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피치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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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의 형식
누구의 연설이건 말하는 형식이 같은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눈을 부릅뜨고 외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북받치는 감정에 눈물로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연설은 내용과 상황에 따라서 열변식과 냉변식으로 나눌 수 있다.
열변식이란 대체로 이론에 근거를 둔 연설로서 이성에 호소하며 합리적이고 내용의 전달이 꾸준하면서 지속적이다. 또한 남성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공격, 선동, 격퇴, 비평, 논쟁 등의 연설에서 많이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열변식 연설의 예)
남부럽지 않게, 남의 뒤에 떨어지지 않게 잘살아가자는 것이 우리 전체의 목적이라면 우선 먼저 사람다운 표준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양심 있고, 올바르게 일하고, 사람 속이지 아니하고, 책임지고 모든 일을 틀리지 않게 해가자고 하는 사람들은 오늘날 이 세상에서 행세를 못 하게 되는 것입니다. 양심 떼서 선반에 올려놓고, 얼굴에다 강철 조각을 뒤집어쓰고, 사람을 속이고, 거짓말하고, 도둑질 잘하는 자들이 대도를 활보하고 행세하며 꺼드럭거리고 지내는 세상입니다.
-- 해공 신익희 선생의 연설 중에서
냉변식이란 주로 슬픔이나 격한 감정 등으로 인간의 감정에 호소하는 연설이며, 비합리적이기는 하나 내용의 전달이 빠르며, 순간적으로 감화ㆍ감동시키기에 좋은 형식이다. 설득, 호소, 또는 방어 등의 연설에서 많이 쓰이는 여성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냉변식 연설의 예)
여러분! 이제 한국의 여인들은 여자의 일생을 슬프게 노래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운명을 탓하지 않고 눈물과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지도 않습니다. ‘어떤 땅이라도 내 땅이 되면 옥토로 만들고야 말겠다’ 는 굳은 각오로 근면, 검소한 생활 속에 지난날의 부도덕과 비윤리를 씻어 버리고, 타락과 방종에서 벗어나 희망의 선진 조국, 영광된 통일 조국 건설을 위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쟁에 남편을 잃은 미망인과 고기잡이 나갔던 남편을 북한에 빼앗기고 전쟁의 비참 속에 눈물과 한숨으로 여자의 일생을 노래해 왔던 우리네 여인들이 또다시 비극의 눈물을 흘릴 수는 없으며, 우리가 흘렸던 피눈물을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자의 웅변 원고 중에서
연설의 형식을 준비의 측면에서 보면 낭독식, 암송식, 즉흥식, 메모식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낭독식은 밀 준비된 원고를 낭독하는 형식을 말하는데, 내용을 실수 없이 전달하는 장점이 있으나 감정 표현 등의 기교 변화가 용이하지 못하고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운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연설에 숙달이 덜 된 초보자에게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며 비교적 내용이 짧은 식사 연설에서 많이 쓰여지고 있다.
암송식은 작성된 원고를 암기한 다음 발표하는 것인데 전달 효과에 있어서는 낭독식보다 좋으나 자칫 잘못하여 원고가 막혔을 때는 연설을 망치는 수가 있다.
즉흥식은 연설자가 연설장에서 즉흥적으로 생각하여 행하는 연설로, 풍부한 지식을 지니고 있어야 가능하며 세련된 연설의 기교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또한 순간의 상황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자연스럽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내용이 충실하지 멋한 단점도 있다.
메모식은 연설할 내용의 줄거리나 요점 또는 소제를 메모하여 보면서 행하는 연설로, 흔히 장시간의 강연이나 정치 연설 등에서 많이 쓰인다.
준비된 메모를 보면서 연설하기 때문에 순서에 따라서 내용을 상기하여 충실하게 행할 수 있으며 그때그때 상황에 대응하기 좋은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메모식의 연설도 초보자에게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연설의 습득 과정은 준비된 원고를 낭독하는 낭독식을 연습한 다음 암송식으로 바꾸어 가는 방법이 좋으며, 간단한 인사말 등은 즉흥식으로, 장시간의 연설은 메모식으로 연습하는 것이 좋다.
연설 원고의 예)
여러분! 지난 9월 홍콩에서 제8회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가 열렸을 때, 결승전에서 맞붙은 우리 한국과 중공의 경기에서 장신 중공 선수들의 반칙이 속출하는 가운데, 우리 선수들은 농구의 규칙에 따라 훈련한 대로 열심히 상대편 바구니 안에 골을 넣어 101대 68이라는 엄청난 차이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중공에서는 이 경기의 실황을 통신 위성을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중공 전 지역에 컬러 텔레비전으로 중계했는데, 다섯 명의 중공 여자 선수들이 규칙을 어기고 반칙을 하며 머리 깎인 삼손처럼 힘없이 무너지고 있을 때, 우리 교포는 물론 중공 사람들 까지도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 갈채를 보냈으며, 머나먼 중공 땅에 살면서 조국을 그리다가 이 광경을 본 동포들은 30여 년간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고 합니다.
태극 마크를 앞가슴에 달고 10억의 중공을 누르고 이긴 우리 딸들의 모습을 보고 조국애와 애절한 향수를 이기지 못해서 울고, 이역 땅에서 천대받는 서러움이 북받쳐 울고, 한민족의 긍지를 느끼고는 행복해서 울었으며, 10억을 이긴 우리 민족의 승리에 감격해서 울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바로 법칙에 따라 경쟁하면서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법질서를 어기면 패하고, 지키면 승리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것이며,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질서 있게 경기를 했던 우리 딸들의 당연한 승리요, 우리 민족의 떳떳한 승리입니다.
여러분! 현대 사회는 자유로운 계약 사회요, 상호간의 경쟁 사회라고 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잘살기 위하여 자유로운 생존경쟁을 해야 하며, 경쟁은 일정하고 공정한 법칙과 규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장기를 둘 때도 차는 차의 길이 있고 포는 포의 길이 있으며, 거리에서도 자동차는 차도로, 사람은 인도로 가야 하는 교통 규칙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화나 타협을 통한 합법적인 교섭 대신 농성과 폭력으로 맞선다면 혼란이 오는 것이며, 정치인과 학생이 정해진 법질서를 파괴하고 우리 국민 모두가 정해진 법질서를 지키지 않는다면 조국과 민족의 운명이 흔들린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법질서는 결코 남을 위해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밥상 위의 젓가락이 나란히 놓여 있고 댓돌 위의 산발들이 질서 있게 놓여 있을 때 우리의 생활은 편리합니다.
법질서의 생활화는 우리의 생활을 돕고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니 가정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시장에서, 경기장에서, 우리들 생활 전체에서 법질서를 생활화하여 밝고 명랑한 사회, 희망이 있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여 정신에서 이기고, 행동에서 이기고, 생활에서 이기는 우리 민족의 영원한 승리를 쟁취하자는 이 연사의 희망에 찬 결론을 보내 드립니다.
--저자의 웅변 원고 중에서
이러한 연설의 숙달 과정은,
① 원고를 낭독할 것
② 원고를 암기하여 발표할 것
③ 원고의 줄거리 또는 요점 등을 메모한 다음, 그 메모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발표할 것
④ ‘법질서’에 관한 내용으로 주제를 정하여 즉흥적으로 발표할 것
등으로 점차적으로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 스피치114 전대수의 '연설법원리'(범우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