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 홍준표)는 지난달 17일 경주에서 국제경기력강화특별위원회(위원장 정국현)을 열고 국가대표 최종전 1, 2위 입상자와 와일드카드 혜택자 등 체급별 3명의 선수 선발을 완료하고 이들로 하여금 최종 평가전을 리그전으로 치르도록 결정했다.
이날 선발된 남녀 48명의 선수들은 리그전을 통해 동률이 나올 경우 1회에 한해 재경기를 치루고 또 다시 동률에 이르면 최근 국내외 대회 입상 성적을 등급별 배점으로 정해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12일 열린 대표자회의에서는 체급별 3명의 선수를 A, B, C로 구분해 A:B(1경기), A:C(2경기), B:C(3경기) 의 순서로 경기를 치르기로 했으며, 대회 당일에는 여자부 1경기, 남자부 1경기, 여자부 2경기, 남자부 2경기, 여자부 3경기, 남자부 3경기 순서로 경기를 치렀다.
손태진, 차동민, 임수정, 황경선 등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국가대표 탈환에 초점이 쏠린 가운데 열린 이번 평가전은 초반 고양시청 황경선이 부상에 이은 부진을 딛고 당당히 2승으로 동급 라이벌인 박혜미, 서소영을 제쳐 전승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으며, 고교 돌풍의 주역 서울체고 김소희 역시 인소정, 전서연 등 대학 선배들을 누르고 -46kg의 주인공이 되었다.
여자 -53kg는 인천광역시청의 이혜영이 2승을 챙겨 재경기 없이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49gk는 춘천시청의 김혜정이 서든까지 가는 접전 끝에 툭 지른 앞발 밀어차기가 그대로 점수로 인정되어 세계대회 첫 출전의 영예를 안았고, -57kg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수정(수원시청)이 김소희(한국체육대학교)와의 접전 끝에 서든에서 왼발로 점수를 빼앗으며 다시금 국가대표로 복귀했다.
-73kg 출전한 서울시청의 오혜리는 경희대학교의 박미연을 상대로 3R 막판 비디오판독 결과 상단득점이 인정되면서 6:1로 쐐기를 박고 시청팀 창단 첫 국가대표의 주인공이 됐다.
+73kg는 동체급 언니들을 차례로 누른 안새봄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안새봄은 3경기 안산시청 김승희와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두고 당당히 여자 헤비급 대표에 안착했다.
남자부 경기는 -87kg 와일드카드로 올라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차동민이 용인대의 박용현과 진천구청의 구제승을 차례로 누르고 저력을 발휘했으며, 삼성에스원 송지훈 역시 뒤를 이어 2승으로 -74kg 대표 선발의 주인공이 됐다.
남자 -58kg는 한국가스공사 임철호와 수원시청 노광호의 맞대결로 주인공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임철호가 3R까지 뽑아낸 3점을 가까스로 지켜 끝까지 추격의 고삐를 놓치지 않은 노광호를 3:2로 누르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63kg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대훈(용인대)의 선발이 유력한 가운데 이대훈과 손영우(경희대학교)의 3경기에 시선이 쏠리고 있었다.
이대훈은 특유의 장기인 상단공격에 이은 허점 공략으로 1R와 2R 10점을 몰아치며 10:0(RSC)로 손영우를 제치고 세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당당히 태극마크를 따냈다.
-68kg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태진(삼성에스원)과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장세욱(용인대학교)이 각각 1승 1패로 동률을 이뤄 재경기가 진행됐다.
장세욱은 초반부터 신장의 우세를 이용해 손태진을 압박했고 손태진은 재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순식간에 10점이상의 득점을 내주며 최종 12:4로 장세욱에게 태극마크를 내어줬다.
-80kg는 지난해 전국체전 남고부 우승자인 인교돈(용인대학교)에게 태극마크가 돌아갔다.
인교돈은 동기인 이윤석(용인대학교)과 이동언(영천시청)을 차례로 누르고 2승을 챙겨 예상보다 쉽게 국가대표의 문턱에 올라섰다.
+87kg에서는 강력한 국가대표 후보인 남윤배(한국가스공사)가 경기중 입은 발가락 부상으로 인해 시합속행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한국체육대학교의 조철호가 행운의 태극마크를 획득했다.
-54kg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4회 우승의 최연호(한국가스공사)와 고교 돌풍 박지웅(부흥고)의 맞대결로 티켓이 결정됐다. 출전선수 중 최고참 나이인 최연호(81년생)는 12살 어린 박지웅을 맞아 0:0 접전을 펼치다 서든에 돌입했으나, 전자호구의 기계적 오류로 인해 최연호의 공격 중 1R 1회, 2R 1회에 걸쳐 득점유효타가 점수로 표출되지 않아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후 KTA 기술전문위원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최연호의 공격 2회에 대한 득점을 인정해주는 한편 2R부터 2:0의 우세로 경기를 재개하도록 했다. 재경기가 펼쳐지고 최연호는 2점이 앞선 가운데 경기를 유리하게 펼치는 듯 했으나 박지웅이 투혼을 발휘하며 이내 동점을 만들고 서든에서 먼저 점수를 따내 안타깝게 무릎을 꿇었다.
결국 전자호구의 오류로 인해 승리를 놓친셈이 되는 것.
올해 국가대표 평가전은 와일드카드 제도의 도입으로 국제대회 입상자들이 유리한 입장으로 출전했지만 박지웅, 김소희 등의 고교 스타와 이대훈 등의 차세대 스타가 당당히 실력으로 태극마크를 따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차동민, 임수정, 황경선의 국가대표 복귀와 더불어 예상외의 큰 이변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