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핀은 식물에서 얻어지는 강력한 진통제로 20세기 의약 발전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몰핀보다 200배나 진통작용이 강한 물질이 우리의 몸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엔돌핀이라는 이름의 뇌내 마약물질이 바로 그것이다. 엔돌핀(endorphin)이란 몸안에서 만들어지는 몰핀이라는 뜻이다.
엔돌핀의 발견은 마약류의 연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60년대 말에 이르러 일부 뇌과학자들은 몰핀, 코카인과 같은 마약류가 사람들에게 쾌감을 주는 이유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75년 영국 애버딘 대학의 존 휴지와 동료들은 마약과 유사한 물질이 뇌 속에서 제조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발견으로 인해 마약의 효과는 마약과 유사한 물질이 뇌 속에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뇌내에서 발견되어진 마약물질은 20종류가 넘는데 이 중 하나가 엔돌핀이다.
오랜 동안 몸은 통증을 제어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여겨져 왔다. 즉, 통증이 인식되지 않는 때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격한 감정상태에서는 몸에서 오는 통증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다. 즉, 엄마가 아이를 구하러 불난 집속으로 들어 갈 때나 병사들이 전투에 몰입되어 있을 때에는 자신의 고통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좀더 일상적인 얘기를 하면, 사소한 고통은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경우들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심각하게 누군가와 이야기 할 때는 입안에 생긴 창은 잊어버린다.
진통 작용 매카니즘을 간략히 설명하면, 신경세포의 특정 수용체들은 몰핀이나 엔돌핀에 의해 채워져 더 이상 다른 화학물질이 고통을 전달할 수 없게 된다. 이런 화학물질 없이는 얼마나 많은 물리적 자극이 가해진다 하여도, 이 화학물질을 받아들여 고통이라는 감각을 전달하는 수용체들이 다른 물질에 의해 이미 점령당해 있어 고통이라는 감각은 발생하지 못한다.
엔돌핀은 우리 몸의 모든 신경세포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중독성도 없다.
이런 뇌내 마약물질의 발견에 의해 지금까지 수수께끼로 여겨져 왔던 현상이 설명 가능해 졌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침을 이용한 마취의 경우, 침의 자극에 의해 뇌내 마약물질의 분비가 촉진되고 이것에 의해 마취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결론적으로, 뇌내 마약물질은 강력한 진통력을 가지고 있다. 아주 강한 통증조차도 뇌내 마약물질이 무마시켜 버린다. 우리 몸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지고 있고 부작용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 내부에 강력하고 부작용도 없는 진통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부작용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부에서 주입하는 방법을 택한다.
이제 우리는 내부에 해결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무엇이 엔톨핀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내도록 하는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엄마를 불이 난 집안으로 뛰어들어가게 만드는 것은 아드레날린 분자가 아니며 화염으로부터 엄마를 보호해주는 것 또한 엔돌핀 분자가 아니다. 자식에 대한 지순한 사랑이 뛰어들게 하는 것이고 일편단심으로 아이를 구해야겠다는 결심이 고통으로부터 엄마를 보호해 주는 것이다. 그녀 마음에 있는 이 두 요소에 의해 뇌에서 몸으로 전달되는 화학적 경로가 마련되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엔돌핀이 분비된 것은 아닐까?
육조혜능이 바람이 깃발을 흔든다는 주장과 깃발이 바람을 일으켰다는 주장으로 싸우는 스님들 곁을 지나가면서 다음과 말씀하셨다. 움직이는 것은 깃발도 바람도 아니요, 당신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