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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氣)에 심취한 엄마와 연극에 빠진 딸
성영주-서민정 모녀
"엄마는 기(氣)에 살고 딸은 '끼'에 살아요"
엄마 성영주씨(47)는 기(氣)의 세계에 들어선 지 15년째. 기수련원의 원장이다. 딸 서민정씨는 7년째 무대에 서 온 연극배우. 기(氣)에 심취한 엄마와 '끼'로 뭉친 딸의 얘기를 들어본다.
80년대 초반에 기의 세계에 발 들여놔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평안도 얻었어요"
"기(氣)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모두 사기꾼이다." 최근 EBS-TV에서 '노자' 강의로 인기를 끌고있는 김용옥씨가. 얼마 전 강의 중에 했던 말이다. 김씨가 TV에서 그 말을 한 바로 다음날, 공교롭게도 서울 양재동에 자리한 성영주씨의 기수련원을 찾았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범한 가정집. 안방으로 보이는 큰방에서 서너 명의 사람들이 기수련에 열중해 있었다. 어떤 이는 가부좌를틀고 참선하는 자세로 앉아 있었고, 어떤 이는 바닥에 누운 채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있었다. 요가와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도 있었다. 성영주 원장은 기수련을 열심히 한 덕인지. 50이 다 된 나이로는결코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해서 기(氣)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을까?우선 그 내력부터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
"기(氣)라는 것은 누구든지 느낄 수 있는 것, 결코 신비한 게아니지요." |
"저도 예전에는 '기'를 얘기하는 사람들을 사기치는 사람들로 생각했어요. 정확한 걸 좋아하는 성격이거든요. 무속신앙 같은 것에도 거부감이 심한 편이었구요."
그런 성영주씨가 '기'의 세계에 들어선 것은80년대 초반 무렵. 그때 그녀는 이혼을 하고 대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혼을 하고 혼자 두 딸을 키우면서 주역에 관심이 생겼어요. 처음엔 호기심이었죠. 그런데 공부를 할수록 점점 재미있고 참 오묘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어느 날 서울에 사는오빠한테 '주역 공부를 하고 있다'고 얘기했죠.
처음엔 오빠가 은근히 걱정을 하는 것 같았어요.그러던 얼마 후 오빠가 서울로 올라오라는 거예요. 먼 아저씨뻘 되는 분이 계신데 웬만한 사람은쉽게 만날 수도 없는 분이다. 네가 정말 공부를하려거든 그분 밑에서 하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서울로 올라와 '그분'을 만났다. 서울강남의 청담동이었다. 그녀는 그날 처음으로 기(氣)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눈을 감은채, 두 손바닥을 활짝 펴서 팔을 쭈욱 뻗어 위로들어올리는 자세를 취하게 하더라구요. 그런데그 상태로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났는데도 팔이 아프지 않은 거예요. 처음엔 무슨 최면에 걸린줄 알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식이 더 맑아지고 또렷해지는 거예요. 그런 상태로 두 시간쯤 지나자 내 몸에 서서히 변화가 오기 시작했어요."
제일 먼저 변화가 나타난 곳은 손이었닥 한다. 쫙 펼쳐져 있던 손이 삐걱삐걱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그러다가 서서히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약하게 시작되었다가 차츰 전신으로 퍼져나가면서 나중엔 경련을 일으키듯 온몸이 진동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기수련을 했죠. 제가 어렸을때부터 몸이 참 약했거든요. 머리가 늘 아팠고,위장이 안 좋아서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화장실에 갔어요. 20년 동안 늘 그런 상태였죠. 그런데기수련을 한 지 일주일쯤 되자 화장실에 하루 한번만 가도 되는 상태가 됐어요."
성영주씨의 말에 따르면, 기수련을 통해 건강만 회복한 게 아니었다. 마음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쌓여왔던 모든 정신적고통이 일시에 사라지고, 모든 걱정과 근심을 떨친 평안함이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인터넷과 DDR을 즐기는 신세대 엄마 "엄마와 저는 다정한 친구 사이랍니다"
기(氣)의 세계에 입문한 지 5년쯤 지나자 다른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는 것만이 과연 옳은 것일까? 다른 사람들처럼 세상 속에서부대끼면서 사는 게 더 나은 것 아닐까?' 그런 회의가 마음속에서 오락가락했다. 그래서 5년간 몸담았던 세계를 떠났다. 이태원에서 레스토랑을운영했고 가구 공장을 경영하기도 했다.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술학원도 해봤고 보험설계사일도 해봤다. 그러다가 다시 돌아왔다. 93년에현재의 장소에 수련원을 연 것이다.
"개인적인 사업들이 전부 실패했어요. 하는 일마다 안 되더라구요
다시 마음의 정리를 했죠. 어쨌든 남다른 능력을 가졌으니까, 그 능력으로 남들을 도우면서 살아야게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사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해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7년 동안의 방황을 접고 다시 기의 세계로 돌아온 성영주씨. 그녀의 말에 따르면 '기'라는 것은 결코 신비한 게 아니다.
"기는 가장 원천적인 힘이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기를 갖고 있어요. 절대 신비한 게 아니죠. 사람이 얼마든지 느낄 수 있는 거예요.물질 문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기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대부분 잃어 버렸지만, 수련을 통해 얼마든지 다시 그런 능력을 회복할 수 있어요.
마치 기가 굉장이 신비스러운 것이라도 되는 양 사기 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정확히 가르쳐주는 스승이 없어서 그런 거죠."
성 원장의 수련원에는 몸이 아픈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모든 생명체는 스스로 몸을 치유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기수련은 다만 그러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한다.지금까지 몇 명이나 고쳤냐고 묻자, 그녀는 빙긋이 웃으면서 "몰라요. 그런 건 외우지 않아요"라고 대답했다.
기수련원의 원장이라고 해서, 그녀가 흡사 도인 같은 분위기의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녀는 나이보다 훨씬 젊은 마인드로 산다.
인터넷으로 주식 투자도 하고 채팅도 즐긴다. 또 때로는 딸과 함께 전자오락실에서 DDR을 즐기는 '젊은 엄마'다. 그녀는 나이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은 거의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큰딸 서민정씨(27)는 연극배우. 쌍꺼풀 진 커다란 눈이 시원스러운 외모다. 서울예대 연극과 92학번, 본격적을 연극을 시작한 지 올해로 7년째다.
"제가 연극을 하기로 인생의 진로를 정할 때 엄마가 했던 얘기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외롭지 않다는 것이었죠. 엄마와 저는 다정한 친구 같은 사이예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한테 '친구'같은 느낌을 가졌던 것 같아요. 좀 웃기는 모녀죠?"
엄마와 딸은 동시에 웃음보를 터뜨렸다. 보기 좋은 모습이다. 딸 민정씨는 몸이 아프면 종종 엄마 꿈을 꾼다. 며칠 전 새벽에도 배가 너무 아파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들었는데, 꿈 속에서 엄마가 나타나 아픈 배를 어루만져주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컨디션이 아주 가뿐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이에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엄마 성영주씨는 딸의 공연에 늘 빠지지 않고 객석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꽃다발 대신에 작은 돈봉투를 딸의 손에 쥐어준다.
"민정이가 출연했던 공연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 두 개 있어요. 하나는 '레미제라블'이었는데, 그 작품에서 얘는 아주 비중이 적은 역이었죠.코러스를 하는 역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엄마인 내가 객석에서 보니까, 그 보잘것없는 역을 너무 진지하고 열심히 연기하고 있는 거예요, 그 모습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어요. 또 하나는 '가죽 버선'이란 연극이었는데, 거기에선 주인공을 맡았어요. 그런데 집에선 그렇게 얌전한 얘가 어쩜 그렇게 간드러진 연기를 해요? 그 모습을 보고 엄마인 나도 깜짝 놀랐다니까요. 아, 저런 게 배우의 '끼'구나, 그렇게 생각했죠."
기(氣)에 심취한 엄마와 배우의 '끼'로 똘똘 뭉친 딸. 아무리 보아도 두 사람은 모녀라기보다는 다정한 자매 같았다.
□ 글/문학수 기자
□ 사진/황정옥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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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하고싶은일 즐기면서 살 수 잏는건 정말 행복인듯 합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