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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빵을 먹고 싶으면 동네 수퍼에 가서 사오곤 했습니다. 요즘은 윈도우 베이커리 형태의 자영 제과점과 대기업에서 진출한 프랜차이즈(체인점) 제과점들이 많아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대중화가 되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제과점은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빵은 반죽의 발효를 통한 숙성과정을 거쳐서 오븐에 넣고 굽기 때문에 신선도가 제품의 질을 좌우하게 됩니다. 그러나 제과점이 많지 않았던 ‘70년, ‘80년대에는 양산(量産) 제과업체에서 만든 빵들이 전국의 수퍼에서 판매되었고 사람들은 제과점 보다는 동네 수퍼에 진열된 빵을 사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습니다. 어쩌다 가족들 중에 생일이 있거나 크리스마스 등의 특별한 날이 되면 제과점에 들러 케이크를 사 들고 와서 그 주위에 빙 둘러 앉아 촛불을 불어 끄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수퍼에서도 팔 수 없었던 빵이 도우넛이었습니다. 도우넛은 식용유지에 넣어서 튀긴 제품이므로 비닐봉지에 넣게 되면 흡수된 기름이 베어 나와 축축해질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빵의 결이 질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유지는 일정온도에서 산패(酸敗)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빨리 변질이 되는 단점도 가지고 있지요. 이런 이유로 제품의 저장기간이 길 수 밖에 없는 양산 제과업체에서 도우넛을 취급하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웠을 것입니다. 비록 사회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더하는 경기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기는 하지만 삶의 질이 변화함에 따라서 제과점에서도 생산제품을 특화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케이크전문점, 쿠키전문점, 샌드위치전문점, 도우넛전문점이 그것입니다. 더구나 외국의 유명한 제과 제빵업체들이 국내에 체인점을 개설하면서 소비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더욱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지요.
도우넛(doughnut)은 튀김과자의 일종으로 정확한 기원은 알 수가 없지만, B.C 12세기경에 이집트의 벽화에 나타나는 기름에 튀기는 달팽이모양의 소형과자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또 브레이크패스트(Breakfast)는 고고학자들이 미국의 남서부에서 선사시대 유물을 발굴하던 중에 중앙에 구멍이 있는 화석화 된 튀김과자를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옛날에는 기름이 아주 귀해서 튀김과자는 축제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만 만들어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오늘날 외국의 도우넛은 가운데를 절단하여 크림을 바르거나 윗면에 글레이즈를 입혀서 다양하게 만드는 반면에 우리나라와 일본은 팥앙금 도우넛, 찹쌀 도우넛 등 재료의 내용물을 변화시키는 점이 다릅니다. 도우넛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제빵형 도우넛은 이스트를 혼합하여 반죽을 한 뒤 일정한 온도와 습도에서 발효과정을 거쳐 숙성 시키는 것이며, 제과형 도우넛은 베이킹 파우더를 사용하여 반죽하고 식용유지로 튀길 때 그 온도에 의해 팽창하는 것이 큰 차이점입니다. 도우넛 중에서도 가운데에 구멍이 난 링 도우넛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전해져 옵니다. 첫째는 이야기 자체가 과장되었을 뿐 아니라 황당하기 조차 하지만, 17세기초 아메리카 인디언이 아내가 만들고 있는 과자반죽을 화살로 쏘아서 맞혔는데 그 반죽이 끓는 기름 속에 떨어져 링(ring) 형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1620년경에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해온 청교도인이나 네덜란드인이 전했다는 설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패트쿠키나 오리케이크(olykoeks or oily cakes)의 중앙에 호두를 올려서 원형의 튀김과자를 만들어 먹었는데, 메이플라워호를 타고서 신대륙을 찾아가던 영국의 청교도인들이 한동안 네덜란드에 체류하면서 배워 가지고 왔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19세기 중엽에 한슨 그레고리(Hanson Gregory)라는 선장이 항해 중에 원형 도우넛의 가운데를 뚫어서 조타실에 끼워놓고 먹었던 것에서 유래를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도우넛의 역사도 유추는 가능하지만 분명한 유래를 알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선사시대의 유물이나 벽화에서 나타나는 튀김과자가 오늘날의 도우넛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불명확한 부분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도우넛이란 단어가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1809년에 출판된 ‘뉴욕의 역사’(History of New York, Washington Irving 지음)란 책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도우넛의 역사(Doughnuts; A Definitive History)에 관한 기사를 쓴 브레이크패스트(Breakfast)의 글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는 19세 중엽까지 나타난 기록에 의거하여 도우넛은 네덜란드의 오리케이크(olykoeks)에서 유래되었다고 말합니다. 오리케이크는 네덜란드인들이 돼지 기름에 튀겨서 먹었던 공 모양의 달콤한 반죽으로 만든 과자였는데,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건너 오면서 오리케이크를 만드는 방법이 알려지게 되었던 것이지요. 1847년 엘리자베스 그레고리(Elizabeth Gregory) 부인이 오리케이크에 넛메그 같은 향신료를 첨가하거나 반죽의 중앙에 헤이즐넛, 호두 등의 건과류를 채우는 나름대로의 비법들을 개발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작은 건과류의 반죽(little nuts of dough)이란 뜻으로 도우넛(dough-nuts)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그레고리 부인은 아들인 한슨 크로켙 그레고리(Hanson Crockett Gregory) 선장이 항해를 할 때 먹을 수 있도록 도우넛(dough-nuts)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레고리 선장은 운항을 하면서 도우넛을 들고 먹기가 불편하여 요리사가 구멍을 뚫어 조타실에 걸어 두면 먹었다는 이야기와 그레고리 선장이 원래 건과류를 싫어하여 제거하는 과정에서 구멍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있습니다.
도우넛은 도우(dough)와 넛(nut)의 합성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때 도우(dough)는 반죽을 의미하며 엄밀히 말하면 발효반죽의 생지를 뜻합니다. 그리고 넛(nuts)은 호두, 아몬드, 밤, 헤이즐넛 등의 견과(堅果)류를 지칭합니다. 그렇게 만든 반죽을 식용유지에 넣고 튀겨낸 제품을 도우넛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요즘은 도우넛에 건과류를 올리지 않으며 오히려 그 속에 카스터드 크림이나 잼을 넣어서 채우거나 윗면에 초콜릿 혹은 폰당을 입혀(코팅) 주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던킨도우넛’이 1950년에 미국에서 설립되었고 그 후에 ‘미스터도우넛’이 전문점으로 설립되어 전세계로 체인점화 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길거리 어디에서든지 던킨도우넛의 알록 달록한 색상의 맛을 보고 있으니 세계화(글로벌화)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가깝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