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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실한 목소리, 곰팡이꽃 |
프린지 스트리트에서 30분 동안 노래한 곰팡이꽃의 길거리 무대가 끝이 나고, 일부 관객들이 곰팡이꽃을 둘러싸며 그의 씨디에 싸인받기 소란을 진행했다. 즐거운 소란이 인터뷰 장소인 김밥집에서도 이어지길 바라며, 필자는 일행과 함께 스트리트 맞은편 김밥집으로 향했다.
샐러드 김밥, 떡볶이, 물만두 각각 한 접시를 가운데 두고, 사진팀 달여리와 영상팀 은진, 곰팡이꽃과 그의 애인 그리고 필자가 앉았다. "안녕하세요.", 필자의 얼얼한 인삿말과 함께 녹음기가 돌아가고, 캠코더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인터뷰 내내 필자는 살짝쿵 떨며 준비해 온 질문을 어설프게 읊는 반면에, 곰팡이꽃은 녹화되고 있는 캠코더 앞에서도 떨지 않고, 필자와 캠코더 렌즈를 번갈아 보아 주면서 성실하게 답변을 해주어서 속으로 많이 안심이 되었다. 세상에, 한창 이야기가 오고 가던 중에 테이프가 돌아가고 있는 줄 알았던 녹음기가 아예 꿈쩍도 안하고 있기도 했다. 그래도 곰팡이꽃과의 대화 자체가 반가웠다. 실로 그를 안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그의 노래와 그림과 글이 갖는 흡입력은 대단하다. 그래서 인터뷰 자리 자체가 불편하다거나 그 자리를 도망가고 싶다거나 하지 않았다. 예술가를 만난 기분이 이런 것일까.
"곰팡이꽃과 피운 이야기꽃을 활짝 열어볼까." 곰팡이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 '곰팡이꽃'은 하성란의 단편소설 <곰팡이꽃>에서 가지고 왔어요. 소설을 보면, 마지막 구절에 진실이란 것은 쓰레기 봉투 속에서 썩어가고 있다는 말이 나와요. 곰팡이꽃은 쓰레기에서 발견되죠. 그렇다면, 진실이 되고 싶다는 의미로 곰팡이꽃이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될까요? - 네. 자신의 표현 욕구는 늘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 우선, 대외적으로는 표현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요.(웃음) 진짜 이유는,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사랑, 우정 그리고 사람 등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것들이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때가 있었다면, 그 무렵은 언제쯤이었나요? - 올해요. 나 자신도 변한다는 걸 알았지요. 전, 변하는 것을 남을 향해 포커스를 맞췄는데, 나 자신한테 맞추면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남이 변한다고만 생각했으니, 핑계만 댄 것 같네요.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 음…….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제 노래와 그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 노래를 듣고 어떤 한 사람이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웃음)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우선 변했어요. 안좋은 쪽으로요. 아티스트 선정도 그렇고, 공간 선정도 그렇고 굉장히 재고 따져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독립예술축제로서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아까 자신의 노래가 세상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사람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하셨는데요. 저, 위로 받았습니다. - 아, 감사합니다. (웃음) 무슨 노래?
'아직까지는'이요. 특히 '중요한 건 떨어지는 게 아니야. 착륙하는 거지.' 이 부분이 좋았어요. 제가 대학 졸업하고, 하고 싶은 게 있긴 한데 그걸 직업이랑 연결시키는 부분에서 소신있게 말하지 못했거든요. - 언제 졸업하셨어요?
올해 2월에요. - 몇 살이세요?
25살이요. - 몇 살이세요? (사진팀 달열이에게)
24살이요. - 몇 살이세요? (영상팀 은진이에게)
20살이요. - 그럼, 아직까진 괜찮아요. 저 28살, 옆에 30살, 우리 모두 아직까지 다 괜찮아요.
흐믓흐믓했다.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아티스트들을 볼 때마다 그들에게서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꼈는데, 그 이유는 아마 그들이 갖고 있는 자신감과 부지런함 때문인 걸로 생각된다. 필자는 항상 무엇이 되고 싶다고만 머리 속에 그림을 그렸지, 그것을 부지런히 작업화하는 것에는 상당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것 같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을. 그의 말처럼 길거리에서 엠프 켜놓고 노래 부르면 되는 것처럼. 표현하지 않으면 못베기므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는 곰팡이꽃을 만난 오늘 오후가, 그래서 참 흐믓하고 반가웠다.
쓰레기에 핀 진실, 곰팡이꽃의 노래는 21일(월) 저녁 9시에 한번 더 만날 수 있다. 노래도 직접 들어보고 이야기도 나눠본 관객과 인디스트 둘 다의 입장에서 강력하게 권하고 싶은 아티스트의 공연이다. 그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은 가짜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을 건드린다. 이제부터 필자는 위로 받고 싶은 날에는 곰팡이꽃의 노래를 들을 것 같다. 저 밑바닥 구멍으로 내가 빠져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 나와 함께 해주는 노래들은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오늘 인터뷰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옆집남자 곰팡이꽃/중구난방(음악) 스테이지 잔잔
글 박강아름 / eehaehae@naver.com |
첫댓글 좋습니다....^ㅅ^)/ 감사해요.....수고 정말 많으셨어요....또 뵙기를.....
이거 어제 한건가 보네.... 나두 갈까 하다가 귀차나서 안갔는데...ㅋㅋㅋ 근데 과연 언제 까지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