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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사랑한다] 04
1. # 인서트 (세수대야 물속)
물속에(세수대야 물인지 모르게) 얼굴을 푹 담근 은채, 눈을 뜨고 숨을 꾹 눌러 참고 있다. 꼬르르....물속으로 번지는 거품들.
은채, 힘겨운 듯 눈을 꾸욱 감는다. (마치 자살이라도 하려는 사람 마냥)
민채(E) : 언니야!!
2. # 은채 욕실
은채(세수하려고 헤어밴드한), 푸후 숨을 내뱉으며 세수대야 밖으로 얼굴을 든다.
민채 :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 이빨 닦는) 무슨 일인데?
은채 : (한숨을 푹 쉰다)
민채 : 몬 일 때문에 얼굴에 불이 났는데? 윤이 오빠앞에서 방구라두 꼈냐?
이때, 부웅하고 들리는 방귀 소리.
카메라, 빠져서 욕실 전체를 비추면 숙채, 변기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그러다 인상을 찌푸리며 힘을 주고....다시 부웅 방귀소리 들린다.
민채 : (한심하게 보며 코를 막고) 빨리 좀 싸. 방구만 뀌지 말구....오줌 마렵단 말야, 나두.
숙채 :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윤이네 가서 싸구 와...나...변비야. (끄응 힘을 주는)
은채 : (자기 생각에 빠져 우울한 표정 짓고 있다가 다시 세수대야에 얼굴 박으려는데)
민채 : (얼른 은채의 얼굴을 잡으며) 몬데?
은채 : (잔뜩 진지한) 나 어뜩하냐, 민채야?
민채 : 변비냐? 언니두?
은채 : (망설이다 말하는) ....나 찾아서 호주에서 온 아저씨가 있어.
민채 : 엉?
은채 : 접때 윤이 씨에프 찍으러 갔다가 만난 사람인데, 내가 도움도 되게 많이 받구 그랬거든.
민채 : (반가운 표정되며 O.L.) 남자 생겼구나? 언니야?
은채 : ....나는 아니구...그 쪽만.
민채 : (어리둥절) 언니는 아닌데, 그쪽만?
은채 : 어...나한테 완전히 푹 빠진 거 같은데, 미안해서 어떡하냐?
민채 : (은채를 의심의 눈초리로 뚫어지게 보며) 언니한테 푹 빠져서 호주에서 여기까지 날아 왔단 말이지?
은채 : 어.
민채 : (의아하다는 듯 고개 갸웃하다가 탐정같은 표정으로 생각하는....그러다 낮게 툭) 잤냐? 그 사람이랑?
은채 : 엉?
민채 : 같이 잤냐구, 둘이?
은채 : (별 생각 없이 고개 끄덕이는) 응.....
민채 : (놀라서 입안에 있던 치약을 꿀꺽 삼키고)
은채 : (자기 생각에 빠져 순진하게) 얼어죽을까봐 꼭 껴안구 잤는데...내 생각에두 그때 아마 나한테 푹 빠진거 같.. (하는데)
그대로 은채의 머리로 탁 던져지는 두루마리 휴지.
숙채(E) : 기집애가 미쳤구나, 이게!!
은채, 돌아보면, 어느새 잠에서 완전히 깬 숙채, 부르르해서 기함한 표정으로 은채를 본다.
숙채 : 세상에....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민채 : (자기도 몹시 놀라고 흥분했다) 내 말이.
숙채 : 어떻게 나두 아니구 은채 니가.....세상 말세다, 말세!!
민채 : 내 말이.
은채 : (그제야 무슨 뜻인 줄 알고) 아냐...그게 아니구.... (하는데)
이때, “삼채야!!” 하며 문 벌컥 열리고, 혜숙, 북어 하나를 손에 든 채 들어온다.
혜숙 : (세자매를 지겹다는 듯 보며) 어이그, 징그러..징그러.....말만한 것들이 개미 콧구녕 만한 화장실에 들앉아서
대체 몇시간을 이러구 있는 거야? 숙채, 너! 다 안 쌌어?... 민채, 은채!! 아직두 다 씻쳤어?
은채 : 다 됐어요, 금방 나가요.
혜숙 : 빨리 볼 일 보구 나와....니들 때문에 아버지 볼 일도 못 보시구, 동동거리고 계신단 말야, 지금....(나가려는데)
숙채 :엄마!!
혜숙 : (짜증스럽게) 뭐?
숙채 : 은채, 남자랑 잤대.....빨리 혼수 준비하셔야겠어.
혜숙 : (어이없는 표정으로 은채를 보는)
은채 : (당황해서 손을 엑스자로 크게 휘저으며...) 아냐...아냐.....자긴 잤는데....그렇게 잔게 아니구....
혜숙 : (O.L. 기함을 하며 빽) 송 은채!!!
3. # 집 앞길
슬리퍼를 신은 은채, 죽을 상을 하고 도망을 가고 있고, 혜숙, 북어를 들고 은채를 쫓아가고 있다.
혜숙 : 거기 서어, 송 은채애!!......이 눔의 기집애......내 손에 잡히면 주욱었어, 너!!
은채 : (울상이 되어 도망은 가며) 아니라니까.....그런 거 아니라니까아!!
4. # 골목
은채, 죽어라고 쫓아가다 뒤돌아 본다....혜숙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가쁜 숨을 헐떡거리며 털석 담벼락에 쪼그리고 앉는 은채.
은채 : (억울해서 꿍얼거리는) 사람을 어떻게 보구....남자랑 키스도 한번 안해 봤단 말예요, 엄마 딸..
5. # 오들희집 대문앞 일각
은채, 추리닝에 손 꽂고 혹시 혜숙이 없나 두리번거리며 오다가 흠칫 놀라 발걸음을 멈춘다.
무혁이 담벼락에 기대어 (눈을 지그시 감고 껌을 씹으며) 서 있다.
은채,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보면 무혁의 모습이 없다.
은채 : (눈을 부비며) 이젠 막 헛 게 보이네.... (다시 주위를 휘 둘러본다) 아, 미안해서 죽겠네, 딱.
6. # 오들희집 정원
은채, 계단을 올라와 정원으로 들어서는데, 윤, 쌕 매고 운동화 꿰신으며 나온다. 산삼 정과를 하나 들고 오물거리며 먹고 있다.
윤 : 은채야!
은채 : 어디 가?
윤 : 어...우리 형 만나러.
은채 : 우리 형?
윤 : 어. (씨익 웃고) 참!.....잘됐다. (먹다 반쯤 남긴 산삼 정과를 쑥 내민다) 너 먹어, 이거.
은채 : 뭔데, 이게?
윤 : 산삼.
은채 : 엉?
윤 : 산삼에다 꿀을 발라갖구 어떻게 한거래...먹어. 자.
은채 : 이 귀한 걸 내가 왜 먹어?
윤 : 귀한 거니까 니가 먹어 줘야지...먹어어...
은채 : 싫어어...아줌마가 너 먹일라구 비싸게 구하신...(하는데)
윤 : (은채 입에다 쑥 집어 넣어버린다)
은채 : 야아...(하며 뺀다) 나 이런 거 못 먹어...... (내민다) 내가 이런 걸 어떻게 먹어? 미쳤어, 얘가....너나 먹어, 너나.
윤 : (삐졌다) 확 옆집에 개 줘버린다, 그럼?
은채 : (어이없다는 듯 보는)
윤 : (괜히 화를 내며) 니가 이런 걸 왜 못 먹어? 내 입은 입이구, 니 입은 주딩이냐?!!
은채 : 윤아아...
윤 : 인내....(휙 뺏으며) 개나 주구 와야겠다.
은채 : 야아...(하며 윤을 잡는다) 알았어....먹으께...먹으께....먹으면 되잖아. (윤 손에 든 산삼을 입에 집어 넣는다) 됐냐?
윤 : (금방 씨익 웃으며) 됐다...울 엄마는 내 입에 맛난 거 넣어줄 때가 제일 뿌듯하대는데,
난 니 입에 맛난 거 넣어 줄 때가 젤 기분 좋더라.
은채 : (또 마음이 쿵 떨어진다. 씹지도 못하고...엉거주춤하게 있는데)
윤 : 아마 전생에 니 엄마나 아부지였나봐, 내가.
은채 : ......(마른 침 꿀꺽 삼키는)
윤 : (은채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주며) 어유우...존거 많이 먹구, 많이 커라. 우리 은채!! (귀엽다는 듯 볼도 당기는데)
은채 : (당황해서 쿨럭 기침 나온다)
이때, 오들희, “아들!” 부르며 현관문 열고 나온다.
은채, 당황하며 채 입안에 든 것을 미처 삼키지도 못하고 오들희에게 꾸벅 인사만 한다.
오들희 : (으응...하며 은채 인사를 받고) 윤아! 이거 바르구 가. (들고 나온 튜브 화장품을 꾹 짠다)
윤 : 뭔데, 그게?
오들희 : 얼굴 대봐, 일루...진주 가루랑 밍크오일로 만든 건데....다크 써클에 좋대.
윤 : 다크 써클이 어딨어, 내가?
오들희 : 미리미리 예방을 해야지, 그러니까....
(눈의 눈 밑에 발라주며) 이 잘생긴 얼굴에 다크 써클 생기면 엄마 죽구 싶을거 같애, 아들!
은채 : (인사하고 자기 집 쪽으로 가려는데)
오들희 : 은채야!!
은채 : (흠칫 보는...입안에 든 것을 해결 못했다, 아직)
오들희 : 그 남자 어떻게 됐니, 참!
은채 : (눈이 동그래지며...당황하는)
윤 : 남자라니?
오들희 : (은채를 참 이뻐한다) 은채, 애인 생겼다, 윤아?
은채 : (당황하며...‘아니예요’ 부인하려하지만, 입에 산삼이 들어 있어 말도 못하고)
윤 : (표정 얼핏 굳어) 애인이 생겨?...은채한테?
오들희 : 으응.
은채 : (아니라고 손만 내젓는)
윤 : (기분이 나빠졌다) 어떤 놈인데? 뭐하는 놈이야?
은채 : (답답한 표정으로 아니라고 고개 젓고)
오들희 : 순정판가봐.... 은채가 너무 좋아 울기까지 하더라.
윤 :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고)
은채 : (더 이상 부인도 못하겠고...미치겠다)
오들희 : 은채 너 잘해.....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면 니 눈에선 피 눈물나는 거야.
은채 : (...더이상 있을 수가 없다....꾸벅 인사하고 자기 집쪽으로 가는)
윤 : (애써 기분 나쁜 거 누르고...빈정대는) 잘해봐라, 송은채!!....축하한다! 왕 내숭!!!
은채 : (환장하겠다)
7. # 은채방
은채, 방안으로 들어선다. 억울해서 눈물이 핑 돌아...물고 있던 산삼 정과를 씹는다.
8. # 윤 차안 (달리는)
운전하고 있는 윤, 심통이 나 있다.
윤 : 어떤 놈이야, 대체?....우리 은채, 남자 보는 눈 디따 없는데, 그 기집애? .....아아...왜 기분이 자꾸 나쁠라 그러냐? 씨이...
윤, 씨디 볼륨을 크게 올리면 팝송이 나온다.
윤, 화풀이하듯 꽥꽥 소리 지르며 따라 부르다 삑사리가 난다.
9. # 실내 수영장 (사람들 그리 많지 않다)
수영복을 입은 윤(사람들이 알아보기 힘들게 고글같은 물안경을 꼈다), 들어서다가 어딘가를 홀린 듯 본다.
라인에 한 남자가 멋지게 접영으로 수영을 해서 오고 있다. 수영하는 남자 주변으로 물보라가 거칠게 튀어오른다.
윤, “우와아...”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지른다.
수영하던 남자, 윤의 바로 발 밑쪽으로 와 물위로 솟구쳐 오르며 물안경을 벗는다. 무혁이다.
윤 : (놀랍고 반가워) 형!!
무혁 : (씨익 웃으며 다이빙해서 들어오라고 손짓으로 모션해 보인다)
윤 : (물이 무섭고, 겁이 난다...엉거주춤한다)
무혁 : (갑자기 윤의 다리를 잡더니 물속으로 확 끌어 들인다)
몽타쥬.
무혁, 윤에게 자상하고 친절하게 기본부터 수영을 가르쳐주고 있다. 윤, 열심히 따라한다.
발젓기에서부터 호흡하기...무혁이 윤을 받쳐 잡고 얼마를 헤엄쳐 가기도 하고...등등의...
무혁, 밖으로 나와 쥬스를 마시며 윤이 혼자서 수영 연습하는 것을 보고 있다.
윤, 혼자서 열심히 무혁이 가르쳐 준 것을 따라한다.
수영장 안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서너명만 남았다.
무혁, 웃으며 잘하고 있다고 모션해 보인다.
윤도 활짝 웃으며 무혁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다시 연습을 하는데....
꼬르륵하며 그대로 물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발에 쥐가 났다. 어푸거리는 윤.
무혁, 스트로우로 쥬스를 마시며 표정없이 그런 윤을 본다....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 나고 있는지 전혀 안 보인다는 듯 무서울 정도로 표정이 평화롭다.
윤, 물속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허우적거린다.
무혁, 아무런 미동없이 표정없이 보고 있다.
10. # 플래시백
오들희 집에 걸렸던 오들희와 윤의 다정했던 사진.
11. # 수영장
윤, 살려달라고 간신히 소리치고, 물 위로 떠오르려 안간힘 쓰며 허우적거리는.
무혁,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쥬스만 마신다.
12. # 플래시백
3회 #16 파출소
서경의 등 뒤로 보였던 티브이 화면...그 속의 오들희와 윤의 모습. (오들희 셀프 카메라)
13. # 수영장
허우적거리던 윤....결국, 물속으로 꼬르르 가라앉는다.
무혁, 무표정한 눈빛은 변함이 없다.
14. # 플래시백
3회 #46 무혁을 윤으로 알고 팔을 벌리고 다가오던 오들희.
오들희 : 아들! 엄마 위로 좀 안 해 줄래?... (팔을 벌리며 다가온다) 엄마랑....쇼핑 가자.
15. # 수영장
윤이 물속으로 가라앉았던 자리.....적막만 있다.
서늘한 표정의 무혁, 천천히 일어서더니 물속으로 다이빙한다.
16. # 수영장 물속
수영장 바닥에 윤이 의식을 잃고 가라앉아 있다.
무혁, 날렵하게 헤엄쳐 가서 한 팔로 윤의 목을 휘감으며 물 밖으로 나온다.
17. # 수영장
무혁, 윤에게 구강 호흡을 하고....윤, 기침을 하며 깨어난다.
무혁 : (씨익 웃으며) 물맛 좋지?
윤 : (눈물이 그렁해서 어리광) ...쥐났었단 말야.
무혁 : (싱긋 웃기만 하는)
윤 : (야속해서) 죽을뻔 했었다구, 나...
무혁 : (물을 가리키며) 저 놈한텐 니가 무서워하는 걸 들키면 안돼....이겨서 밟아버려야지....그래야 저 놈이랑 친해져.
(찡긋 윙크해주고, 옆에 있던 타올을 던져주고 밖으로 나간다)
윤 : (푸후후...안도의 한숨 토하고....기운없는 표정으로 무혁을 한참 보다가) .....멋지다... 씨이... (정말 멋지다)
18. # 샤워실
무혁과 윤, 샤워기 앞에서 나란히 서서 머리를 감고 있다.
무혁이 윤의 머리에 샴푸도 짜주고, 서로의 등에 비누칠도 해준다.
윤, 무혁에게 호감 어린 미소를 보내고, 무혁도 윤에게 활짝 웃어준다.
윤, 무혁등을 밀다가...‘아, 때 나온다’하며 장난도 치고.
정말 친 형제(!)처럼 다정해보이는 두 사람. 그 위로 들리는.
윤(E) : 난 있죠...우리 엄마 생각만 하면 참 고맙구 눈물이 나요....
날 이 세상에 있게 해 주구....이렇게 멋진 인간으로 키워주시구....
끝없는 사랑으로 언제나 날 감동시키시구....엄만 나의 태양이구, 우주라는 거 아시죠? (셀프 카메라로 방송된)
무혁과 윤의 해맑은 웃음소리, 샤워실 안에 쏟아진다.
19. # 남성 의류 가게 (고급 의류)
오들희, 윤의 옷을 이것저것 고르고 있다.
은채, 종업원(입이 함지박한 해졌다)과 함께 품안 가득 옷을 들고 오들희를 쫓아다니고 있다.
(옷이 색깔별로 디자인 별로 다 놓여 있다)
오들희 : 우리 윤이가 파란색두 참 잘 받지?..... (하며 은채의 팔에 쉐타 하나를 얹어준다)
은채 : (대충 눈 짐작으로 옷 세어보고) 열 다섯벌짼데요, 아줌마?
오들희 : 그래?.... (하지만, 다시 옷을 고르며) 이건 우리 윤이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스타일이다...그치? 은채야?
은채 : ....뭐....네....(하다가 종업원 눈치 살피며 오들희에게 소곤거리는) 여기 엄청 비싼 집 이거든요, 아줌마?
오들희 : 알어. (그 옷도 은채의 팔 위에 얹고 다시 옷 하나를 집어들고) 우리 아들이 빨간색두 참 잘 어울리는데....
(은근히 종업원에게 뻐기는) 너무 잘난 아들을 둬두 힘들어, 언니.
이때, 은채, 핸드폰 울린다. 은채, “잠깐만요.”하고 한쪽으로 가 쪼그리고 앉아 핸드폰을 받는다.
은채 : 예, 매니저 오빠.....윤이요?....연락 안돼요?.....형 만나러 간다구 했는데.....무슨 형인지 잘 모르겠는데.....
신문요?.....아뇨, 못 봤는데....에? (기가 막힌 표정 짓는데)
20. # 수영장 탈의실
스포츠 신문 일면에 실린 민주와 윤의 사진, 한쪽에 작게 조영우의 사진도 실려 있다.
<최윤도 강민주에게 농락당했다>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윤(얼굴에 마사지 시트를 붙였다), 스포츠 신문을 들고 읽고 있다.
소제목으로 “최윤, 강민주, 조영우의 한강 소동에 대해 강민주 밝히다”라고 씌여 있다.
<나한테 사랑은 게임이다. 그냥 놀이와 같은 거다.>같은 민주의 멘트도 실려있다.
신문을 쥐고 있는 윤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박준형(E) : “나는 당신을 못 믿겠습니다”를 전라도 사투리로 하면요?
카메라 빠지면, 런닝 차림의 무혁, 캔음료 마시며 탈의실 한켠에 있는 티브이에 몰두해 있다.
(유선에서 방송하는 ‘개그 콘서트’‘생활 사투리’편이 재방송되고 있다)
무혁, 개그맨 대사를 따라해본다.
무혁 : (진지하게) 쪼까....깔.짝.찌근하네요잉.... (외계인 말 같다...갸웃하는...)
윤, 신문을 거칠게 접으며 팽개쳐 버리고, 얼굴에 시트도 던져 버리고, 한쪽에 있던 맥주 캔을 벌컥벌컥 마신다.
무혁, 무심한 듯 티브이 보다 그제야 흘끗 시선을 돌려 윤을 본다.
윤, 맥주캔을 한 손으로 일그러뜨리더니 벌떡 일어선다.
윤 : 나, 어디 좀 갔다오께.....좀 있다 보자, 형.. (야구 모자를 쓰고 쌕을 매는데)
무혁 : (시선은 티브에 둔채) 음주 운전 하시게?... (하고는 태연하게 개그맨 말 따라하는, 경상도 사투리) 민쩡(민증) 까바!!
21. # 윤의 차안 (달리는)
무혁, 운전하고 있고, 윤, 눈물이 그렁해서 씨씨거리며 쿵쿵 차창에 머리를 부딪히고 있다.
무혁 : (앞만 보며) 그래갖구 깨지겠냐? 머리가? ....망치 주까?
윤 : (털석 시트에 뒷머리를 쿵 부딪힌다) 오늘..나두 죽구...그 기집애두 죽는다!..아무두 나 말리지마!!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
무혁 : (피식 웃고 앞만 보며 운전하는)
22. # 민주 거실
민주, 거실에 퍼질러 앉아 텔레비전 앞에 놓고 열심히 게임하고 있다. (플레이스 테이션류의)
이때, 초인종 소리 들린다.
민주 : (게임에 열중하며, 큰소리로) 들어와, 은채야!!....문 열렸어.
은채, 몹시 흥분한 표정으로 들어선다. 손에는 돌돌 말린 스포츠 신문이 들려 있다.
민주 : (잠깐 은채 돌아보고 씨익 웃고는 다시 게임에 열중하며) 잠깐만, 이번 판만 마치구. (하는데)
은채 : (갑자기 민주가 든 리모콘을 휙 뺏어 집어 던져버리더니 민주앞으로 스포츠 신문을 턱 던져준다)
이거 오보지?....윤이한테 빨리 해명해, 니가!
민주 : (스포츠지에 눈길주며 대수롭지 않게) 인터뷰한 대루 나온 거 같은데?
은채 : 너....주글래?!!!
민주 : (은채를 보는)
은채 : 맞을래, 너?!! (주먹을 불끈 쥐는)
민주 : (은채가 귀엽다는 듯 피식 웃는)
은채 : (버럭) 윤이가 널 어떻게 사랑했는데!! 니가 집쩍거린 놈들하군 다르단 말야, 우리 윤인!!!
민주 : 미안해...근데, 내가 이렇게 생겨 먹은 걸 어떡하니? 바람둥이 똥강아지루 생겨 먹은 걸 어떡해? (하는데)
은채 : (더 못 참고 민주의 등짝을 후려치며 때리기 시작한다) 왜 이렇게 사니? 왜 이러구 살어?!!
....니가 뭐가 부족해서...이러구 살구 싶니? 기집애야?!!!
민주 : (아...아퍼...장난스럽게 소리는 내지만, 묵묵히 맞는다)
은채 : (계속 때리며) 왜 막 살어, 왜?!! 연예인 생활 끝내구 싶어?!! 머리 없어, 너? 돌머리야? 새대가리야?!!
왜 죽을 짓을 골라 가며 해?!! 다 끝내기루 작정했어, 이 빙신아!! 바보야!! 멍청아!!
(식식거리며 때리는 걸 멈춘다...때리는 것도 힘들다)
민주 : (은채의 매질(?)에 몸을 점점 움츠리다...결국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다 때렸어?
은채 : ...(이를 앙물며 식식거리는)
민주 : (은채를 스윽 돌아보며) 손 힘이 고거밖에 없냐? 이왕 패기루 작정했음 갈빗뼈 하난 부러뜨러야지.
은채 : (찢어져라 노려보는)
민주 : 윤이가 좋아졌어.
은채 : ......(흠칫)
민주 : (리모콘 가져다가 다시 게임하며) 자꾸...윤이가 좋아질라 그래서....그래서....정말루 걔가 자꾸 이뻐질라 그래서 그랬어.
은채 : (어이가 없다) 뭐?
민주 : (미소 띠고 은채 보며) 너...윤이 좋아하지?
은채 : (당황하는) ...야!!
민주 : (게임하며) 나 연애박사야...모를 거 같앴냐, 내가?....옛날부터 다 알았어.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딨냐?
은채 : (O.L. 몹시 당황했다) 무...무슨 헷소릴 하는 거야, 이 기집애가! ....너 진짜 나한테 먼지나게 맞아볼래!!!
민주 : (O.L.) 그래두...시침 뚝 까구...내가 가질라 그랬는데....자꾸 니가 걸리더라구......너 해라. 너 가져, 그냥! (하는데)
은채 : (다시 민주의 등짝을 때리기 시작한다) 그래, 넌 맞어야 돼!! 맞어야 돼! ..헷소리하는 것들은 맞어야 정신을 차려, 맞어야!
민주 : (다시 바닥으로 엎드리며 묵묵히 맞는다)
은채 : (이를 앙물고 힘겹게 두 손으로 때리며) 내가 오늘 너 갈비뼈 부러뜨려버릴거야!! 다리 몽뎅이두 분질러 버릴거야!!
너 오늘 나한테 나한테 주욱었어!!! 주욱었어, 강민주!! (하는데)
윤(E) : (버럭) 그만 못해, 송은채!!
은채, 윤의 고함 소리에 흠칫하며 돌아본다.
윤, 서슬퍼런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번도 은채가 본 적 없었던 무서운 눈빛의 윤.
민주, 맥빠진 표정으로 푸후 한숨 쉬며 시선을 외면한다.
윤 : (버럭) 뭐하는 짓이야, 이게!! 조폭이야, 너!!
은채 : (당황하는)
윤 : 엇다대고 누굴 때려, 지금!! 민주, 털끝이라두 건드리랬지, 내가!!
민주 : (윤이 심하다...) 윤아!!
은채 : (충격받았다....)
윤 : 앞으로 내 일에....우리 일에 간섭마, 송 은채!
은채 : .....(이를 앙물고 눈물 참는)
윤 : 오바하지 말라구!! 알았어?!!
은채 : ......
윤 : 나가!!
은채 : ....
민주 : 윤아아!!
윤 : (버럭) 못 알아 들어? 이 집에서 당장 나가라구!!
은채 : (멍해져서....죽을 힘을 다해 눈물을 참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민주 : 은채야.
윤 : (은채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사실은 민주에 대한 증오를 은채에게 화풀이하는 것이다)
은채 : (울음을 꾹 삼키고 민주를 보며...절대 울지 않는다) 담엔 꼭 갈비뼈 부러뜨려 버릴 거야, 너.... (현관쪽으로 간다)
민주 : 은채야!! (잡으려 가려는데)
윤 : (민주를 막아서며 못 가게 한다)
민주 : (기가 막힌 표정으로 윤을 보는)
윤 : (어느새 눈물이 핑 돌아...야속하게 민주를 보는)
민주 : (당황한다)
23. # 민주아파트 현관앞
은채, 떨려오는 다리를 간신히 옮겨 문을 열고 나와, 현관문을 닫고, 등을 대고 선다.
참았던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끄윽...끄윽...참으려 애써도 자꾸만 새어 나오는 울음....
위층 계단에 무혁이 앉아 있다. (무혁은 은채를 보지만, 은채는 무혁을 못 보는 위치)
은채,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그 와중에도 버리기 위해 내놓은 쓰레기 봉지를 발견하고, 쓰레기 봉지를 집어 든다.
무혁, 그런 은채를 유심히 지켜본다.
24. # 민주 아파트 일각
은채,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끄윽 끄윽 삼키며 쓰레기 수거함에 쓰레기 봉지를 넣는다.
무혁, 저도 모르게 은채 뒤를 따르고 있다.
25. # 거리
은채, 줄줄 울며 걸어간다...사람들, 흘끗 거리며 은채를 본다.
무혁, 은채 뒤를 밟아간다. 참 특이한 애구나....저도 모르게 묘한 관심이 간다.
26. # 민주 거실
윤, 그렁해진 눈으로 민주의 뺨을 찰싹 때린다.
민주, 뺨을 잡고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당황한 표정 짓는데.
윤 : 다신 맞지 마...나한테두 은채한테두 다신 맞지 마.
민주 : ......
윤 : 앞으루 너 털끝이라두 건드리는 놈 있음 죽여 버릴거야, 내가...그게 은채든 나든... 다 죽여버릴거야.
민주 : .....(울컥한다...)
윤 : 다신...맞을 짓 하지 마라, 강민주!!....그땐 정말 너두 죽구, 나두 죽어....(돌아서려 하는데)
민주 : (윤의 팔을 잡는다)
윤 : (그렁한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진다)
민주 : (윤의 눈물을 닦아주고, 윤을 천천히 껴안는다) 미안해....잘못했어.
윤 : .........
민주 : (푸후...깊은 한숨 토하는) 다신 안 그러께....미안해...
윤 : (비죽이는)
27. # 거리
은채, 서러움에 눈물을 닦으며 걸어가는데, 저 앞으로 4살 정도된 여자 아이 하나가 “엄마아...” 찾으며 울고 있다.
은채, 아이를 스쳐 가려다 걸음 멈추고, 아이에게 다가간다.
은채 : (자기도 울먹거리며) 왜 그래, 아가야? 엄마 잃어 버렸어?
아이 : (고개 끄덕이고) 엄마아... (하며 와아앙 울고)
은채 : (자기도 울면서) 울지마...울지 마, 아가야....뚝!!...언니가 엄마 찾아주께....엄마 찾아 줄테니까, 울지마......어?
착한 애들은 안 우는데? 우는 애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선 물두 안 주는데?
(옷 소매로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자기 눈물도 닦는다) 울지마, 뚝!!
무혁, 그런 은채를 신기하다는듯 지켜보고 있다. 은채가 꽤 귀엽다.
28. # 가게 앞
막대 사탕을 입에 문 아이, 그 사이 울음을 뚝 그쳤다.
은채, 아이의 팔찌에 적힌 전화 번호보며 핸드폰 하고 있다.
은채 : 여보세요....샛별이 어머니시죠?.....안녕하세요. 전 송은채라구 하는데요, 제가 지금 샛별이랑 같이 있거든요.....
걱정 많이 하셨죠?
은채를 지켜보는 무혁의 입가에 피식 웃음이 지어진다.
29. # 일각
은채, 아이를 엄마 손에 넘겨주고, “안녕!”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 돌아선다.
돌아서는 순간, 은채의 표정이 다시 흐려진다...잠깐 잊고 있었던 서러움이 밀려든다..다시 금방 울음이라도 터뜨릴 듯 비죽인다.
무혁, 재밌다는 듯 피식피식 웃으며 은채 뒤를 따른다....
아기같은 은채를 보며 자꾸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30. # 신호등앞
훌쩍거리며 고개를 푹 떨구고 걸어가던 은채, 빨간 불 못 보고 생각없이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데.
뒤따라오던 무혁, 잽싸게 뛰어 은채의 팔을 탁 잡는다.
은채 : (흠칫 놀라서 무혁을 보는)
무혁 : (신호등 빨간 불을 가리킨다)
은채 : (아아...하고....무혁을 보다가....눈물 닦고 대뜸) ...호주 수도가 어디예요?
무혁 : (어이없다는 듯 보는....)
은채 : 자기가 사는 나라 수도두 몰라요?
무혁 : ...캔버라.
은채 : 시드니 아닌가?
무혁 : 캔버라.
은채 : (무안해서) 언제 글루 바꼈지?.... (하다가) 우리 나라 수도는 어디예요?
무혁 : .....서울.
은채 : (고개 끄덕이고) 미친 사람은 아니구나.
무혁 : ?
은채 : (후욱....한숨쉬고 결심한 듯 무혁을 똑바로 보며) 좋아요! 우리, 사겨요!
무혁 : (표정없이 빤히 보는)
31. # 민주 아파트앞
윤, 민주 손을 꼬옥 잡고 나온다. (윤이 민주를 끌다시피해서) ...모자도 쓰지 않고 당당하게 얼굴을 내 보이고 간다.
민주의 손을 끌어 자기의 팔짱을 끼게 한다.
민주, 당황하지만, 이젠 모르겠다....당당하게 윤의 팔짱을 끼고 보란 듯이 다정하게 간다.
지나가던 사람들, “최윤이다!” “강민주다!” 하며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며 수군거리지만,
윤과 민주, 다정하게 웃으며 당당하게 걸어간다.
32. # 거리 (몽타쥬)
윤, 민주의 어깨를 감싸안고 걸어간다. 여느 연인들처럼 쇼윈도우를 구경하기도 하고, 옷 가게에 들어가 옷도 사고,
포장마차에서 떡볶이와 오뎅을 서로에게 먹여주기도 한다.
사람들, 윤과 민주를 보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소리도 지르고, 난리가 난다.
윤과 민주, 전혀 개의치 않고 다정하게 데이트한다.
33. # 포장마차 (밤)
무혁의 시선에 비친 은채의 모습.
은채, 스트로우를 꽂은 소주를 쪽쪽 빨아 먹고 있다. 넋나간 사람 마냥 표정이 휑하고 슬프다.
무혁, 소주를 병째 들어 마시고 은채를 빤히 본다. 안스럽기도하고, 귀엽기도 한...참 묘한 여자다.
(테이블엔 빈 소주병이 두병 정도 있다)
은채, 이러지 말자...다 떨쳐버리자....고개 흔들고 맑은 눈으로 무혁을 빤히 본다.
이때, 한순간 뿌옇게 흐려지는 은채의 얼굴. (무혁의 시선에서)
무혁, 다시 두통이 엄습한다....괴로운 표정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인다.
은채 : (술이 좀 취했다) 쪽팔려요?
무혁 : ....(고개 숙인 채 통증을 참으려고 이를 앙물고 있는....이마에 식은 땀이 송송 맺힌다)
은채 : 내 얼굴 보기가 쪽팔려서...그러구 있어요?
무혁 : .......
은채 : 내성적이구나, 아저씨?..... (소주 쪽 빨아먹고) ....무대뽄 줄 알았는데, 내성적이구나....
(안주 하나 집어서 자기 입에 넣고, 하나를 집어 무혁에게 내민다) 아.
무혁 : (점점 더 힘들어 진다...식은땀이 물처럼 한방울 툭 흘러내린다)
은채 : 수줍어 하지 마요. 사귈땐 이렇게 하는 거예요....이렇게 자아꾸 정을 붙여야지요. 아아.
무혁 : (참기 힘들어 테이블에 이마를 댄다)
은채 : 흐흐흐.....부끄러하는 거 좀 봐. 디따 귀엽다, 아저씨.
무혁 : (O.L. 낮고, 강하게) 조용히 해줄래, 좀?
은채 : 에?
무혁 : 5분만 잘테니까....좀 조용히 해. (괴롭게 눈을 감는다. 얼굴이 젖을 정도로 땀이 가득하다)
은채 : (벙찐 표정 짓다가....착하게) 네에..... (뻘쭘해서....소주를 쪽쪽 빨아먹는다)
시간경과....사람들이 소음이 점점 잦아지고. (시간이 흘러 손님들이 빠져 나갔다)
엎드려 있던 무혁....어느 새 스르르 옅은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 위로 꿈결처럼 들려오는 은채의 노랫소리.
은채(E) :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술에 제법 많이 취한 은채, 소주병을 마이크처럼 잡고 나지막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은채 :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매기...내 사랑하는 매기야.
술 먹던 손님들, 은채의 노랫소리에 시선을 돌려서 본다.
옅은 잠속으로 빠져든 무혁의 입가에 스르르 옅은 웃음이 번지기 시작한다.
은채의 노랫소리, 지영의 노래(매기의 추억-영어버전)로 O.L. 되어 들린다.
34. # 플래시백 (회상)
호주 공원(잔디밭 혹은 낙엽이 깔린 곳)
무혁, 지영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고, 지영, 무혁의 모자를 뜨며 매기의 추억(영어)을 부르고 있다.
무혁의 머리에 모자 뜬 걸 대보기도 하고.
햇살이 미소띤 무혁의 얼굴 위로 쏟아진다. 무혁의 표정 더 없이 행복하고 평화롭다.
35. # 포장마차
무혁의 입가에 호주 시절의 행복하고 평화로웠던 미소가 번지고 있다.
은채의 노래와 지영의 노래가 무혁의 얼굴위로 함께 머물고 있다.
무혁, 악몽을 꾸다 깨어난 아이처럼 천천히 눈을 뜬다. (얼굴과 머리는 아직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다)
무혁, 고개를 들어 은채를 본다.
은채, 자기 감정에 빠져 아직도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은채의 모습이 어느새 지영의 모습으로 바뀌어 보인다.
무혁, 눈빛이 심하게 일렁인다....눈물이 그렁해진다.
은채 : (노래가 서서히 잦아 든다. 취기에 눈이 스르르 감기며 졸음이 온다. 꾸벅거리면서도 꿍얼꿍얼...노래를 부르는데)
무혁 : (눈물이 그렁해서 벌떡 일어나더니 은채에게 다가가더니 갑자기 은채의 얼굴을 잡고 거칠게 저돌적으로 키스한다...)
은채 : (흠칫..눈을 뜬다..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이 일어났는지 인식도 못한다...
그러다 상황을 깨닫고 벗어나려 하지만...무혁의 힘을 당할 수 없다)
포장마차의 사람들, 난데없이 일어난 상황에 눈이 동그래져서 보고.
무혁 : (은채가 지영이라 생각한다. 묻고 있었던 독한 그리움과 사랑의 키스다.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무혁과 은채, 그대로 바닥으로 픽 넘어진다.
은채, 엉겁결에 당한 거친 첫 키스에 숨이 막히는 느낌을 받는다...술도 많이 취해서 어지럽기고 하고...잠도 쏟아진다.....
무혁, 은채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채 입술을 댄 채 의식을 잃는다.
은채는 잠이 든다.
36. # 찜질방
윤과 민주, 찜질방에서 만화책 보며 팥빙수와 삶은 계란 먹고 있다.
이번에는 수건으로 얼굴도 가리지 않고, 보통의 연인들처럼 스스럼이 없다.
그들 주위로 사람들, “최윤이야” “강민주다” 하며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보고 있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윤 : (계란 먹으며) 어우, 황금 알이다, 이건...자. (계란을 반쯤 먹고 민주를 주는데)
민주 : 됐어, 너 먹어.
윤 : 어어...먹어.
민주 : 난 남이 먹던 건 안 먹어. (새 계란 껍질 까서 먹는다)
윤 : (당황한다) .....은채는 잘만 먹던데?
민주 : (픽 웃고) 걘 비위가 좋잖아.
윤 : (삐졌다) ....내가 남이냐?
민주 : 미안...내 성격이 그런 걸 어떡하니?..... (만화책 보고 계란 먹는) 우리 엄마가 먹던 것도 안 먹어, 난.
윤 : (반 남은 계란을 오물거리고 먹다가 씁쓸한 표정 짓는다...그제야 잊고 있었던 은채가 생각난다. 마음을 많이 다쳤을텐데...
걱정된다...벌떡 일어선다)
민주 : 어디 가?
윤 : 화장실.
윤, 자기를 보는 사람들에게 머쓱한 듯 웃어주고 화장실쪽으로 간다.
37. # 화장실안
윤,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1번을 꾹 누른다. 은채 이름이 뜨고 신호가 간다.
윤 : (은채에게 할 말 중얼거리는) 집엔 잘 들어갔냐, 송 은채?....아깐 내가 좀 심했어... 삐진 거 아니지?
그게 사실은 너한테 화를 낸 게 아니구....(전화를 받지 않는다) 얜 왜 전화를 안 받냐? (하는데)
남자(F) : 여보세요!!
윤 : (난데없이 들리는 남자 소리에 당황해서 번호 다시 확인하는데...은채가 맞다) 송은채씨 핸드폰 아닌가요?
남자(F) : 핸드폰 주인이 기절했어요, 지금.
윤 : 에?
남자(F) : 아가씨 아버지가 이리루 온다 그랬는데.
윤 : (황당한) ...거기가 어딘데요?
38. # 포장마차
무혁과 은채, 여전히 그 자세로 의식을 잃고 있다.
주위의 사람들, 민망하고 황당한 표정으로 차마 건드릴 생각도 못하고 그렇게 보고 있다.
이때, 대천, 포장마차안으로 들어온다.
무혁과 은채의 어이없는 모습에 기함을 하는 대천.
남자 : 둘이 아주 숨이 막히게 뽀뽈하더니 기절해 버렸어요.. (하며 옆에 있던 사람들과 키득키득 웃는다)
대천 : (사람들 눈치를 민망하게 살피며 무혁을 날카롭게 보다가 은채를 부축해서 일으킨다)
은채야...은채야....아빠 왔다, 은채야...(흘끗 무혁을 본다...대체 이 놈은 뭔가?)
은채 : (크응하고 코를 곤다. 그 사이 잠들었다)
대천 : (기가 막히다....주위에 선 사람들에게 궁색한 변명하는) ....잠이 들었나 보네, 얘가....
술만 먹으면 이렇게 기절해서 잠을 자요, 얘가. (은채를 부축해서 업는다)
이때, 윤, 허겁지겁 포장마차 안으로 뛰어 들어온다. 사람들, “최윤이다” 웅성거리고.
대천 : (당황하는) 윤아.
윤 : (기가 막힌 표정으로 무혁와 은채를 번갈아 본다) 어떻게 된 거예요?
남자 : (다시 놀리듯) 둘이 아주 숨이 막히게 뽀.. (하는데)
대천 : (O.L.) 저 친구 니가 좀 업어라.
윤 : (다시 벙한 표정으로 무혁과 은채를 번갈아보는)
39. # 윤 차안
윤, 운전해 가고 있다.
무혁, 조수석에 쓰러져 기절해 있고, 은채, 대천의 무릎을 베고 뒷자리에 잠들어 있다.
윤, 백밀러를 통해 은채를 보고 곁눈질로 무혁을 본다.
윤 : 어떻게 된 거예요? 형이랑 은채가 왜 함께 뻗어서 이래요?
대천 : (무혁에게 눈길주며) 저 놈 아는 놈이냐?
윤 : 예.
대천 : 어떻게 아는 놈인데?
윤 : 좋아하는 형이예요.
대천 : 뭐하는 놈인데?
윤 : ...건 모르겠는데...
대천 : ....(걱정이 된다) 윤아.
윤 : 예.
대천 : 우리 은채가 좋아하는 게 뭐냐?
윤 : 닭발...골뱅이....뿌까...밥.
대천 : 싫어하는 건?
윤 : 귀신...오랑우탄....병원....짬뽕밥....왜요, 그건?
대천 : 애비라구 자식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네, 내가.
윤 : (의아한)
대천 : 우리 은챌 나보다 니가 더 가까이서 봐 왔지?
윤 : 예.
대천 : 니가 우리 은챌 나보다 더 많이 알거야, 그치?
윤 : ........
대천 : (망설이다가 어렵게) ....우리 은채....
윤 : 네.
대천 : ....우리 은채가......좀....변태냐?
윤 : ?....에? (당황해서 급브레이크를 밟는)
40. # 오들희집 정원
윤은 무혁을 업고, 대천은 은채를 업고 두 사람, 들어선다.
대천, 윤에게 들어가라고 눈짓하고, 자기 집쪽으로 간다.
윤, 고개 꾸벅하고, 잠깐 곤혹스런 표정 짓다가 집으로 들어간다.
41. # 오들희집 거실
무혁을 무겁게 업은 윤, 발걸음 소리 죽여 가며 이층으로 올라간다.
42. # 은채방
은은한 조명등만 켜진 방.
숙채, 이를 갈며 잠꼬대 하고 있다.
대천, 은채를 민채 옆에다 조심스럽게 눕힌다.
평화롭게 잠든 얼굴을 보며...이불을 다독여 덮어주고....근심어린 한숨 푸후 내뱉는다.
43. # 윤방
무혁, 윤의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다.
윤, 싱숭생숭한 표정으로 무혁을 보다가 조명등을 끈다.
F.O.
44. # 오들희집 외경 (아침)
45. # 윤방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무혁의 잠든 얼굴에 앉는다. 무혁의 목 위로 턱 올려지는 팔.
무혁, 천천히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서 본다.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윤이다.
내가 왜 여기 와 있지?.....황당한 표정으로 한동안 그렇게 있는.
46. # 윤집 이층 계단
무혁, 계단을 걸어 내려 오는데, 오들희의 콧노래 들린다.
47. # 오들희 주방
오들희 콧노래 부르며 샐러드를 만들고 있다. 토스트기에서는 토스트가 굽혀져 탁 튀어 오른다.
가스 렌지에선 계란 후라이가 구워지고 있다.
생 오렌지를 믹서에 넣어 가는 오들희...오븐도 열어 감자구이도 살펴본다.
아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는 오들희의 표정에 활기가 넘친다.
무혁, 주방 문 앞에 기대어서서 그런 오들희를 표정없이 지켜본다.
48. # 은채방
숙채는 여전히 엽기적인 자세로 자고 있고.
은채,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있고, 민채(교복 입고 가방 맨), 은채 이불을 끌어 당기지만,
은채, 꽉 잡은 채 놓지 않고 있다.
민채 : 아, 왜 이래, 진짜?...이불 쫌 놔!!
은채 : (꼭 붙들고 있다)
민채 : 진짜 이상하네, 이 아줌마....엄마가 이불 개고 학교 가랬단 말야!!
은채 : (그대로 꼭 붙들고) 그냥 둬...쫌 있다 내가 개께.
민채 : 뭐냐?....오줌쌌냐, 언니야?
은채 : (그제야 이불 내리고 보며) 송 민채! 상담!!
민채 : 엉?
은채 : (이불 속으로 들어오라고 모션하는)
49. # 은채방 (이불속)
은채와 민채,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나란히 누워 있다.
민채 : 참...별나 별나....무슨 비밀 이야긴데 꼭 이불 속에서 이러구 해야돼?
은채 : (푸후 한숨)
민채 : 아, 나 학교 늦었단 말야.
은채 : 어제 나, 집으루 데꾸 들어온 게 누구야?
민채 : 아빠.....엄마 지금 언니 땜에 북어국 끓이시는데, 여차하면 무조건 튀어. 북어로 뒤 지게 맞구 싶지 않으면.
은채 : (푸후 한숨 쉬고) 너, 내 입술 좀 봐 볼래?
민채 : (입술 보며) 입술이 왜?
은채 : 어때?..키스한...입술 같애?
민채 : 엉?
은채 :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돼서 그래....꿈 같기도 아닌 거 같기도 하구...자세 히 봐봐, 쫌...키스한 입술 같애?
민채 : (기가 막힌) ...키스한 입술은 어떤데?
은채 : 모르지 난....한번도 안해 봤는데....
민채 : 그 나이 먹도록 뭐했냐?
은채 : 그르게....넌 이상한 책 많이 봐 갖구 이런 거 많이 알잖아.
민채 : (으쓱해서) 이론은 빠삭해두 실전은 약하지, 나두....돋보기 가져와서 봐 주까? (하며 이불 바깥으로 나가는)
은채 : (자기 입술을 만져 보는데)
50. # 플래시백
포장마차에서 은채에게 거칠게 키스하던 무혁.
51. # 은채방
은채, 흠칫 놀라서 부르르 떨며 당황하는데.
민채, 정말로 돋보기를 가져와 은채의 입술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민채 : 입술이 좀 까지구, 붓긴 부었다. 쑥 내밀어 봐, 쫌.
은채 : (내밀어준다)
민채 : 내 객관적인 견해로 볼땐 키스...한 거 같애.
은채 : 어우, 씨이이이... (분하고 억울하다...이를 앙무는)
민채 : 원래 몸으로 한 짓은 몸으루 기억하는 거거든. 확인 사살 차원에서 한번만 더 해보든지, 그 사람이랑.
은채 : 뭘?
민채 : 키스!
은채 : 미쳤냐?
민채 : 애 데리구 무슨 상담을 하냐, 내가? 관두자, 관둬... (이불 밖으로 나가려는데)
이때, 그들 위로 푹 떨어지는 숙채.
숙채, 몸부림치다가 결국 은채와 민채위로 떨어졌다. 비명 지르는 세 자매.
52. # 은채 화장실
은채, 거울앞에 서서 이빨을 벅벅벅 닦고 있다. 무혁과 키스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열심히 최선을 다해 닦는다.
53. # 오들희 주방
오들희, 서구식 아침을 멋들어지게 차려놓고 흡족하게 본다.
오들희 : 그릇이 좀 맘에 안 드네...아, 이태리 갔을 때 사온 접시가 어디 있을텐데...
오들희, 발꿈치를 들고 싱크대 위쪽을 열어 접시를 찾는다.
무혁, 주방 문 앞에 서서 쓸쓸하게 생각에 잠겨 있다...나도 저런 따뜻한 밥상 한번 받고 싶다...
오들희, 접시를 찾아 내리는데, 그만 손이 미끌어져 버린다. 접시 네 다섯개가 바닥에 부딪혀 와장창 깨져 버린다.
무혁, 그 소리에 고개 돌려 본다.
오들희, “어머나....이 비싼 걸....”하며 몸을 구부리고 접시 조각을 줍는다. 그러다 접시 조각이 손가락에 박힌다.
오들희 : (악! 비명 지른다. 피가 흐른다.....휘청하다가 발을 잘못 디뎌 유리 조각에 또 발을 찔린다. 악!)
무혁 : (저도 모르게 오들희에게 뛰어온다) 꼼짝 말구 있어, 거기!!
오들희 : (당황한 표정으로 무혁을 본다...쟨 어디서 나타난 거야?)
무혁 : (갑자기 오들희의 손을 당겨서 잡더니 유리를 빼고 피나는 손가락을 입으로 빠는데)
오들희 : 어머...당신 뭐야?!! (하며 손을 홱 뿌리치는데)
무혁 : (굳은 표정) 더 비구 싶지 않음 가만 있으란 말야! 움직이지 말구!!...
(오들희를 번쩍 들어서 식탁 위에 앉혀 놓고는 발에 박힌 유리 조각을 빼낸다)
오들희 : (난데 없는 상황에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 하다가) 너...너 은채 남자 친구 아냐? 니가 우리집에 왜 있어?
여기 왜 있어, 니가?!!
무혁 : (아무 말 않고 런닝을 북 찢어서 피가 흐르는 발바닥을 감아준다...오들희의 아픔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찌푸려지는 인상)
오들희 : (무혁이 못 건드리게 상처난 발을 피한다) 니가 여기 왜 있냐구?!!
무혁 : (무서운 얼굴로) 약 어딨어?!!
오들희 : (겁이 난다. 이층을 향해 소리치는) 윤아...윤아아....
무혁 : 약 어딨냐구?!!
오들희 : (겁에 질려 눈물이 그렁해 다시 이층을 향해 소리치는) 윤아아...아들!! 아들!...아들!!!
무혁 : (가슴이 무너진다, 버럭) 윤이 자!!...약 어딨어!!
오들희 : (울먹이기까지 하며) 윤아아...윤아아...윤아아....
무혁 : (갑갑하다)
오들희 : (무혁의 눈치를 보며 식탁에서 내려 온다. 울먹이며 절룩이며 주방을 나가는) 윤아아...윤아아....윤아아....
무혁, 푸후우 한숨 쉬고, 구부리고 앉아 깨진 유리 조각을 줍는다.
윤(E) : (좀 멀리서 들려오는) 왜, 엄마? 무슨 일인데?
54. # 이층 계단
속옷 차림의 윤, 졸린 눈 비비며 내려 온다. 오들희는 계단을 오르던 중이었다.
윤 : 왜 그래, 엄마? 울었어?
오들희 : 저 사람...저 사람 뭐야?
윤 : 누구?.....아아, 무혁이 형?
오들희 : 저 사람이 왜 우리 집에 있어?
윤 : (아직 잠에서 덜 깨서 머리 긁적이며) 어. 어제 내가 데꾸 왔어. 술이 너무 취해가지구... (하품하는)
오들희 : 아무나 함부루 데꾸 오지 말랬잖아, 우리 집에!
55. # 주방
무혁, 깨진 유리 조각을 모아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표정이 서늘하다.
윤(E) : 집도 모르구, 술이 너무 취해서 그렇다니까.
오들희(E) : 집도 모르구,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우리 집에 왜 데꾸 와?
56. # 이층 계단
오들희 : 니가 일반 사람이야? 연예인이야, 넌!!
윤 : 조용히 해라! 듣는다 들어!!
오들희 : 애가 누굴 닮아 물러터져 가지구...
윤 : 엄마 아들이니까 엄마 닮았겠지....나 쉬마려. 쉬좀 싸구 오께. (올라가다가 오들희 돌아보고) 형이랑 먹게 아침 밥 차려 줘.
57. # 주방
무혁, 깨진 유리 조각을 손에다 모으고 있다.
오들희(E) : 나 저 사람 무서워, 윤아...가라 그래, 그냥.
윤(E) : 뭐가 무서워? 안 잡아 먹어.....금방 씻구 올테니까 형이랑 좀 놀구 있어.
오들희(E) : 싫어. 같이 가, 엄마두...나두 너랑 화장실 같이 갈래.
무혁, 깨진 유리 조각을 쥔 손을 꾹 주먹 쥔다....피가 흘러 내린다.
윤(E) : 어? 엄마 다쳤네?
오들희(E) : (어리광) 어, 유리에 볐어, 아들!
윤(E) : 아, 못 살아 내가...약부터 좀 바르자.
무혁의 표정이 쓸쓸하다.
58. # 오들희 정원
무혁, 힘이 쑥 빠져 털레털레 현관문 열고 걸어 나온다.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 씹으며, 피가 줄줄 흐르는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는다. 그렇게 몇걸음 걸어가는데.
혜숙(E) : 거기서! 거기 못 서, 기집애야!!!
무혁, 돌아보는데, 은채(추리닝 차림), 계단을 뛰어올라 정원쪽으로 도망 오고 있다.
그러다 무혁과 딱 맞닥뜨리고 당황해서 눈이 동그래진다.
무혁은 표정없이 은채를 보는데.
뒤이어 북어를 든 혜숙, “이 눔의 기집애! 거기 못 서!" 하며 쫓아오다가
마주보고 선 은채와 무혁을 보고는 멈칫 멈춰 선다....스르르 북어 든 손도 내리고.
은채 : (무혁을 매섭게 노려보는)
무혁 : (얘가 왜 이러나?.....무표정하게 보는)
은채 : (화가 확 솟구쳐 올라 식식거리며 째려 보는)
무혁 : ......(표정없이 보는)
혜숙 :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은채야!
은채 : (혜숙에게 가더니) 엄마, 이거 잠깐만 빌려줘... (하더니 북어를 홱 뺏어 무혁앞으로 간다)
혜숙 : 얘....
은채 : (갑자기 사정없이 북어로 무혁을 때리기 시작한다)
혜숙 : (자기가 당황해서) 은채야!!
무혁 :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다가 은채의 팔을 탁 잡는다)
은채 : (노려보며)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이디? 그렇게 만만해 보여?!!
무혁 : ......(어리둥절)
은채 : 너, 앞으루 한번만 더 내 눈앞에 나타나!
무혁 : (픽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은채의 손을 거칠게 놓고 은채를 스쳐 대문쪽으로 간다)
은채 : 그땐 정말 죽어, 너!!
혜숙 : (우리 은채가 이런 애였나?....은채의 터프함에 당황해서 보는)
은채 : (식식거리며 무혁의 등을 째려보고 있다)
59. # 거리
무혁,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다...손을 꽂은 주머니에서 피가 흥건히 배어 나오고 있다.
60. # 지하철 계단
무혁, 걸어와서 선다.
서경과 갈치가 열심히 손님을 부르며 김밥과 떡을 팔고 있다.
갈치 : 김밥 사세요, 김밥!...2000원짜리 김밥, 반값에 뚝 깍아 1000원에 드립니다.
(서경의 풀어진 머플러를 단단하게 매주고 다시 외치는) 김밥 사세요.
서경 : 떡두 사세요...맛있는 떡두 사세요!! 반값에 뚝 깍아 천원에 드립니다.
갈치 : 아냐, 엄마! 이건 천원 아니구, 천 오백원!!
서경 : (고개 끄덕이고) 으응...(외치는) 천 오백원입니다! 떡은 천 오백원 입니다!!
갈치 : 김밥 사세요!! 김밥!!
서경 : 떡 사세요!! 떡!!
무혁, 씁쓸하게 그들을 지켜보다가 갈치와 서경앞으로 간다.
무혁 : 많이 팔았냐?
갈치 : (무혁 발견하고 활짝 웃으며) 아저씨!
서경 : (무혁을 향해 웃는다) 아저씨... (하다가 인상 찡그리며) 어, 피다.
무혁의 호주머니에서 베어 나온 피를 인상 찌푸리고 보는 서경과 갈치.
61. # 병원
의사, 오들희의 발에 붕대를 감아 주고 있다. 윤, 그 옆에 걱정스럽게 지켜 서 있다.
윤 : 괜찮겠어요, 선생님?
의사 : 괜찮아요. 지혈도 잘하시구 응급 처치를 잘하셨네요.
오들희 : (한쪽에 버려진 피 묻은 헝겊을 본다....무혁의 찢어진 런닝이다....내가 심했나....)
62. # 서경집 마당
민현석, 무혁의 상처난 손에 소독약을 발라주고 있다.
무혁, 쓰라림에 인상을 찌푸리며 짧은 비명소리 내는데,
서경과 갈치, 앞다투어 함께 무혁의 상처를 후후 불어준다.
그들의 모습에 무혁, 가슴 한켠이 싸아해 옴을 느낀다.
민현석 : (붕대를 감아주며) 병원에 가봐야 될 거 같은데?
무혁 : .....왜....가르쳐 줬어?
민현석 : (보는)
무혁 : 우리 엄마...왜 가르쳐줬어?
민현석 : (말없이 붕대를 감는)
무혁 : 나보구....어떡하라구?
민현석 : ......
무혁 : (버럭) 어떡하라구, 영감탱이!!
무혁의 고함소리에 서경과 갈치, 놀라서 보고.
민현석 : .....너, 하구 싶은대로....너 하구 싶은대로 하는 거지 뭐.
무혁 : (갑갑하다)
민현석 : 다 됐다....병원에 가봐, 꼭.
무혁 : 우리 엄마가... (하다가 말을 멈춘다)
민현석 : (보는)
무혁 : 그 여자가....영감탱이한테두 나쁜 짓 했어?
민현석 : ...응.... (갈치 보고) 갈치야! 오늘 니네 집이랑 우리집 같이 밥 먹자. 갈치 조림 해먹자.
무혁 : (심난하다)
63. # 호텔 외경 (밤)
64. # 무혁 호텔방
무혁, 벌렁 침대에 드러누워 생각에 잠긴다. 리모콘으로 텔레비전을 켠다.
이리 저리 채널 돌리다 보면, 어느 한 채널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는 윤과 민주의 모습이 나온다.
그 위로 <최윤, 강민주 공개 연인 선언>이라고 나온다.
아나(E) : 톱 가수 최윤, 톱 탈렌트 강민주가 기자 회견을 갖고 공개 연인을 선언했습니다.
무혁, 리모콘을 놓고 티브이 화면을 뚫어지게 본다.
65. # 인서트 (텔레비젼 화면)
윤과 민주의 기자 회견장이 나온다. 두 사람, 보란듯이 손을 꼭 맞잡고 있다.
윤 : 3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짝사랑 해왔습니다....(민주를 보고 다정하게 웃고) 이 여자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제가 가진 모든 걸 다 내 놓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강민주씨가 없는 삶은 제게 죽음과도 같습니다.
민주 : 최윤씬 제가 아는 남자들 중에 가장 착하고 순수한 사람이예요...제가 최윤씨에게 참 잘못을 많이 했는데....
살아가면서 차차 갚기로 했습니다.....사랑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최윤씰 통해서 사랑을 믿게 됐어요.
66. # 무혁 호텔방
무혁, 티브이를 뚫어질 듯 보고 있다.
윤과 민주의 기자 회견 자료 화면에 이어 오들희의 인터뷰도 방송된다.
67. # 인서트 (텔레비젼 화면)
오들희, 고상한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오들희 : 너무 기쁘고 반가운 일이죠....전 제 아들의 선택을 백프로 신뢰하구 존중합니다.
우리 윤이가 택한 아이라면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개인적으론 강민주양의 팬이구요, 저두.
68. # 무혁 호텔방
무혁, 허리를 꼿꼿히 세우고 앉아 티브이를 본다. 싸늘해지는 표정.
오들희 : (화면속의) 제 딸처럼 이뻐해 주려구요.
오들희 화면에 이어 윤이 민주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고 카메라 플래시를 받고 있는 모습이 방송된다. (기자 회견장 밖)
이때, 윤과 민주 뒤에 서서 그들을 쓸쓸한 웃음으로 바라보는 있는 은채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
그런 은채의 모습이 무혁의 뇌리에 깊게 각인 된다.
무혁, 티브이를 끄고, 벌렁 다시 드러눕는다.
은채(E) :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이디? 만만해 보여?!!
69. # 플래시백 (#35)
무혁이 은채에게 저돌적으로 키스했던.
70. # 무혁 호텔방
그랬었구나...무혁, 베개로 얼굴을 덮어버린다.
71. # 거리 (밤)
은채, 허탈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걷고 있다가 멈춰선다. 전광판에 윤과 민주가 공개연인을 선언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은채 : (손으로 나팔을 만들어 전광판에다 대고 소리치는) 행복해라, 윤아!
윤이 속썩이면 너 진짜 가만 안 둘거야, 강 민주! 정말 정말 행복해라! 최 윤! 강민주!!!
자기도 모르게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러나, 애써 활짝 하늘을 보며 웃는 은채.
F.O.
72. # 수영장 (낮)
두 남녀가 나란히 수영장을 헤엄쳐 가고 있다. 물안경을 벗으면 윤과 민주다.
윤과 민주, 다정하게 웃으며 서로 물을 튕기며 장난한다.
73. # 주차장
민주, 윤의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나온다.
윤 : (시계 보며) 나 빨리 방송국 들어가야 돼서 너 못 바래다 주겠다.
민주 :괜찮아. 그래서 차 가져 왔잖아, 나두.
윤 : 전화하께.... (하고 뺨에 입맞춤하고 자기 차쪽으로 간다)
민주 : (환하게 웃으며 손 흔들어주고)
민주, 자기 차에 오른다. 윤의 차가 먼저 손을 흔들며 주차장을 빠져 나간다.
민주, 차 시동을 켜는데...똑똑....누군가 차 문을 두드린다.
민주, 갸웃하며 차문을 내리고 고개를 빼고 보는데.....무혁이 서 있다.
(지금까지의 무혁의 모습이 아니다. 안경을 끼고, 머리도 차분하게 빗어 넘기고, 럭셔리한 정장을 입었다. 전혀 딴 사람이다)
민주 : 무슨 일이시죠?
무혁 : (갑자기 사정없이 민주의 차를 뻥 차버린다)
민주 : (당황하며) 이봐요!!
무혁 : 아줌마!...내려!!
무혁의 매섭고 날카로운 표정에서.
ENDING.