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화단에 시선이 꽂힌다.
시들은 고추모종 두녀석과 상추 한녀석이 간밤에 회생했는지 살펴보지만
아직 축 늘어져 있는것이 비맞은 장닭꼴이다.
오늘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하니 다소나마 안심이 되지만 약간의 걱정은 없지 않구나
마음 한 구석에 "내 새끼"로 자리잡힌 풀떼기 녀석들. 그래도 사랑받는 것들이니 행복하겠지!
유독 자식복이 많은 사수였다.(어디에서 17사단 100연대 1대대 1중대에서)
상병으로부터 장남을 길러내고 둘째, 셋째를 연이어 보았으니 정력이 약하진 않았던가 보다^^
그런 사수가 입사를 하여 자리에 앉으니 엄청 무서운 분이 나를 지휘한다.
사물정리에 대해서는 해병대를 다녀오셨는지 깔끔하기가 은백색이었다.
같은 업무를 두번 이상 틀리면 업무책자 서너권은 보아야 미안함을 덜 수 있었다.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내지 못하면 죽은 사람이라 하였다.
때문에, 입사 초년병이었는데도 쌈지돈까지 절약할 수 있는 자금운용을 마음껏 시도해 보았다.
신지식의 창조 앞에 발생되는 나의 실수와 업무미숙은 사수에겐 행복한 볼컨트롤이었나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벌써 20년이란 한 세대를 한 솥의 밥을 먹었었는데..,
사수는 말이 없다.
얼마 전의 뇌출혈이 나의 대단한 사수를 어린아이로 만들어 버렸다.
지난 겨울, 스스로 이겨내시고자 찾았던 강원도 땅이 너무 낯설었던지 힘들어하신다.
무엇보다 시골 아파트라는 구조가 삶을 숨막히게 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업무차 탄현을 가는 중에 시골농가를 눈여겨 보았다.
얼마 전 공기가 끊기긴 했어도 도배, 장판만 하여도 흠잡을데 없는 아늑한 곳.
마당 텃밭도 마음을 정갈하게 순화하는데 그만일듯 싶다.
농가전경을 담은 사진을 보내 드리고 전화를 걸었다.
땅을 밟으셔야지요.
고추며, 토마토며, 갖은 채소들이 상처난 마음 꿰메어 드릴거예요.
다행히 사수를 아는 분이 시골의 이장이라 하니 덤이 생겼습니다.
서로 아프게 웃었다.
전화를 끊고 나를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노란 땀복이 눈에 들어온다.
뛰라는 것이지..,
오늘 스타팅 음악은 작은왕관 "티아라의 Cry Cry"
더 힘차게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