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은 두원자가 옥텟을 이뤄 안정적으로 결합하는 두가지 방식이다. (1)이온결합은 전자를 잃어 양이온이 된 원자와, 전자를 얻어 음이온이 된 원자가 서로 결합하는 것이고, (2)공유결합은 두 원자가 한쌍의 전자를 공유함으로써 결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의 차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이온결합은 극성 공유결합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고교 교과과정 중에서는 화학Ⅱ의 ‘화학결합과 화합물’ 중 화학결합 및 결합의 극성에 대한 단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온결합과 공유결합 이외에 교과과정에 소개되는 또하나의 주요한 결합이 금속결합인데, 금속결합에 대한 이론적인 이해는 의외로 어려워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거의 설명할 수 없고, 따라서 깊이있는 질문은 나오기 어렵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금속의 기본 특징들이 금속결합에 의한 현상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으면 된다. 특히 전기전도성은 금속결합 물질이 가진 자유전자에 의해 설명된다.
·공유결합과 이온결합의 차이와 공통점에 대해 설명하라. 전기음성도란 무엇인가?
·화학결합의 극성(이온성)에 대해 전기음성도 개념을 통해 설명하라.
·왜 소금은 녹는점·끓는점이 그토록 높은가?
물은 화학적, 생물학적으로 극히 중요한 물질이다. 물은 극성분자로서 우수한 극성용매이며, 따라서 이온들과 극성분자들이 물에 안정적으로 녹아있을 수 있다. 또한 분자간력이 매우 강력해(이때의 분자간력을 ‘수소결합’이라고 부른다) 비열과 기화열이 크다. 특히 물의 이런 특성은 생명현상과 직결되는데, 사람 몸의 70%가 물이라는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물은 생물체의 성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체내의 여러 물질을 녹일 수 있는 탁월한 용매다. 또한 물은 지구 표면의 상당 부분을 덮고 있으며 대기의 성분(수증기)이자 기상 현상(구름, 눈, 비)의 주요인이기도 하다. 이 주제를 출제할 가능성이 있는 모집 단위는 거의 자연계열 전영역에 걸쳐 있으며, 2001학년도 정시전형 심층면접에서는 서울대 공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에서 물의 특성에 대해 묻는 문제를 출제한 바 있다.
문: 물은 인체의 70%를 차지하고 있지요. 체내에 물이 많기 때문에 유리한 점은 무엇인가요?
답: 물은 매우 좋은 극성용매입니다. 극성용매는 극성분자들과 이온들을 잘 녹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연상태에서 볼 수 있는 분자들 중에는 무극성분자보다 극성분자가 훨씬 많은데, 극성분자들은 물에 잘 녹을 수 있지요. 그리고 우리 몸의 여러가지 생리작용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양의 이온들이 끊임없이 출입해야 하는데, 서로 끌어당기는 개별적인 양이온과 음이온이 서로 달라붙지 않고 따로따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물분자가 이들을 둘러싼 상태로 존재하고 있어야 합니다(그림1). 또한 물은 비열이 커서 열을 잃거나 얻어도 온도가 별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체온 유지에 유리하지요.
문: 물이 왜 극성을 갖고 있는지를 전기음성도와 관련해서 말해보세요.
답: 전기음성도란 어떤 원자가 다른 원자와 결합했을 때 공유전자쌍이 얼마나 한 원자에 치우쳐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값입니다. 플루오르(F)가 제일 크고 산소(O), 질소(N) 등이 전기음성도가 상당히 큰 원소들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이 원소들이 수소원자와 결합할 경우 공유전자쌍은 플루오르, 산소, 질소 쪽으로 상당히 치우쳐 존재하게 되지요(그림2). 산소와 수소가 결합된 물분자(H2O)의 예를 들어 보면, 산소는 공유전자쌍 말고 비공유전자쌍도 갖고 있으므로 결국 물분자의 전자들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산소쪽에 몰려있는 셈입니다. 물분자와 같이 전자가 한쪽으로 치우쳐 존재하는 분자를 극성분자라고 합니다.
문: 아까 체온 유지와 관련된 역할을 이야기했는데, 좀더 자세히 설명해 보세요.
답: 물은 상당히 비열이 큰 물질이지요. 따라서 열을 얻거나 잃어도 별로 온도가 높아지거나 낮아지지 않는 편입니다. 이런 성질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문: 그렇다면 물은 왜 비열이 크지요?
답: 한마디로 분자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 즉 분자간력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물분자 사이에 나타나는 분자간력을 특히 ‘수소결합’이라고 하는데, 수소결합은 모든 분자간력 가운데 가장 크지요(그림3). 원래 극성분자들 사이에는 비교적 강한 전기적 인력이 나타납니다. 특히 전기음성도가 큰 플루오르, 산소, 질소 원자와 수소가 결합해 만들어진 분자들이죠. 물(H2O)이나 플루오르화수소(HF), 암모니아(NH3) 같은 것 말입니다. 이런 분자들 사이에 나타나는 분자간력을 수소결합이라고 합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런 분자들에서는 전자가 전기음성도가 큰 플루오르, 질소, 산소 쪽에 워낙 치우쳐 존재하기 때문에, 한 분자의 양(+)극 부분(수소원자)과 다른 분자의 음(-)극 부분(플루오르, 산소, 질소 원자) 사이의 전기력(인력)이 상당히 큽니다.
문: 수소결합이라…. 그렇다면 이온결합이나 공유결합 같은 겁니까?
답: 엄밀하게는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이온결합이나 공유결합이 ‘원자들 사이’의 결합을 뜻하는데 반해 수소결합은 ‘분자들 사이’의 힘을 뜻하니까요. 단지 여타의 분자간력에 비해 매우 강력해서 편의상 ‘결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결국 수소결합은 이온결합이나 공유결합처럼 안정적인 결합을 뜻하는 건 아니고, ‘유난히 강한 분자간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 그밖에 물의 수소결합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무엇이 있지요?
답: 수소결합이 분자간력 중에서 유난히 강한 편이기 때문에, 수소결합을 극복하고 서로 떨어져나가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즉 증발되기 어렵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물은 공유결합 물질에 비해 녹는점과 끓는점이 비교적 높고, 증발되는데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또 수소결합으로 인해 얼음결정이 생기는데, 이때 얼음을 이루는 결정들 내부에 빈 공간이 생깁니다. 그런데 얼음이 녹으면 수소결합의 일부가 끊어지면서 분자들이 빈 공간으로 밀려들어가지요. 그래서 0℃ 부근의 물은 얼음보다 밀도가 크고, 밀도가 작은 얼음이 물 위에 뜨게 돼있습니다. 1
물은 (1)극성분자로서 좋은 용매이므로 여러가지 극성분자와 이온들이 출입해야 하는 생명체 내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며, (2)수소결합이라는 유난히 강력한 분자간력으로 인해 ①녹는점·끓는점이 높고 ②기화열(증발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이 크고 ③비열이 커서 열이 출입해도 온도 변화가 작으며 ④녹는점(0℃) 부근에서 고체(얼음)보다 액체(물)의 밀도가 더 크다. 이런 물의 성질은 생물의 체온 유지, 해륙풍·산곡풍·계절풍, 대륙성·해양성 기후, 얼음이 물에 떠있는 현상 등과 직결돼 있다.
고교 교과과정 중에서는 물의 성질과 연관된 단원이 많다. 일단 화학Ⅱ에서 분자간력, 특히 수소결합 부분을 집중적으로 볼 필요가 있으며, 물의 삼중점 그래프나 용액과 용해 단원(특히 이온성 고체의 용해 부분), 탄소화합물 단원에서 비누의 세척작용도 참고로 살펴보기 바란다. 또한 공통과학 및 물리Ⅱ의 열에너지 단원, 공통과학 및 지구과학Ⅱ의 날씨와 기후 단원 중 해륙풍과 계절풍에 대한 설명, 한국지리 및 세계지리에서 다루는 대륙성·해양성 기후 부분이 모두 물의 비열이 크다는 점과 관련된 현상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