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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간 아들이 휴가를 온다는 역락을 받고 마산역까지 마중을 나갔다 멀리 열차에서 내리는 군인이 있었는데 한 눈에 아들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반가움에 손을 잡고 걷는 우리 모자를 보고, 동네 사람들은 누구냐고 물었다 아들이 휴가를 왔다며 인사를 시켰더니 이렇게 큰 아들이 있었느냐며 마치 자신들의 아들이 휴가를 온 것처럼 반기며 격려를 해주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면서 수저통에서 깊숙히 넣어두었던 아들의 수저를 끄집어 내는 마음이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조용했던 전화기가 아들의 출연을 따르릉 거리기 시작하였다 친구들의 전화를 받고 나간 아들이 늦은 밤이 되어서야 "어머니 오늘 PC방에서 친구들하고 지내고 내일 집에 들어길께요" 다음날 아들은 저녁에야 들어왔다 "왜 이제 들어오니" 라고 묻자 "내가 유가와서 어머니 하고만 놀아야 합니까? 친구들 하고도 놀아야지"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왠지 섭섭하였다 나 역시 아들 휴가에 맞추어 휴가를 내었으니까 그날 이후 아들과 나 사이에 냉냉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친구들은 자꾸 만나자하고 내 눈치를 보니까 나가지는 못하겠고 아들은 전화만 자꾸한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10일간의 휴가를 끝을 맺어야 했다 아들의 책상위에 10만원이 놓여있었다 "너 이거 누가 준거니?" "응, 가야 이모가 5만원, 끝필이 이모부가 3만원, 아버지 만원, 어머니 만원 주신 건데요" "그럼 너는 그동안 PC방이나 친구들 만나면서 돈 안썼니?"라고 묻자 아들은 돈을 쓰든 안쓰든 누가 돈을 얼마 주든 안주든, 어머니가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 "얘, 너가 받은 돈은 다음에 내가 다 갚아야 될 돈이야, 내가 알고 있어야지 그분들에게 실수를 안하지 우리만 받고 안 갚으면 되겠니?" 어른들의 세계는 받으면 갚아야 예의를 표현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뜻대로 되던가 은혜를 받은 것에 10분의 1도 못갚고 사는 것을 나는 느낀다 남편과 함께 경기도 포천에 있는 부대까지 태워주겠다고하자 아들은 열차타고 가면 되는데 왜 그 먼길을 태워주느냐며 시큰둥해 한다 나는 여행한다 생각하고 가는 거니까 더 이상 말리지 말라며 아들을 달래어 하루 전 포천으로 향했다 아들 부대 앞을 두어번 왔다 갔다 내 눈으로 확인하고 또 하고 캠코더로 찍었다 우리는 다시 의정부로 돌아와 모텔에 들어가 쉬고 다음날 의정부역에 내려 주었다 아들은 후배 만나면 밥 사주어야 한다며 만원을 달라고 했다 아들도 선배들에게 밥을 얻어먹었기 때문이란다 "너 그때 책상 위에 돈 10만원 어떻게 했는데?"하니까 책상 서랍에 넣어 놓았다고 했다 "그 돈 내 줄꺼니?"물었다 왜냐면 군에간 아들이 내 생일날 쯤 전화가 왔길래 "내 생일인데 선물도 없고, 네가 있으면 항상 챙겨 주었는데"하였더니 아들이 "어머니 제 책상 서랍에 보면 코끼리 가 그려진 파란색 지갑에 한번 보세요"하길래 확인해 보니 오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거 어머니 쓰세요" 나는 너무 좋아서 전화 받다 말고 지갑을 확인한 기억이 난다 검소한 아들은 생각이 있어서 나름대로 알아서 하는데 나는 아들의 마음도 모르고 군에 가면 돈이 필요가 없다는데 왜 나에게 그 돈을 안주고 가는가 생각하고 섭섭해 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그 때 그 지갑을 열어보니까 10만 5천원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럼 그렇지 누구 아들인데.." 부모님의 마음을 항상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속이 깊은 아들인데, 어디를 가도 칭찬과 사랑을 받는 아들인데, 군입대 후 입소식 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대표로 뽑혀서 선서도 하고 선임으로 뽑히고 의무병으로서 장병들이 힘들어 할 때 상담도 해주고, 위아래 잘 섬기는 아들이 너무나 감사하고 고맙고 멋있고, 자랑스럽다 아들은 군에서 국방일보에 글을 내었는데 국방부 마크가 있는 시계를 선물로 받았다며 호주머니 속에 깊숙이 간직해 와서 내 손에 놓았다 학교 다닐 때도 전교회장 등, 글짓기 대회를 하면 장원을 받은 실력이 어디를 가든지 발휘되는 모양이다 받은 그 시계를 기념으로 고이 간직하기로 하였다 부모는 부족하지만 너무나 멋진 아들을 저희 가정에 선물로 허락하신 하나님께 두 손 모아 감사와 찬송을 드린다 남편은 아들을 의정부역에 점심 한끼 안먹이고 돌아온 것을 아쉬워하였다 나는 집에 돌아와 아들의 지갑을 확인하고 만원만 준 것이 마음에 걸린다 만원 가지고 후배랑 밥 먹고 부대까지 들어가려면 교통비도 해야하는데 나는 아들이 만원 달라고 할 때 따져 물었던 것이 너무 미안하다 "사랑하는 아들아 미안해" 남편이 나 모르게 시누이 보증 서주어 가정에 위기가 찾아오고 행복했던 가정이 파괴직전까지 갔던 우리 가정 아들로 인해 힘을 내고 지금은 회복되어 평온을 되찾은 우리 가정 지금까지 그 빚 갚느라고 어머니가 아들에게 너무 허리띠 졸라 매었지... 믿음이란 힘으로 잘 참아준 아들이 고맙다 진주를 지나서 함안쯤 오고 있을 때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에 잘 도착하였는지 궁금하다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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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금읽으니 참으로 돈만원이 얼마나귀한 어려웠던 시절이 생간나 눈물이 납니다.
나는 지금도 아끼며산다. 밥 한톨안버린다.음식물쓰레기는 버릴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