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후기란에 최근의 대회에 회원님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부를 접촉하며 호흡을 같이하고 또 뛰는것보다 더 좋은 뒤풀이까지 후기를 올려야 제맛인데....
이것 대회도 회원도 없는 싸이판에서 살다보니 앞으로 제생전에 동아 마라톤 또한번 뛰어볼 행운의 기회가 또 또 올수있을까 아직은 꿈만같고 ?
이곳에서 지난날 오랜세월 많은날들 혼자서 뛰면서 꿈에만 그리던 2001 년 72회 동아 마라톤을 뛰고 너무나 감격해 길게 후기를 런클에 올린것인데
마침 아직은 후기란에 몇개 올라온것도 없고 또 앞으로 한동안은 남의집 머슴 살이 주제에 애들 둘다 공부시킨다 세 집 살림 하며 일부로 풀코스한번 뛰로 비행기 타기는 주위와 또 와이프 눈치에 당분간 쉽진 않을것 같고 ㅎ ㅎ..
아무튼 이곳에 온지 벌써 약 2 년이나 되어 가는데 2 년전 대회때마다 어깨를 겨루며 함께 뛰던 동기들은 벌써 Sub-3 까지 이미 한다거나 또 열심히 도전하고 있는데 그동안 풀코스 한번 도전못하는 섬 촌놈 신세로 몸과 마음은 근질 근질.....
에라! 지난날로 다시돌아가 감격의 동아를 기억하고 추억을 되살려 이 후기를 함께 나눈 천클 여러분들의 힘도 좀입어 풀코스 도전의 감 이라도 갖고 또 언젠가 함께 도전하고픈 싶은 충동에 용기를 내어 올립니다.
그럼 본론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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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일 오전 10:00 광화문 4 거리, 우렁찬 대포소리의 "콰~과앙"하는 출발신호와 함께 세계각국의 유명선수들과 국내 일만여명의 마라톤 건각들이 우뢰와 같은 함성과 박수소리와 어울려 제 72회 동아마라톤의 거대한 파도물결이 종로통을 출렁거리기 시작한다.
차량이 완전 통제된 넓디 넓은 광화문 네거리에 생동감 넘치는 형형색색의 런닝 팬티와 날엽한 셔츠 차림의 건각들의 모습이 마치 노랑 개나리와 울긋불긋 진달래가 활짝핀 새봄 야산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맨뒷전에 서있다가 출발선 아치로 어정어정 달려가는데 오른쪽 시청쪽에는 버킹검 궁전의 근위대처럼 산뜻한 복장의 싱싱한 군악대 아가씨 들의 빵빠레가 신나게 울려퍼지고...
동아일보 사옥 고층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출발선에서 먼저 출발한 각국 선수들이 힘차게 쭉쭉 뻗어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경쾌하고 그뒤로 달려나가는 수많은 마라톤 인파들의 모습은 종로통에 마치 수채화 물감으로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시원스레 그리며 쫘~ 악 퍼져나간다.
공중엔 헬기가 또 수많은 축제의 풍선들이 올라가고 인도에는 수많은 인파가 태극기와 동아일보사 기를 흔들고 박수로 축하해주니 장안의 마라톤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더 고조시키며 이런 모습을 마라톤 대열의 뒤에 서서 지켜보며 뛰는 나는 그져 행복하기만했다.
조금전 출발신호 전까지만 해도 나는 모두들 출발대기하러 나간 사이를 틈타 혼자 조용히 싸이판의 우리집 앞마당만한 덕수초등학교 운동장을 맨마지막까지 살살 달려보며 뭉친 장딴지 근육을 풀어보려고 또 왼발등의 아픈부위를 달래본다.
지난주에 회사 수련회로 설악산에 2박3일 갈기회가 되어 옳다! 때는 이때다 하고 남몰래 동아마라톤 대비 칼을 날카롭게 갈은것이다. 겨우 일주일 남겨놓고...
오후에 남들 스키타러 갈때 나는 그동안 한번도 30km이상 LSD 를 할기회가 없어 설악동 호텔에서 나와 설악동 입구를 지나 속초 시내 청초호로 해 속초해수욕장을 돌아 한적한 뒷길로 멋진 초봄의 바다를 보며 대포항을 거쳐 설악동 까지 약 30km 를 뛰고..그것도 모자라
또 만 하루반 정도 지나 눈이 펄펄 내리는 3월 10일 토요일 아침에 토달에는 못갈것같아 혼자서 약 20km를 뛰었다.
그러나 설악동 산으로 돌아오는길이 올라오는길인데 마지막 피치를 올려 황홀한 기분으로 기분좋게 오긴왔는데 나조 모르게 양쪽 장딴지에 힘이들어가고 무리가 되어서 인지 양쪽모두 삶은달걀만한 알통이 생겨 버렸다. 왼쪽 발등도 생전처음으로 부어버려 걷기도 불편하고.....
아무튼 일주일 동안 남몰래 한약 양약을 사먹고 혼자 침놓고 맛사지하고 별걸다해봐도 안풀린상태로 오늘의 ,D-Day 를 맞은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포기만 하지안고 회수버스만 안타면 된다고 생각하고 런닝 팬티위에 츄리닝 바지까지입고 조금전에 전투감각으로 부터 받은 비상 초코렛 시럽젤리를 하나 추리닝 주머니에 쑤셔넣고 위도 반팔 T 셔츠위에 노랑런닝티를 입고 만약에 어차하면 버스탈 비장의 각오로 풀코스 맨 후미에 서서 19 년만에 반백이 되어 풀코스에 재도전해본다고 초조하게 출발 신호를 기다린 나였다.
다행히 젊은 호프 노랑머리 양군이 지난번 사진과 같이 나보다도 더 완전무장하고 나타나 양군은 배탈이나서 나는 장단지에 계란알을 낳아서라는 속사정 이야기하고 오늘은 도저히 자신이 없어 뒤에서 천천히 가겠노라고해 그러자고 서로 위안을 했다.
그러나 쾅~소리와 우뢰와 같은 함성과 박수소리에 밀려나가는 대열속의 뜨거운 열기에 나는 모든것을 잊어버리고 거센 파도에 서서히 쓸려나가는것만 같았다.
그동안 20 여년을 나가서 살다가 지난해와 올해는 매일 아침저녁 이 종로통을 바삐 다니던 모든일들이 아득한 옛날로 돌아갔고 오늘처럼 가벼운 뜀뛰기 차림으로 이 축제의 무리속에서 종로통의 대로를 뛴다는 자체가 나로서는 감개무량과 황홀함 그자체였다.
드디어 어렸을때 부터 동경해오던 동아마라톤을 내가 출발선 아치를 드디어 통과해 출발한것이다. 와~~~ 그것도 서울 장안에서 42.195km를..
마치 큰배를 탄것같았다. 축제의 대열은 앞을봐도 끝이없고 뒤를 봐도 그렇고 종로통이 요렇게 아름답게 변할줄이야..하지만 이배는 크게 출렁거리지도 않고 잘도 흘러 나간다.
좀가다보니 노랑물결의 파도처럼 런클회원들이 으외로 많았다. 알통형님과도 반갑게 인사하고....조규화, 쌔비총무, 그리고 고익용님.... 불러 보고픈 이름을 모두 기억못해 죄송..
좀더 나가다 보니 염용훈님과 운산님도 보조를 맞춰 가볍게 뛰어간다. 욕심인것같지만 함께 보조를 맞춰볼까 하고 한참을 옆에서서 달려본다. 아무튼 무리와 함께 잘나간다.
보신각, YMCA,파고다 공원, 세운상가를 거쳐 광장시장, 동대문, 신설동 오거리를 지나 용두동에 오니 벌써 5km 표시판, 급수대가 보이고 시간을 보니 유유자작 온것같은데 워낙 큰배를 타서인지 25분 밖에 안걸렸다. 오히려 버스타고 온것보다 훨씬 빨리온것같다. 뛰면은 이렇게 가까운걸...그놈의 차들 때문에 멀기만했던것을 새삼 느끼며....아무튼 매 5km 마다 걸르지 말고 물 먹으라는 충고에 물한컵으로 축이고 전진.....
옛날 동마장 시외 버스터미널을 지나 뛰다보니 심준일님의 노랑유니폼이 비슷한속도로 앞에간다. 속도가 비슷해 합세해 편안히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장안평거쳐 군자교를 지나 쌍용 능동 주유소앞 10km 통과 시간은 50분 19초 로 처음과 같은페이스로 기분이 가뿐하고 오히려 상쾌해진다. 몸이 좀 풀어진것같다.
둘이서 계속 함께뛰며 조금씩 앞으로 헤쳐나간다. 심준일님의 목표는 15분~20분 목표란다. 어~ 이건 나한테 무리이지 하면서도 그때까지는 땀도 안나고 힘도 안드는것같아 우선 가는데까지 함께 하기로 맘먹고 뛰어본다. 너무 경쾌하다.
심준일님이 15분 목표라니 만19년 전인 82년 3월에 괌의 쎄이코 마라톤에서 더위에 땀 뻘뻘 흘리고 뛴 기억이 새롭다.
그때는 정식 마라톤이라고는 한번도 뛰어보지도 않은상태에서 일하러 다니는 출퇴근하는거리가 10km이고 또 바닷가의 비치로드로서 경관이 좋고 그당시만 해도 너무나 한적해 차 끌고 다니기가 아까워서 뛰어다닌다는게 매일 20km씩을 뛰었다.
그당시는 인구 2~3 만여명밖에 안되는 남태평양의 작은섬 싸이판 생활에서는 가족빼놓고는 뛰는것만이 나의 유일한 낙이요 취미요 친구이며 모든것이었고 이것이 자연스레 습관이 되어서였는지.....
82년도 2월초 싸이판 하프 마라톤에서 1시간 24분 15초로 괌 선수다음으로 내가 호랑이 없는 시골에서 졸지에 2위를 해 싸이판의 장거리선수로 뽑히게되어 콘티넨탈 항공회사가 스폰서를서서 2시간 50분대를 목표로 해 출전하긴했는데 ....
그때만해도 매주 일요일마다 한인들이 원주민 젊은애들과 축구시합하는것으로 향수를 달래던시절이라 젊은 내가 뜀좀 뛴다고 절대 빠질수가 없어 축구하다가 그만 왼쪽 무릎을 뒤집어버려 마라톤 연습도 제대로 못하고 공짜티켓까지 받은덕으로 안가기도 그렇고해 할수없이 출전을 했다가.
붕대를 칭칭감고 뛰다가 결국 후반전에 기진 맥진 거의 포기를 한상태로 걷다 뛰다 한게 3시간 15분 30초로 씁쓸한 완주를 한기억이 새로운데 오늘은 그리 땀도 안나고 상쾌한 봄날씨라서 뭔가 대박이 터질것같은 기분이다. 세월이 많이 지난것은 까마득하게 잊은채로...
뛰다보니 14km 근처인 잠실대교를 들어선다. 너무나 상쾌하다. 약간 쌀쌀한 바람이긴 하지만 한강변의 낮익은 건물들이 보이고 쾌청하진 않지만 봄기운이 한강주변에도 찾아오는것같은 느낌, 일부러 구경할겸 해서 좌우 앞뒤를 두리번 거리며 꽤긴 잠실교를 산뜻하게 뛰어서 건너다.
잠실대교를 지나니 확트인 내리막길이고 크게 15km 마크와 또 멀리 급수대가 보인다. 시간은 정확하게 1시간 13분, 5km 를 23분에 뛰었으니 이번에 좀 빨리뛴것같아 좀 조심스럽다. 심준일님과 뛰다간 아무래도 중간에 쥐라도 나면 어떻게 될까 조심스러워 먼저 보내고 나대로 편하게 뛰어본다.
울산의 장휘곤님과 한참같이 뛰어본다. 조금더 가니 등대 형님이 뛴다. 이거 저 이대로 가는것 조금 무리아닐까 걱정된다고 하니 이대로 가면 30분이라고 하시며 격려하신다. 조금 함께 뛰다가 앞으로 나오다. 심준일님은 이제 안보이고....
조금더 뛰어 길동사거리 근처 20km 지점에 오니 1시간 37분 22초이다. 이번엔 10km를 47분에 주파한셈이다. 아마 이때가 제일 기분이 좋은상태인것같다.
이제 절반은 왔다는 생각과 또 아직까지 콘디션이 상당히 좋다는것으로 이대로만 가면 완주는 할수있다는 자신이 생긴다. 왼발등이 약간 통증이 있긴하지만 뛰다보니 잊을수있었고 문제는 장딴지 쥐만 안나면 만사 O. K.라는 생각이다. 남은길은 지난번 11월 중아 하프때 뛰어본 길이라 어는정도 코스 파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보다는 그리 만만치는 않다는 생각으로 달린다. 근화제약회사 앞 25km 지점까지 와서 시간을 보니 2시간 3분으로 페이스가 일정하다. 앞으로 이대로만 가면 완주는 물론 3시간 20~30분대를 들어갈수있다고 생각을하니 좀 생각이 달라지고 약간 주책없는 욕심이 생긴다.
그런 황홀한 생각을 하고나니.....올커나! 때는 이때.. 이거 아직 힘들지않을때 미리 영양보충.. 그동안 왼쪽 주머니에 덜렁덜렁 달고 뛴 초코렛시럽 젤리를 미리 먹고 한번 용을 써보는것이다.
남들 열심히 뛸때에 나는 급수대에 느긋하게 서서 한번도 먹어보지도 보지도 못한 시합 바로전에 마라톤 고수로 부터 얻은 시럽봉지를 뜯었다. 아까 물과 함께 먹어라는 지침만 기억하고 입에다 넣어야 할 물엿 조청같은 시럽을 물컵속에 억지로 짜넣었다.(나중에 우리 황제님께 뒤풀이에서 알고 보니 급수대 500m 전에 뛰면서 입에 짜넣고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라는 지침이다.)
그런데 웬걸 물을마시니 시럽은 컵바닥에 흘러 늘어붙어 한방울도 마실수없어 다시한번 다른컵의 물을 부어 애타게 흔들어보았으나 그놈의 물엿은 꺼떡도 않아 이번에도 실패 그냥 맹물만 홀짝 들어간다. 그래도 이놈 먹어야 하는데 ...본능적으로 혀로 컵 바닥의 초코렛 엿을 사정없이 핥기시작했다.
그런데 혀가 짧아 그것도 안되어 마지막 비상수단인 두손가락으로 깊숙히 넣어 샅샅이 찍어 빨아먹으며 드디어 공사완료... 입가심으로 물을 다시한컵 잘마셨다.... 꿀맛이긴 했지만 촌놈이 남들 열심히 뛰는 대로 가운데에서 혼자 쑈를 한바탕하고나니 역시 촌놈은 할수없구나 하고 혼자 웃으며 다시 가락동 시장쪽으로 향해 뛰기시작.....내리막길이라서인지 물배가 출렁 출렁하는 기분...
아까 추월했던 사람들이 한참 앞으로 달려나가 다시 추월 시작....한참 가다보니 27.5km 지점에의 깨끗한 주유소앞에 "화장실 이용 대환영"이란 간판이 눈길을 끌었다. 아직 마렵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전에 초코렛 먹느라고 물 몇컵들이킨게 은근히 맘에 걸려 차라리 미리 볼일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화장실로 뛰어들어가다.
볼일 다보고나니 천하에 이런기쁨이 또 어디있을까 하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다. 한참동안이나 시원한 폭포수를 흘려보낸것같다. 개운하고 시원하게 일보고 나오는데 웬 계획에 없는 음료수 깡통까지 준다. 야 이거 먹으면 더 힘날것같아 볼일도 봤겠다. 따서 마시며 힘차게 30km 를 향해 출발....
이제는 길도 한없이 넓어 시원해보이고 또 마라톤 대열도 많이 줄어들어 한적해 아무런 잡념없이 뛴다. 드디어 30km 지점인 잠실 식물원근처에 오다. 그래도 반가운 급수대가 보이고 30km 의 반가운 표시판에서 시간을 보니 2시간 30분 26초 이다.
그동안 꾸준히 10km를 50분씩 주파한꼴이된다. 그리고 이대로 라면 나머지 12km를 같은 페이스만 유지하면 3시간 30분까지 완주할수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설레인다. 그리고 나는 항상 후반에 강한 과거를 회상해보니 할만하다하고 또 한번 꿈에 부풀어본다.
그런데 뛰다보니 조석현 아우님이 길가에서 쥐가나서 앉아 헤맨다. 뛰다가 다시 돌아와 잠깐 도우려하는데 먼저가라고 한다. 아이구 이걸 어찌해야하나 하다가 에라 할수없다. 그럼 아쉽고 미안하지만 뛰자 하고 나도 장딴지 쥐가 안나야 할텐데....무리 말아야하지 하다가도 아직까지 몸 컨디션이 좋고 부풀은 꿈에 그만
또 한번 번뜩 꾀가 나기시작한다. 지금까지 입고 뛴 추리닝 바지를 벋고 마지막으로 한번 멋지게 스퍼트 해보는것이다. 또한번 물을 마시고 좀 한적한 길가로 빠져나와 추리닝 바지를 아래로 쭉 내려 땡겨본다. 그런데 이거 마음은 급한데 아무리 땡겨도 나오지 않는다. 이게 웬일이야 하고 더욱 힘차게 땡겨도 도저히 안나오는거다.
길거리로 막 도망치듯 나와 주로에 들어서니 이제야 제법 마라톤선수같다. 노랑 런닝 유니폼으로 쪽빼고 또 달려본다. 기분이 상쾌하다. 다리가 가벼워진것같고......
이제는 시간도 볼것도 없다. 무조건 골로 향해 뛰기만 하면된다. 마음도 가볍다. 세곡동 사거리를 지나고 계속뛰어 수서 IC 라는데를 지나 드디어 양재역 학여울역 표시판근처의 35km 를 통과 시간은 2시간 55분으로 똑같은 속도이다. 이곳은 초코파이까지 주는곳이다. 먹기좋게 미리 플라스틱껍질까지 까서 테이블위에 놓았다 하나 날름 집어 먹고 조금 후에 포카리 2잔을 연속으로 마시고 뛰어나간다.
마라톤의 벽이라고 불리는 35km 인데 그리 특별히 기운이 떨어지는것같지도 않고 그져 다리가 좀 아플 뿐이다. 누구나 그렇겠지하고 계속 전진....이대로만 가면 된다는 희망을 안고..
36km.도 통과 탄천2교 우성아파트 입구인 37km 까지도 괜찮다. 38km 를 지난다. 길은 한없이 넓고 뻥뚤려 선수들은 길가운데로 뛴다. 아 좋다! 아~ 이대로만가라!
그런데 웬걸 38km 를 지나서 부터 갑자기 왼쪽 정갱이가 약간 투덜거리는것같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이거 다된밥인데...덜컥 겁이난다. 올게 오는건 아닌가? 하고 속도를 늦춰서 조심 조심 뛰어본다. 그래도 옛날 괌에서와같이 걷지는 않음을 감사하며...그동안 추월했던 사람들에게 계속 추월당한다. 그래도 좋다.
오늘은 처음부터 그져 끝까지 완주만 할수있다면 했는데 하고 그동안의 욕심을 비우며 겸손해지는순간이다. 다른 뛰는 사람들도 지켜보니 이제는 별 요상한 폼으로 뛰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가다가 주저앉아 스트레칭 하는 사람 댄서 처럼 뛰는사람 이런저런 모습이 재미난다. 이제는 주법이고 뭐고 없다. 그져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는것이다.
힘도 빠지고 다리도 풀리고 또 허벅지까지도 땡기는것같다. 아~하 이래서 30km 이상의 장거리 연습이 필요하다는것을 절실히 느끼는순간이다. 지난주에 30km 한번은 연습한다고 했는데 약간 무리했고 ...이럴때를 위해서 다리근력을 길른다는거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아무튼 마라톤은 30km 부터이고 특히 35km 라는것을 다시한번 절실히 느끼며 작년의 성칠의 모습이 부럽기만 했다. 그래도 아직 포기할정도는 아니고해 그져 천천히 달리며 시간에 연연해 할필요도없다. 시간을 따진다는것은 사치일뿐이다. 그져 완주! 완주를 속으로 외치며....돌진!
39km 지점을 통과 한참 힘들게 겨우 뛰는데 갑자기 뒤에서 대포같은 우렁찬 소리가 난다. 장창환!장창환! 힘~ 깜짝놀라 돌아보니 글쎄 오수구 형님이 기관차 처럼 지나가신다. 와~~감탄하면서 먼저 가시라고 인사드리고 그져 힘겹게 앞으로 전진...돌아가는 커브길에 보니 벌써 수구 형님은 저만큼 앞에가신다. 아~하 이거 마란톤은 마지막 치고 나가야하는데 그렇치 않고 늘어지니 이거 한없이 늘어지는것을 깨닫는다.
40km 지점을 통과 하니 3시간 25분을 지난다. 이미 30분 목표는 무리이지만 이대로가면 40분까지는 될것같고 이제 다왔으니 끝마무리나 잘하자는 안도의 숨을쉬고 거리의 많은 응원부대를 즐기며 41km를 지난다.
이제 다왔다는 생각에 힘은났으나 다리는 말을 안들어 그대로 뛰어본다. 조금 더오니 잠실 주경기장 입구 아치가 보인다. 와 다왔구나하고 혹시 함께온 하프를 뛴 친구들이 이근처에서 기다리지나 않나하고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하고 뛰는데 역시 바로 아치 조금지나자 둘이서 앉아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게 아닌가? 너무나 반가워서 인사하고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길가에서 또 운동장 들어서는 위에서까지 런클!런클! 하니 너무 기분이 좋다.
마지막 트랙에 들어서서 뛰는순간의 기분은 정말 말할수없이 황홀하다. 더이상 스퍼트 할필요도 없다. 나혼자만의 승리이고 나만의 일등일뿐이다!
첫댓글 형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그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첫 풀코스를 멋지게 달린 형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