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엄밀히 따져 이야기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야기꾼이다.
이야기꾼은 상대를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로 얼마만큼 빠져들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책임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제시된 이야기의 결과에 대해서 무한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는 한마디로 극적인 갈등의 투쟁을 의미한다. 투쟁적인 요소와 진행의 성격을 가지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로 확실하게 중심이 달려가고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드라마의 기본 생김새라고 말할 수 있다.
하나의 갈등, 어떤 선과 선의 투쟁, 그리고 악과 악의 투쟁이 병합되면서 뚜렷하게 세워지는 주제의 선명함이 바로 드라마의 살아 있는 실체적 모습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드라마는 여타 장르에 비해 극적인 테크닉을 절대적이고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이 테크닉의 집약된 훈련을 통해서만이 작가가 드라마라는 최초의 실상에 접근 할 수 있다.
이렇게 드라마의 실체를 '갈등적 투쟁' 이라는 외형의 단선으로 놓고 볼 때 거기에는 여러 가지의 세분된 조건이 부수적으로 존재해 있음을 우리는 간파할 수 없다.
그 첫째 조건이 어느 창작작업에서건 공통으로 요구되는 작가적 정신이요, 둘째는 영상작가로서의 집약된 훈련이다. 소설이 읽혀지고 생각하게 하는 장르적 특성이 있다면, 드라마는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는 현장성과 실체성의 성향이 짙다.
소설이 정적이라면 드라마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란 '갈등'이라는 긴장과 대립의 요소를 가지고 존재하며 달려나가는 이야기 매체이다.
"영원한 즐거움 - 이야기"
드라마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TV앞으로 모여들게 하는 것은 한마디로 이야기에 대한 인류의 영원한 갈망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를 듣길 원하는 인간의 욕망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해 간접 체험함으로서 자신의 체험세계를 넓혀보고자 하는 지적요구 때문이기도 하다.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입에서 입으로 떠돌던 이야기들은 민담, 설화, 영웅담, 신화 등으로 이어져 오고 문자가 발명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져 수많은 문학작품을 낳았고 또한 무용, 연극 등의 공연예술로 발전되다가 과학문명의 발달과 함께 영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윽고 안방에서 손쉽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가 TV이다. 이 TV앞에 눈과 귀를 향하고 있는 대중들의 한결같은 마음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TV드라마 작가들은 인간의 이런 심리적 욕구를 채워 줄 이야기꾼이어야 하는 것이다.
" 한풀이의 도구 "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사람들은 연극을 보면서 공포와 동정의 감정을 일으키게되고 이를 통해서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불만스런 정서의 찌꺼기들을 씻어내게 된다.'고 했다.
여기서 정화작용은 카타르시스이고 우리말로 '한풀이', '살풀이'라고 할 수 있다. 맺힌 것을 풀어주고 막힌 곳을 뚫어 주는 '한풀이' 오늘날의 드라마가 대신해주고 있는 것이다.
부자가 되보고 싶어하는 사람, 멋진 연애를 해보고 싶은 사람, 고관대작이되어 마음대로 아랫사람을 부려보고 싶은 사람들은 TV 드라마속의 주인공과 나를 동일화시킴으로서 대리만족을 얻는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삶에대한 새로운 충동과 삶의 활력을 갖게하는 마력을 드라마는 가지고 있다.
" 사람냄세가 배어있는 현장 "
드라마의 주인공은 언제나 사람이다. 아무리 지능이 뛰어난 동물도, 멋진 식물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DRAMA는 원래 희랍어로서 '행동한다''나타낸다'라는 뜻의 DRAN에서 유래되었다. 여기에 행동(Action)이란 단순히 행위가 아닌 뚜렷한 동기와 목적을 가진 행위로서 무엇인가 하려는 의지가 담긴 행동을 뜻하며 여기에는 감정이 포함되어 있다.
즉 무엇인가를 나타내려는 행위, 이야기를 가진 행위가 드라마의 원형이라고 보면 된다.
웹스터 사전에는 드라마를 '산문이나 시를 구성해서 행동으로 적응시키고 인생과 인물을 표현하거나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보통행동에 기초를 두어 어떤 결과를 초래케하는 대사에 의지해서 이야기를 전달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드라마는 인생의 모방이지 인생 그 자체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실 드라마의 세계는 가공의 세계요, Fiction의 세계다. 드라마에서 픽션은 허구라기 보다는 개연성, 필연성, 당위성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개연성이란 어떤 사건이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 있어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일정한 조건, 즉 사건의 동기나 원인을 제시함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조건 제시를 통해 당위성이 부여되고 마침내는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결말로 치닫게 되는, 한마디로 거짓의 세계를 얼마나 '진짜인 것처럼' 보여주느냐 하는 데에 드라마의 생명력이 있다.
드라마에 있어서 픽션은 '사실 속에서 인생의 보편적 진리' 즉 '진실'을 찾아내는 작업인 것이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보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흔히 드라마를 '거짓말'이라고 한다. 허구의 세계라는데서 나온 이 말은 'Fiction'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드라마는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적 거짓말이어야 한다. 어떤 사건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일을, 알기 쉽고 보기 좋게 써놓은 것이 바로 드라마다. 여기에는 반드시 리얼리티가 살아있어야 한다.
인간은 관계를 떠나서 존재할 수가 없다. 그 관계를 이진법으로 나누어 보면 <좋은 관계>와 <나쁜 관계>로 나눌 수 있다. 또 <나쁜 관계>가 <좋은 관계>로 변할 수도 있고 반대로 변할 수도 있다.
<관계>와 <관계>가 충돌하는 것을 우리는 <갈등>이라고 부른다.
인생은 갈등의 연속이다. 그 갈등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더워서, 추워서, 서늘해서, 훈훈해서 등등으로 자연과의 갈등도 끊이질 않는다.
동서 고금의 모든 예술작품은 바로 <갈등>이라는 <관계>의 표현이다. 그것이 바로 소설이 되고 시가 되고 연극이아 영화이며 라디오와 TV드라마이다.
소설과 시등 문학작품이 문자로 표현한 관계의 예술이라면 희곡은 연극이라는 동작을 통해서 표현한 관계의 예술이고, 라디오드라마는 소리를 통해서, 그리고 텔레비젼 드라마와 씨나리오는 영상과 소리를 통해서 표현한 관계의 예술이다.
한마디로 방송 드라마를 정의 한다면 <관계의 갈등을 통해서 작가가 표현하고 호소하고 싶은 것을 방송매체를 이용해서 구체화 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드라마의 주제
- 작자의 인생관, 세계관의 주장
- 구체적이어야 한다
- 보편적이어야 한다
- 작자가 충분히 소화하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 드라마 작가의 필요한 적성과 자격
우선 드라마 작가는 글재주가 좋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잡학다식해야 한다.
인간과 사회를 풍부하게 이해하고 이것을 드라마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구체성이 결여된 지식을 가지고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작품의 신뢰도가 떨어 진다.
그 연장선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 가는 세계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갈수록 다양하고 고급화되어가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도 공부하는 작가가 되지않으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대인관계가 좋아야 한다. 방송 일은 다른 일과는 달리 여러 사람의 힘을합쳐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팀웍이 좋아야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제1장 드라마란 무엇인가 (드라마 개론)
드라마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진정한 의미는 모를지언정 초등학생들도 입에서 쉽게 주절대는 말이 드라마다. 그러나 드라마에 관한 정의 또는 이론적인 해명을 해 보라면,쉽게 결론 내지 못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드라마를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해 보라. 쉽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많은 드라마 및 영상 관련서적에서도 드라마의 정의를 다양하게 내리고 있다. 다음은 그 중에서 몇 가지 음미할 만한 드라마의 정의들이다.
①, 드라마는 사람 사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드라마의 중심은 사람이며, 그저 평범 단순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뭔가 솔귓해지는 이야깃거리가 있는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 영상이다. 주로 방송 제작자들이 하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드라마의 주인은 사람인 것이며, 그 드라마의 수요자(시청자) 역시 사람인 것이다. 그러므로 드라마작가가 되려는 이는 반드시 사람에 대한 관심과 나 아닌 타인을 대하는 애정어린 시선을 가져야 한다. 더 나아가 인간연구에 매달려야 한다. 사람이 없는 드라마는 그저 아름다운 배경 영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 수요자인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린시절 할머니한테 그렇게 졸라대던 옛날 이야기부터 성인이 되어서도 이야깃거리를 찾아 나선다. 영화,연극뿐만아니라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싸움판을 구경하는 것도 다 흥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나서는 사람들의 본능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렇게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제작되는 것이 드라마이며, 방송국은 시청자들의 가상주문, 즉 어떤 이야기를 해 달라는 그런 요청에 즉각 반응하여, 이야기를 생산하는 공장인 것이다. 그래서 TV에서는 사람들의 흥미거리를 포착, 드라마에 그 흥미와 관심을 녹여 넣어 하루에도 수십편씩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② 드라마는 거짓말이다. “어떤 사건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거짓의 사건을 진실인 것처럼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드라마다. 이는 방송 비평가 또는 드라마를 폄하하는 시청자들의 말이다. 방송 드라마를 본질적으로 해석하자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드라마(drama)는 dran이라는 희랍어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이 말의 어원이 ‘행하다’ ‘나타낸다’를 뜻한다. 그러므로 드라마는 행하는 것이요 나타내는 것이며, 표현되는 것 등을 의미한다. 그저 단순한 거짓은 아니며 한마디로 어떤 행위(行爲-움직임)인 것이다. 이것은 우연한 행위가 아닌 무엇인가를 나타내 보이려하는 의도적인 행위여야 한다. 이렇게 의도적인 행위가 스토리(줄거리)가 있고, 플롯(구성-기 승 전 결)이 갖추어지면 드라마가 된다. 요약하면, 학술적으로 드라마는 어떤 구체적 행위가 구성을 갖춰 영상으로 표현된 것이다. 그러므로 새빨간 거짓말은 아니며, 상당히 조직적으로 완성된 완전범죄자의 의연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드라마인 것이다. 그것의 실상은 거짓말일지언정 보는 이의 눈에는 사실이어야 하며, 이 사실에 대한 부정의 여지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
드라마가 거짓말이라는 말과 함께 한가지 더 짚어볼 것은 리얼리티(사실감)다. 거짓이 진짜처럼 둔갑한 이야기가 드라마인데, 이 거짓이 어찌하여 진짜처럼 보여질 수 있는가. 그것이 바로 리얼리티 때문이다.
리얼리티는 현장성과 실체성을 밑바탕으로 거짓말을 진실처럼 꾸며가는 드라마 작가가 반드시 그 드라마에서 완벽하게 포석해 놓아야 할 하나의 무기다. 그래서 실제사건이었어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는 리얼리티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령 실제 사건을 소재로 드라마를 구성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 드라마를 완전 거짓말이라고 한다. 이것은 분명 리얼리티의 실패인 것이다. 드라마가 어딘지 어색해 보이는 것이 리얼리티라는 사실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다. 리얼리티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믿을 수 있는 선에서 유지되어야 한다. 거짓말도 지나치거나 부족하면 금방 탄로나는 법이다. 드라마라는 전국민을 상대로 하는 거짓말 게임에서 완전범죄를 위한다면 얼마나 짜 맞추어야 하겠는가. 사실에 기초한 거짓말의 시작과 끝이 바로 드라마다. 이 점은 누가 드라마에 관해 월등한 다른 견해를 내 놓아도 반드시 드라마의 기조로 가슴속에 새겨 두어야 할 것이다..
흔히 드라마제작전 기획자나 PD가 ‘이건 드라마가 너무 없다’라든가 사람들의 일상어에서 ‘드라마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의 드라마란 바로 거짓말이 탄로난 경우며, 리얼리티가 부족한 경우인 것이다. 드라마는 거짓말이라는 뜻을 두고두고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③드라마는 아버지 연극과 어머니 영화사이에서 태어난 호로자식이다. 현대 영상학적 계보로 살펴보면 확실히 맞는 말이다. 드라마는 연극과 영화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연극이나 영화는 예술적인 대접을 톡톡히 받는데 반해 드라마는 천박한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비난도 많이 받는다. 흔한 일상을 다루고 있으며, 쉽게 접할 수 있고, 마구 생산해 내는 데서 드라마를 천시하고 있는 것도 같다.
TV의 영상 자체가 하나의 왜곡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은 연극이나 영화는 사람들의 삶과 동떨어진 이야깃거리에 골몰해 있다. 그런데 드라마는 유독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으며, 늘 사람들 속에, 사람들 곁에 그렇게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드라마의 예술적인 가치를 연극이나 영화보다 월등히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드라마는 예술과는 먼 존재로 부각되었다. 그래서 호로자식이다. 한데, 이 호로자식이 만인(시청자)에게는 효도 잘 하는 자식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극이나 영화를 보기 위해 애써 움직이지 않아도 드라마는 늘 곁에 있기 때문이다.
예술이라는 것도 사람의 삶 속에서 삶 가까이에서 있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서, 드라마를 파악하고, 드라마를 쓰기 위해서는 연극과 영화를 잘 안다면, 드라마라는 매체는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연극에서의 인물의 동작(행동)과 대사를 드라마에 응용하고, 영화에서의 몽타주(영상 편집기법)이론등을 드라마에 접목하면, 드라마는 연극과 영화의 중간자적 존재로서 다루기가 수월해 질 것이다. 그래서 어떤 대가는 연극공부를 먼저 하라고 강조하고 있기도 한다. 그러나 연극은 공부보다는 많이 관람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④드라마란 인물 또는 자연등의 갈등에 의해서 작자가 호소하고 싶은 것을 구체화 하는 일이다. 좀 어렵게 쓴 말이지만 작가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풀이하자면, 드라마의 핵심을 갈등으로 보고 있다. 사람들의 갈등이 드라마인 것이다. 그리고 그 갈등이 이야기로 구성되면 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사람 사는 이야기에서 한차원 더 나아가 사람들의 갈등을 포인트로 내 세우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각도로 많이 생각해 보아야 할 드라마에 관한 정의이다. 앞으로 이 강의파일에서 가장 많이 다룰 말도 갈등이다. 드라마의 본질은 갈등이기 때문이다. 갈등 없이 흐르는 강물 같은 이야기를 누가 방구석에 누워서 보고 있겠는가. 아마도 그냥 잠들어 버릴 것이다. 극적인 갈등의 투쟁, 이것이 드라마에서 보여질 때 시청자는 쉽게 잠들지 않는다.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지는 것이며, 조마조마한 마음이 이완될 때까지는 쉽사리 TV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이다. 앞서 말한 ‘드라마가 부족하다’라는 말을 갈등에서 다시 풀이해 보면 ‘갈등이 부족하다’는 뜻이된다. 갈등이 약하거나 갈등이 금방 해결되는 드라마는 약한 드라마요 드라마가 부족한 드라마인 것이다. 그러므로 드라마의 본질을 갈등이라고 보는 시각은 작가로서 극본의 시작과 끝에 반드시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고, 자신의 작품 자체를 놓고 스스로 물어보아야 할 정의이다. 이 드라마는 과연 갈등이 어느정도인가를 스스로 판단해 보라는 것이다.
위, 드라마에 관한 네 가지 정의를 정리해보면, 드라마에 관한 정의는 어느정도 풀릴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부가하여 저는 드라마는 한마디로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드라마를 작가 중심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왜냐면 작가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이 되고, 작가의 머리 속에서부터 갈등은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드라마는 작가의 것이며, 작가에 의해서 창조된 허구의 세계인 것입니다. 작가의 극본이 연출자에게 넘어가 연출자의 재해석에 의해서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되느냐는 그 다음의 문제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드라마를 작가의 이야기라는 시각으로, 작가중심으로 드라마에 관해서 풀어볼까 합니다. 작가가 없다면 드라마는 없는 것입니다. 작가를 꿈꾸는 당신이 바로 드라마의 중심이며, 드라마의 본질이며, 드라마의 핵심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작가란 무엇입니까? 작가(作家)란 “집(家)을 짓는(作) 사람”입니다. 이 집이란 것은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서 지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벽돌 한 장 한 장은 스토리(이야기)이며, 벽돌이 다 쌓여지면, 이것은 하나의 플롯(구조,구성)이 되어 완벽한 집이 되는 것입니다.
“<제2장> ”드라마 작가와 극본”에서 설명하겠습니다.
2. 방송작가란 무엇인가]
1. 방송작가에 대한 세 가지 인식들"
흔히들 '방송 작가'하면, 우선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것과 함께 고소득자라는 점을 먼저 떠올린다. 또 방송 원고라고 하면 텔레비젼 드라마나 음악 프로그램 MC 멘트 정도의 원고를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방송 작가는 소설가나 시인, 희곡 작가 등에 비해 격이 낮은 장르의 작가로 단정짓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입견은 모두 진실은 아니다.
첫째, 대중적 인기작가라는 측면을 보자. 이는 방송매체가 갖는 엄청난 수용자와 영향력 때문에 작품을 발표하고 주목을 끌었을 때 따라올 수 있는 덕목이다. 소설가의 경우 일부 베스트셀러 작가 외에는 그다지 독자를 많이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해 보면 방송작가의 매력은 소설 독자와는 양적으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분명 명암은 존재한다. 소설 같은 인쇄매체의 장점은 오fot동안 지속적으로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고, 방송매체는 발표되는 즉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으나 그것이 지속적이진 못하다는 점이다.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는 동안은 장안의 화제를 끌어 모을 수 있으나, 작품성이 약하다든지 시청률을 올리지 못한다든지 하는 부정적 평가를 얻게 되면 다음 작품 의뢰가 잘 오지 않기 때문에 방송가의 수많은 작가들처럼 급속히 사라지는 작가가 될 수도 있다. 정말 인기작가가 되려면 단발성의 인기작이나 화제작으론 부족하고, 꾸준히 방송되는 작품을 써내는, 진정한 프로로서의 능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두 번째로 방송원고는 텔리비젼 드라마나 음악 . 쇼 프로그램 등의 MC 멘트 정도만 있는 게 아니다. 앞으로 방송의 포맷과 드라마의 종류 항에서 다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일반인이 막연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방송원고의 영역은 넓다. 우선 매체와 포맷에 따라 방송작가가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 텔리비젼과 라디오 두 매체에서 수많은 종류의 드라마와 다큐 물, 쇼, 코미디, 음악, 교양, 정보 프로그램 등을 편성해 놓고 있다. 따라서 방송원고란 개념은 드라마나 음악 프로그램 같은 어느 특정 분야의 대본만 말하는 게 아니라, 모든 방송 프로그램을 위해 쓰여진 대본이나 스크립을 포괄하는 개념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방송원고란 표현의 자유를 구가하는 문학 원고와는 달리 어디까지나 공익성과 공공성을 기본으로 하는 방송을 위한 글쓰기인 만큼 방송에 적합한 언어와 소재, 감각을 필수조건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도 앞으로 상세한 설명을 해나갈 것이다.
셋째, 방송작가가 시인, 소설가, 극작가 등에 비해 격이 낮은 작가라는 생각은 문자 그대로 편견에 불과하다. 물론 시나 소설, 희곡 등은 예로부터 본격 문학장르로 전통을 축적해 왔고, 선택된 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형식을 뛰어넘는 자유로운 문학적 실험이나 기성 가치나 규범에 도전하는 내용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드라마는 20세기 초 방송이 출현하면서 생겨난 장르이기 때문에 영화와 함께 매우 젊은 예술양식에 속한다. 이 말은 아직도 방송드라마는 전통이 확립되지 않은 미답의 장르라는 의미가 된다. 문제는 방송드라마가 수많은 수용자를 확보할 수 있고 그 영향력이 즉각적이고 엄청난 폭발적 화제를 끌어낼 수 있지만, 드라마를 담는 방송이란 매체가 공공 매체이고 선택된 수용자가 아닌, 매우 이질적인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또 시청률이 프로그램 평가의 척도가 되는 현실 때문에 난해한 실험보다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식을, 또 사회의 통념적 가치를 따르는 내용을, 소수의 매니아가 좋아하는 작품보다는 대중이 좋아하는 작품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사실 대중성을 지닌 작품이 저질의 삼류 작품이란 뜻은 절대 아니다. 셰익스피어도 16-17세기의 영국극에서 가장 대중이 좋아하는 극작가였다는 점을 떠올려봐도 그렇다. 모든 예술형식은 시대와 문화의 산물인 동시에 그 시대와 문화를 반영한다. 기원전 4-5세기의 그리스에서 대표적 예술형식이 연극이고, 16-17세기 영국에서의 대표적 예술형식이 연극이었듯이, 또 19세기의 대표적 문학형식이 소설이었듯이, 20세기의 대표적 예술형식은 영상예술임을 아무도 부인못할 것이다. 대중사회인 오늘날, 사이버 테크놀로지의 시대인 오늘날을 대표하는 장르로 방송드라마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문학성과 저널리스트적 감각, 예능적 기질
방송 작가는 여타 문학 장르의 작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고유한 속성을 가져야 한다. 우선 타 문학 장르의 작가들은 문학성과 예술성 그 자체가 작품의 목표일 수 있으나, 방송 작가는 문학인이면서 아울러 저널리스트이어야 하며 여기에 예능적인 기질까지 함께 갖추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방송작가는 드라마를 쓴다는 점에서 문학적 재능과 훈련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시대와 사회를 읽는 저널리스트적 감각과 현실인식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오늘의 방송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소재는 무엇인가, 시청자 또는 청취자가 관심을 갖는 소재는 지금 현재 무엇인가 하는 취재력과 해석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 드라마는 소설처럼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르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장르이므로 줄거리 못지 않게 시청각적 이미지가 중요하다. 영상이나 음악, 음향효과 등 시청각적 이미지로 인생의 그림을 화가처럼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예능적 기질이 필요한 것이다.
뉴욕 타임즈 지의 사시(社示)는 "우리는 인쇄할 가치가 있는 것만 기사화 한다" 라는 것이다. 이 말을 빌린다면 방송은 "전파를 사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만 방송한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말은 언뜻 추상적인 의미로 해석되기 쉽다. 그러나 아니다. 우리 나라에서 방송 소재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유익하면서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익'과 '재미'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란 정말 어렵다. 그런 때문일까? 외국의 경우, 일찌감치 방송의 잣대를 이렇게 세워 놓고 있다. 바로 Entertainment와 Interesting이다. 우리도 외국의 예처럼 Entertainment와 Interesting을 소재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관심 있는 소재로 방송을 만들면, 그 프로그램을 통해 재미나 유익함은 당연히 따라 오는 것이 아닐까.
건강을 잃은 사람에게 건강 정보는 아무리 시끄러운 곳에서도 귀에 쏙 들어올 것이고, 직장을 잃은 사람은 '구인' 소리만 들어도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이렇게 시청취자가 관심을 갖는 싱싱한 재료를 마련한 다음, 여기에 저널리스트적인 감각과 이 시대의 관심사와 가치관 등을 더해 보글보글 끓인다. 그리고 시청취자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양념인 '재미'를 솔솔 뿌려주는 것-- 이래야만 방송 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제2장 드라마작가론
드라마 작가는 물론 드라마를 쓰는 사람이다. 그러나 드라마 작가의 본질 그리고 정신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1, 보이지 않는 꿈을 그리고, 그 꿈을 파는 사람이 작가다.
일반인들은 작가를 이렇게 생각한다. 그 꿈이란 것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지 않고도 바로 희망적인 그 무엇이라 생각하며, 그 무엇을 보여주는 이가 바로 작가라고들 한다.
앞장에서 작가란 집을 짓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 집을 짓는 다는 것은 인생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이환경 ‘TV드라마작법’ P23.청하.1996) 인생은 희노애락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어느 순간도 인생에게서 떠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어 있는 것은 바로 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통하여 일단은 현실을 보려하지만, 그 현실속에서 진정으로 갈급하는 것은 잃어버린 꿈을 만나는 것이다. 작가는 바로 그 꿈의 전달자인 것이다.
위 말은 드라마작가를 극히 추상적으로 풀어본 것이다. 현실적으로 드라마 작가는 문자를 영상으로 전달하는 사람이다. 문자의 특성이 이성적,논리적,정적인데 반해 영상의 특성은 감성적,감각적,동적이다. 이렇게 문자를 영상으로 승화시키는 첫 단추를 꿰매는 자가 드라마 작가인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 작가가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은 그 작가의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는 무의식상태에서 드라마를 접하게 되는 것이며, 무의식적으로 작가가 보여주는 인생을 보고 있기에 작가의 역할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좋은 극본에서 나쁜 연출이 나와 드라마를 망칠 수는 있어도, 나쁜 극본에서 좋은 연출은 나올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드라마 성공의 70%는 극본에 달려 있다고도 한다. 모두가 드라마작가에게 지워진 무거운 짐이다. 그러나 무거운 짐이란 것은 좋은 꿈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고달픈 인생보다는 무겁지 않을 것이다.
2, 다큐정신은 드라마작가의 최대의 무기다.
드라마는 다큐라는 무기를 적절히 활용할 때 빛난다. 다큐란 무엇인가. 요즘은 다큐성 프로가 지나치게 많아졌다. 하지만 거짓말 같은 드라마에 싫증난 사람들은 오히려 다큐쪽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사실, 다큐멘터리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재구성을 통한 진실이다. 그런데 이 진실은 상당히 현실적이며, 거짓이 섞여 있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다큐의 속성을 드라마에 적절히 옮겨야 한다. 그래야 드라마가 산다.
드라마 작가는 한편으론 다큐정신을 가져야 한다. 다큐정신이란, 진실을 말하지 않고는 도전히 견딜 수 없는 정의감이며 사실을 왜곡 없이 전달하는 것이다. 그 왜곡 없다는 것이 드라마에 적용되었을 때는 현실을 창조적으로 다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드라마에서 묻어나는 다큐정신은 드라마의 사실감을 끌어올릴뿐만 아니라 그 드라마를 쓴 작가에게서 진실을 말할 줄 아는 뜨거운 머리와 가슴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모래시계>같은 드라마가 바로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큐의 소재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가 문제이다. 이는 드라마의 소재와도 일치하지만, 간략하게 살펴보면, 드라마로서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다큐의 소재의 예를 들자면, 사람의 삶과 현상, 사라져 가는 것들 중에서 보존의 가치 있는 것, 역사적 인물과 사건등 헤아릴 수 없이 존재한다.
‘모든 작가는 다큐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또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인간,사회,문명에 대한 관심이며 문제제기이며 비평의식인 것이다. 드라마는 일상적인 장소에서 시청자와의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기에 소재는 현실성, 주제는 사회성에 기초한 문제의식에 두라’고 어느 대가는 역설한다. (신봉승 “드라마,시나리오작법 P77 ,93년판, 고려원) 그리하여, 다큐정신을 가지고 극본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방법으로 다음 세 가지를 이 대가는 주문하고 있다. 첫째는 많이 볼 것, 둘째는 닥치는 대로 읽을 것, 셋째는 인간관찰(인간탐구)를 게을리 하지 말 것이다. 이 주문은 가장 확실한 작가가 되는 법이지만 가장 잘 무시해 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3, 작가정신은 작가인 나를 지키고, 세상을 지킨다.
작가정신이란 무엇인가? 이제는 그런 정신도 있었나 하고 반문할 것이다. 요즘의 드라마가 트렌디(감각,유행성) 일색이기 때문이요, 드라마에서 어떤 정신에 와 닿는 게 없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요즘의 드라마는 뭔가 느끼라고 강력한 메시지도 던지지 않는다. 그저 재미요 엉뚱함이다.
왜 그럴까? 작가들이 시류에 따라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세계, 자기만의 집을 지어 보이지 않고, 그저 히트성,유행성만을 쫓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작가정신의 부재 때문이다.
‘시대 흐름을 읽고, 대중이 원하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원해야 하는 것을 써야 한다’고 에코는 말했다. (움베르트 에코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p75, 1994 열린책들) 에코의 이 말은 바로 작가정신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작가는 대중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대중을 리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정신이란 무엇인가? 이 부문에 관해서는 KBS 드라마국장을 지냈던 장기오 PD의 “드라마 바로보기, 바로쓰기” (커뮤니케이션 북스,1997)를 인용한다.
‘우리는 새로운 가치나 질서를 창조해 내는 직업을 흔히 ’작가‘라고 명명한다. 또한 인간본질과 존재의 문제를 다루는 것을 창작행위라 칭한다. 드라마가 비록 대중문화이긴 하지만 분명한 창작행위이고, 드라마 작가들이 비록 그 방면에 이골이 났다 하더라도 그들은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작가정신의 실종을 가장 우려한다. 작가 정신이 없는 혼탁한 드라마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면 보는 이 모두가 혼탁해 가기 때문인 것이다.
이렇게 서두를 뗀 장기오 PD는 작가 이상현씨를 예로 들고 있다. 조선조 3대 화가인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극화한 KBS 창사특집극 <사로잡힌 영혼>을 이상현 작가가 쓸 당시에, 당대의 화풍과 그림에 관한 책을 무려 백여권을 탐독한 후에 극본 집필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처럼 완벽하게 소재를 이해하지 않고는 결코 집필에 들어가지 않는 올곧은 작가정신이 아쉽다고 토로하고 있다.
작가정신이란 올곧은, 진실에 바탕을 둔, 정의에 뿌리를 내린, 자기 정신인 것이며, 인생을 바라보는 따뜻한 철학인 것이다.
장기오 PD는 작가정신의 실종을 안타까워하면서, 작가 지망생들에게 “드라마의 진실성은 삶의 현장에 발 닫고 선 자들의 고뇌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 담겨있지 않으면 감동이 없다는 점이다. 소신,철학,신조를 가지고 자신을 지켜내는 투쟁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두고두고 생각해 보아야 할 말이다.
4, 작가의 조건
장기오 PD는 드라마 제작의 실무자였기에, 드라마 작가의 조건 또는 작가로서의 책무 등을 몇 가지 말하고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이론의 필요성- 드라마,영상매체,인간,심리 등 모든 이론을 심도 있게 공부하라. ② 건전한 상식- 이것은 작가 정신의 기본이다. ③ 경험과 상상력- 이로써 드라마가 풍부해 질 수 있는 것이다. ④ 인간에 대한 관찰과 연구- 작가로서 꾸준히 해야할 의무다. ⑤ 인간 심리와 감정에 대한 지식- 인간 연구의 핵심이다. ⑥ 항상 카메라의 눈을 생각하라- 결국 작가의 극본은 영상으로 옮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⑦ 수정을 두려워하지 마라- 단지 5초짜리 대사 하나를 쓰기 위해 밤샘한 작가도 있다. ⑧ 드라마를 보지 않는 작가는 드라마 작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라 등이다.
위 조건은 조건이라기 보다는, 작가 자신이 스스로 몸에 벤 습관처럼 가지고 살라는 뜻으로 안다.
5 서울예대 임학송 교수의 ‘TV드라마 연출개론 (P165,집문당,1998)’을 보면, 작가의 유형에 대해서 간략하게 다음 네 가지로 구분해서 써 놓았다. 아마도 교수님 본인이 제작을 담당했던 현역시절에 느꼈던 작가에 대한 생각이리라.
①가슴으로 쓰는 작가, ②기술로 쓰는 작가, ③재치로 쓰는 작가,④폼(권위)으로 쓰는 작가.
이렇게 작가의 유형 네 가지를 말하며, 구구절절 설명은 않고 있다. 아마도 스스로 생각해 보라는 뜻일 게다.
드라마 작가를 지망하는 나의 방향은 어떤 쪽으로 가고 있는가. 단지 기술만 터득한 작가인가 재치만 있는 작가인가 아니라면, 정말 가슴속에 뜨거움을 가지고 아름답고 소중한 인생들을, 그 가치를, 세상에 보여주려 하는가........
2. 작가의 소양
글을 쓰는 작가들은 어느 매체이건 간에 인생과 자연을 기본적으로 다루고 있다. 드라마를 쓰는 작가는 그 성격에 비추어 다른 분야의 작가들보다는 좀 더 생활적이고 보다 대중적이다. 왜냐하면 움직이는 삶의 모습을 그대로 원고지에 옮겨와 작가적 철학과 사고의 여과기를 거쳐 전파를 타는 것이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는 것은 하나의 인생을 완성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한 편의 드라마는 한 편의 개체적인 인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를 한문으로 '作家'라고 하는데, 이는 스스로 혼자의 집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다. 즉, 작가가 보고 얘기하는 인생관, 세계관, 정의와 비판 그리고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눈물과 따뜻한 가슴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은 나 이외의 다른 인생에 대한 고찰과 관찰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특히 수없이 자신의 작품을 일회성 전파에 실어 날려보내는 방송 드라마 작가의 경우는 더더욱 그에 상응할 인생의 철학과 이야기 보따리를 비축해 놓아야 한다. 따라서 드라마 작가가 되려는 사람은 그 어떤 창작의 경우보다도 예민하고 정확하고 날카롭게 삶의 형태에 접근하고 주시하며 실존적인 공감대를 논해야 한다.
지금부터 작가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1) '건전한 상식인으로서의 작가'가 되어야 한다.
드라마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인간들의 삶을 대신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재벌2세가 되어 돈을 물쓰듯하는 화려한 생활도 해보고, 아름다운 청춘남녀가 되어 짜릿한 연애도 하는 등, 이러한 성취감은 극중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하는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와 삶에 대한 새로운 재정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드라마의 순기능이다.
이와 같이 대중들의 무한한 꿈과 이상에 대한 동경을 도와주는 드라마의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는 작가의 마인드가 건전해야 하며, 건전한 정신을 갖기 위해 자신의 품성을 개발시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한다.
▶품성개발을 위한 훈련
① 따뜻한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훈련이 필요하다.
② 책을 많이 보고 책에 대해 자기가 느낀 것을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2) 상상력과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한 개인이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작가는 좋은 작품을 위해서 가능하면 많은 직·간접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
간접 경험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우리의 경험으로 만들어야 한다. 비디오, 연극, 영화감상, 여행을 통한 간접경험을 많이 해야 하고 단편 소설을 읽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여행은 살아온 길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안목을 길러주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작가에게는 인생 자체가 공부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간에 대한 끝없는 이해와 탐구는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작가에게는 필수적인 요건이 바로 상상력이다.
평범한 주제와 소재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작가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재미있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상상력 개발을 위한 훈련
① 소설, 비디오, 연극, 영화 관람 후 감상문을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②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과의 모임이나 동호회를 통해 각기 다른 시각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3)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연구를 해야 한다.
드라마 작가는 80%가 여성이다.
이는 주시청자층이 여성이기 때문에 그들의 공감대 어린 이야기들을 많이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드라마(DRAMA : 劇, 演劇)는 원래 희랍어로서 '행동한다' '나타낸다' 라는 뜻의 드란(DRAN)에서 유래되었다. 여기서 행동(Action)이란 단순한 행위가 아닌 뚜렷한 동기와 목적을 가진 행위로서 무엇인가 하려는 의지(意志)가 담긴 행동을 뜻하며 그 행동 속에는 감정(感情)이 포함되어 있다.
즉 무엇인가 나타내려는 행위, 스토리(Story)를 가진 행위가 드라마의 원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드라마는 인간행동의 모방이며 행동을 야기 시키는 인간의 심성(心性)과 인간의 삶에 대한 연구, 즉 인간탐구가 그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무엇보다도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고찰이 필요하며 그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4) 자기 스타일에 맞는 장르를 선택해야 한다.
자신의 관심분야, 자신의 능력을 빨리 파악하여 자신에게 맞는 장르를 선택해야 한다.
(5)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누구나 쓸 수 있는 작품은 인정받기 어렵다. 자기만의 독특함, 참신함이 요
구되며 무엇보다도 평범하지 않은 발상, 즉 거꾸로 생각하는 발상이 필요하
다.
가슴은 정상적인 상식인이 되어야 하지만, 머리는 물구나무서기 즉, 거꾸로 생각하는 독특한 발상을 하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한다.
(6) 카메라의 눈을 의식해야 한다.
드라마는 'team operation' 이라 하는데 작가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라 함께 하는 작업인 것이다.
대본은 반드시 영상화된다. 그렇게 때문에 항상 영상 즉, 화면을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한다.
(7) TV드라마를 많이 보고 분석해야 한다.
다른 창작의 세계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드라마 작가의 기초는 역시 드라마에 대한 이해이다. 기술적인 테크닉과 작품의 분석 그리고 습작과 점검을 반복하는 것은 기본일 것이다.
타인의 작품을 보고 분석함으로써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타인의 작품에서 얻어지는 정감, 사건의 특이성, 기가 막힌 대사법 그리고 선명한 주제의식 등을 분석해 내고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내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른바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빠져서 자신의 좁은 틀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은 비교적 넓은 가운데서 많은 것을 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소설이나 드라마의 분석은 이러한 착각을 지적해 준다. 자신이 생각하고 생활해 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감성의 세계를 경험하고, 맛보며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는 길의 첩경은 많이 보고, 많이 분석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분석은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주제와 구성과 대사, 생활 공간과 무대, 인물의 성격과 사건을 잡아내는 일은 그렇게 용이하지 않다. 철저하게 메모하면서 한 작품을 샅샅이 분석하는 훈련은 결국 후일 스스로 볼 수 있는 자기반성의 훈련이 된다.
☞ 나르시시즘(Narcissism)
자신의 외모나 능력을 훌륭하다고 여겨 지나치게 자기를 사랑하고 스스로에게 도취되는 심리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