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조 상열 씨의 고희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분은 고려 태조 왕건의 개국공신으로 거슬려 올라가는 1천년의 역사를 가진 명문거족을 자랑하는 함안조씨의 후손인줄 압니다.
자고로 충의와 절개의 맥을 이어온 선비 가문인 함인 조씨는 지금도 백세청풍과 숭조목종이란 종훈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습니다. 즉 말하자면, 백세에 걸쳐 선조들이 이어온 충의정신을 계승하고, 조상을 숭배하며 종친간에 화목을 도모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이 혼탁한 세상에서 참으로 훌륭한 본이 될 민족정기를 바로 잡을 고매한 탁훈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상열 씨는 슬하에 1남2녀를 둔 다복한 한 가족의 어른입니다. 신라 고도이며 불교문화의 요람인 경북경주에서 태어나 성장한 그는 군에 입대하기 전에도 1년여간 입산 수도하여 불도를 닦은 바 있으며, 근 40년간의 공직생활을 끝내고 지금은 북한산 중흥사를 수행 처로 삼아 불자의 길을 걷고 있는 독실한 불교신자입니다. 현재 그는 북한산 중흥사 거사림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또한 한국연예인 불교회와 백련장학회 회원으로서 포교에 힘쓰면서 심신을 수양하고 있읍니다.
이제 세 자녀들이 모두 성장하여 가정을 이루고 있으면서, 어버이에게 효도하는 뜻에서 오늘 이 같은 성대한 아버지의 고희연을 베풀어 준데 대하여 친구의 입장에서 이들 자녀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일가친척 친지 여러분에게도 아울러 감사를 드립니다.
일찍이 공자가 말씀하기를 40에 불혹이요, 50에 지명이요, 60에 이순이요, 70에 종심이라 했습니다. 인간이 나이가 40이 되면 유혹에 빠지지 않으며, 50이 되면 하늘의 뜻을 알게 되고, 60이 되면 환경에 적응하게 되고, 70이 되면 비로소 마음대로 행동해도 끄리낌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70의 나이가 되면 비로소 인생의 경륜과 지혜를 터득한 달관의 경지에 이른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니 고희의 나이는 우리인생을 한 차원 높은 새로운 경지에 이르게 하는 바, 은인자중과 명철보신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자고로 70세의 나이를 고래희라고 하여 인간수명의 예외적인 경우로 여겨왔습니다. 27대 519년의 이조 역대 임금의 평균 수명이 43세였으니 수긍이 갑니다. 오늘날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남자가 71세 여자가 76세라고 하니 격세지 감이 없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 이 뜻깊은 고희연의 주인공이신 조상열씨 와는 지난 48년간 친구로서 돈독한 우의를 지녀온 각별한 사이입니다. 저는 고향의 죽마고우를 비롯하여 중고등학교와 대학 그리고 사회생활을 통해 알게 된 많은 친구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반세기의 직업군인 생활의 출발점을 장식하면서 한날 한시에 소위계급장을 같이 부쳤던 군대 동기생이 가장 다정다감하고 낭만과 추억이 많은 친구임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모두 격동기의 난세에서 동고동락해왔으며, 특히 군대중의 군대라는 거칠은 해병대의 조직환경속에서 청춘을 바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나희 중의 사나희란 해병의 자부심을 갖고서 모진 지옥훈련과 초인간적인 인내가 요구되는 불순한 환경을 잘 극복 생존해 왔기에 강한 동류의식을 갖고 있읍니다. 이제 70세 전후의 동기생들 가운대 이미 작고한 분도 있지만 아직도 육신이 건강하며 비교적 생활여건이나 사고방식에 있어서 동질성이 많으며, 특별히 재산이 많거나 지위가 높아진 사람도 없이 모두가 비슷한 중산층의 부류에 속하는 지라 서로간에 적대감이나 갈등이 조성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우리만이 갖고 있는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좌우명이며 전통과 문화입니다.
저는 지난날 해병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의 3형제가 모두 해병대 출신이며 월남전에서 싸웠습니다. 저는 오늘 해병대의 상징성을 표현하는 반지를 끼고 뱃지와 넥타이핀을 꽂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 얘기를 해서 송구스럽지만 저가 현역시절에 미국해병대의 초군반, 고군반 그리고 대학의 군사교육을 3년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가장 인상 적인 것은 미해병대의 모군 사랑입니다. 특히 회식을 할 때 신명이 나면 이른 노래를 졸병부터 장군까지 다 함께 박수를 치면서 부릅니다. one two three four, l love marine corps, we like 3-w, woman. wishky. war !
이는 미해병대의 가족사랑, 사나희 다운 용맹성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여자와 술과 전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한국해병대도 이를 모방하여 만던 조직이기에 강한 군대로서 전쟁을 잘했고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으나 한때 조직이 소멸직전의 상황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조상열 씨와 저는 특별히 동류의식이 강한 친구 사이입니다. 48년 전 피교육 기간중에 한 내무반에서 생활했으며, 서부전선에서는 포병연대본부에서 같이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1978년에 해병대 병기감을 마치고 대령으로 정년 퇴직을 했으며 저는 그 보다 6개월전에 같은 계급으로 국방대학원 교수로 있다 군복을 벗게 되었습니다. 그 후 조상열씨는 12년간 경북 안강에 있는 풍산금속에서 안전관리실장, 시설부장, 총무부장 그리고 방호실장을 역임하고 정연 퇴직했으며 저는 제대후에도 국방대학원에 근속을 하였습니다.
그는 1966년에, 저는 1967년에 베트남전쟁에 파병되어 1년여 동안 참전한 대가로 당시에 베트남 정부가 수여한 금성무공훈장을 받았으나, 우리 나라의 상훈법이 잘못되어 외국원수가 수여한 훈장을 국내훈장과 같이 인정해주지 않음으로서 아무런 혜택도 없는 깡통훈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당시 베트남 전장에서 흡입한 고엽제 때문에 발병한 지발성 난치질환이 발병하였습니다. 조상열씨와 저를 포함한 동기생들 중 다수가 고엽제후유의증 환자로 판정을 받아 현재 국가로부터 소액의 보상금을 받고 있습니다.
작년 어느날 저는 동회에서 실시하는 노인 컴퓨토무료교육을 수강코자 학원교실에 덜어가니 머리가 좀 벗겨진 젊은 한 할아버지가 옆 좌석에 앉아 있는데 안면이 많은 것 같아 자세히 보내 조상열씨였읍니다. 저와 한동내에 사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홍안 소년같은 20대초에 군대 동기생이던 우리가 이젠 백발이 성성한 영감으로서 컴퓨터 동기생이 되었으니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 때 컴퓨터 교육 마지막 과정에 아이디를 만덜었는데 영어이름 석자에 출생년도를 부쳤습니다. 저가 기억하기로는 그 당시 이메일을 주고 받는 연습을 하면서 34란 숫자가 덜어간 것을 봐 저와 동갑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칠순 잔치를 한다기에 이상해서 가만히 혼자 생각하니 호적상의 생년월일이 실제보다 1년 늦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어떤 일본 사람이 쓴 인생독본을 보니, 일본의 노년층 여론 조사한 통계에 의한 행복의 조건 5가지가 나와 있습니다. 일찍이 소크라데스는 행복의 조건은 돈, 명예. 권력, 쾌락이 아니라 덕행이라고 했지만, 자본주의의 정보사회에서 사는 우리의 인간생활을 전제할 때 현실적인 행복의 요건으로 일본의 논자가 내세운 다음 5가지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건강한 몸과 마음, 둘째 윤택한 삶을 위한 물질, 셋째 사랑하는 가족, 넷째 정보사회의 지식 공유, 다섯째 의사소통 가능한 친구.
이는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행복의 조건입니다. 인간은 만병의 근원이 정신 불건전에 있다고 하며, 건전한 정신이 건전한 육신을 보장한다는 말처럼 심신의 건강이 행복의 어뜸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돈이 많을수록 비례하야 행복하다는 생각은 오산입니다. 의식주에 걱정이 없고 문화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이면 족하지 요새 각종 게이트의 권력형 비리 처럼 다다익선으로 물질적 욕망을 제어치 못하면 불행을 자초하고 맙니다. 가족이란 영어 단어는 FAMILY입니다. 이는 father and mother I love you 란 말의 약자입니다. 가정은 사랑의 상징이며 근본입니다. 건전한 가정이 사회와 국가의 뿌리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정보사회이며 지식사회입니다. 정보나 지식이 없이는 사회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모든 인간에게 고학력이나 고도기술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컴맹이 되어서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지장이 있으므로 행복을 향유할수 없는 것입니다. 끝으로 서로의 마음을 터 놓고 얘기 할수 있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친구야 말로 갈등관리의 최선수단입니다.
오늘 고희를 맞은 조상열 친구는 이와 같은 행복의 조건을 고루 갖춘 분으로서 남은 여생을 더욱 보람 있는 삶으로 빛내면서 행복한 인생으로서 유종의 미를 걷우게 될것으로 믿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