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포항을 다녀왔습니다. 지난해 K리그 베스트11에 뽑혔으며, 현재 포항 수비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산토스를 인터뷰하기 위해서였죠.
오랜만에 포항의 송라 클럽하우스를 방문하니 정말 반갑더군요..^^
클럽하우스 내에 진열된 각종 트로피, 그리고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포항이 배출한 스타들의 빛바랜 사진들..
이회택, 조병득, 박성화, 조긍연, 이기근 등등의 올드스타들과 제가 정말 좋아했던 최상국, 이흥실...그리고 이동국까지...
홍명보, 황선홍, 최문식, 백승철 등도 있겠지요..
최상국, 이흥실에 너무 집중하느라 다른 선수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_-;
포항의 찬란했던 지난 역사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줬습죠..^^ 포항팬으로서 정말 행복했던 시절들..^^
어쨌든 그건 그렇고..^^
송라 클럽하우스는 잔디가 거의 죽어 있었고, 한창 잔디를 새로 심는 작업이 진행중이었습니다.
구단 관계자의 말로는 4철잔디를 새로 심는다고 하더군요.
스틸야드도 4철잔디가 됐으니 연습구장 역시 발맞춰나가야겠죠..^^
쓸데없이 서론이 길었는데, 제가 봤던 연습게임은 5일(금) 오후에 송라 클럽하우스 인조잔디구장에서 있었던 대구대와의 경기였습니다. (인조잔디라고는 하지만 질감이 매우 뛰어남..파주 NFC의 인조잔디보다도 좋아보였음..물론 개인적인 생각..^^)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경기를 전반 끝날 무렵까지밖에 못봐서 자세한 이야기는 못할 듯 싶습니다..^^
마침 전반 중반이 지나자 눈이 섞인 폭우가 쏟아져서..^^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경기는 끝까지 다 했다더군요..
먼저 경기 전에 최순호 감독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최 감독은 올 시즌 3-5-2 시스템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더군요..
다만 보다 공격적으로 나가기 위해 미드필드를 공격형 MF 2명과 수비형 MF 1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수비의 핵은 역시 산토스이며, 김성근에게도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김성근이 공격가담이 좋은 수비수인데, 산토스가 침착하고 안정감이 있는 수비수이기 때문에 좋은 호흡을 맞출 것이라는군요. 3백의 남은 한 자리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
아..최순호 감독은 산토스가 상위권 팀에 있었다면 싸빅보다 더 주목을 받는 수비수였을 것이라며 절대적인 믿음을 나타냈습니다.
일단 이날 연습경기에서 사실상 이번 시즌 주전으로 뛸만한 선수들이 모두 투입되었습니다.
올 시즌 포항의 정규리그 포메이션을 그려볼 수 있을 듯..
먼저 골키퍼에는 부동의 주전 김병지..
3백에는 앞서도 말했듯이 산토스가 중앙에서 전체를 컨트롤하고, 김성근이 왼쪽이었습니다.
오른쪽에는 김광석(지난해 올림픽대표에도 잠시 뽑혔었죠..)이 나왔는데, 아직 불안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이민성이 내려올 수도 있다고 하는군요.
수비형 MF에는 방금 언급됐던 이민성..
그 위에 위치한 2명의 공격형 MF에는 주장 김기동과 코난이었습니다.
먼저 이민성의 경우 지난 시즌 중반 이후 수비형 MF로서 매우 만족할 만한 활약을 펼쳐줬는데, 이번 시즌에도 이 위치에서 주력할 것 같슴다..
물론 앞서 말한 3백의 오른쪽 자리가 구멍이 난다면 그 쪽으로도 가겠지만..^^
어쨌든 이날 경기에서도 이민성의 모습은 매우 좋았습니다.
좌우로 전개해주는 패스 역시 만족할 만 했고, 무엇보다 윙백이 공격에 가담하다 차단됐을 시 재빠르게 그 공간을 메우며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시켜주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2명의 공격형 MF 중 김기동은 상황에 따라 보다 수비적인 위치까지 내려오기도 하는 등 공격에 치중하는 전형적인 공격형 MF의 역할은 아니었습니다. 위치상으로는 이민성 앞에 있어도 미드필드 전체를 커버하는 성격이 강해 보였다고 할까요..결코 튀지는 않지만 살림꾼적인 역할에 충실한 믿음직한 선수..
반면 코난의 모습은 그야말로 공격형 MF의 모습..^^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코난이 그 위치에 맞는지는 다소 의문이 가기도 하네요..
최순호 감독이나 구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금 그 위치(공격형 MF)를 소화할 수준급 브라질 선수를 데려올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해봐야겠습니다.
그러고보니 황진성도 그 위치군요..
코난은 결국 우성용, 제 카를로스 투톱의 백업역할을 해야할 것 같슴다..
그리고 좌우 윙백에는 상무에서 제대한 김종천과 남영훈이 각각 나왔습니다.
김종천..처음에 포항 입단할 때만 해도 '포항의 카를로스'라고 불리웠지만, 실망을 많이 안겨줬습죠..^^
제대 이후에 카를로스답게(-_-;) 왼쪽 윙백에 배치됐는데, 일단 특유의 스피드는 이날 경기에서도 확실히 보여줬슴다..^^
그러나 아직 판단은 유보..
오른쪽 윙백 남영훈 역시 명지대 졸업후 상무로 갔다가 포항에 온 선수인데,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최순호 감독도 그렇고, 특히 박항서 수석코치가 라인 바로 옆에서 남영훈에게 이것저것 많이 충고하시더군요..
아 글구 남영훈이 김성근의 중고교 후배라고 하던데, 두 선수 모두 올 시즌에 처음 포항에 와서 친하게 지내나 보더군요..^^
남영훈의 말에 따르면 포항 선수들 중 김성근이 당구를 제일 잘 친다고 하던데..^^
말 나온 김에 잡담 하나 더 하자면, 남익경의 말에 따르면 포항 선수들도 플스2용 축구게임 위닝 일레븐을 즐겨하는데, 포항에서는 오범석과 또 한명(까먹었다..^^)이 최강자라고 하더군요..^^
제가 예전에 U-20 대표팀의 최강자였던 김영광을 꺾은 바 있어서 기회가 되면 오범석과도 한판 붙어봐야겠슴다...-_-;
어쩌다 이야기가 이렇게...^^ 다시 돌아와서...^^
윙백 위치에는 이밖에도 오범석, 최종범, 메도, 강용(현재 재활) 등이 피나는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아직 확실히 주전 자리를 보장받은 선수는 없는 것 같슴다..
그리고 최전방 투톱에는 우성용-제 카를로스가 빅 & 스몰 콤비로서 좋은 조합을 보여줄 것 같슴다..
백업으로 차철호나 코난, 남익경 등이 나올 듯..
특히 관심거리였던 것은 제 카를로스였는데요..
이날 경기를 잠깐 본 것만으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선수더군요..
물론 아직 선수들간의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아 삐걱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빠르고 개인기가 좋은 선수인지라 우성용과의 콤비 플레이도 괜찮을 것 같슴다..
우성용이 중앙에서 타겟맨의 역할을 해주고, 제 카를로스가 쉐도우 스트라이커로서 넓게 움직여주면서 특유의 스피드와 개인기를 바탕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는다..크흐..괜찮네요..^^
기억에 남는 장면은 미드필드에서 공간으로 공이 들어가고, 대구대 수비수가 그 쪽으로 향했는데, 그 뒤에 있던 제 카를로스가 어느새 수비수를 따돌리고 볼을 잡는 모습...^^
스피드가 좋더구만요..^^
특히 볼을 드리블하면서의 스피드가 매우 좋았던 것이 인상적이었으며, 아직 전체적인 호흡은 맞지 않지만 부분부분 보여지는 감각적인 움직임..
예를 들어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에서 앞에 수비수를 둔 채 주위 선수에게 노룩패스를 주고, 곧바로 앞 공간으로 쓱 들어가 리턴패스를 받아 돌파하는 모습 등등..
괜히 플라멩고 주전으로 뛴 것이 아니었슴다..^^
아직 정규리그에서 검증을 못받았기 땜에 속단하긴 어렵지만, 최근 수준급 브라질 선수들이 성공했던 만큼 이 선수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포항의 전력 역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거겠죠..^^
전반 끝날 무렵까지 스코어는 0-0이었는데, 포항은 김기동인가, 우성용인가의 슛이 골대로 맞추는 등 골운이 따르지 않았슴다..
이후 경기는 보지 못해서 교체가 누가 됐는지도 모릅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