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과 일러스트
1.일러스트의 개념과 기능
일러스트의 어원은 'to make light'로서,보이지 않는 대상에 빛을 비추어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세계,즉 인간의 감정이나 사상 등이 시각적 효과를 갖게 하는 것을 말한다. 콜린 헤인즈(Colin Heines)에 의하면, '일러스트는 전달하고자 하는 어떤 상징적인 아이디어를 드로잉을 통해 시각화하는 표현 방법이다'라고 한다. 즉 일러스트는 '인간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한다'는 뜻으로, 인간의 시각 어원이며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서 조형표현,문자,문장과는 상대적으로 구별되어 사용되어 왔다. 일러스트를 백과사전적으로 정의하면, '텍스트의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을 통한 묘사'이다. 이는 우선 일러스트와 텍스트와의 불가분의 상호종속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일러스트의 '합목적성'을 못박고 있다. 그러나 텍스트와의 상호종속성을 강조한 이 정의는 이미 고전적이며,70년대 이후의 일러스트의 개념과 영역은 훨씬 다양하며 복합적이다. 다만 이러한 사전적 해석과 현대적 해석의 분명한 공통점은 '합목적성'이다.
일러스트를 폭넓게 정의하면,'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확하게 해명하는 그림'으로,인간의 손에 의해 제작되었든 기계나 그 외의 보조수단의 도움으로 제작되었든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넓은 의미의 일러스트에는 사진도 포함된다. 그러나 사진은
기계에 의한 제작과정을 거치므로,오늘날의 일러스트의 범주에서는 독립되어 독자적인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러스트를 좁게 정의하자면,텍스트의 유무를 떠나 인쇄 및 전파매체(텔레비젼.영화)를 통해 전달내용(메시지)을 시각적으로 전하는
시각언어라 할 수 있다. 텔레비전.영화 등의 영상매체가 개발되기 이전까지는 대중에의 집단 전달은 주로 인쇄매체를 통하여 이루어져 왔으므로 '인쇄에 의한 시각전달'에
일러스트의 영역이 제한되었으나,텔레비전.영화 또는 비디오 등 현대적 매체의 발달로 일러스트는 '인쇄 및 영상에 의한 시각전달'로 그 영역이 넓어졌다.
그러나 인쇄를 통해서든 영상매체를 통해서든,일러스트는 단일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복제품(polikat) 또는 영상매체로 전달되므로,대중에게로의 수용 및 전달을 전제로 제작된다.제작 의도의 주체가 복수인 대중인 만큼 전달내용을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해명해야 하며,'대중에게 수용될 수 있어야 하는' 합목적성을 지녀야 한다.
일러스트의 영역에서 사진을 제외하면,자연히 여러 보조수단의 도움이 개입되든 안
되든 일러스트는 인간의 손이 주요 제작도구가 되며,선으로만 구성되었거나 색채를
사용하여 구성되었거나간에 넓은 의미에서 회화성을 갖게 된다.따라서 현대적 의미에서 일러스트의 개념은 '인쇄 및 영상매체를 전제로 한 합목적적인 회화'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같은 이차원적 매체인 회화와 일러스트의 한계와 영역의 구분이 문제로 등장한다.
사실 일러스트와 회화를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나,다음의 두 가지 관점에서 서로
다른 점이 존재한다.
첫째, 제작의 동기에 있어서 일러스트는 '정보전달,설명적'이라는 합목적적 성격을 지닌 반면,회화는 '작가의 직관과 감성의 표출'이라는 작가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둘째, 단일작품이냐 복제품이냐의 구분이다. 즉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였을 때 원품 하나로 끝나면 회화로,인쇄과정을 거쳐 복제품이 제작되었을 때는 일러스트로,이 복제품이 텍스트와는 관계없이 독립적인 세계를 가질 때는 그래픽으로 구별한다.
일러스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텍스트의 유무에 상관없이 정보전달,설명적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일러스트는 독자적인 시각 정보전달매체로서의 기능을 갖는 예술형태로서,작가 자신의 명확한 주체의식을 필요로 한다.
서독의 헤르만 교수는 텍스트와 일러스트의 유기적 기능을 다음과 같이 비유하고 있다.
"텍스트는 부분을 보충시켜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승화시켜 주는 유기적 연관을
가져야 한다. 텍스트는 가사요,일러스트는 멜로디이다.가사만으로도 충분히 그 뜻을
전달할 수 있으나 멜로디로 인해 새로운 세계를 여는 것이다."
따라서 일러스트는 텍스트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여 주는 원천적이고 중복적인 기능에 그쳐서는 안 되며,상호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한 단계 승화시켜 주는 예술적 기능까지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예술적 기능은 제 2단계의 기능이며,일러스트의 원천적이며 갖아 중요한 기능은 '시각전달' 기능이다. 이러한 기능은 피전달자 혹은 수용자가 다수이기 대문에 요구된다. 즉 다수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작가는 자신의 개성과 내면세계를 강조하기보다는 일반적이고 타당성있는 전개를 해야 한다. 이 점이 단일작품으로 제작되어 그 세계를 애호하고 동조하는 한, 개인에게
전달되는 회화와 일러스트를 확실하게 구분해 주고 있다. 일러스트의 가장 큰 전제조건이 합목적성과 보편성에 있는 만큼, 일러스트 작품이 난해하여 제작 의도가 분명히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 작품은 성공했다고 보기가 어렵다.
2) 어린이책과 일러스트
어린이의 세계는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어린이는 주변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또한 어린이들은 끊임없는 상상력과 무한한 창조력을 가지고 변화하며 반응하는 생명체로서,그들 주변의 환경으로부터 민감하게 영향을 받으며 학습 이전에 표현하고 시각화한다. 지적이고 논리적인 성인들과는 달리 어린이들은 창조적인 희망과
정서적이며 환상적인 세계를 갖는다. 이런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은 그들 주위의 환경을 이야기하려는 데에서부터 발생한다. 특히 어린이는 잠재된 과거의 경험과
내적 요구 및 생활경험 등을 주위의 사물과 함께 조화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창조하고
상상한다. 이러한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그림은 어린이들의 창조적인 사고와 욕구의
표현이며, 어린이를 위한 일러스트는 그림책.만화영화.학용품 포장 등에서 볼 수 있다.
어린이는 일러스트를 통하여 가 보지 못한 세계, 만져 보지 못한 물건, 사물의 구조와
형태,색채 등을 먼저 지각하게 되고, 글에서 보다 더 강한 개념을 형성하게 된다. 때문에 일러스트는 기본적으로 객관성 있는 사실 위에서 최대한의 표현의 자유를 구사하여야 한다. 내용을 경험하거나 읽기 전에 일러스트를 통하여 개념을 형성하게 되고 구체화하기 때문에, 서투른 일러스트는 오히려 개념 형성에 방해가 된다. 또 일러스트는
어린이의 정신발달에도 중요한 영향을 준다.
어린이책의 일러스트가 다른 분야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전달자는 성인이나 피전달자는 어린이라는 점이다. 어린이는 성인과는 다른 세계를 갖는다. 성인은 누구나
어린시절을 겪었고 그 기억을 갖고 있으나, 사고의 성숙과 환경의 변화로 어린이 세계를 재현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어린이에게 이해되고 수용되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제작하는 데는 커다란 어려움과 착오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칫하면 성인 취향의 일러스트를 제작하기 쉬운데, 이 점이 '어린이를 위한 일러스트레이션'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린이가 좋아하고 공감하는 일러스트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함께, 어린이의 인지 발달과정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