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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스크랩 잘못 알고 있는 "통풍"
스카이이글 추천 0 조회 1 06.08.13 23:4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잘못 알고 있는 "통풍"

인간관계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모임이 잦다. 직장동료들과 단합을 위해, 친한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며, 오랜만에 만나는 친지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먹고 마시는 것이 지나쳐서 취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렇게 과음한 다음날, 발가락에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으로 아침 잠을 깨는 분들이 많아졌다. 지난 10년 사이에 생활 습관이 변하고 식탁이 풍성해지면서 제왕들만이 걸린다던 황제의 병 “통풍”이 이제 보통 남성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 점점 흔해지는 통풍에 대해 그동안 우리가 상식으로 알아온 엄청난(?) 오해들을 풀어보기로 한다.

1. 엄지 발가락이 아프면 통풍이다?

엄지발가락 관절은 약 50%의 통풍 환자들이 최초로 통증을 경험하는 곳이다. 그러나 엄지 발가락이 아프다고 해서 모두 다 통풍인 것은 아니다. 외상에 의한 삠, 감염, 골절, 퇴행성 관절염, 튀어나온 엄지 발가락, 류마티스 관절염, 유사통풍, 허리 디스크에 의한 발가락 신경 증상, 침윤성 질환, 양성 및 악성 종양 등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엄지 발가락이 붓고 아플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엄지 발가락 통증의 원인이 바로 통풍이라고 속단하게 되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2. 손가락이나 팔꿈치가 아픈 건 통풍이 아니다?

통풍이 가장 많이 침범하는 곳이 엄지 발가락이긴 하지만 다른 관절들, 즉 앞쪽발, 발목, 뒷꿈치, 무릎, 손목, 손가락, 팔꿈치 등도 종종 아파온다. 그 외에 콩팥, 심장, 눈 흰자위 등에도 요산 결정이 쌓일 수 있고 심지어는 척추뼈에도 통풍이 생겨 디스크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통풍은 거의 모든 다른 관절염들의 증상을 흉내낼 수 있으므로 진단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3. 요산 수치가 높으면 통풍이다?

민족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전체 남성중 2.3-17.6%에서 요산 수치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조사 결과 성인 남성의 약 20%에서 요산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보다 통풍이 훨씬 많은 서구에서도 성인남성 중 약 1% 전후의 사람들만이 통풍을 앓는다. 그렇다면 몸의 어딘가가 아플 때 단지 요산 수치가 높다는 것만으로 통풍을 진단하게 되면 얼마나 많은 오진의 가능성이 있겠는가? 통풍은 반드시 현미경으로 관절액을 관찰해서 날카로운 바늘조각처럼 생긴 요산 결정이 검출되어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4. 통풍 환자는 항상 요산 수치가 높다?

피속의 요산이 모여서 결정을 만들고 그 요산 결정이 통풍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19세기 말에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하지만 통풍 발작이 있을 때 측정한 혈중 요산 수치가 항상 높은 것은 아니다. 급성 통풍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약 40%는 요산 수치가 정상으로 나온다. 그러므로 통풍으로 확진을 받은 사람이 검사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것도 아니고, 또한 통풍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요산 수치가 괜찮다고 해서 통풍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5. 요산 수치가 높으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요산 수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통풍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요산 수치가 높은 사람의 대부분이 평생 한번도 통풍을 겪지 않고 살아간다. 높은 요산 수치와 일년 동안의 통풍 발병율과의 관계를 연구한 유명한 논문에 따르면 요산 수치가 7 (mg/dL) 미만일 때는 0.1%, 7 이상-9 미만일 때는 일년에 0.5%, 그리고 9 이상일 때는 약 5%의 사람에서 통풍이 발생한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요산 수치가 약 7-8 정도인 사람들 중 14년 동안 약 12%에서만 통풍이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치료에 드는 비용이나 불편함 등을 생각하면 요산 수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 통풍이 발생하거나 콩팥에 요산 결석이 생겼을 때는 꼭 치료해서 관절이나 장기가 망가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6. 통풍 환자는 고기, 등푸른 생선, 동물의 내장 등을 먹어서는 안된다?

통풍은 기본적으로 핵산(특히 퓨린)의 분해 산물인 요산이 몸에 누적되었을 때 생기는 병이다. 그런데 이 핵산은 주로 맛있는 음식 재료에 많이 들어있다. 핵산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음식은 도저히 먹기 힘들 정도로 맛이 없다. 또한 철저하게 퓨린이 없는 아주 맛없는 식사를 해도 요산 수치를 1 (mg/dL) 이상 줄이기 힘들고 그런 고행을 평생 계속하기는 더욱 힘들다. 그러나 현대적인 치료 약제로 부작용 없이 요산 수치를 4-5 정도 떨어뜨리는 것은 쉽다. 그렇다면 선택은 분명하지 않은가? 오늘날 통풍 환자들은 몸에 요산이 축적되지 않도록 해주는 치료 방법들 덕택으로 먹고 싶은 것을 고통스럽게 참아야 하는 수행자의 길을 걸을 필요가 없다.

7. 통풍은 관절만 아픈 병이다?

통풍은 인체 대사의 노폐물인 요산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나타나는 병이다. 요산 결정은 관절에 쌓이기도 하지만 콩팥이나 다른 장기에도 축적된다. 콩팥의 경우 결석이 생기거나 가벼운 기능부전이 점차 중한 신부전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통풍은 혼자 다니지 않고 다른 성인병들과 같이 나타나는 수가 많다. 예를 들면 당뇨의 전단계인 인술린 저항성이나 고지혈증 및 비만이 각각 약 50%의 통풍 환자에서 발견되고, 3분의 1에서 고혈압이 있으며 심장병의 위험 또한 증가한다. 따라서 통풍은 캐기 시작하면 줄줄이 알뿌리가 따라 나오는 고구마 줄기처럼 수많은 성인병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전신 질환이다.

8. 통풍은 남성만 걸리는 병이다?

통풍은 주로 40대 이후의 남성에 많은 병이다. 20대 이전에는 극히 드물고 여성 환자는 전체의 5% 미만이라고 알려져 있다. 여성이 통풍이 적은 이유는 남성보다 체구가 작기 때문에 전체 요산 저장량이 작고, 신장에서 분비되는 요산의 재흡수도 적어 요산의 배설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도 50대가 넘어서 폐경이 되면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의 비율이 변하게 되고 급격히 통풍의 빈도가 증가한다. 특히 폐경 후 손가락 마디가 붓고 쑤시는 경우에는 한번쯤 통풍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최근에는 변화된 식습관 및 줄어든 운동량으로 인한 비만, 스트레스와 음주, 요산 수치를 증가시키는 약물 등으로 해서 젊은 사람들이나 여성들도 통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9. 통풍은 왔다 갔다 하는 병이다?

통풍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징적인 경과를 밟는다. 처음에는 불시에 한두 개의 관절을 침범하여 며칠 죽도록 고생시키고 물러갔다가 몇 개월 또는 몇 년이 흐른 후 다시 같은 양상으로 탐색전을 하러 온다. 점차 찾아오는 빈도가 늘다가 한 10여년이 흐르면 아예 특정 관절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이 시기가 되면 만성적인 고질병으로 굳어져 많이 아프지는 않지만 치료해도 낫는둥 마는둥 부은 곳이 가라앉지 않게 된다. 이렇게 슬금슬금 자리를 잡게 되면 관절에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난다. 겉으로만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속으로 뼈를 파들어가 류마티스 관절염처럼 관절의 파괴가 일어나고 관절기능이 손상되어 불구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통풍은 관절을 파괴하는 고질병 단계에 이르기 전에 서둘러 치료하는 것이 현명하다.

10. 통풍은 불치병이다?

통풍은 가장 치료가 잘되는 관절염이다. 미국의 류마티스 전문의들끼리 주고받는 농담 중에“만일 당신이 수많은 관절염 중 한가지 관절염을 꼭 가져야만 한다면 어떤 병을 고르겠는가?”하는 질문이 있다. 답은 두말할 것 없이 통풍이다. 전문의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만큼 쉽고 후유증 없이 깨끗하게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전문의 수준에서의 이야기이다.


급성 통풍의 고통은 겪어본 사람이 아니고는 모른다. 그 통증의 심한 정도는 해산의 고통, 또는 뼈가 부러지는 정도의 아픔에 비교될 정도이다. 어떤 이는 바람만 스쳐도 아파서 “痛風”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고통의 폭풍”이 옳은 해석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죽 아프면 동양에서는 호랑이가 물어뜯는 것 같다는 뜻으로 “백호풍”, 고대 서양에서는 “모든 병중의 왕”이라고 불렸겠는가? 지금까지 3주에 걸쳐 살펴본 통풍의 본질을 요약해 본다.

  • 엄지 발가락 아픈 것이 항상 통풍은 아니고, 통풍은 발뿐 아니라 몸의 어느 부분이든지 침범할 수 있다.
  • 요산 수치가 높다고 항상 통풍은 아니고, 통풍이라고 해서 항상 요산 수치가 높은 것도 아니다.
  • 요산 수치가 높아도 요로 결석이나 통풍 증상이 없으면 치료하지 않는다.
  • 제대로 치료 받고 있는 통풍 환자는 그다지 엄격히 음식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술만은 예외).
  • 통풍은 관절만 아픈 병이 아니라 전신 질환이며, 잘 치료하면 여러 관절염 중에서 가장 치료가 쉬운 병이다.


  • 메르디앙내과
    정해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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