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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 2016년 7월 22~24일 2박3일(금~일 대피소 2박)
◆가족동반(4인)
◆여행경비: 약 38만원
교통비/22만원(자가용[서울-구례 왕복], 시내버스[구례-성삼재], 택시[의신-구례] 포함)
천은사입장료 및 산장예약, 모포 및 메트리스대여비 / 9만원
행동식 및 야영식/7만원
서울-남원-구례-성삼재-노고단 / 산행거리 1.9km
서울이 무더위에 헉헉대는 숨소리도
마치 차량의 배기통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지리산이 몹시 그리워
가족을 데리고 서울 탈출을 감행했다.
야근한 다음날이 출발일이라
몸이 좀 무겁지만 오랜만에 찾는 지리산 재회의 기쁨에
몹시 가슴 벅차 있었다.
모름지기 점심때 되어
남원ic에서 차를 내렸다.
네비가 알려주는 맛집을 향해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네비는 광한루 근방의
숨겨진 맛집에 차를 세웠다.(13:30)
지리산 흑돼지가가 유명한 남원은
어딜가나 돈고기 요리가 빠지지 않는다.
점심을 해결한 다음 가족들을 데리고
정겨운 국도를 이용하여 구례를 가기위해
밤재를 넘었다. 이길은
예전에 많이 다녀 본 길이다.
곧 산수유마을이 반길 것이다.
전남 구례 읍내도 찌는 더위는
서울과 비교할 바 아니다.
차량을 터미널 근방에 주차시키고
노고단 성삼재 가는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15:40)
20여명이 되지 않는 승객 모두가
지리산 성삼재로 가는 피서객 들이다.
화엄사 큰절 입구를 지나
버스는 굽이굽이 지리산을 오른다.
구례방면에서 처음 올라보는
성삼재 오름길이다.
찻길이 천은사 사찰 부지를 통과하니
여지없이 통행료를 받는다.
하지만 누구하나 크게 불만을
실토하지 않는다.
운전기사분이 통행료 징수에 대한 안내 멘트를
사투리를 써가며 구수하게 전달한다.
성삼재 해발1,090m에 도착하니
오후 4시 20분.
오늘날 불측한 다수의 사람들이
지리산 종주를 시작하는 곳으로 유명한 성삼재는
성이 다른 3명의 장수가 방어 했던 곳이라 해서
성삼재라고 불리는 곳이다
뿌연 안개가 용솟음치듯
산릉을 감았다 풀었다 걷잡을 수 없이
타고 다닌다.
집사람과 나는 간만에 만나는
지리산 노고단 걸음에 감격에 있지만
아이들은 천근만근 소걸음으로
억지투정 온갖 인상 쓰며 따라 걷는다.
천년의 산! 천년의 숲!
풋풋한 풀냄새, 꽃향기, 물소리,
하다못해 낙엽 썪는 향기까지
이 여름이 주는 아름다운 종합 선물이다.
노고단 탄탄대로를 오르며,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보다
꼬박 이틀을 달래고 달래서 아이들과 힘겹게
가야 한다는 고뇌의 압박감이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노고단 산장에 도착함은
아이들에겐 달콤한 휴식처다.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신비로움과
대자연의 위대함은 뒷전이고
핸드폰 카톡으로 친구와의 수다가
급선무다.
붉은 노을과 운해에 잠긴
산 아래 비경이 감탄을 불러오지만
비둘기들 마음은 콩밭에 있다.
노고단대피소-노고단-반야봉-삼도봉-토끼봉-명선봉-연하천대피소
산행거리 13.3km
동이 트고 심심치 않게 성삼재에서 오르는
이른 여행객이 대피소에 당도하여
재정비에 수선스럽다.
산에 올라왔으니
일출을 맞는 일은 으레 치루는 의식 같은 것.
반야봉아래 운봉고원이 운무에 잠기고
이슬을 머금은 말나리 꽃이 고개를 쳐든다.
노고단 오름길에 즐비하게 핀 야생화에
눈이 멀었다.
얼마 만에 갖는 여유 있는 산행인가!
노고단 정상에서 맞는 아침 조망은
가히 무엇과도 비교할 바 없다.
동살이 보다 아름다운 자연에
싱그러운 옷을 입힌다.
구례 읍내가 산 아래 멀리 보이고
섬진강 방향에 아스란히 실루엣을 드리우면서,
반야봉은 푸르다 못해 검고
웅장한 기세를 세워 천왕봉과 함께
동과 서로 지리산을 진두지휘
호령하고 있다.
아득하게 보이는 천왕봉
그 사이 작은 연봉
좌우로 이어진 만학천봉
아, 지리산아!
지리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며
면적은 서울시 면적보다 조금 작다.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의 하나로 숭상된
영원한 우리 민족의 산.
천왕봉에서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은 25.5km에 이르며
둘레는 320km에 달한다.
이 넓은 터에
해발 1500m에 넘는 봉우리가 20여개가 있는데
그 가운데
동쪽의 으뜸은 천왕봉 (1915m)이고
서쪽의 으뜸은 반야봉과(1732m)
노고단(1507m)이다
높고 웅대한 지리산에
한번 안긴 사람이라면
지리산을 왜 대다수의 산꾼들이
제일 좋아하는지 알 것이다.
사람들은 지리산을
‘어머니의 산’이라 부른다.
그것은 하해와 같은 포용의 힘.
산을 벗어나면 금방
어머니처럼 그리움이
밀려오기 때문 아닌가 보다.
시인은 지리산에 앉아있어도
지리산이 그립다 했다.
한반도를 감싸고 있는 지리산은
모름지기 영호남 사람들에겐
생명의 젖줄 같은 것.
20여개의 긴 계곡들이 있다.
동쪽 천왕봉에는
칠선계곡, 한신계곡, 대원사계곡이 있으며
서쪽 반야봉에는 피아골, 뱀사골, 심원계곡이 있는데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저 마다의
매력으로 넘친다.
그래서인지 인간들은 산 아래 삶이 고달프면
하나 같이 지리산으로 들어온다.
마치 어머니 품속을 그리워하듯.......
그런데 지리산은 이 모두를
품어주지 못했다.
전쟁의 아픔을 끌어안은 지리산.
지리산은 이병주 소설[지리산]
조정래[태백산맥], 김원일[겨울골짜기],
이태[남부근]의 작품만 보더라도
지리산에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웠다.
지리산에 기대어 살자고 했던 것이......
지리산 아래 곳곳에
쓰라린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숨진
영혼을 달래기 위해...
작은 암자는 물론이고 위령탑과 추모공원이 있는 것을
지난날 보았다.
슬프다.
조반을 일찍하고 출발했는데
반야봉에 오른 것이 13:20분
완전 거북이 산행이다.
산도 이화하니 감상과 탄복을 되풀이하며
고향의 어머니를 찾은 양 이모습 저모습
가슴에 쓸어 담았다.
반야봉 건너편 노고단을 바라보는
조망도 가히 절세가인에 비교할 만.
연하천대피소-형제봉-벽소령-삼정마을-의신마을-화개-구례-서울
산행거리 10.1km
연하천 대피소에서 일찍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
집에 가는 날이라 애들 마음이 한결 날아갈 듯
들떠 보인다.
하지만 산길 내내 “얼마큼 남았어요” 라는
질문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투덜대면서 걷지만 몸은 가벼워 보인다.
정작 이번 산행에 힘들어 했던
사람은 우리 내외다.
기분은 좋은데 몸이 무겁다.
2박3일 일정으로 종주는 무리였다.
종주를 포기하고
능선 절반지점 벽소령에서
하산 길을 잡았다.
종주의 능선 길은 수해 전에 몇 번 다녀보았지만
이번에 의신계곡 하산 길은
우리에게 초행길이여서 가본듯하게 꾸며대며
아이들에게 거짓으로 달랜다.
계곡이 깊다 못해 무섭다.
1시간 30분을 너덜지대를 내려오니
계곡물에 당도한다.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그때 난데없이 날아드는 문자메세지
서울이 폭염경보라는 재난 문자다.
얼마나 이순간이 행복한지 새삼 느꼈다.
그곳에서 2시간을 넘게 걸으니
작은 산마을에 도착했다.
삼정마을이다
당도하는 순간 뜨거운 지열과
뙤약볕 그리고 예쁜 꽃나무들이
시골집 옆에 버티어 반겨준다.
이건 무슨 냄새!
옛 벌쟁이들에게서 맡던 그 향.
지리산은 벌꿀이 유명하다.
산촌마을에 슬며시 도둑방문하니
한봉 농가가 많아서 그런지
쑥과 토종꿀 향이 골짜기 가득 배어 있다.
너무 향기롭다.
처음 방문하는 산촌마을인데
낯설지 않음의 분위기는 뭘까.
자꾸만 익숙한 이순간의 흐린 기억이
머리속에 맴돌고 있다.
흡사 70년대 고향에 온 듯한 분위기
마구 해피한 바이러스 전율에
휩싸이여 구름을 탄 기분이 들었다.
이런 맛에 나는 산에 다닌다.
삼정마을에서도 3km를 걸어야 대중교통을
만날 수 있는 의신마을에 당도한다.
차 없는 한적한 시골길은 낭만적이다.
의신계곡의 청정한 계곡물과 발가벗고 몸을 담근 바위들.
혹서기에 이 멋진 계곡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삼정마을이나 의신마을이나
별다른바 없다.
종점에 구멍가게 수준의 동네 슈퍼가
발길을 세운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서
여름 한낮의 두메산골 경치를 가슴속
담아본다.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눈에 담기는 예스러운 풍경이
거의 지나간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하다.
의신에서 택시를 타고 섬진강까지
빠져나오는 시간도 그리 짧지만 않다.
섬진강 길을 오면서 지리산 능선을
바라본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택시기사님의 자상한 말의 본새에서
지리산 산행의 에필로그 글을 얻는다.
‘산이 높고 계곡이 깊어 장마 기간에는
자칫 잘못하면 계곡물이 무섭게 살인귀로 돌변하여
사고를 당할 수 있습니다.
예전 대원사 계곡에 휴가 온 가족이
갑자기 불어난 장맛비에 피할 틈 없이 순식간에 휩쓸려
사이좋은 올케사이가 안탑깝게 실종되어
남해 사천만에서 며칠 후 인양되었는데,
두 사람이 서로 두 손을 꼭 잡고 있었다고 해요.
그 멀리 까지 떠내려가면서 손이 풀리지 않고
있던 것은 다들 아이러니하다고......’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시울 근처가 뜨겁다.
아, 지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