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짧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게 있는 것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음이 얼마나 큰 복인가를 새삼 깨닫는 나날입니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서도 잠시 자투리 시간일지라도 누군가를 위해 수고했을 때의 보람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자선음악회를 준비하는 기간에 잠시 짬을 내서 파주에 있는 후원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제품을 후원받으며 조금 더 달라고 부탁을 드렸지요. 꼭 나누고 싶은 곳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파주의 일정을 마치고 다음날. 평소 학교에 가는 시간보다 30분 정도 먼저 아들을 학교에 태워다 주곤 바로 춘천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차에는 춘천 나눔의 동산과 강릉에서 소망아동센터를 방문하기위한 작은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부지런히 차를 달리며 주변 경관을 보는데 어느새 가을이 저만치 밀려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가을이 짧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곤지암에 들려 미룡간사를 태우고 부지런히 달리니 점심때가 다 되어 춘천 나눔의 동산에 도착했습니다. 변함없이 반갑게 맞이하는 김재숙 원장님의 환한 미소가 보기 좋습니다. 차에서 쌀과 국수와 수제비 등을 내려 드리고 커피 한잔을 나눕니다. 마침 경찰서에서 봉사 와서 삼겹살 파티를 해 주고 있다며 식사를 하자고 하는데 커피 한잔으로 대신합니다. 오다가 배가 고파서 휴게소에서 통감자를 사먹었기 때문이지요.
커피 한잔을 마시며 김재숙 원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장애인들이 반갑다고 다가와 손을 잡습니다. 여성 장애인들만 있는 곳이라 남자 봉사자들이 오면 할일이 별로 없기에 여성 봉사자들이 더 많이 온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정담을 나눕니다. 웃는 모습이 참 고우신 할머님 한분이 오셔서 내 손을 잡으시며 기뻐하십니다. 아내와 미룡 간사는 원장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장애인 시설 살림을 해가면서 익혀온 노하우를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 시설을 시작했을 때 1명의 장애인만 데리고 2년 동안 살았고, 그 장애인에 대하여 모두 파악하고 이끌어 갈 수 있을 때에 새로운 장애인들을 보내 주신 하나님의 뜻을 이제야 알겠다고 하십니다. 벌써 13년이 지났는데 그동안의 삶을 이야기 해 주십니다. 살갑게 다가오는 장애인들과 한참을 어우러집니다. 기명이가 “아저씨~”하며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한바탕 웃음이 피어납니다. 강릉까지 들려야 하기에 다음에 또 오겠다며 차에 오릅니다.
이제는 강릉을 향해 차를 달려야 합니다. 전화로 소망아동센터 최미순님과 통화를 하며 쉽게 찾아갔습니다. 현수막이 걸려있고, 만국기가 걸려 있습니다. 마당에는 자갈이 깔려 있고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고 있습니다. 식당을 개조하여 만들었다는 공부방에는 커다란 앉은뱅이책상들이 놓여 있고, 공부하다가 그대로 둔 책들이 놓여 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놀이 공간을 제공하고, 공부를 시켜주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자비량으로 수고를 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시에서 작으나마 월급이 나올 것 같다고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자기의 꿈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내 몸에 대하여 관심이 많습니다. 목발을 짚고 있는데 손도 조막손이고, 한 쪽 다리도 짧고 그러니 궁금한가 봅니다. 왜 이러느냐며, 왜 이렇게 되었느냐며, 아프냐며, 궁금한 것도 많습니다. 녀석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시간이 참 빠릅니다. 돌아갈 시간을 계산하니 일어 서야합니다. 다음에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길에까지 나와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모습을 보며 작은 행복을 만납니다. 이렇게 하루가 훌쩍 지나갔습니다.
2004. 10. 19
‘봉사는 중독 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
첫댓글 큰샘물님 나눔님 태우고 다니니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나눔님 고생만 시키지 말고 맛난것좀 사주세요...춘천에 갔으면 닭갈비도 사주고 말이야 말이야... ㅋㅋ 나눔님,큰샘물님, 미룡님, 수고 많았습니다. 다음에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소록도 가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춘천과 강릉사이? 하늘과 땅사이? ^^ 정답은 =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