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20일(음 정월 12일) 청관회 시산제
장소 : 북한산 사모바위 아래 명당
출연 : 강우현2, 김종욱2, 박윤호2, 반종규2, 이주호2, 김성봉, 김수일, 김홍곤, 문광수, 박도근, 박재길, 정영오, 조양욱, 최성범, 황철, 심우경, 안태영, 양숭문, 여상식, 이석영, 이우석, 이일걸(총27명)
간밤에 잠시 집 밖을 나섰다가 영하 10도를 넘는 차가운 기온과 강풍으로 얼어죽는 줄만 알았다. 이 추위에 내일 시산제에 몇 명이나 올까 걱정이 되었다. 따뜻한 옷 입고 오라고 그리고 추위에 맞서자고 격려 메시지를 회원들에게 띄웠지만 그래도 마음이 안놓였다.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서서, 간밤에 주문해 두었던 떡을 찾아 차에 싣고, 집결지에 이르니 십오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황철군이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다. 여상식군은 일찍 출발해서 벌써 산 초입을 지나가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8시가 가까워 오니 어느덧 스무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구기동 초행이라 다른 골목으로 들어 갔던 우석이가 마지막으로 도착하여 먼저 올라간 상식을 포함해서 총 27명의 대군이 형성되었다. 오늘은 마침 청조산악회 총 시산제가 비봉 아래에서 12시경 있을 예정이라 거기에 참석할 수 있도록 시간 조정을 위해서 평소와는 거꾸로 구기계곡으로 해서 대남문으로 올랐다. 그러나 시산제용 돼지머리와 떡의 운반이 문제였다. 양욱이가 간밤에 마신 술이 아직 덜깬 탓인지 호기롭게 자기가 떡상자를 매겠다고 나섰다. 배낭뒤에 나이론 끈으로 아슬아슬하게 달려 대롱거리는 떡상자가 아무래도 위태하다. 결국 양욱이도 자진 항복하고, 나무막대를 구해 맷돼지 꿰듯이 엮어 교대로 두사람이 앞뒤로 들고 올라갔다.
돼지머리를 짊어진 윤호도 힘좋은 수일이 한테 짐을 양보한 뒤 한결 수월한 표정이다. 짐 수송조는 삼거리에서 바로 사모바위쪽으로 코스를 잡았다. 짐 수송조가 사모바위에 도착해서 명당자리를 접수하는 동안(정말 간일발의 차이였다. 조금만 늦었어도 다른 사람들한테 자리를 뺏길 뻔 했다) 일행들은 대남문을 통과하여 청수장 암문쪽으로 진행하는 데, 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의 위력을 톡톡히 실감들을 했다.
드디어 일행들이 모두 모여 자리를 깔고 돼지머리를 정위치 시키고, 준비해 온 떡과 술,과일을 배열한 뒤 시산제 행사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나온 일걸도사께서 “유세차 2005년 정월 12일을 맞아… “로 시작되는 즉석 축문을 읊었다. 청관회 개개인에서부터 가족들의 건강과 다복을, 그리고 북쪽의 김정일에게는 오기가 사그러지기를, 우리 노대통령은 머리가 보다 더 맑아지기를 축원했다. 스케일 큰 우리 청관회의 웅지를 대변한 당대의 명축문이었다. 아직 온기가 따스하게 남아 있는 떡과 시원한 막걸리, 발렌타인 17년 양주를 나누어 먹은 뒤, 청조산악회 시산제가 열리는 비로봉 아래 보살바위로 자리를 옮겼다. 또 다시 돼지머리에 절을하고 축원을 빌었다. 두번을 빌었으니 금년엔 복이 배판으로 올 것이다.
하산하여 산머루집에 도착하니 제법 배가 촐촐하다. 오늘 점심을 쏘기로 한 원관이가 갑자기 해외 출장이 있어 못 오는 바람에, 그 동안 후순위로 밀려 있던 많은 독지가 후보들 중, 우석군이 재빨리 기회를 잡아 회원들에게 푸짐한 식사를 내었다. 오늘도 이런 저런 얘기로 웃음 꽃이 만발했는 데, 그 중 조양욱 작가의 얘기 하나 소개하면…
어느 불심 깊은 한분이 유명한 고승을 초대해서 골프라운드를 하게 되었다. 인생에 지침이 될 훌륭한 설법 한마디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라운드 내내 귀를 쫑긋 세우고 스님의 한마디를 기다렸으나 스님은 도통 말이 없으시다. 드디어 마지막 홀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스님은 말이 없어 실망이 가득 한데, 갑자기 스님이 먼 산을 쳐다보며 한 말씀 하신다.
“심조불산이라…..”
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심오한 한 말씀, 잊어 먹지 않도록 입속에서 몇번을 되풀이 하며 가슴 깊이 새겨 넣었다. 무슨 뜻일까? 이 말의 뜻이 궁금했다. 그러나 체면상 묻기도 뭣하고 해서 노심초사하고 있는 데 캐디 언니가 스님에게 법어로 답을 한다.
“수군인용이에요…”
그러자 스님이 놀란 눈으로 캐디를 보더니, 양손을 들어 캐디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둘이서 즐거워 어쭐줄을 모르는게 아닌가! 아니 캐디도 알고 있는 이치를 내가 모르다니.. 이 양반은 심한 자괴감에 빠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그 뜻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침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캐디 귀에 대고 조용히 물어 보았다. 아까 스님과 주고 받은 말이 무슨 뜻이냐고…
“아 그거요? 아까 스님이 산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거꾸로 읽대요…그래서 나도 그 밑에 있는 글을 거꾸로 읽었더니 스님이 그렇게 좋아하더라구요!”
---가로되 “산불조심 ? 용인군수” (*)
200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 반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