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救)하는 언어 에스페란토
석수(石手)장이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가족을 부양하려니 어쩝니까. 죽지 못해 그저 이 짓을 하지요”라고 불평하면서 일을 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이 돌이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니 얼마나 보람 있는 일입니까?”하며 자신의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열심히 돌을 쪼고 있다. 당신은 어느 편인가?
여기 에스페란티스토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나는 머리가 나빠 영어는 못하겠고, 남들이 쉽다고 하니 에스페란토나 배워볼까 하고 시작했는데 이 것도 쉽지가 않네!”하면서 마지못해 에스페란토 운동에 참여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지구를 구하는 언어 - 에스페란토! 이 얼마나 멋진 언어인가!”를 외치며 에스페란토 보급 운동에 앞장서 뛰고 있다. 자, 당신은 어느 쪽인가? 이 모두가 당신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Cxio dependas de vi!
누가 지구를 구하는가? 우주 ‘소년 아톰’인가 아니면 ‘마징가 제트’인가? 만화 속에서는 그랬다. 그렇다면 현실 속에서는 과연 누가 이 지구를 구한단 말인가?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정치적으로는 국가간 이해관계가 얽혀 불가하고, 군사적으로는 지구 공멸을 가져오기 때문에 안 된다. 많은 나라들이 핵무기로 무장한 현 시점에서는 누가 누구를 제압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2007년 새해 벽두에 뉴스위크지는 ‘지구를 구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안 쓰고 아끼는 게 능사가 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에너지 부족과 지구 온난화 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즉, 형광램프, 디젤차, 단열재,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등을 사용하면 향후 25년간 11조 달러(약 11,000조원)를 절약할 수 있으며 이로써 대기 온난화 예방을 통한 자연재해를 막고 결국 지구의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뉴스위크 2007. 1. 29>
‘지구를 구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뉴스위크지의 주장이 하드웨어적이라고 한다면 내가 주장하는 ‘지구를 구하는 언어, 에스페란토’는 소프트웨어적이다. 이에 나는 2007년 새해의 화두(話頭)를 이렇게 잡고자 한다: 「지구를 구하는 언어, 에스페란토!」
나는 감히 말한다. 에스페란토야말로 인류화합, 기아해방, 환경보호, 각종 재해 예방 등을 수행할 능력이 있으며 그 어떤 다른 언어도 그 자리를 대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가? 천천히, 그리고 차분히 다음의 글을 읽기 바란다.
가. 인류화합
민족어는 태생적으로 자신이 태어난 민족의 언어소통과 문화 창달을 위해 만들어졌다. 민족을 단합시키고 국민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민족주의를 조장하며, 또한 국수주의(國粹主義)의 원인을 제공하고, 막강한 국력(國力)과 함께 타민족의 언어를 잠식하며 나아가 타민족의 문화를 말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면, 에스페란토는 구상(構想) 당시부터 인류화합과 평화의 정신을 안고 태어났다. 말이 달라 야기되는 민족간 불화를 불식(拂拭)시키고 평등하게 대화를 함으로써 인류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지난 120년간 에스페란토는 이미 인류의「언어권(言語權)」 신장에 실로 기여한 바 크다.
나. 기아해방
에스페란토의 사용은,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금액의 통역 ․ 번역 비용을 절감하여 아프리카의 기아해방에도 기여하고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부흥에 일조를 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국제기구와 각 나라에서 소비하는 언어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인 수치다.
나라/국제기구 |
연간 예산 |
통/번역 비용 |
기타 |
한국 |
150조원 |
15조원 |
주로 교육비 |
유엔 |
25억불 (약3조원) |
6천억 원/6개 언어 |
1억불/1언어 |
유럽연합 |
1,265억 유로
(약 154조원) |
약 4조 6천억 원/254개 언어 |
행정비 9조 2천억 중 50% |
기타국가
(추정) |
|
약 10조원 |
최소치로 잡은 수치 |
계 |
|
30조 2천억 원 |
|
추산한 합계 금액이 약 30조원에 달하며, 이 비용이면 지구온난화, 기아해방, 질병예방 및 퇴치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우리 돈 만원이면 아프리카의 한 사람이 한 달간 먹는다고 한다. 따라서 30조 원이면 아프리카, 방글라데시 등 국가에서 발생하는 모든 기아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다.
다. 환경보호
나는 오래전 Monato지를 보다가 아주 놀라운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중국의 에스페란티스토가 쓴 글인데 그 제목이 “영어 때문에 중국의 산하(山河)가 황폐해 진다”였다.
어째서 영어가 중국의 환경을 망친단 말인가? 자세히 읽어보니 일리가 있었다. 즉, 13억 중국인구가 영어를 배우려면 엄청난 분량의 영어책을 발간해야 하고, 그 책을 만들려면 엄청난 양의 나무를 벌목하여 펄프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자니 중국의 산에는 나무 보기가 어렵게 되었고 산에 나무가 없다보니 강물이 바닥을 보인다는 이야기다.
그 기사의 결론이 나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그 많은 책을 만들어 교육을 해도 실제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그러니 극소수 사람에게 영어를 교육하기 위해 중국의 산이 모두 민둥산이 되어간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1996년, 중국의 외무성은 기자회견 석상에서, 향후 모든 기자회견은 중국어로만 한다고 선포를 하고 기자들은 중국어를 배워가지고 오든가 중국어 통역을 대동하든가 택일(擇一)하라고 선포했을까?
만약, 전 세계적으로 국제어를 에스페란토로 통일하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삼림을 보호할 수 있을지 상상을 해보라! 무한정 벌목(伐木)을 안 해도 된다. 환경보호가 저절로 달성될 것이다.
라. 각종 재해 예방
전 세계에서 매년 발생하는 수많은 항공기 사고 중 대부분은 언어소통장애에 기인한다고 한다. 관제탑과 기장과의 언어 불소통은 수 십, 수 백 명의 인명사고를 내는 불행한 일을 초래한다(예: 괌의 대한항공 추락사고, 유럽 지역에서의 항공 사고 등).
International Herald Tribune지의 보도에 의하면 2005년 8월14일 121명의 인명을 앗아간 사이프러스 여객기 추락사고가 있었는데, 당국에서 회수한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근본적인 문제는 다름 아닌 영어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내용인 즉, 비행기가 상승하면 외부공기가 희박해지고 따라서 실내 공기도 희박해진다. 이 때 기계를 작동시켜 기내 공기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문제의 여객기에는 독일인 기장(機長)과 사이프러스인(人) 부기장이 동승(同乘)하고 있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규정에 따라 이 두 사람의 비행 중 공통어는 물론 영어다. 그러나 일반적인 비행관련 대화는 가능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난 복잡한 기술적인 대화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기장이 부기장에게 기계 작동법을 알려주었지만 말이 통하지 않자 독일인 기장이 직접 기계를 수리하려고 조종석을 비운 사이 비행기는 추락하였고 끔직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역시 언어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자, 이제부터 에스페란토 운동은 인류화합운동이요, 기아해방 운동이요 환경보호운동이요 세계평화 운동이다. 지구와 인류를 구하는 운동인 것이다. 자부심을 가지고 뛰자. 「지구를 구하는 언어, 에스페란토」를 외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