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심하게 졸리는 난치성 수면장애인 '기면증'의 원인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는 발표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성균관대 의대 신경과 홍승봉 교수, 주은연 전임의 연구팀은 어제(15일), 양전자단층촬영(PET)을 이용, 기면증 환자와 정상인의 뇌 활동을 비교한 결과 기면증 환자의 경우 뇌의 특정 부위에서 포도당 대사가 현저히 저하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기면증, 어떤 병인가
기면증은 밤에 충분히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이유없이 졸리거나 무기력한 증세가 계속되는 질환으로, 특히 잠이 오면 참을 수가 없어 아무 장소에서나 잠이 드는 증상을 보입니다. 학교 수업은 물론, 운전 중에 졸고, 식사 도중, 중요한 회의 도중, 심지어 대화하는 중에 잠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학습장애와 업무효율 저하는 물론, 집단 내에서의 따돌림 등으로 인한 성격변화, 우울증 등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4인용 식탁'에서 전지현 씨가 연기한 여주인공이 앓고 있던 병이 바로 기면증이었습니다.
국내 기면증 환자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아직 알려진 바 없지만 일본의 경우 인구 천 명당 1.6명이 기면증 환자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면증 유병률을 추산해 보면 7만∼8만명 정도가 기면증을 앓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면증을 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단순히 '잠이 많은 사람'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기면증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문 현실입니다.
▲원인은 무엇인가
기면증의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된 바 없습니다. 다만 그간의 동물실험에서 시상하부 내 '히포크레틴'(Hypocretin)이라는 각성 호르몬의 결핍이 기면증의 원인일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은 있습니다. 홍승봉 교수팀이 이번에 임상신경학 학술지 에 발표한 논문은 이같은 동물실험 결과를 PET 검사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시상과 전두엽, 두정엽에 이상이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입니다.
히포크레틴 호르몬은 뇌의 포도당 대사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기면증 환자의 뇌에서 포도당 대사가 떨어진 부위는 히포크레틴이 생성되고 전달되는 경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
정상인에 비해 기면증 환자의 뇌에서 포도당대사가 현저하게 떨어진 부위를 PET를 이용해 촬영한 사진.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보이는 곳이 포도당대사가 정상인에 비해 뚜렷하게 떨어진 부위. A: glass brain view로 뇌 전체에서 포도당대사가 떨어진 부위를 모두 보여 주는 그림. B: 뇌량밑 이랑(1)은 감정의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이 부위의 포도당 대사 저하는 우울증과 탈력발작을 야기할 수 있다. 내측 전두엽(2)의 포도당대사 저하는 기면증 환자의 기억력 저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두정엽의 일부분(3)으로 인지기능에 관여한다. C: 시상하부(1)는 히포크레틴 신경원이 주로 분포하는 부위로 이 신경원은 시상(2)을 통해 대뇌피질로 연결돼 사람의 수면-각성, 감정, 운동 기능을 조절한다 | ▲치료법은?
기면증은 대부분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으면 주간졸음증과 탈력발작(온 몸에 갑자기 힘이 빠지는 증상)이 개선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주간졸음증의 치료는 중추신경계 자극제를 사용하고, 탈력발작 예방을 위해 항우울제가 사용됩니다. 기면증의 약물치료는 효과, 부작용 등을 잘 관찰하고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하면서 유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이 외에도 기면증 환자는 낮잠을 자면 졸음이 없어지고 상쾌함을 느끼기 때문에 아침 기상 후 5시간 간격으로 낮잠을 15-20분씩 자는 것도 주간 졸음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또 가만히 앉아서 일을 할 때 더 졸리기 때문에 많이 움직이는 업무가 적절하며, 운전이나 위험한 작업은 가장 졸리지 않은 시간에 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