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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소망(少妄)>
**이 글은 크게 서술자의 독백 부분과 남편과의 대화 부분으로 나누어짐. 구어체 표현을 많이 사용해서 얼핏 의미가 통하지 않는 말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어렵지 않은 내용임.
애개개!
그이(○)는 이 집 아저씨(○)더러 하등동물이란다우. 병자 고름 긁어서 돈이나 모을 줄 알지(이 집 아저씨의 직업이 의사인 듯), 세상이 곤두서건 인간이 돼지가 되건 감각두 못 허구(사회 현실에 대한 의식의 결여), 거저 맛있는 음식에 좋은 옷, 편안헌 집에서 호박 같은 마나님이나 이뻐허구(개인적 안락만을 추구함), 그런 것밖에는 아무것두 모른다구, 하하하. 언니(○)두 그런 줄은 아는구려? → 여기까지 읽고, ‘그이’는 서술자의 남편이며, ‘이 집 아저씨’는 ‘언니’(=호박 같은 마나님)의 남편, 즉 서술자의 형부임을 파악했다면 상황을 매우 빨리 이해한 것임. 서술자는 현재 언니 집(이 집)에 와 있음.
참, 결혼을 하면 남편 성질을 닮는다는데, 그게 정말인가 봐? 우리가 어려서는 언니가 되려 신경질루 감정이 섬세허구 잔 결벽(지나칠 정도로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버릇) 유난스럽구 했는데, 그리구 나(○)(서술자)는 털펭이*구. 안 그랬수? 그랬는데, 시방(지금; 표준어임)은 꼭 반대니. →어렸을 때는 언니가 차분하고 자신(나)이 덜렁거렸는데, 지금은 반대라는 뜻. 언니를 청자로 설정한 대화체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넋두리와 같은 독백 형식임.
아무튼 나두 언니처럼 의사허구 결혼이나 했드라면 시방쯤 언니 부러워 않구서 엄벙덤벙 아무 근심 없이 살아갔을 거야.
네에, 옳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언니한테 졌습니다.(자신이 언니를 부러워했기 때문에 언니의 우월함을 인정한다는 뜻) 가치(價値)는 어디루 갔든지 간에(삶의 의미는 차치하고) 당장 언니가 날보담(나보다) 팔자가 좋구, 그걸 내가 한편으루 부러워하는 게 사실은 사실이니깐요.
그러나저러나 대체 어떡하면 좋수? 이 일을…….(이 일? 무슨 일일까. 이것이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일듯)
나 혼자서 두루두루 생각다 못해 이 집 아저씨(형부)허구나 상의를 좀 해 볼까 하구서(형부가 의사이므로), 부르르 오기는 왔어두(‘나’의 현재 위치는 형부의 병원[이 집]임.), 상의를 하자면, 그새 통히(도무지) 토설을 않던(밝히어 말하지 않았던) 속사정을 다아 자상하게 언니한테랑 설파(분명하게 드러내어 말함)를 해야 하겠구, 그랬다가 그런 줄(속사정을 다 이야기한 것)을 그이(나의 남편)가 알든지 헐 양이면, 성미에 생벼락이 내릴 테구, 멀쩡한 삶 가져다 미친놈 만들려구 헌다구.(남편은 자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는 상황임. 위에서 ‘이 일’은 남편의 이런 병과 관련된 일이었음을 알 수 있음.) (중략)
병원? 진찰?
흥! 그런 말만 내보우. 생사람 하나 죽구 말지 안 돼요.(남편에게 병원 가서 진찰 받으라는 말을 꺼내면 몹시 화를 낸다는 뜻) 안 되구, 아까 이야기하다가 말았지만, 여기 아저씨가 누구 잘 아는 이루 신경과 전문 의사가 있으면 미리 짜구서, 그런 눈치 저런 눈치 뵐 게 아니라, 놀러 온 양으루 어물쩌억허구, 좀 보아달래야지, 내 억척으루는 천하없어두 병원에는 데리구 가는 장사는 없어요.(자신의 힘으로는 절대로 남편을 병원에 데리고 갈 수 없다는 뜻)
이거 봐요 글쎄, 오늘은 이런 재주를 다아 부려보잖었겠수?(다음에는, 남편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내용이 나오겠음.)
오정(정오)이 조꼼 못돼서야. 태호(○) 벙어리를 털으니깐, 제법 일 원짜리두 두 장이나 나오구(벙어리는 돼지 저금통이었음. 그렇다면 태호는 아들일 듯.), 죄다(모조리) 해서 한 오륙백 원은 돼요. 옳다구나, 태호허구두 구누를 해가지구서는(태호와 짜고 말을 맞춰서) 모자(엄마와 아들)가 건넌방(남편이 거처하는 공간)으루 ― 그 양반이 농성(籠城)(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킴)을 허구 있는 그 한증 가마(건넌방을 비유한 말) 속이었다 ― 글러루 처억 쳐들어갔구려.
들어가설랑, 아 날두 이렇게 몹시 더웁구 이애(태호)두 벌써 며칠째 어디를 가자구 조르구 허니깐, 우리 가서 수박두 먹을 겸, 물에두 들어갈 겸, 안양이나 잠깐 갔다가 오자구, 듣자니 사람두 그리 많지두 않구, 조용한 자리두 얼마든지 있다더라구, 머 있는 소리 없는 소리 주워 보태가면서 은근히 추실르지를 안했다구요. 태호는 태호대루 내가 외워준 말을 강한다는(외운다는) 게 ‘안양’ 먹으러 ‘수박’ 가자구(기껏 외운다는 것이 그만 순서를 바꾸었음. 해학적 효과를 유발함.) 주르구(조르고) 앉았구.
첨에는 대답두 안해요. 그래두 자꾸만 앉어서 조르니깐, 겨우 한닷 소리가, 태호 데리구 갔다 오구려, 이러는군!
그리면서 슬며시 돌아눕는데, 글쎄 잠뱅이만 입구 알몸으로 누웠던 등허리가 땀이 어떻게두 지독으루 났든지 방바닥이 흔그은해요. 오죽해서 내가 걸레를 집어다가 닦었으니, 천주학이라구는!(갑자기 ‘천주학’을 말한 부분이 의미 파악이 잘 안 됨. 아마 남편이 평소에 천주학에 관심을 가졌거나 책을 읽었고,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세상을 주장한 것으로 보임. 그런데 남편 때문에 자신이 걸레질하며 생고생하는 상황이 되자, ‘살기 좋은 세상을 부르짖더니 결국 마누라 이 고생 시키나요?’하는 의미로 한 말일 수 있음.)
일 글른(일이 틀려버린) 줄 알면서두, 그리지 말구 같이 갑시다. 당신두 같이 가서 소풍두 허구 그래야 좋지. 우리 둘이만 무슨 재미루다가 가겠수. 자, 어서 일어나서 우선 냉수루 저 땀두 좀 씻구, 그리라구 비선*허듯 애기 달래듯 하니깐,
“재미?” / 암말두 않구, 한참 있다가, 따잡듯 시비조(따지듯 다투듯 하는 말투)야.
“재미라……? 게 임자네 재미 보자구 나는 고통을 받아야 하나?”
“그런 억지소릴라컨 내지두 마시우!”
나두 그제서는 속에서 부애(부아 ; 분한 마음)가 치밀다 못해 대구(잇달아) 쏠(매섭게 말할) 밖에.
“원, 놀러 가는 게 어쩌니 고통이며, 당신 말대루 설령 고통이 된다구 합시다. 당신 좀 고통받구서, 머 나는 둘째야(나는 그만두고서라도). 저 어린 것(아들 태호) 하루 실컷 즐겁게 해 주면, 그게 못할 일이우?”
“그것두 천하사를 도모하는(사회 현실의 큰일을 이루고자 하는) 노릇이라면…….” → 사회․역사적인 삶을 중시하는 태도임. (하지만 아내는 가족 소풍 한번 가는 것까지도 사회 역사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지나친 태도라고 생각하고 있음.)
“에구! 거저…….” / “…….”
“글쎄, 여보!” / “…….”
“당신 이러다가 아닐 말루 죽기나 하면 어떡허자구 그르시우?”
“헐 수 없겠지. 인간 목숨이 소중하다는 것두 요새는 전설(아주 오래 전의 일) 같아서 까마득허이.!” (요즘은 인간의 생명이 중시되지 않는다는 뜻. 현실 비판적 의도가 담겨 있음.)
“드끄러워요! 내가 어디 가서 기두 맥두 없이(기운 없이, 힘 없이) 죽어버려야 당신이 정신을 좀 채릴려나 보우.”(‘나’가 남편의 의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
“얄망거리지 않는 여편네는 넉넉 만금 값이 있어.(여자가 말이 많으면 안 된다는 뜻) 아닌게아니라, 아씨(아가씨. 자기 부인을 빈정거리는 어투로 나타낸 말)의 그 다변(말이 많음)은 좀 성가셔.”
“그렇다며는, 아무래두 나는 죽어야 하겠구려? 당신 성가시지 않게. 또 정신을 버쩍 좀 차리게. 소원이라면 죽어드리리다.”
“나를 위해서……? 죽는다……?”
“빈말이 아니라, 두구 봐요.”
“남을 위해서 내가 죽는 것두 개죽음일 경우가 많아! 제1차 세계대전 후에, 아메리카 녀석들이 무얼루 오늘날 번영을 횡재했게! 귀곡성(鬼哭聲)(귀신의 울음 소리)이 이천만이 합창을 하잖나! 억울하다구. 생때같던(몸이 튼튼하던) 장정 이천만 명!” (미국의 번영은 1차 세계대전 때 죽은 2000만 명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뜻. 현실 비판 의식이 나타남.)
“아이구 답답이야! 이 답답. 제에발 덕분 하느라구 저기 마루나 안방으로라두 좀 나가서 누워요. 제에발.”
“그만 입 다물지 못해? 이 하등동물(의식없이 현실에 안주해 사는 사람을 경멸조로 부른 말.) 같으니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되사리구(도사리고 ; 웅크리고) 일어나 앉어요, 화가 나설랑.
“이 동물아! 내가 이렇게 꼼짝 않구서 처박혀만 있으니깐, 아무 내력(까닭)없이 그리는 줄 알아? 나는 이게 싸움이야, 이래봬두. 더위(부정적인 현실 상황을 상징함.)가 나를 볶으니까, 누가 못 견디나 보자구 맞겨누는 싸움(저항)이야 싸움!”
내 원, 어처구니가 없어서.
더 옥신각신해야 되려(도리어) 그이 신경에만 해룹겠어서 벌떡 일어나 나와 버렸지. 속두 상허구, 허는 깐으루는(생각으로는) 자기(남편) 말대로 태호나 데리구 안양이라두 곧 가겠어. 그렇지만 어디 그럴 수가 있어야지. 내가 애가 풀신 삭이구(답답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았지.
*털펭이 : 성질이 침착하지 못하고 덤벙거리는 사람.
*비선 : 비손. 두 손을 비비면서 신에게 소원을 빎.
*얄망거리다 : 얄망궂은 짓을 자꾸 하다. ‘얄망궂다’는 ‘성품이나 행동이 지나치게 약삭빠르고 까다롭다.’의 의미임.
[정리]
1)인물
-나(아내) : 서술자. 남편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언니에게 넋두리 하듯이 하소연한다. 시대 현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인물(신뢰할 수 없는 화자)로 평가된다.
-그이(남편) :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며, 개인적 안락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하등동물이라고 경멸한다. 시대 현실 인식과 역사 의식이 투철한 인물이다.
-언니 : 의사의 부인. ‘나’의 말을 들어주는 청자로 설정되었지만, 대화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이 집 아저씨 : 의사. 언니의 남편.
-태호 : ‘나’의 아들
-갈등 : ‘나’와 남편 사이의 갈등.
•‘나’(남편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답답해 함.)
↔ 남편(개인적 안락만을 추구하는 부인과 그 밖의 사람들을 하등동물이라고 칭함.)
2)사건
-공간 배경 : ‘병원’은 현재의 공간으로서 ‘나’가 언니에게 넋두리하는 공간이다. ‘건넌방’은 남편이 거처하는 공간으로 남편과 대화하는 곳이다.
-남편의 비정상적인 행위의 의미 : (여름에 뜨거운 방에서 꼼짝 않는 것, 무더운 한낮에 겨울옷을 입고 여러 사람 앞에 나서는 것 등) 왜곡된 시대 현실에 대한 고발 및 저항의 의미
-풍자 대상 : 이 글은 잘못된 시대 현실과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풍자 비판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부정적 인물(‘나’)이 긍정적 인물(남편)을 비판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부정적 인물의 어리석음이 드러나게 하는 기법(칭찬과 비난의 역전기법)을 사용하였다.
-제목 ‘소망(少妄)’ : ‘젊은 나이에 미침’. 남편이 젊은 나이에 미쳤다는 뜻으로 사용한 말이므로, 작가의 의도를 고려하면, 반어적 의미가 담긴 말이다.
3)서술
**이 작품은 채만식의 <치숙>과 서술상의 특징이 유사하다.
-1인칭 관찰자 시점 : 서술자 ‘나’가 중심 인물인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1인칭 독백체 : 언니를 향해 말하는 부분은 언니를 청자로 설정하고 있으므로 대화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1인칭 독백체이다. 따옴표를 사용하지 않고 대화를 해체하여 서술하였다. (언니의 대화는 나와 있지 않음.)
-대화에 의한 전개 : ‘나’와 남편의 대화 속에 두 사람의 의식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나’의 답답한 심리와 남편의 경멸적인 태도가 나타나 있다.
-판소리 사설투의 어조 : 1인칭 화자가 청자를 상대로 직접 말하는 형식이다.
-구어체 어투 사용 : 사투리,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늘여 쓴 말(다아, 처억, 흔그은, 제에발) 등
[주제] : 잘못된 시대 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
▶<소망> 작품 전체
<줄거리>
나는 7년 전 동경에서 대학에 다니던 남편과 결혼을 하고, 3년 동안 남편 없는 시댁에서 살았다. 3년 후 남편이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신문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5년 후 시댁에서 나와, 현재까지 남편과 함께 2년 동안 살았다. 남편이 신문 기자 노릇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작년 초가을 신문사에 사직원을 내버린다. 신문사에서는 남편에게 나오라고 여러 번 재촉했으나, 남편은 신문사의 재촉을 거절한다. 신문사를 사직한 뒤 남편은 건너방에 누워서 책과 신문과 잡지 읽기에 전념한다. 내가 말을 걸면 웅변조로 나를 몰아세운다. 남편은 가끔 화동 서씨를 찾아가곤 한다. 유월 그믐께 남편이 쌀가게에 가서 봄부터 밀린 외상값을 갚겠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 후 남편은 쌀가게 앞을 피하여 화동 서씨 집에 갔다. 이른 여름에 친정 어머니가 그곳 해변에 와서 쉬라고 편지를 해서 내가 남편에게 친정에 가자고 졸랐으나 남편이 서울을 떠날 수 없다고 거절해 버린다. 내가 남편에게 서울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묻자, 남편은 내가 하등 동물이어서 그 이유를 말하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남편은 지금 세상이 무너진다고, 또 세상이 옛이야기 같다고 말한다. 얼마 전 내가 남편에게 아들 태호를 데리고 삼청동 수영장에 가서 몸을 식히고, 시원한 솔밭에서 독서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라고 말했지만 남편은 나에게 속물이라고 욕하며 속물들과 돼지처럼 지낼 수 없다고 말한다. 오늘(말복) 정오에 내가 남편에게 안양에 가서 재밌게 놀다 오자고 말했지만 남편은 나의 재미를 위해서 자신이 고통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남편에게 아내와 자식을 하루만 즐겁게 해 달라고 말했지만 남편은 그것이 천하 일을 도모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내가 죽어 버리겠다고 말했지만 남편은 인간의 목숨이 소중하다는 말이 전설같다고 말한다. 나는 남편이 성가시지 않게 죽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남을 위해서 죽는 것이 개죽음이라고 말하고, 남편은 오늘날 미국이 1차 세계 전쟁 때 2천만 명의 죽음의 대가로 번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남편에게 무더운 건넌방에서 나와 시원한 마루나 안방에 누우라고 말한다. 남편은 나에게 하등동물이라고 욕하며 자기를 괴롭히는 더위와 싸운다고 말한다. 나는 닭을 사오려고 문 밖으로 나섰다. 남편이 나에게 쌀가게 주인에게 외상값을 팔월 그믐께 갚겠다고 말하라 한다. 나는 그대로 쌀가게 주인에게 남편의 말을 전한다. 나는 남대문 시장에서 닭을 사가지고 한 시에 돌아온다. 집이 비어서 남편이 화동 서씨에게 간 것으로 짐작한다. 닭과 칼국수를 삶고 있으니 남편이 겨울 양복과 겨울 모자를 쓰고 들어온다. 내가 남편에게 어디 갔다 오느냐고 묻자 남편이 종로에서 당당하고 통쾌하게 서 있다가 저속한 곤충들이 웃거나 멍하게 쳐다보는걸 보다가 쌀가게 앞을 유쾌하게 지나며 해방감을 느꼈다고 한다. 남편이 닭국수 한 그릇 반을 먹는다. 언니가 나에게 남편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언니의 남편이(형부) 들어온다. 나는 남편의 정신병 치료에 관해 의사인 형부와 의논하려고 하다. <조광>(1938. 10월)
[배경] : 1930년대 후반 어느 여름 말복날(8월 10일경)의 현대적 도시 공간(중앙학교, 삼청동, 화동이 있는 주택가 한옥의 서향 ‘건너방’, 쌀가게, 삼청동, 서씨가 사는 화동, 남대문 시장, 언니가 사는 집)
[구성]
-발단 : 나는 동경에서 대학에 다니던 남편과 결혼함. 3 년 후 남편이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신문사에 취직을 하지만, 어느 날 남편은 신문 기자 노릇하기 어렵다며 사표를 냄.
-전개 : 신문사를 그만 둔 후 남편은 건넌방에 누워 책과 신문, 잡지 읽기에 전념함.
-위기 : 아이들과 수영장에 가자고 조르는 아내를 남편은 하등동물이라며 이해하지 못함.
-절정 : 남편은 무더운 한낮에 겨울 양복과 겨울 모자를 쓰고 종로 한 복판에 서 있는 등의 이상한 행동을 함.
-결말 : 나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편에 관해 마침 집으로 들어오는 의사 형부와 의논해 보기로 함.
[등장 인물]
-나(서술자, 아내) : 세상을 바르게 인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없는 인물이다. 인식과 판단능력이 모자라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편이 정신병에 걸렸다고 믿는 인물이다.
-남편 : 주동인물. 서술자(아내)에 의해 정신이상자로 그려지는 인물이나 오히려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인식 능력과 판단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직업이 없으나 무능하여 직업이 없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직업을 버린 것이다.
-‘나’의 언니 : 의사 남편을 둔 서술자의 언니로 자신의 남편이 정신병에 걸렸다고 믿는 서술자의 긴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물이다. 대화에 참여하고 있으나 그 내용은 생략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