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충천 군산시립 대우 100% 인상 그 이후"


대담자 : 음악평론가 탁계석 군산시립지휘자 강기성
탁계석(평론): 합창단 대우 100% 인상 이후 모든 게 달라졌겠지만
우선 단원들의 사기가 충천되었을 것 같은데.
강기성(지휘): 사실 대우가 100% 인상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합창단원들의 대접이 너무도 열악했었기 때문에 만족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당장의 금전적인 액수보다도 앞으로 더 발전 할 것 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단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고 하겠다. 예술가로써의 정당한 대접을 받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짐과 동시에 자신들의 기량 또한 더욱 발전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예전보다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각자의 기량증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탁: 행정가들도 합창단 운영과 시민 만족에 대해 적극적일 것 같아요. 시민의 반응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에피소드 좀 들려주세요.
강 : 합창단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행정기관은 물론이고 시민들도 합창단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사실 그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합창단도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횟수를 늘여가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 중에 하나가 야외 유원지에서 진행되는 작은 음악회이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야외공연이 예정되었던 날짜에 갑작스레 행정기관에 다른 행사가 생겨 공연이 취소되었는데 다음날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왜 공연을 하지 않았냐는 전화다. 군산에 재미난 공연이 있다며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온 가족들을 다 모아 저녁을 먹고 유원지를 찾았는데 공연을 못 봐서 기름값 비싼 시국에 멀리서 온 친척들한테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는 하소연 이었다. 결국 그 팬의 애정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10명이 넘는 그의 친지들에게 다음 정기공연 티켓을 친절하게 우편으로 발송했던 해프닝이 있었다.

탁: 뮤지컬 합창 '그리움 저편의 사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일정과 방향을 좀 알려 주세요.
강: 한 역무원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작년에 이어 새롭게 다시 제작되었다.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유명한 팝송과 가요 사이에 클래식음악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게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공연으로 큰 호평을 받은바 있는 이 작품은 오는 9월 4일(목) 7시30분 군산시민문화회관에서 선보인다.
작년보다 더욱 탄탄한 극적 구성에 다양한 볼거리들이 더해져 한 층 업그레이드 된 즐거움을 만들어낼 이 작품은 타 도시 순회공연을 기획하고자 한다. 이는 군산시립합창단의 대외적인 이미지 리포지셔닝을 위한 큰 계기가 될 것이다.
탁:무대 종합물을 하려면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이를 테면 작곡, 연출, 소품, 무대 미술 등등 예산의 한계 안에서 이를 하려면 여러 모로 신경이 많이 쓰일 것 같아요.
강 : 타 합창단도 그렇겠지만 단 내부에 극을 전문적으로 만들어내는 스텝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객원스텝들과의 작업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부터 합창 공연만을 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예산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행정가들은 ‘일회의 공연에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하는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말로는 시민들이 좋아할만한 볼거리들이 많고 재미난 공연들을 해달라고 늘 요구를 하지만 실상 종합예술작품 제작의 아주 기본적인 예산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좋은 작품으로 일단 한 번 감동을 받게 되면 그 가치를 인정하게 되고 좀 힘들더라도 시민들을 위해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릴 용기를 갖게 되는가 보다. 물론 아직도 쉽진 않지만 음악적 열정으로 이런 부분을 계속해서 극복해 나가야 할 듯하다.
탁: 시립의 문화 상품 즉 작품을 마케팅하는 것은 이전에 없었던 것으로 보여요, 물론 국립이 나랏돈을 기반으로 지역 순회공연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따라서 가리워졌던 군산시립의 등장과 공격적인 마케팅은 앞으로 우리 합창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상하는 것이라 생각돼요.
강: 지방분권화 이후 자치단체의 경쟁력이 더욱 중요시 되어갈 수록 더 이상 시립예술단체들이 그 제한된 지역의 지역민만을 위한, 또 그 행정기관이 주최하는 행사의 공연단으로서만 머물러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제 시립예술단은 그 지방의 문화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개발되어서 지역의 문화, 어떤 성과를 이루어 내어야 그 존립의 당위성을 유지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아마추어 단체를 포함한 많은 수의 합창단들 가운데 대표적인 전문프로합창단으로서의 시립합창단은 그 고유의 색깔과 능력이 확실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보다 다양한 시도로 합창단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가고자 한다.
탁: 그럼에도 경직된 예산 회계 등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고 스폰서 유치나 마케팅에서도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 관건이 될 것 같은데요.
강: 오히려 시립합창단이 기존의 사설 단체에 비해서 스폰서를 유치하거나 마케팅을 하는데 있어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또 지방이기 때문에 스폰서를 받을 만한 기업들의 범위가 좁기도 하다. 투자자가 꼭 군산시립합창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요인을 꾸준하게 개발하고 또 한걸음 한걸음 적은 단위의 후원인들을 만들어 가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한다. 예산회계 문제에서의 행정기관과의 관계는 시민의 혈세로 예산만 없애는 예술단이 아니라 월등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단체가 되고자 함을 인식시키면서 차근차근 발전적인 방향으로 유연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다.
탁: 합창이 공급자 중심이 아닌 시민정서의 새로운 해석이라 할 수 있는 눈높이 문화를 생각한 동기는?
강: 하루에도 수많은 공연들이 무대에 올려지고 관객들은 정말 다양한 볼거리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예술적 감성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공급자는 어쨌거나 수요자가 없으면 존재의 가치가 상실되게 마련이다. 그저 합창음악을 하고 있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자부심만 가지고 가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다양하게 변하고 있고 관객들의 선택은 점점 더 냉정하고 객관적이 되어 가고 있다.
시민의 정서와 닮아가고 또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그들의 선택 가운데 합창음악이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음악극인데 음악극은 기존의 어려운 클래식을 보다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며 대중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합창단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탁: 극화된 합창이 순수합창의 즐거움과 맛을 반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한편의 우려도 있을 법 한데?
강: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서양의 피자나, 스파게티가 주식이 될 수 없는 것처럼 극화된 합창 공연만 선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기획공연으로 관객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을 제작하고 또 좀 더 발전적인 레퍼토리와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춘 합창음악을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올리면서 뚜렷한 중심을 가지고 다양성을 만들어 갈 것이다.
탁: 최근의 군산이 경기활성화로 땅값이 치솟고 도시에 활력이 넘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웃음) 앞으로 군산 시립의 마스터플랜은 어떤 것인가?
강: 경기활성화에 발맞춰 발전되어야 할 것은 당연히 문화이다. 살기 좋은 도시 군산을 대표하는 문화단체로, 또 지역의 문화발전의 핵심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이다.
탁: 서울을 두고 군산으로 갔을 때 처음에 낙향하는 심정은 아니었는지. 지금의 변화된 심정은? 강지휘자를 보면서 합창 하는 곳이 어디든 사람 하기 나름이란 생각을 하면서 지역 단체들이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강: 사실 저는 군산이 어떤 곳 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와보니 군산의 문화수준이 서울과 수도권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내가 이런 곳에 지휘하러 오겠나 하는 실망보다는 이런 곳이야 말로 나를 필요로 하고 또 내가 할 일이 많겠구나 하는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겼다.
마침 굴지의 기업들이 군산에 들어오면서 도시가 활성화 되고 있고 이와 발맞추어서 문화발전도 이루어져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립합창단과 같은 단체의 역할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군산시립합창단이 만드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즐거워하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곳 군산에 시립합창단 지휘자로 머물렀던 것이 보람으로 느껴 질 그 날까지 작은 소명을 성심 것 감당하고 싶다.
http://cafe.daum.net/chorusnculture 김기수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