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행 지 : 소요산(536m)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재
♣ 산행일자 : 04. 4. 10(토)
♣ 산행메모 : 일주문 → 자재암 → 하, 중, 상 백운대 → 나한대 → 의상대 → 공주봉 →
구절터 → 일주문 → 황금탕(목욕) → 토가(土家) 뒷풀이
이화산우회 4월 상춘 산행이 있는 날, 의정부행 1호선 전철에 몸을 실었다.
처음이라 신기한 MP3 이어폰을 귀에 꼽고 폼을 재본다.
젊어 진 것 같아 기분 좋아진 만보, 주위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착각에 사로잡혀
이어폰을 타고 은은히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흥을 내며 더욱 똥폼을 잡는다.
분비지 않는 토요일 아침 전철 안 금방 자리를 잡고 스포츠 신문을 펼치니,
전면에 '코엘류 사퇴, 올누두 정사신 강경헌, 20억 생일선물 베컴, 아내에 속죄?'
선정적인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정치에 대한 얘기가 없어 가벼운 그렇고 그런 기사들과,
식상해 보지 않던 만화를 훑어보고도 시간이 남아 ‘서있는 男子’라는 제목으로 연재되고
있는 소설을 서있지 않아 편안 자리에 앉아 그냥 읽어 본다.
서있는 남자면 어떻고 앉아 있으면 아니! 죽어있으면 또 어떠하리?
밝은 대낮에 전철 칸에서…. 서있는 얘기가 나온 김에 고등학교 동창 L이 한말이 생각나
옮겨 본다. 이 친구 몇 해 전 산정호수에 놀러가 산에 올라야 하는데,
전날 호기심에 먹은 비아그라가 체질에 딱 맞아 아침이 되어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하는 수 없이 한 손을 주머니에 넣어 손으로 거시기 하며 올라갔다나, 어쨌다나.
또 한 친구는 한 술 더 떠 난센스 퀴즈라며 운을 땐다.
1) “요즘 최고로 인기 있는 남자는?”
2) “요즘 최고로 인기 있는 여자는?” 정답은? 추신 난에….
봉창을 즐기는 만보 본의 아니게 또 개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하게 됐다.
의정부역 개찰구 밖벤치에는 언제 봐도 반갑기만 한 선, 후배 동료들이 와있다.
인사를 나누고 의정부 - 신탄리 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삼삼오오 자리를 함께하며
수다를 떠는 회원 모두의 얼굴 모습은 세상 근심걱정 없는 밝은 표정이다.
30분이 걸려 도착한 소요산역은 주말 상춘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붐벼 활기가 넘쳐흐른다. 산행시작(10:00)이다.
매표소를 조금 지난 산행 길 초입에는 이미 꽃망울을 터트린 벚꽃이 꽃비를
흩날리며 우리 일행을 반긴다. 일주문을 거쳐 원효폭포에 도착(10:30)했다.
아담하여 잘 꾸며진 인공폭포 같은 자연 그대로의 폭포가 하얀 물줄기를 시원하게
쏟아 내려 발걸음을 잡는다. 아담하여 정감어린 폭포를 뒤로하고 도착한
자재암 작은 말사(末寺) 암자에는 금당, 바위 밑 동굴과 촛불, 계곡에 흐르는 물,
절 마당 졸참나무와 개암나무들이 어우러져 설화로 전해 내려오는
원효와 요석공주의 인연이 마음으로 다가온다.
원효가 요석공주와 세속의 인연을 맺은 뒤, 이곳에 초막을 짓고 수행에 정진하고 있을 때,
관세음보살이 변신한 아름다운 여인이 유혹을 하였다고 한다.
설법으로 유혹을 물리친 원효는 이내 그 여인이 관세음보살 이었음을 깨닫고
더욱 수행에 정진하는 한편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자재무애의
수행을 쌓았다는 뜻에서 절을 짓고 자재암이라 했다고 한다.
자재암 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산행(고행) 길은 장난이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은
나무 계단 에는 40대 중년으로 보이는 여인이 쪽팔리는지 얼굴을 숨긴 채
쪼그려 앉아 에~고 하고 있다.
옆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아찌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격려하며 사랑을 보낸다.
그냥 동백이가 생각난다. 웬만한 산꾼들도 힘들어 할 급경사이지만,
우리 산우회를 통한 연륜에 예순이 넘은 엔젤김 (김경자) 선배는 당당이 선두그룹에
끼시어 보이지도 않는다. 대단하고 존경스러울 뿐이다.
물오른 신록에 힘을 얻어 한발 한발 내 딛는 발걸음은 조금 자유스러워져 어느새
하백운대(해발440m)에 이르렀다.(11:10) 여유 속에 휴식을 취하는 선두그룹과
합세해, 매향(주미향) 누이가 가지고 온 비싼 명품 치즈를 나누어 먹음에 정이 넘친다.
중백운대(510m) - 상백운대(11:50분 559m)를 올라서 도착한 칼바위 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높지는 않지만 올망졸망하여 포근하게 느껴지는 산새가 쥑인다.
눈부시도록 하얀 벚꽃이 산허리를 휘감고, 진분홍빛 진달래와 돌과 바람 하늘은
신비한 조화를 이루어 자연을 찬양하며 노래한다.
등산로 오른쪽에는 바위들이 아기자기하게 붙어 있어 꼭 한폭의 병풍 같다.
조금 지난 능선 한 가운데는 바위와 절묘하게 짝을 이뤄 왠지 모를 엄숙함이 베어
나오는 소나무가 위용을 과시하며 폼잡고 우뚝 서있다.
철갑을 두룬 나무 '폼짱 소나무'인 것이다. 기암괴석을 친구삼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올라선 소요산의 주봉 나한대(571m)에 올라 풍광을 보니(12:50) 우리들의 최종 목적지
공주봉을 비롯한 올망졸망한 봉우리 들이 한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바로 이웃 의상대(587m)에서는 동두천 시가지가 보이고, 도봉산과 북한산 그리고 3
월에 다녀 온 수락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원효대사와 함께 당대의 고승이던 의상대사의
법명에서 따왔다는 의상대를 내려가 자리를 잡으니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다.
세 곳으로 나뉘어져 잘 차려진 야외밥상, 만보는 솔로이면서도 부부동네에 꼽사리 끼어
동백이 아침잠 설칠까 동네 분식집에서 사온 김밥 두 줄을 꺼내놓고 빈대 붙었다.
확실하게 열린 부부 팀(바퀴 부부, 반달곰 부부, 복 부부, 완이형 부부)은 서로 경쟁하듯
맛나고 영양가 높은 반찬을 꺼내 놓는다. ‘진수성찬’ 만보~ 자리 잘 잡았다.
바퀴 부부와 반달곰 부부는 전날 밤 늦게까지 준비한 반찬의 내용물에 대한 성분까지 자세히 홍보 하며 열을 낸다. 보기 좋아 사랑이 넘~실 흐른다.
배불리 먹고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공주봉을 향하는 산기슭에는 바람에 날리어 가냘프게
보이는 붓꽃과 양지꽃이 “나 예쁘죠?” 묻는다. 자연의 오묘한 진리와 조화 속에 아름답게
피어나 사람의 순수한 감정을 자극하는 꽃이 없었다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까….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내일 예배당에서 뵙겠습니다. 아~멘!”입니다여..."
마지막 깔딱을 껄떡거리며 올라선 공주봉(526m, 14:30)에서 공주님들 모시고
뭇 남정네들 곁다리로 단체사진 찰~칵….
물오름에 기운차고 푸르름에
생기 얻어 땅에 손닿을 듯
허리 굽혀 오른 정상 솔바람만이
이내 마음 씻겨가는구나.
아들 엉덩이 바라보며
남편 손끝 사랑 느끼면서
다리 힘 올려 닿은 세상 발아래
녹색지붕 모든 희망이
내 눈으로 오는구나.
(- 김종환 - ‘소요산 정상에 서서’)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정상 정복의 성취감에 하산 길 뛰뛰빵빵이다.
부지런한 선두그룹 구절터에서 눈부신 오후 햇살을 즐기며 ‘구절구절’못 다한 수다를 떤다.
바로 앞 계곡에는 자연에 취해버린 아낙네들의 망중한을 즐기는 천진스러움에
추억은 애달프다. 최형(장보)이 보인다. 인원파악이 필요 없다. 목간하러 출발이다.
시골스런 작은 ♨ 황금탕(16:00)에는 난생 처음 보는 자동 때밀이 기계가 자리 잡고 있다.
손님을 위한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 동전이 필요 없는 공짜의 마수에 걸린 껄떡이는
껄떡대며 얼마나 문댄는지 등이 따갑단다. 어~휴 미련한 곰탱! 제수씨가 걱정이다.
나른하고도 개운한 기분으로 오늘의 산행을 평가하며 정담을 나누러 민속주점 土家(17:00)에
모여 끝이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껄떡이 등허리 아픔도 잊은 채 새로
뺀 차의 명분을 앞세워 또 껄떡대며 마무리 비용 거금을 내 놓는다.
화기애애하여 무르익은 분위기에 헤어지기 섭섭하지만 기차시간에 맞춰(18:20) 일어선다.
소요산역에는 오잉! 부부금실 맘껏 뽐내는 매향누이 낭군께서 와있다. 피할 수 없는 일 때문에 누이 혼자 보내놓고‘노심초사’ 택시를 타고 서울에서 여기까지….
감격하는 매향누이의 표정에서 오늘밤 편안한 침수가 될 수 있을지 매형이 쬐끔 걱정된다.
♂ + ♀ ♡^^♡... 봄이 완연한 소요산에서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 만보는,
일산(화정역)에서 PC방을 개업한 친구네로 총총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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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하나) :
일산 방향 선배(송조웅, 이정희)와 직행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만보 오줌마려 오줌보 터지는 줄 알았다.
배차 간격이 길은 버스를 기다리며 송형이 사온 캔 맥주를 먹은 게 화근이 되어
원당을 바로 눈앞에 두고 기사분께 사정 사정하여 시원하게 볼 일(사정)을 봤다.
배설의 기쁨 그날의 가장 큰 행복이었다.
~^만보^~ ‘일촉즉발’ 급박했던 당시 아랫도리의 상황을 굳이 표현한다면
애를 안 낳아봐서 잘 모르겠지만, 그 이상의 고통이었을 것이다. .......................................................................................................................................
추신(둘) 답 : 1) 서있는 남자 2) 질이 좋은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