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그 마을에 가고싶다...수구막이 숲도 멋진 태인 오봉리 천오마을
이진우 ejw0255@naver.com
▲ 신설되는 도로에 올라가서 바라본 천오마을.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도로에 올라가서 바라본 천오마을은 아늑하게 느껴졌다. 3면을 숲이 감싸고 있고 마을 앞의 터진 곳에는 나무를 심어 들판과 강에서 불어오는 찬기운을 막아주고 있다.
냇개멀 혹은 내개멀... 그곳에 가면 시끄럽게 떠드는 새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녀석들은 부안- 태인간 도로공사 현장에 다리가 세워지려고 중장비가 윙윙거려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하얀 몸을 흔들어대며 소나무숲을 이리저리 휘젖고 다닌다.
오봉리에는 다섯마을이 있다
상두산에서 뻗어내린 천아산의 여맥이 다섯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오봉리는 태인인터체인지 앞의 원오봉과 고속도로 옆의 청석마을, 그리고 육교를 넘어 성황산 서쪽에 자리한 청학동이 있으며, 청석마을과 원오봉의 사이에 있는 고갯길을 넘어서 산자락을 따라 길게 늘어 서있는 천신마을과 용호천변에 자리한 천오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1914년 이전에 흥천면사무소가 위치했던 청석골은 고속도로가 마을 한축을 자르고 지나가면서 약화되었고 대신에 세가오뜸이라 불리우던 원오봉마을이 태인인터체인지가 신설되면서 오봉리의 중심을 이루게 되었다.
현재는 휴게소 겸 기사식당이 고속도로 나들목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으며 蘭(난)실이 여럿 존재하고 있다. 5형제 마을인 오봉리의 원오봉과 청석골, 그리고 청학동이 30번 도로를 끼고 발전한 반면에 천오마을과 천신마을은 용호천을 앞에 두고 발전하여 이름에도 내川자가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냇가에 있어 농사짓기 좋고 아늑했던 천오, 천신마을
▲ 천오마을 앞의 숲. 버스승강장 건너편에서부터 재실 뒷편까지 약 스무그루의 노거수가 늘어서 있다. 숲에는 아름드리 상수리나무가 여러 그루 서있다.
냇가에 자리하여 농사 짓기에 좋았던 천오마을과 천신마을은 오랫동안 아늑하니 살기 좋은 동네로 이어져 왔다. 그런데 요 몇년 동안은 도로공사와 물난리를 만나 어려움을 겪어야 했으며, 연초에 이웃에 있는 오봉초등학교가 문을 닫는 일까지 겹쳐 주민들은 씁쓸한 마음자리에 놓여 있다.
작년 한해 천신마을 어귀에는 "마을 앞이 댐이냐 ㅇㅇ이냐 고성포앞에 도로공사 절대반대", "주민이 원하는 다리를 놓아달다" 는 등의 펼침막이 전신주에 매달린 채로 공사가 중단되었다. 다행히 협의가 잘 이루어져서 최근에 교각공사가 시작단계에 있다.
냇개멀은 냇가에 있다
냇개멀이란 냇가에 있는 마을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동진강변 낙양리 외이는 받개멀이요, 내이는 안개멀로 불리우는데 이곳 용오천변 천오마을은 그냥 냇개멀로 불리우고 있다. 그리고 천오마을 동편에 자리한 천신마을은 냇가마을 옆에 새로 생긴 마을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마을 주변에는 천아산, 백산, 정토산, 오봉산, 성황산 등이 둘러처져 있고 동진천, 용호천, 박산천 등 세개의 하천이 흐르고 있으며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어 새들이 서식하기에 좋은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오산 삼천에 너른 들판 구비해 천혜의 새 서식처
이웃한 강삼마을이나 홍천마을이란 지명을 보아도 이곳 일대는 물가상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아마도 이런 조건이 갖추어져 있음으로 해서 이곳 냇개멀의 소나무숲이 새들의 서식처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정읍지역에서 이처럼 목이 긴 새들이 주로 서식하는 곳으로는 두락봉과 소년봉, 그리고 이곳 냇개멀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새들이 소나무를 (다)죽인다며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가 않다. 사실 도로공사다 뭐다 해서 인공에 의해 뿌리 뽑히는 나무가 훨씬 더 많은데 새들이 똥을 싸서 그 독성에 죽어가는 소나무들이 많으면 얼마나 많다는 것인지...
천오마을의 멋진 수림들
▲ 여산송씨 재실. 단기 4260년, 서기 1927년 건립된 재실인데 한자로 쓰여진 재실 현판이 걸려 있다. 정자로 보이는데 재실이라 부르는 이유가 궁금하다.
천오마을은 냇가에 있는 마을답게 우아한 정자와 고목군이 마을 앞을 가려주고 있어 향촌의 멋을 그윽하니 풍겨주는 곳이다. 이 마을은 본래 여산송씨의 집성촌으로 마을입구에 입비가 있고 앞서 말한 정자는 재실로 사용되고 있다.
냇개멀은 마을의 동, 남, 서편을 C자형으로 오봉산줄기가 둘러주고 있으며, 박산과 하증을 들판너머 겸 내너머로 바라보고 있는데 북쪽이 열려 있는 탓에 마을 앞에 나란히 수구막이 나무를 심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나무들 사이로는 두개의 출입구가 있는데 마을을 바라본 상태에서 왼쪽길이 주 출입로이고 오른쪽의 재실 옆길은 보조적인 길이라 할 수 있다. 재실 주변은 온통 커다란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항시 그늘이 지며, 냇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일품인데 아쉽게도 높다란 도로가 신설되어 옛정취를 잃을 처지에 놓여 있다.
성곽같은 도로에 갇힌 마을과 새터
또한 성처럼 높은 도로를 쌩쌩 달려갈 차들의 굉음을 막기위해 현대판 수구막이를 설치할 터이니, 이제 냇개멀 정자에서 주변 경치를 마음껏 관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작년에 새들이 한동안 보이지 않음으로 해서 그들이 이곳을 떠났으리라는 예상을 했으나, 최근 도로공사가 재개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서식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의외라 여겨진다. 그러나 과연 새들이 수많은 차가 고속으로 질주하며 내지르는 소음을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 지는 심히 의문이다.
새... "우리도 살고 싶다"
▲ 공사중, 새들은 휴식중. 부안- 태인간 도로공사 구간 중에서 천신마을 입구 교각공사장, 뒷편 소나무숲에 새들이 있다.
새들이 떠드는 소리를 우리 인간들은 소음이라 여기지만 저희들끼리는 무슨 정보를 교환하거나 인사를 나누는 것이리라. 태인에 전해오는 새들의 소리를 알아 들었다는 어느 고을 원님의 초능력으로 그들의 소리를 헤아려 본다면, 아마도 "야 우리 여기서 계속 살 수 있겠냐, 우리도 우리 영토를 침범하지말라고 인간들에게 항의를 하자, 지들만 살고 우리는 살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고 부르짖는 것은 아닐런지...
직선의 질주를 위해 우리는 곡선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자꾸만 상실해 가고 있다. 인간과 자연 사이에 놓여져 있던 완충공간은 점점 축소되어 人工만이 세상을 덮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성곽같은 도로에서 내려다 본 냇개멀의 수구막이 숲은 도로의 높다란 기세에 눌려 한없이 왜소해 보이기만 하였다. 새들의 서식처는 깍여나가고 거미줄같은 도로망은 마을과 새들의 서식처를 압박하고 있다. 냇가의 서정은 간 곳이 없고 감옥살이 신세에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냇개멀이여! 우리의 전통 마을이여!
▲ 마을 입구 길에 세워진 여산송씨비와 당산나무. 이 마을의 유일한 석조물인 여산송씨비, 그 옆에 있는 나무는 당산나무이다. 입력 : 2007년 07월 28일 00:21:29 / 수정 : 2007년 08월 01일 11:2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