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무등산은 부드러운 어머니산에서 신화 속 상서로운 배경으로 다시 태어났다. 수정 기둥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입석대와 서석대의 설경, 이른 새벽 눈썹달처럼 피고 지는 증심사의 눈꽃은 겨울 무등산의 진경이다.
광주의 동쪽 끝에서 두 팔 벌려 도시를 보듬고 있는 무등산(1,187m)은 멀리서 보면 어머니의 젖무덤처럼 두루뭉술하고 순한 산세지만 가까이는 기이한 암석들로 가득하다.
순백의 바탕 위에 새로이 그린 무등산의 설경은 다른 무엇과 견줄 데가 없는 '무등(無等)'의 세계.
눈꽃이나 설경이 뭐 유별(有別)할까 싶지만, 하늘로 신나게 솟구친 돌기둥의 역동적인 모습은 무등산(無等山)의 이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대표할 만한 산행 기점은 무등산 서쪽 품 안에 옴팡지게 들어앉은 증심사. 통일신라시대 사찰인 증심사는 광주를 대표하는 불교 도량이자, 무등산 눈꽃 여행의 첫 관문으로 통한다.
절이 웅장하고 화려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박하면서도 기품 있는 품이 무등산의 정취와 참 닮았다. 눈이 내려 소복이 쌓인 겨울에는 그 조촐한 아름다움이 눈꽃 장식에 빛을 발한다.
새벽, 눈꽃 보러 나선 사람의 부지런함이 새색시처럼 곱다 했더니, 부처를 향한 불자의 눈에서 빛이 난다. 고즈넉함 속에서 마주친 눈꽃처럼 아주 형형한 빛!
아직 푸른 기운이 남아 있는 증심사 앞마당에는 어김없이 꽃이 피었다 져버렸다.대웅전을 에두른 대나무 숲 위에, 대웅전 처마 위에, 풍경의 맑은 소리 위에도 약속이나 한 듯 하얀 눈썹달이 날씬하게도 앉았다가 사라졌다. 새벽녘에만 볼 수 있는 눈꽃이다.
증심사의 눈꽃이 이렇게 귀해진 것은 예년에 비해 푸근한 날씨 탓. 하지만 눈이 자주 내리는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는 증심사 눈꽃을 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증심사에 눈꽃이 핀 날은 무등산 정상에서 설화나 빙화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무등산은 높이에 비해 길이 평탄하고 등산로도 다양한 편이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등산로는 증심사 옆 봉황대로 올라가는 길이다.
산책 코스에 가까운 이 길은 봉황대 약수터를 지나 중머리재-장불재-입석대·서석대까지 약 2시간 30분이면 최고의 눈꽃 포인트에 도착한다.
반나절 코스에서 무등산 일주 코스까지 다양한 등산로가 개발돼 있어 가족 눈꽃 산행지로도 추천할 만하다.
원래 무등산의 눈꽃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말이나 2월에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올해는 아직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지 않아서 1월 초순쯤에나 눈꽃다운 눈꽃이 만발할 듯하다. 무등산의 특징인 너덜지대에 눈이 내려앉은 모습과 주변의 수풀에 앉은 설화의 모습은 섬세하기 그지없다.
다음날 아침 눈꽃이 만발할 것 같은 안개 낀 밤이면 광주 인근의 사진 작가는 입석대와 서석대까지 올라 여명 무렵을 기다린다. 입석대와 서석대의 눈꽃은 알알이 작고 반짝거리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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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꽃 트레킹 스케줄 무등산 눈꽃을 보기 위해서는 금요일 저녁 광주에 도착해 증심사 인근에 숙박을 정하자.
눈이 오지 않는 날이라도 오전 7시쯤 증심사에 도착한다면 서리꽃을 볼 기회는 많다. 무등산의 절경인 입석대, 서석대까지는 5~6시간이 걸린다.
산행 전에 증심사 입구에서 도시락을 준비해서 가는 것이 좋다. 하산길에는 증심사 초입에 위치한 의재 허백련의 유적지를 둘러보고 이곳의 특산물인 춘설차를 꼭 마셔볼 것.
* Tips - 산행 길잡이 등산객의 대부분은 코스의 변화가 다양한 증심사에서 출발해 회귀하는 루트를 이용한다. 원효사에서 증심사까지 일주 코스(왕복 7시간 이상)는 무등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겨울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증심사에서 출발(관리사무소 062-265-0761) ㅇ 증심사 버스 종점 → 의재 문화유적지 → 증심사 → 봉황대 → 중머리재 → 용추삼거리 → 장불재 → 입석대 → 서석대(약 5~7시간) 관리사무소 ㅇ 증심사 버스 종점 → 증심사 → 약사사 → 새인봉삼거리 → 새인봉 → 증심사(약 3~4시간)
원효사에서 출발(관리사무소 062-265-0761) ㅇ 원효사 무등산장 → 꼬막재 → 규봉암 → 지공너덜 → 장불재 → 입석대 → 서석대(약 5~7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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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
■ 가는 길 광주까지는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하자. 서울에서 경부선을 타고 가다가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논산까지 간다.
논산에서 다시 광주 방면 호남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서광주 IC나 동광주 IC로 빠져나오면 광주(4시간 30분 소요). 대신, 증심사 가는 길은 동광주 IC가 가장 가깝다.
동광주 IC로 빠져나와 다시 제2순환로에 진입. 학운, 증심사 IC에서 빠져나오면 된다. 첫 번째 신호에서 우회전한 뒤 일방도로로 내려와 큰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증심사다.
■ 숙박 충장로, 금남로 부근에는 호텔이나 모텔이 많다. 증심사 는 학동삼거리나 남광주 시장 주변이 싸고 깨끗하다.
그랑프리호텔 학동삼거리에 위치. 호텔이라고 해도 17년의 역사를 지닌 곳이라 시설 면에서는 조금 실망스럽다.
대신 여행객의 편의나 객실 서비스는 고급 호텔 수준. 불경기라 객실 요금을 20% 할인한다. >> 062-225-7222 | 싱글룸 5만원, 트윈룸(PC 설치) 6만원, 객실 38개
■ 맛집 김치왕전북식당 등산객이 추천하는 증심사 입구의 보리밥집. 구수한 보리밥에 된장국과 산나물, 다양한 밑반찬이 주인의 넉넉한 인심과 함께 담겨 나온다.
김치대회에서 대상을 탄 주인의 김치 맛이 일품. >> 062-227-1449 | 08:00~22:00 | 무등산보리밥 5000원, 옛날순대 7000원
여로 예술의 거리에 위치한 오곡쌈밥전문집. 인사동의 정갈한 한정식을 쏙 닮은 곳으로 5000원에 푸짐한 상을 받을 수 있다.
찹쌀, 조, 수수 세 가지로 밥을 하고 약 15가지의 깔끔한 밑반찬이 나온다. >> 062-222-7268 | 08:00~21:30 | 오곡쌈밥 5000원, 생선조림 7000원
송정떡갈비 입 안에 착착 감기는 떡갈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약 30년간 이어온 김해임 사장의 떡갈비 특제 소스가 맛의 비결.
특제 소스는 손님의 입맛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 062-944-1439 | 08:30~22:00 | 떡갈비 (1인) 7000원, 비빔밥 4000원 | 광산구청 옆 떡갈비 골목 50m 직진 |
산사 음악회 [무등산 풍경소리]
매월 24일 증심사 문화광장에서 열리는 산사음악회인 <무등산 풍경소리>는 불교 음악뿐 아니라 가요, 클래식, 연주곡 등 다양한 음악을 선사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풍경소리>는 당시 증심사 주지 스님이었던 일철 스님을 주축으로 무등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 <풍경소리>를 듣기 위해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 증심사 종무소 062-226-0107.
의재 문화 유적지 [의재미술관]
증심사 계곡의 부드러운 경사를 따라 지은 미술관은 그 외형도 산을 닮았다. 남종 문인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을 기념하는 미술관으로 의재의 작품과 무등산의 조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건물 구석구석에 창을 내어 미술관 안에서도 무등산의 자연을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뒤로는 의재가 가꾸던 5만 평의 녹차밭이 있으며, '봄눈'이라는 뜻의 춘설차가 지금도 이곳 특산품으로 재배되고 있다.
>> 의재 루트를 따라서 증심사 계곡 입구 → 의재미술관 → 문향정 → 춘설헌 → 의재 묘소 → 관풍대 → 춘설차밭 → 약사사
무등산 만남의 광장 [봉화대 · 당산나무삼거리]
증심사 루트를 이용하는 등산객이 가장 많이 쉬었다가 가는 코스가 이 두 곳이다.
올라갈 때는 봉화대 약수터에서 만나고 내려올 때는 당산나무삼거리에서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그런데 두 곳 모두 나무와 인연이 있다.
봉화대 약수터 직전에는 다소 기괴한 형태로 자란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이곳을 통과할 때에는 묘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반대로 시원한 마루 위에 그늘을 드리운 당산나무는 마음마저 편안해진다는 것.
눈꽃 포인트 [장불재]
은빛 파도 넘실대는 늦가을의 중불재도 황홀하지만, 설경은 모든 걸 덮어버릴 듯 순백의 세상을 이룬다.
스키장의 매끈한 슬로프 같기도 하고 대관령의 부드러운 설경을 보는 듯도 하다. 여기서 가방을 풀어 헤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눈꽃 포인트 [입석대 · 서석대]
입석대와 서석대의 설경은 하늘로 솟은 은색 고드름이다. 높이 20m가 넘는 40개 남짓한 돌기둥이 햇살에 반사되어 수정처럼 반짝거린다.
곧은 '수정 병풍'은 서석대요, 석주가 3~4개씩 얹혀져 보기에도 아찔한 것이 입석대. 눈이 내려 쌓였다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빙화가 생기는 날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석주를 가까이서 감상하기에는 입석대가 더 좋고 탁 트인 전망은 서석대가 더 좋다. 입석대에서 서석대까지는 약 10~15분 거리.
▒ 중급자를 위한 눈꽃 트레킹 코스
눈 내리는 한강의 전경이 한눈에 [남양주 수종사]
서울 강남에서 한 시간 거리. 도심에서 가깝지만 고맙게도 여전히 조용하고 소박한 사찰이다.
한강이 한눈에 굽어보이는 수종사의 전망이 계절을 가릴 리 없지만 눈꽃 만발한 가지 사이로 보이는 겨울 한강은 확연히 느낌이 다르다. 쉽게 갈 수 있는 것이 장점.
ㅇ 도보 코스 송촌리 → 운길산 입구 → 대불상 → 탁주집 → 찻집 → 대웅전 2.2km 왕복 1시간 30분 | 눈꽃 시간 06:00 ~ 10:00 | 031-574-8411
ㅇ Point 경내 찻집인 삼정헌에 들르거나 불상 앞의 주차장 부근의 쉼터에 들러 겨울 탁주를 꼭 맛볼 것. 1인당 1잔밖에 팔지 않는다. 묵은 김치와 함께 겨울의 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진달래능선 따라 눈꽃이 핀다 [북한산 진달래능선]
서울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산. 도심을 둘러싼 부드러운 능선이지만 산이 깊고 등산로가 발달해 어렵지 않게 눈꽃을 볼 수 있는 특징을 지녔다.
눈꽃이 피거나 눈발이 날릴 때 아름답기로 소문난 등산로는 진달래능선. 완만해 쉽게 오를 수 있지만 손에 넣을 수 있는 운해와 눈꽃 장관은 한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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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도보 코스 수유동 4·19탑 → 진달래능선 → 대동문 → 북한산성계곡 쪽으로 하산 5km 왕복 3시간 | 눈꽃 시간 06:00~09:00 | 02-997-8366
ㅇ Point '예와 손만두' 진달래능선의 필수 코스는 20년 전통의 깔끔한 손만둣집. 고추소스가 특이하다. >> 02-905-9659 | 11:30~21:00 | 만두 5000원, 아롱수육 1만5000원. |
눈꽃에 파묻힌 도심 풍경을 안는다 [공주 계룡산]
눈꽃이 필 때는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기보다 갑사 계곡과 동학사 계곡을 잇는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신원사 들머리 쪽의 한적한 등산로도 눈꽃 감상에는 제격인 코스. 갑사 계곡에는 모양이 세밀한 수풀이 우거져 기온이 낮은 날에는 아름다운 상고대를 만날 수 있다.
대부분 4~6km 정도라 초보 산행자도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다.
ㅇ 도보 코스 동학사 → 은선폭포 → 연천봉 → 갑사 5.1km 왕복 4시간 | 눈꽃 시간 06:00~09:00 | 042-825-3002 ㅇ Point 등산을 마친 후 '계룡산 온천'에서 언 몸을 녹이자. 주말에는 24시간 영업하므로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 042-825-6611 | 05:30~23:00 | 대인 5500원, 소인 3000원
writer 박수운 photographer 이한구, 현일 수
발췌 : 애니카 라이프 > 자동차로 떠나는 여행 > 혼자 떠나는 여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