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오지 이바노비치 구르지예프는 1870년대에 코카시아의 알렉산드로폴에서 태어났다.
그가 아직 어린시절, 가족이 카아스 근교로 옮겨가면서 구르지예프는 그의 생부와 더블어
자신의 영적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카톨릭 수석사제를 만나게 된다.
구르지예프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살아 숨쉬는 피조물들,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의 삶에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싶은 강렬한
투쟁욕”을 유발시켰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이 삶의 끝은 무엇인가? 죽음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후, 아버지가
“이제 네가 너 스스로를 돌보아야만 한다. 너의 엄마는 죽었고 나도 죽어가고 있다.
네 스스로 네가 먹을 빵을 벌어야 하고, 네 스스로 모든 것을 배워가야만 한다.” 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자 아홉 살 나이의 구르지예프는 유목민들, 즉 수피들을 따라 나서게 된다.
유목민들과의 생활은 구르지예프에게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회를 주었다.
유목민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구르지예프는 최초로 최면과 접하게 되었다.
인간의 무의식이 특정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순간, 그 몸과 의식적인 마음은 무의식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하게 된다.
또한 구르지예프는 유목민들로부터 특별한 호흡법을 배우게 되었는데,
호흡의 리듬을 바꿈으로써 몸의 체온을 높이거나 낮게 하여 주변의 기후에 따라 체온을 조절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문명화된 사람들에게는 필요치 않은, 오직 유목민들에게만 전해져 오는 다양한
삶의 기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구르지예프가 가장 구체화시킨 것이 바로 “Stop!” 테크닉으로
어떤 자세로 어떤 일을 하고 있든 상관없이 “정지!”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정지해야만 한다.
예컨대 구르지예프는 1927년, 미국에서 최초로 명상적인 춤인 월링(whirling)을 무대에
올린 바 있었다. 무대 위에서 돌고 있는 수백명의 무용수들.
무용수들을 보고 있는,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역시 마음속에서 회전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구르지예프가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Stop!”이라고 소리치자 수많은 무용수들이
마치 돌조각처럼 그대로 멈추었다. 갑작스러운 정지로 인해 무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사람이 부지기수였으나 누구도 몸을 가누려 하거나 중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 쓰지 않았다.
중력에 저항하려 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순식간에 혼돈의 도가니로 변한 객석과 달리,
무대 위 혹은 아래로 떨어진 무용수들 중에서 상처를 입은 사람은 하나도 않았다.
우리가 육체에 대해 완전히 잊어버리게 되는 그 순간, 아무런 저항감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뼈를 부러뜨리고 멍이 들게 하는 것이 바로 저항감, 떨어지거나 넘어지지 않으려는 저항감이다.
그리고 구르지예프는 무대에서 월링을 하고 있는 무용수들이 완전하게 몸을 잊어버린 바로
그 순간을 정확하게 찾아내어, “Stop!”을 외쳤다.
이 “Stop!” 테크닉과 함께 구르지예프가 구체화시킨 또 하나의 작업이 바로 신성무 혹은
동작무 (Gurdjieff Sacred Dance, Gurdjieff Movements) 이다.
(이하 구르지예프 무브먼트라고 씀)
실제로 “Stop!” 테크닉은 무브먼트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구르지예프 무브먼트는 행위 속에서 이루어지는 명상으로,
춤이라고 하는 예술형태와 지식 전달의 언어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은 곧 무브먼트가 존재의 조화로운 상태를 성취하는 수단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고대의 지혜를 전달하는 언어 도구로서의 목적을 띠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구르지예프 무브먼트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명상을 할 수 있는 사람,
모여진 각성을 좀더 활동적인 환경으로 넓혀갈 준비가 된 사람들을 위한,
굉장히 특별하고 독특한 춤이다.
다양한 종류의 춤으로 이루어져 있는 구르지예프 무브먼트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익혀야만 할 Obligatory,
남자를 위한 춤으로 강인함과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더비쉬(dervish) 춤,
여자를 위한 부드럽고 아름다운 춤,
복잡하고 상징적인 동작들로 이루어진 기도(prayer) 춤,
“신은 자비로움을 가졌으니”와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 등과 같은 구어적 요소를 담고 있는 춤
그리고 아주 느린 춤과 놀랍도록 정확한 춤, 굉장히 역동적인 춤 등이 있다.
모든 무브먼트는 각각의 춤을 위해 만들어진 음악과 함께 이루어진다.
이토록 다양한 무브먼트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관심을 여러 개로 나누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말은 곧 머리와 팔, 손과 발이 서로 다른 박자로 움직이기 때문에 특정한 단계의 각성이
없이는 춤을 제대로 추기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동작을 정확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센터
(the intellectual center, the emotional center and the moving center)의 역할과 깨어있는
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단 한 순간의 방심,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정교한 박자세기(elaborate count)를 놓치게 되고
춤을 추는 사람의 각성의 감소를 불러일으킨다.
구르지예프 무브먼트 워크샵에서는 다양한 무브먼트를 통해서 우리가 평생 가지고 온 습관화된
사고 패턴, 감정 패턴 그리고 제한적인 육체적 패턴 등을 지켜보고 뛰어넘게 될 뿐만 아니라
마음과 몸에 익숙하지 않은 전혀 새롭고, 복잡하며 정형화되지 않은 동작을 통해 앞서 말한
세 가지 센터를 활용하게 된다.
더블어 무브먼트를 하는 동안 각성이 극대화되고 깨어있는 의식이 확장되면서
내면의 중심인 궁극적인 침묵과 만나게 된다. 외부적 환경과 달리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태풍의 눈’처럼 무브먼트라고 하는 상징적인 행위를 하는 동안, 우리는 움직이지 않는 내면의
침묵과 만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중심과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춤 속에서 변형을 경험하게 된다. 마담 짤즈만의 말처럼 춤 속에서 ‘나’라고 하는
여러 층의 인성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춤만 남게 된다.
내면의 침묵만이 환하게 의식의 빛을 밝히면서 변형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