문이다. 그 어떤 약물중독이나 행위중독이 그러하듯이 인터넷 게임, 핸드폰 중독도 치료를 위해서는 중독요인으로부터 격리가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인터넷 게임, 핸드폰 등은 접근성을 차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집과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 공공기관이나 PC방 등에서 너무나도 쉽게 접속이 가능하다. 와이브로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늘 손바닥에서 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게임, 핸드폰에 중독된 아동청소년을 치료하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게임, 핸드폰 중독 문제는 중독된 청소년들을 치료하는 것도 시급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국가 정책적 과제와 가정, 청소년단체는 중독에 빠져들기 이전에 예방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이어야 한다. 예방교육은 전통적으로 강조해 온 미디어리터러시(해독능력 향상) 교육이 아니라 올바른 습관형성(스스로 조절하고, 스스로 분별하고, 스스로 주도적 역량을 갖도록)을 도와주는 미디어절제운동으로 나아가야한다.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최근 전개하고 있는 e-미디어 다이어트 운동은 그런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국가가 이러한 중요한 캠페인을 앞서 시작한 것에 비해, 청소년단체와 전문가들이 그 시급성을 인식하는 부분이 오히려 늦지 않는가 하는 반성이다. 예전에 태극기달기 운동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주도의 운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에서 운동의 동력이 일어나야 운동은 성공할 수 있고, 시민들의 생활세계에 스며들 수 있다. e-미디어 다이어트 운동도 정부의 캠페인은 마중물로 그쳐야하고, 청소년단체와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열심히 펌프질을 하여, 청소년 모두가 참여하는 캠페인으로 나아가야한다.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나무를 심고, 댐을 만드는 것처럼 아이들 내면에 스스로 조절하고, 스스로 분별하며, 스스로 주도적인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과 가정에서의 부모역할, 그리고 교사와 청소년지도자들의 역할이 매우 절실히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64년 충북 괴산 출생하였고, 87년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하였다.
92년 10월 좋은교사운동의 모태가 된 기윤실 교사모임을 창립하여 초대 대표로 섬겼다.
94년 교직을 내려놓고 시민운동가로 삶의 현장을 바꿔 청소년유해환경 개선을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했으며, 2001년부터 국가청소년위원회에 YP(청소년스스로지킴이) 프로그램을 제안하여 확산해 왔다.
2005년 2월말에 ‘놀이미디어교육센터(www.gamemedia.or.kr)’의 소장을 맡아 인터넷 게임 등 중독성이 강한 청소년 놀이미디어의 연구와 예방교육에 힘쓰고 있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 동역자들과 함께 2005년에는 200여회, 2006년에는 400여회에 걸쳐 매년 수 만명의 학부모, 교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게임의 올바른 사용과 지도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자문위원과 교육부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각 시도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교사연수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