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양산
구순자
승용차에서 내렸을 때
허전함을 느꼈다
무엇인가 없어진 느낌이었다
주위를 살폈다
몸을 살피고 가방을 살피고
가게에 들어가 음료수를 사서 마셨다
빈병을 버리고 지하철을 타러가는 길에
양산을 생각했다
펴지도 않고 가지고 다니느라 짐만 되었던 양산
일기예보에 천둥번개가 친다하였다니
차에서 내려 집에들어갈 때
필요 할 지도 모르는 양산
지하철을 타고 잠깐 눈을 붙인 후 기도서를 읽었다
몇 일 있으면 영세를 받기위한 준비였다
차가 안양을 지나칠 때
나는 양산이 없는 것을 알았다
가방 안을 뒤지고 무릎 위를 보아도 양산은 없었다
3년 동안 나와 같이했던 양산
접었다 피려면 삐걱거리는 양산
나는 무심했다
승용차에서 내릴 때 지하철을 타러올 때
나의 머릿속에 들어와 저를 상기시켰었는데
나는 그 양산의 가벼움을 사랑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해가뜨나 부담없이 가지고 다녔다
조금은 촌스럽게 날리는 색이었지만 무늬가 예뼜다
보라색 바탕에 녹색 잎사귀 꽃분홍의 꽃잎이었다
그 꽃은 내가 좋아하는 장미꽃이었다
그리고 그 양산을 살 때 추억이 있었다
해를 가리기 보다는 눈을 가리기 보다는
비를 가리기 위해서 샀었다
야경이 아름다운 강가에서 비를 만났었다
하나 밖에 없는 가게에
하나 밖에 없는 양산이었다
색과 모양과 가격을 선택 할 권한이 없이 샀다
팔다가 남은 양산이기에
살때부터 때가 끼고 삐걱거렸다
하지만 양산장사는 제값을 다 받았다
손님인 내가 살 수 밖에 없는 것을 알았다
내 옆에있는 남자에게
내 마음이 빼앗겨 있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