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드폰 알람소리에 눈을 떠보니 6시 30분.
화장실에 가서 실컷 오바이트를 하고서 각시가 어젯밤 삶아둔 계란을 베낭에 넣고 집을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이바지떡집에 도착.
근배, 근배막둥이 엄니 부지런히 떡 만드느라 정신없음에도 산에 가는 우리들을 위해 떡을 한박스나 마련해둠.
베낭에 떡박스를 넣고 7시 40분경 숲에 도착. 보슬비를 맞고 있으려니 철호가 베낭을 메고 나타난다. 분명히 대철이도 참석할 것인데 암만 기다려도 나타나지를 않는다. 전화를 하려는 순간 철호에게 대철이가 전화를 했다.
자신은 7시 20분부터 터미널에 나와 라면까지 먹고 기다리고 있다고.
철호와 함께 터미널분식으로 자리를 옮겨 우리도 라면 한그릇씩을 비우고, 김밥3인분 포장하여 9시 18분 대철이 차로 옥룡으로 출발.
옥룡 논실에 차를 주차시키고 한재쪽으로 산행시작.
보슬비를 맞으며 어느덧 한재에 도착 물 한모금씩 하고 늦으면 혹 지리산까페회원들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곧바로 정상을 향해 산행계속.
정상에 도착하니 우리외에는 아무도 없고 주변이 안개로 인해 마치 바다와 같아 팬티만 입고 풍덩 뛰어들어 헤엄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김밥에 계란에 밤술에 점심을 먹으면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말고 동부능선을 타고 가자는 의견이 일치되어 지리산까페회원들을 위해 마련했던 떡박스를 풀어보지도 못한채 그대로 베낭에 넣고서 다시 억불봉쪽을 향해 발길을 내딛는다.
이정표를 보니 정상에서 억불봉 헬기장까지의 예상 소요시간이 약 3시간. 그런데도 다들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다.
억새평원을 지나 어느덧 억불봉 헬기장에 도착하여 시계를 확인하니 약 2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베낭을 풀고 '醉井'이라 이름 붙여진 우물에서 물을 떠와 컵라면을 끓여 먹자니 토끼가 뾰롱 지나간다.
저놈의 토끼를 잡았더라면.......
쓰레기등 자리를 정리한 후 노랭이봉 삼거리를 지나 곧바로 제철수련장쪽으로 하산.
도로로 내려와 논실로 가는 차를 얻어타기 위해 지나가는 차들을 잡았는데 한결같이 논실은 안간다고 하여 결국 버스를 타고 답곡까지 가서 거기서부터 걸어걸어 차있는 논실에 도착.(제일 힘든 구간이었음)
광양읍에 도착하여 상설시장에서 깔따구에 쐬주를 하는데 왜그리 다디 단지.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던 중 귀중이가 합류하여 쏘주몇잔씩을 더 걸치고 하루 종일 메고 다녔던 떡을 넷이서 나누어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헤어짐.
귀중이 차로 순천에 와서 후배들이 메추리를 구워먹는다고 전화가 와 거기서 소주 몇 잔 더하고 집에 도착하니 나를 반겨주는 사랑스러운 우리각시, 우리아들이 있다. 가정이라는 것이 이래서 소중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 이번 산행은 사람들이 거의 없어(총6명 만남) 백운산을 전세낸 기분이 들었으며 그리고 동부능선을 거의 완주했다는 것에 기쁘고, 못내 아쉬운 점은 함께 다니던 조기축구회원들과 그 기분을 함께 하지 못하고 또한 짙은 안개로 인하여 주변 경치를 거의 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