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드림을 꿈꾸는 그녀들<3>
신혼여행
2박3일 그들만의 언어와 사랑
30일 오전, 10쌍의 신혼부부들은 첫날밤을 지낸 후 좀 더 자연스러워졌다. 모두 자기들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호텔 2층의 집결장소에 모였다. 이른 아침을 먹는 동안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내내 사랑의 밀어를 이어갔다.
오전 8시가 되어 예약해둔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호치민 인근의 최대 관광지인 미토(My Tho)로 향했다. 미토까지는 2시간여 걸린다. 가이드는 고속도로라고 설명하지만 우리 도로 사정으로 보면 국도보다 못한 지방도로 수준에 그친다.
버스를 타고 한참 달리는데 옆을 지나치는 버스 옆구리에 ‘그랜드문화센터’라는 한글 이름이 적혀있다. 이어 반대편 도로에는 ‘포철중학교’와 ‘신세계백화점’ 버스가 줄지어 간다. 여수 신랑들은 “베트남에 무슨 한국 회사와 학교가 있는 것인가요?”하고 물으며 눈이 휘둥그레 하다
한국에서 운행이 금지된 중고버스가 동남아 등지에 헐값에 팔린 뒤 도색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운행한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2시간여 걸려 메콩 델타 지역에 들어서면 논이 끝없이 펼쳐지고 간간이 하얀 석조물로 된 납골묘들이 논 한가운데 자리한다. 베트남은 불교의 영향을 받아 화장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
메콩 델타 지역은 베트남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 가운데 하나이다. 장장 4,500㎞의 메콩강은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로 이모작, 삼모작이 가능한 베트남의 쌀 창고이다. 메콩 델타는 국토의 12%이지만 수출량의 80%를 차지하며 세계의 쌀 수출국 2위에 이른다. 여수 농사꾼들에 눈에는 부러움 뿐이다.
이렇게 낯설면서도 한편으론 익숙한 풍경을 헤치고 가다보면 미토라는 도시가 나온다. 여기서 황토빛 강물이 출렁거리는 꾸불꾸불한 수로여행을 하게 된다. 조그만 보트마다 2쌍의 신혼여행객을 태운 채 뱀처럼 구부러진 수로를 따라 조용히 미끄러져 밀림 속으로 들어간다. 노를 젓은 아주머니 신기한 듯 신혼부부들을 보며 웃는다.
수많은 베트남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눈에 익은 풍경들이 지나쳐간다. 어딘가에 도착하자 베트남 여인들이 야자수의 하얀 속살을 긁어내 달궈진 솥에 넣어 녹인다. 여기에 여러 재료를 추가하고 꾸득꾸득하게 말려 캔디를 만들어 파는데 맛이 제법 괜찮다. 야자수 열매로 만든 수공예품들도 있다.
또 수로를 따라 어느 곳에 도착하니 베트남 전통 음식으로 점심을 하였다. 그저 이름모를 음식들이지만 신혼부부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먹는다. 다만 더운 나라들의 특색이 음식에 향료를 넣는 데 이를 못이겨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타고 3시간 동안 달려 껀터(Can Tho)엘 갔다. 껀터는 철선을 타고 건너야 했다. 쉴새없이 오고가는 철선에 수많은 오토바이가 행렬을 이룬다. 껀터는 베트남에서 6번째로 큰 도시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왕래를 하는 곳이었다.
갑자기 비가 내리자 신랑신부들은 서로 손을 잡고 뛰어간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에 비를 피하도록 한다. 껀터에 도착하여 호텔에 짐을 풀고는 해가 지기 전에 바닷가 풍경을 눈에 담았다. 신부들의 대다수가 여기 껀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 그들의 고향이다.
고향이 그리운 탓일까? 이곳에 도착하자 몇 명의 신부들 눈에 가끔 눈물이 고인다. 결혼식이 끝나고 가족들과 헤어질 때도 눈물을 흘리지 않고 기뻐하던 그녀들이었다. 한국인과 결혼했다는 안도감, 골방 같은 숙소를 탈출했다는 승리감이었으리라.
바닷가를 따라 조금 걸으니 항구가 나오고 체육공원이 있는 곳에 커다란 호치민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높이가 15m쯤 되어보였다. 잔디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으려는 데 언제 나타났는지 공안이 제지를 한다.
다음날 껀터의 구경거리인 수상시장을 갔다. 말 그대로 배 위에서 생활하고 배 위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다. 개를 키우는 배도 있다. 조그만 보트 위로 하늘 높이 치솟은 나무 꼭대기에 무엇인가 달려있다. 그 배가 취급하는 물건이란다. 온갖 과일과 채소, 고기, 음료수까지 우리 일행을 태운 보트옆을 지나며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정인서 조선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